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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 해설 및 핵심정리 / 이육사의 역사의식과 예술의식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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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曠野)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여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작품 해설

이 시는 일제 강점기라는 가혹한 시련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의 화자는 투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역사는 유구하게 이어져 가리라는 신념을 보이고 있다. 이 시는 현실 극복 의지를 갖고 독립 투사로서 살다간 이육사의 현실 대응 자세를 고찰할 수 있는 적절한 작품이다.

 

. 시의 특성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비유법을 활용하여 심상을 역동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속죄양 모티브를 통해 선구자적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 핵심정리

종 류 :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저항시

운 율 : 내재율, 시행 길이의 규칙적 배열

성 격 : 상징적, 의지적, 지사적, 미래지향적

어 조 : 웅장하고 강인한 남성적 어조

주 제 : 조국광복 실현에의 강인한 의지와 신념

 

. 전문의 짜임

구 분 시상의 전개 과정
12 광야의 시간성과 공간성
3 광야의 역사성
4 광야의 현재성과 현실 극복 의지
5 미래 지향의 확고한 역사 의식

. 미적 가치의 실현 요소

음악성이 잘 드러난 표현 :-, -라로 각 연을 끝낸 것, 각 연을 균등하게 3행씩 표현한 것과 각 연이 1행에서 3행으로 가면서 길이가 길어진 점 등
형상성이 잘 드러난 표현 : 광야의 탄생 장면을 하늘이 처음 열린다라고 표현한 것 / 광야의 형성을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린다고 표현한 것 / 시간의 흐름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라고 표현한 것 / 어두운 시대 상황을 눈 내리고라고 표현한 것 등
함축성이 잘 드러난 표현: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 지금 내리고 /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 백마 타고 오는 초인 /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등

 

이육사 연구

 

(1) 이육사(19041944)

 

호 육사(陸史). 본명 원록(源祿), (). 경북 안동 출생. 조부에게서 한학을 배우고 대구 교남학교에서 수학. 1925년 독립 운동 단체인 의열단(義烈團)에 가입, 1926년 베이징[北京]으로 가서 베이징 사관학교에 입학, 1927년 귀국했으나 장진홍(張鎭弘)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에 연루되어 대구 형무소에서 3년간 옥고를 치렀다. 중국 북경대학 사회학과에서 수학했다. 육사는 아호(兒號)이자 형무소 복역시 수인 번호인 64호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제에 저항하다가 10여 차례의 구금 투옥을 겪기도 했다. 윤동주와 더불어 일제말 저항시인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시인이다.

 

1933년 귀국, 육사란 이름으로 시 황혼(黃昏)󰡔신조선(新朝鮮)󰡕에 발표하여 시단에 데뷔, 신문사잡지사를 전전하면서 시작 외에 논문시나리오까지 손을 댔고, 루쉰의 소설 고향(故鄕)을 번역하였다. 1937년 윤곤강(尹崑崗)김광균(金光均) 등과 함께 동인지 󰡔자오선(子午線)󰡕을 발간, 그 무렵 유명한 청포도(靑葡萄)를 비롯하여 교목(喬木), 절정(絶頂), 광야(曠野)등을 발표했다. 1943년 중국으로 갔다가 귀국, 이 해 6월에 동대문경찰서 형사에게 체포되어 베이징으로 압송, 이듬해 베이징 감옥에서 옥사하였다. 일제강점기에 끝까지 민족의 양심을 지키며 죽음으로써 일제에 항거한 시인으로 목가적이면서도 웅혼한 필치로 민족의 의지를 노래했다. 안동시에 육사 시비(陸史詩碑)가 세워졌고, 1946년 유고 시집 󰡔육사 시집(陸史詩集)󰡕이 간행되었다.

 

(2) <광야>를 통해 본 육사의 역사 의식과 예술 의식

육사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시는 육사 시의 면모를 종합적으로 제시해 준다. 먼저 그것은 구성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형식적인 구성은 다섯 연으로 짜여져 있는데 내용상으로는 기결이라는 육사시의 기본 구성법을 취하고 있다. 1, 2연이 기, 3연이 승, 4연이 전, 그리고 5연이 결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결 구성법은 다시 선경후정법, 즉 앞의 두 부분에서는 정경을 묘사하고 뒷부분에서는 심정을 표출하는 전통적인 한시 작법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육사의 작시법 또는 시의식이 전통적인 것에 뿌리 내리고 있다는 증좌가 된다.

 

먼저 첫 기 단락에서는 광야의 모습이 묘사된다. 그리고 첫 연에서는 시간성이, 둘째 연에서는 공간성이 각각 제시된다. 다시 말해서 1연은 까마득한 날 / 하늘이 처음 열리고와 같이 천지가 개벽하는 태초의 상황이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라는 부정적인 설의법을 수반함으로써 광야의 원시성, 신비성, 적막성을 심화한다. 또한 2연은 모든 산맥들이 /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라는 구절처럼 활유법을 사용하여 광야의 광활성과 함께 그러한 광대무변한 광야의 모습이 불러일으키는 장엄함을 제시한다. 특히 여기에서는 모든이라는 전체 관형사, ‘달린다라는 강세 접두사, ‘차마라는 절대부사가 범하던 못하다라는 단정적 서술과 결합함으로써 웅장한 남성주의 또는 대륙성 기상을 일깨워 준다. 따라서 이 기 단락은 태초에 광야의 생성이 이루어지는 순간과 그 광대무변한 모습을 통해서 광야의 엄숙하면서도 웅장한 정경을 묘사한 것이다. 승 단락에서는 흐름과 순환의 상상력, 광음’, ‘계절’, ‘강물등의 이미지들을 통해서 광야의 역사성을 제시한다. 끊임없는 광음을 /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라는 구절 속에는 소멸과 생성이 되풀이되는 역사의 지속과 순환의 원리가 담겨져 있다. 또한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라는 구절은 강물의 대응을 통해서 인류의 역사 또는 문명과 문화의 태동 및 그 전개를 시사해 준다. 특히 큰 강물비로소 길을 열었다의 결합 속에는 마치 큰 강물의 굽이침과 대응되는 인류사의 힘찬 생성력이 담겨져 있으며, 아울러 자연사와 인간사의 마주침이 불러일으키는 장엄미 또는 숭고미가 드러난다.

 

이러한 광야의 정경 묘사에 이어 전 단락에는 신념과 의지의 표출이 드러난다. 앞의 부분들이 광야의 현재성, 즉 현지의 상황과 그에 대한 시적 화자인 의 대응 자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라는 현재 상황의 제시와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라는 사건의 대응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매화 향기의 대조는 현재 상황이 겨울이고, 거기에 매화 한 송이가 고고하게 피어 향기를 발함으로 해서 시의 화자가 처한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혹심한 추위와 어둠에 휩싸여 있으며, 그 속에서 매화가 상징하듯 굳센 지절을 지키기가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상징적으로 제시해 준다. 아울러 그것은 그러한 추위와 어둠 속에서도 언젠가는 도래할 봄에 대한 소망과 확심을 잃지 않고 있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 된다. 따라서 씨를 뿌려라라는 구절은 뿌려라라는 서술형 어미 속에 뿌리겠다라는 단호한 의지와 뿌려야만 한다라는 당위적 신념을 함께 포괄하고 있다. 그것은 현실이 어떠한 가혹한 질곡과 억압 또는 희망을 간직하기 어려운 절망으로 가득 찬 시대라 하더라도 그것을 이겨 나아가고자 하는 극복 의지가 이 시의 핵심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러한 확고한 신념의 확보와 극복 의지만이 현실이 처한 엄청난 비극성을 파괴하고 차단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능동적인 꿈과 소망을 획득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 된다. 특히 이 연은 / 매화 / 가 투철한 현실 인식과 그에 대한 강인한 극복 의지, 그리고 서정적 심미 의식을 함께 상징적으로 포괄함으로써 이 시가 실천성과 예술성 사이의 탄력 있는 긴장과 조화를 성취하는 데 결정적 기틀을 마련하게 해 준다는 데서 의미가 놓여진다. 따라서 결 단락에서는 미래 지향의 확고한 역사 의식이 드러나게 된다. 다시 천고의 뒤에 /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라는 구절은 현실에 대한 극복 의지가 마침내 미래 의식으로 연결됨을 말해 준다. 암담한 현실에 맞서서 그 고통과 절망을 극복하려는 정신적 암투의 절정에 처하여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획득함으로써 정신의 초극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다. (중략) 결국 광야는 육사의 투철한 현실 인식과 치열한 극복 정신이 역사 의식으로 통합되면서 예술 의식과 탁월하게 조화를 이룩한 육사시의 대표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출처 : 김재홍, ‘투사의 길 시인의 길’(한국문학의 현대적 해석4)


이육사의 대표 작품 소개

 

절 정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http://264.pe.kr/newmain/poem18.html

 

 

:견디기 어려운 극한 상황에서 오히려 그것을 넉넉한 관조(觀照)의정신으로 받아들이는 강인함이 엿보이는 작으로 이육사 시 세계를 대표한다.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모순 형용 : 무지개는 짧은 시간에 없어지는 것처럼 일제의 암흑기와 같은 겨울이 빨리 없어져야 하겠건만, 강철로 되어 사라지지 아니한다는 역설적 표현이다. 그러나 강철로 된 겨울은 언젠가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 의지적

: 절박한 상황 극복의 의지 이 시는 일제 강점기라는 가혹한 시련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의 화자는 투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역사는 유구하게 이어져 가리라는 신념을 보이고 있다. 이 시는 현실 극복 의지를 갖고 독립 투사로서 살다간 이육사의 현실 대응 자세를 고찰할 수 있는 적절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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