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전(萬歲前) / 요점정리 / 염상섭
by 송화은율작자소개
염상섭 (廉想涉 1897 ~1963)
호 횡보(橫步). 서울 출생. 보성학교(普成學校)에 재학 중 도일하여 교토부립중학[京都府立中學]을 졸업, 게이오[慶應]대학 사학과에 입학했으나 3 ·1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투옥되었다가 귀국, 동아일보 기자가 되었다. 1920년 《폐허(廢墟)》지 동인에 가담하여 문학의 길에 투신했다. 1921년 《개벽(開闢)》지에 단편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발표하여 문단적인 위치를 굳히고 1922년에는 최남선(崔南善)이 주재하던 주간종합지 《동명(東明)》에서 기자로 활약했으며, 현진건(玄鎭健)과 함께 시대일보 ·매일신보 등에서 일하기도 했다. 1946년 경향신문 창간과 동시에 편집국장, 6 ·25전쟁 때는 해군 정훈국에 근무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만세전(萬歲前)》 《잊을 수 없는 사람들》 《금반지》 《고독》과 장편 《삼대(三代)》 등이 있고, 8 ·15광복 후에도 《두 파산(破産)》 《일대의 유업(遺業)》 《짖지 않는 개》 등의 단편과 장편 《취우(驟雨)》 등이 있다.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 문학을 이 땅에 건설한 최초의 작가로서 김동인(金東仁) ·현진건과 함께 뚜렷한 공적을 남겼다.
특히 그의 처녀작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적인 소설로 평가되며, 그 후의 대부분의 소설은 전형적인 사실주의 계열의 작품으로 일관되었다. 1953년 서울시 문화상을 받았고 예술원 종신회원에 추대되었으며, 1955년 서라벌 예술대학장에 취임하고 아시아 자유문학상, 1956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1962년에 삼일문화상(三一文化賞), 1971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은관 등을 받았다.
요점정리
배경 : 시간 - 3·1운동 전인 1918년 겨울
공간 - 동경과 서울
경향 : 사실주의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문체 : 사실적이고 호흡이 긴 문체
어조 : 자조(自嘲), 혐오적 어조
의의 : 일제 식민지 하의 민족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제시
주제 : 식민지적 상황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조선의 현실에 대한 인식.
(식민지 현실에 대한 고발과 비판)
인물 : 나(이인화) - 동경 W 대학 문과 재학생. 자조적(自嘲的) 자기
분석에 철저한 인물. 죽어가는 아내 때문 에 귀국하지만
그 죽음 앞에 눈물조차 흘리지 않으며, 다시 도일(渡日)
하는 것을 '겨우 무덤 속을 빠져 나간다'고 토로하는
식의 깊은 허무주의도 지니고 있다.
김천 형님 - 소학교 훈도. 보수적인 성격
아버지 - 고루한 사고 방식을 가짐.
아내 - 유종(乳腫)으로 죽음.
정자 - 여급. '나'의 애인.
김의관 - 사기꾼.
구성 : 발단 -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 준비를 함.
전개 - 신호(神戶), 하관(下關) 등지의 술집을 전전하면서 답답한
심회를 드러냄.
위기 - 연락선 안에서 조선인을 멸시하는 일본인에게 분개함.
절정 - 부산→김천→서울→집안. 모두 답답한 분위기로 가득함.
결말 - 아내의 죽음. 다시 일본으로 건너감.
이해와 감상
1922년 <신생활>에 발표된 장편 소설. 주인공 '나'(이인화)가 아내의 병으로 귀국했다가 아내가 죽은 뒤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여로(旅路) 형식의 작품이다.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다양한 현실을 포착하는 데 주력하면서 특히 한국인을 대하는 일본인의 자세와 당시의 조선 현실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신생활(新生活)> 잡지에 1922년 7월부터 <묘지(墓地)>라는 제목으로 2회까지 연재되다가 3회분은 삭제당한 채 이로 인해 잡지가 폐간되자, 1924년 <시대일보(時代日報)>로 옮겨져 <만세 전>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완결되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3·1운동이 일어나기 전의 서울과 동경을 배경으로, 한 지식 청년의 눈에 비친 사회상의 기록이라 하겠다. 즉, 만세 운동 직전 무단(武斷) 정치라는 식민지 정책 아래 신음하는 조선 사람들의 모습과 자아 비판적 각성을 냉철하게 묘파한 작품이다.
작품의 전체적 구조는 동경 유학생 '나'(이인화)가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하여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다시 동경으로 떠나기까지의 여정에서 보고 느낀 체험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소설의 진행은 여로의 순서(순차적 시간 진행)로 되어 있다. '동경→부산→김천→영동→대전→서울'의 여로상에서 점경적(點景的)으로 식민지 치하의 현실을 리얼리즘 수법으로 묘사하는데, 이때 주인공이 인식한 현실은 포악한 무단 정치, 가혹한 수탈, 무자각 상태의 조선 민중, 구태 의연한 가족 제도, 겉멋이 든 신여성, 의리 없는 친일 군상(群像) 등이 뒤섞여 우글대는 이른바 '구더기가 끓는 묘지'였다.
염상섭은 이 작품에서 비정상적 인간의 생경한 이념 토로로 일관되었던 초기의 작품들(<표본실의 청개구리>, <제야> 등)의 세계로부터 진일보하여 현실을 실감 있게 묘파하기에 이른다. 그러므로 <만세 전>은 염상섭의 20년대 중반 이후의 작품 경향인 리얼리즘 소설의 구축에 교량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주인공이 암울한 현실을 '묘지'와 같이 인식한 것은 좋으나, 이의 개선을 위한 어떠한 정신적 고뇌도 보이지 않고 동경으로 떠남으로써 현실 도피적 결말을 가져온 것은 이 작품의 한계성으로 지적될 수 있다.
줄거리
일본에 유학 중인 '나'(이인화, 李寅華)는 서울에 있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연말 시험도 포기한 채 귀국한다. 사회의 여러 가지 모순을 고쳐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불만과 원만하지 못했던 부부 관계 들으로 '나'의 마음은 음울하다. 뚜렷한 목적도 없이 '정자(靜子)'가 있는 술집에 들러 술도 마시고, 카페에도 가 보고, 음악학교 학생인 '을라(乙羅)'도 만나 본다.
귀국하는 배에 올라서도 짖궂게 미행하는 일본 형사에게 계속 시달리면서 울분을 삭인다. 배 안의 욕실(浴室)에서 우리 나라 노무자들을 경멸하는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라 없는 설움과 압박과 곤궁 속에서 허덕이는 우리 나라 노무자에 대한 연민과 동정에 휩싸인다. 그런 상황은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상경하는 동안에도 계속된다.
서울의 집에 와 보니, 현대 의학으로 넉넉히 고칠 수 있는 유종(乳腫)을 앓고 있는 아내를 방치한 채, 아버지는 술타령이나 하면서 재래식 의술에 맡겨 결국 아내를 죽게 만든다.
집안에는 출가했다가 과부가 되어 돌아온 누이, 종손(宗孫)인 종형, 그밖의 과객들이 득실거려 도무지 안정을 얻을 수가 없다. 다시 유학길에 오르려 하나, 집안 식구들의 만류로 발이 묶였고, 재혼을 하라는 형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상중(喪中)에, 일본에 있는 '정자'의 간절한 편지를 받는다. 새 길을 찾아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녀에게 새 출발을 축하한다는 편지와 함께 돈 백 원을 보내 주었다.
사회고 집안이고 간에, 구더기가 들끓는 공동 묘지 같은 답답한 환경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나'는 불쌍한 아내, 사랑보다 연민이 앞섰던 가련한 아내를 생각하면서 탈출하듯 다시 동경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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