국어문학창고

공자(孔子)의 생활난(生活難)- 김수영

by 송화은율
반응형

()의 생활난(生活難) - 김수영


<감상의 길잡이>

 

대단히 난해한 이 시는 1945년 창작된 김수영의 최초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이 시의 표현 특징을 살펴 보면 123연과 45연이 형태상은 물론, 표현상으로도 서로 구별됨을 알 수 있다. 앞 단락은 세 연이 모두 2행씩 안정된 형태를 취하고 있음에도 그 의미 파악이 쉽지 않은 데 비해, 뒷 단락은 형태가 안정되지 않으면서도 그 의미는 쉽게 드러난다. 또한, 앞 단락은 안정된 형태로 일정한 호흡을 주면서도 비약이 나타나지만, 뒷 단락은 직설적인 기술로 되어 있으며 빠른 호흡으로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 시에서 공자는 세상의 허위, 부조리를 직시하고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시인을 표상하며, 그런 공자가 가혹한 현실 세계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갈등을 생활난으로 표현하고 있다. 1연에서 제시된 시적 공간은 꽃이 열매의 상부에 피어있는 곳으로 나타나 있다. 꽃이 열매의 상부에 피어 있다는 것은 꽃보다 열매가 먼저 맺히는 것으로, 이것은 바로 사물의 전도(顚倒) 내지 무질서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혼란스러운 공간에서 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넘기 작란을 즐기고 있다. 이것은 2연에서 시적 화자가 보이는 행동과 대조적인 것으로 다분히 유희의 성격을 지닌다. 그 곳에서 화자는 발산한 형상을 구하는 진지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것은 작전 같은 것이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에게 장난처럼 쉽다는 것은, 혼란스러운 삶이 에게는 자연스러운 삶이며 무의식적 삶임을 뜻한다. 그러나 2연의 작전1연의 작란과 대립되는 어휘로, 화자에게는 그러한 삶이 부자연스럽고 의식적임을 알게 한다. 이렇게 12연은 의 대립, ‘작란작전의 의미상 대립을 통해 시인이 갖고 있는 자아와 타인의 대립적 인식 상태, 자아 의식 상태를 보여 주고 있다.

 

3연에서 국수를 이태리어로 마카로니라고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어린 아이들도 알 수 있는 국수를 생소한 이태리어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줄넘기 작란같이 유희적인 것에 불과한 것으로, 1연에서 보여 준 의 혼란스러운 생활 태도와 흡사하다. 이에 반해 국수를 먹기 쉬운 것으로 인식하는 화자의 태도는 바로 에 대한 반란이다. , ‘는 마카로니라는 어려운 말을 쉽게도 얘기하지만, 화자는 다만 국수가 먹기 쉬울 뿐이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본다면, 12연의 대립 구조가 3연에서도 계속 이어져 유희반란으로 나타남으로써 는 전도되고 무질서한 공간에서 혼란스러운 삶을 살며 국수를 마카로니로 말하는 허위 의식을 보이는 존재로, 화자는 현실의 실존 공간에서 고통을 겪으며 의 허위에 대해 반란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4연에서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라고 하는 것은 사물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겠다는 것이며, 나아가 동무 가 지향하는 혼란의 생활 세계에 대한 저항을 뜻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화자는 사물의 생리, 수량, 한도, 우매, 명석성까지도 바로 본 다음,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라는 결연한 결의를 통해 모든 가치가 전도, 왜곡되어 있는 현실에 굴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바로 보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선언 속에는 바로 보는 의식적 노력에 대한 절망적 예감이 담겨 있다. , 이 예감은 화자의 의식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고통으로 인해 목표를 결코 성취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극적 예감이다. 결국, 이러한 의지와 절망의 상반된 의식으로 말미암아 시적 화자는 2연에서 작전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는 식으로 고통을 토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고통 속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한 바램으로 마지막 연에서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라고 절망하고 있어, 현실과 당당히 맞서 싸우지 못하는 현실 인식의 한계를 보여 주기도 한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