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의 장난- 김수영
by 송화은율달나라의 장난- 김수영
<감상의 길잡이>
마치 한 편의 산문을 대하는 것 같은 이 시는 팽이를 돌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던 화자가 그 속에서 발견한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상을 자신의 삶에 적용함으로써 그간의 수동적인 삶에서 탈피하려는 진지한 생활 자세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팽이 돌리기는 어른들에게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하는 놀이이자, 돌지 않으면 쓰러진다는 속성을 갖고 있는 놀이로서, 화자는 팽이가 도는 것을 단순히 유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음으로써 팽이는 곧 화자의 모습을 의미한다.
또한, ‘장난’은 진지함과 상반되는 행위로 도시적, 관습적인 대상의 인식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일상의 상투성에서 벗어난 새로움을 의식하는 행위인 어린이들의 팽이 놀이를 바라보는 순간, 화자는 ‘살아가는 것이 신비로울’ 뿐 아니라,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이는’ ‘별세계’ 같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제목 <달나라의 장난>으로 제시된 이 팽이 놀이는 일상의 현실적 가치와는 구별되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상을 표상하게 된다. 현실 세계의 팽이 놀이에서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새로운 관념 세계를 발견한 화자는 돌지 않는 팽이는 존재 가치가 없는 것임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자세로 변모된다. 다시 말해,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 있’는 화자가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항상 답보(踏步) 상태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게 된다. 이런 화자의 모습과는 달리, 멈출 줄 모르고 끊임없이 도는 팽이는 마치 ‘수천 년 전의 성인’ 같은 모습으로 화자에게 각인됨으로써 ‘제트기 벽화’․‘비행기 프로펠러’로 대표되는 현대 문명 사회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생활하지 못한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깨우쳐 준다. 그러므로 팽이는 줄기차게 돌아가면서 ‘스스로 도는 힘’을 갖도록 화자의 의식을 자극할 뿐 아니라, 나아가 독자 모두의 의식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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