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江) / 요점정리 / 서정인
by 송화은율강(江) / 서정인
지은이 : 서정인(徐廷仁)
갈래 : 단편소설
배경 : 시간 - 1960년대 눈 내리는 겨울 / 공간 - 시골 '군하리' 주변[작가의 말을 인용하면 '강'을 쓸 때 저 자신도 젊은 세대였던지라 급하고 과격했어요. 자연히 당시의 사회 현실에 답답해했지요.'강'을 지배하는 우울한 분위기는 그렇게 좌절했던 세대의 심경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요]
문체 : 배경의 객관적 묘사와 짤막한 대화가 주를 이루는 간결체 /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문장이 현재형으로 서술되고 있다. 수식어들이 과감하게 생략됨으로써 서술되는 상황이나 장면 하나하나가 팽팽한 긴장감과 참신한 탄력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무기력하고 쓸쓸한 삶의 모습이 지루하게 보이지 않는 효과를 얻게 된다. 현재형의 문장들은 상황이나 장면에 생생한 구체성과 현장성을 보장해 주는 효과를 발휘하고, 상황·배경의 객관적 묘사와 짤막한 대화를 통하여 심리를 암시하는 문체.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구성 :
발단 : 버스 안. 혼삿집에 가는 세 사내와 그들과 동석한 술집 여자.
전개 : 그들의 회상 속에 인간적 면모가 암시되며, 각자의 기질이 드러난다.
갈등(위기) : 밤늦게 혼삿집에 다녀온 그들은 술집에 모인다. 깊은 침묵에 빠지는 김씨, 삶의 낙오자임을 되뇐다.
절정 : 홀로 여인숙에 투숙한 김씨. 공부 잘하는 소년을 통하여 삶의 전락 과정을 회상한다.
결말 : 신부의 꿈을 꾸는 술집 여인은 대학생 김씨에게 순수한 사모의 감정을 지닌다.
어조 : 잊혀진 과거의 삶을 회상하며 꿈을 되찾고자 하는 비감(悲感) 어린 어조.
주제 : 이상과 꿈을 상실한 현대인의 좌절감과 방황, 삶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의 소시민적 비애
특징 :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문장이 현재형으로 서술되고 있으며, 회상과 현재가 교차되어 전개되고 있다. 서술자는 '그'의 현재 상황과 대비되는 과거의 삶을 회상으로 보여 주고 있어 '그'가 느끼고 있는 상실감이라는 심리의 근원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면서 인물의 내면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과거와 현재의 삶을 교차시키고 있다. 그리고 '강'은 시적 암시와 여운의 소설 세계를 펼쳐 보인 한국단편의 백미로 꼽힘.
출전 : '창작과 비평'(1968년)
등장 인물 :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단지 성으로 표현될 따름이다. 작가가 인물들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 속에서 우리는 이 인물들이 삶에 대한 주체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같이 이 인물들은 자기 직업에 대한 보람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가 상투적이거나 하찮은 소재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 속에서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삶이 현실로부터 소외된 채 고립되어 있거나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삶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김씨 : 늙은 대학생. 가난 때문에 삶의 의욕을 상실한 이상주의자. 겉으로 잘 내색하지 않는 우울한 패배주의자로 총명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지금의 초라한 모습을 슬퍼한다.
이씨 : 세무서 주사. 농담을 즐기며 멋내기를 좋아한다. 속물 근성이 다분한 인물.
박씨 : 전직 초등학교 교원. 군대 기피자. 김씨, 이씨의 하숙집 주인. 세상을 자기 식으로 살아간다고 자부하나, 그 행동이 연민의 정을 자아내는 비애감 즉, 패이소스(pathos)를 지니고 있다.
여자 : 술집 작부. 버스에서 세 사내를 만난다. 신부(新婦)의 꿈을 꾸는 여자로 자기의 꿈이었던 신부(新婦)의 감정이 되어 곤히 잠든 김씨를 감싸준다.
소년 : 여인숙에서 일을 도와 주는 처지로 김씨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
줄거리 : 김씨와 이씨는 박씨네 하숙생들이다. 셋은 버스를 타고 군하리의 혼삿집으로 가고 있다. 박씨는 군대 기피자였고,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을 사직한 처지다. 그의 곁에는 살찐 젊은 여자가 앉아 있다. 늙은 대학생 김씨는 외투 속에 웅크린 채로 진눈깨비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자기만의 상념에 빠진다. 세무서원 이씨는 여차장의 엉덩이가 크다고 생각하며, 그녀와 유쾌하게 노닥거린다. 박씨는 옆의 살찐 여자와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녀는 술집 작부였다.
이들 셋과 여자는 같은 곳에서 하차한다. 밤늦게 혼삿집을 다녀온 세 남자는 거나하게 취해 버린다. 박씨와 이씨는 낮에 만났던 작부의 술집으로 가고, 김씨는 혼자 여인숙에 눕는다. 침구를 가지고 방에 들어온 여인숙 집 아이는 반장이라는 명찰을 가슴에 붙이고 있다. 아이는 일등을 했다고 자랑한다. 아이를 보내며 김씨는 과거를 생각한다. 동네의 천재였던 아이가 가난과의 싸움에서 피곤한 낙오자로 전락하는 과정을 떠올린다. 밖에는 눈이 쌓이고, 김씨는 잠이 든다.
술집에서 술판이 벌어진다. 이씨가 여자의 손목을 잡아 끈다. 술집 여자는 이씨 품에 안겨 김씨가 대학생이라는 말을 유심히 듣는다. 여자는 김씨가 늙은 대학생이라는 말에 놀라고, 방을 나와 김씨를 찾아 나선다. 밖에는 소리 없이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그걸 본 그녀는 김씨의 새신부가 된 자신을 상상으로 그려본다. 여자는 옆집 여인숙의 사립문을 열고 불이 켜져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김씨는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여자는 누나처럼 어머니처럼 김씨를 편히 누인 뒤 이불을 끌어다가 덮어 주고 베개를 바로 해 주고는 잠자는 김씨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대학생!' 하고 뇌까린다. 그녀는 남폿불을 끈다.
[강 : 작품 어디에도 '강'이란 말은 나오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강'이란 제목은 강처럼 흘러가는 인생의 어떤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품 속에 드러나는 인물들의 인생의 모습은 덧없이 흘러가는 '강'의 모습과 유사하다. 보람차거나 아름답거나 즐겁지 못한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강'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강은 흘러가는 것이므로, 여행을 상기시킨다. 우리의 살림살이도 그렇게 흘러가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강'이란 제목은 그런 우의적 뜻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작가의 고향이 전라도 출신인 탓에 많은 독자들이 소설 무대를 섬진강 부근의 시골로 오해하고 있지만 섬진강 일대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소설의 모티브는 우연히 김포 부근의 강가로 여행을 갔다가 그 풍경과 분위기를 보고 떠올렸다고 하는 작품으로 이 작품은 눈 내리는 날, 혼삿집에 가는 세 사내와 그들이 우연히 만난 한 여자가 엮어 내는 서정적 분위기의 단편 소설이다. 등장 인물 세 명이 나누는 평범하고 단편적인 대화나 행동, 범상한 풍경들이 모여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분위기를 통해 작가는 일상적 삶 속에 깃들어 있는 허무감을 나타내고 있다. 늙은 대학생인 김씨는 군하리 여인숙에서 일하는 영리한 소년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만난다. 그것은 초등학교 때의 천재가 수재로, 보통으로, 급기야는 열등생이 되어 삶의 낙오자로 전락하는 과정이다. 그는 오랫동안 가난과 싸우다가 어느새 처음의 목표 지점으로부터 한없이 멀어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절망한다. 한때 장래가 촉망되는 소년이었으나 다시는 지나가 버린 삶을 되찾을 수 없다는 회한에 젖는다. 마치 맑은 시냇물이 거대하고 혼탁한 강물에 휩쓸려 버리듯이, 삶이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지지 않는 비정한 흐름인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간직한 무기력하고 쓸쓸한 생활의 모습을 냉정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해와 감상 1
1960년대 시골 '군하리'의 눈 내리는 날을 배경으로 소시민들의 얘기가 간결한 문체로 잔잔하게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김씨는 늙은 대학생으로 점차 자신감을 잃어 가는 인물이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꿈을 잃어버리고 소시민이 되어 가며, 그 소시민은 자신의 소시민성을 감추기 위해서 허풍·오기 따위의 위선의 세계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여관집에서 만난 공부 잘 하는 소년 ―반장 표찰을 붙인, 조금은 뻔뻔스러운 소년을 통해서 그러한 깨달음을 확인한다. 박씨는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둔 사람인데, 제 나름대로 삶을 즐기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서서히 자신감을 상실해 감을 감추지 못한다. 세무서 주사 이씨 역시 일상(日常)을 유쾌하게 대하고 있지만, 그가 드러내는 속물 근성은 소시민적 페이소스(pathos)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 소설의 백미(白眉)는 후반부에 표현될 술집 여자의 태도이다. 그녀는 버스에서 세 사내를 만난 후 혼삿집까지 따라 갔다가 박씨, 이씨와 어울려 술자리에 앉는다. 그러다 '대학생'이라는 말에 자극되어 옆집 여인숙에 투숙한 김씨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 이유를 작가는 해명하지 않는다. 그저 김씨가 대학생이라는 상황 설정뿐이다. 이것은 아마 그녀의 신분적 열등감이 대학생 사모(思慕)라는 보상책을 통하여 아름다운 만남을 한 순간이나마 얻으려는 꿈꾸는 자의 행위이리라.
'대학생'은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으며, '술집 여자'는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누나가 되고 어머니가 된' 보호자의 입장에서 대학생과 한 방에 드는 것이다. 방금 전 그녀가 꿈꾸었던 눈 오는 밤의 신부(新婦)가 되기는 불가능하더라도 그 신부와 같은 첫날밤을 대학생과 함께하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 특히 '대학생'과 '술집 작부'의 만남은 특히 그녀에게는 우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밖에서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다. 그녀가 남겨 논 발자국을 하얗게 지으면서'란 아름다운 마지막 문장이 그녀가 찾았던 꿈이 결코 허망한 것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해 준다.
서정인(1936 - )
전남 순천 출생 1962년. 소설집으로 '강'이 있으며, 서정인의 소설 속에서 그려내는 인물들은 대개 현실과 조화롭지 못하다. 인간 관계에서도 그러하고 세상과의 관계에서도 그러하다. 여기엔 인간과 인간의 근본적인 괴리와 세계의 타락을 응시하는 작가의 비극적 눈이 있다. 고도로 정제된 문체로 표현되는 이 비극적 세계 인식은 현실적 삶의 쓸쓸함과 무의미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의 단편 미학은 소설 언어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으로 나아가 장편 소설 '달궁'(1990)으로 이어진다.
특히 그는 62년 [사상계] 신인 작품 모집에 현대인의 주체 의식의 문제를 다룬 단편 '후송(後送)' 당선, 등단하였는데, 그의 주요 수상을 살펴보면, 제3회 한국문학작가상(1976), 월탄문학상(1984), 한국창작문학상을 들 수 있다. 작품의 초기 경향은 지식인의 자의식적 세계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후기 경향으로는 현실적 문제를 구체화하였는데, 그 대표작으로 장편 '달궁'을 비롯하여 '후송'(1962), '강'(1968), '철쭉제'(1983)이 있다. 현재 서정인은 전북대 문리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그는 절제된 문장 단일한 인상과 환상 통일된 구성 등의 작법을 통하여 인생의 단면을 부각시키는 작가로 80년대 리얼리즘에 기여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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