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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의 풍자적 특성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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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생전의 풍자적 특성

 

이 작품의 풍자는 몇 단계를 달리하는 특성들을 갖고 있다. 무능한 사인(士人)으로부터 경제, 정치 현실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을 확대, 망라하면서 조소와 냉소와 질타가 교묘히 혼합되어 있는 점을 그 특성으로 지적할 수 있다. 허생은 처음 아내에게 양반 지체가 도적의 수준으로 격하될 만큼 무능을 비판 당한다. 그러나 풍자의 대상이었던 허생이 결연히 일어나 실천적 상행위를 통해 경제적 빈곤과 교통의 후진성, 유통 질서의 맹점을 폭로, 비판함으로써 풍자의 주체로 변신하게 된다. 무인공도의 설정은 냉소적 현실과의 대비를 위한 것이다. 사회 제도의 불합리점을 그의 실증적 경험을 통해서 지적하고 모순이 없는 생산적 이상 국가 실현을 주장하는 단계로 발전한다.

 

허생은 작자의 풍자적 의도를 실천하기 위해 창안된 대변자이다. 그는 전설 속에서 찾아진 인물이고 소외된 지성인인 점에서, 정치 비판자로서의 적성을 갖고 있다. 대상을 공격하고 경멸함으로써 분노를 완화하고 있는 이 작품의 풍자는 작자가 속한 조선 말의 아웃사이더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다. 효종의 신신(信臣) 이완이 풍자의 조상(俎上)에 놓여졌다 해서 허생의 통렬한 꾸짖음이 특정인에 대한 악의 있는 인신 공격이라 볼 수도 없고, 개인 이완이 개인적 분노의 대상일 수도 없다. 다만 그로 대표되는 위정자들의 북벌미몽과 사회 부조리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완은 자신의 방자한 성격에다 북벌책과의 관련하에 조야(朝野)의 원망을 산 인물이다. 이를 내세워 격렬하게 공격한 허생의 언동은 사회의 결함과 지배층의 우열(愚劣)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에서 사원(私怨)을 넘어선 공분(公憤)의 대변으로 보는 것이다. 이 작품은 조소에서 통렬한 꾸짖음에 이르기까지 작자의 풍자적 목적이 단계적으로 심화되어 간 특이한 구성을 갖고 있다.

 

http://imkorea.com.ne.kr/hhso0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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