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광야 / 이육사의 역사 의식과 예술 의식

by 송화은율
반응형

 참고자료  - 광야를 통해 본 육사의 역사 의식과 예술 의식

 

육사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시는 육사 시의 면모를 종합적으로 제시해 준다. 먼저 그것은 구성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형식적인 구성은 다섯 연으로 짜여져 있는데 내용상으로는 기결이라는 육사시의 기본 구성법을 취하고 있다.  1,2연이 기, 3연이 승, 4연이 전, 그리고 5연이 결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결 구성법은 다시 선경후정법, 즉 앞의 두 부분에서는 정경을 묘사하고 뒷 부분에서는 심정을 표출하는 전통적인 한시 작법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육사의 작시법 또는 시의식이 전통적인 것에 뿌리 내리고 있다는 증좌가 된다.

 

먼저 첫 기단락에서는 광야의 모습이 묘사된다. 그리고 첫 연에서는 시간성이, 둘째 연에서는 공간성이 각각 제시된다. 다시 말해서 1연은 까마득한 날 / 하늘이 처음 열리고와 같이 천지가 개벽하는 태초의 상황이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라는 부정적인 설의법을 수반함으로써 광야의 원시성, 신비성, 적막성을 심화한다. 또한 2연은 모든 산맥들이 /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라는 구절처럼 활유법을 사용하여 광야의 광활성과 함께 그러한 광대무변한 광야의 모습이 불러일으키는 장엄함을 제시한다. 특히 여기에서는 모든이라는 전체 관형사, ‘달린다라는 강세 접두사, ‘차마라는 절대부사가 범하던 못하다라는 단정적 서술과 결합함으로써 웅장한 남성주의 또는 대륙성 기상을 일깨워 준다. 따라서 이 기단락은 태초에 광야의 생성이 이루어지는 순간과 그 광대무변한 모습을 통해서 광야의 엄숙하면서도 웅장한 정경을 묘사한 것이다. 승단락에서는 흐름과 순환의 상상력,  광음’, ‘계절’, ‘강물 등의 이미지들을 통해서 광야의 역사성을 제시한다. ‘끊임없는 광음을 /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라는 구절 속에는 소멸과 생성이 되풀이 되는 역사의 지속과 순환의 원리가 담겨져 있다. 또한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라는 구절은 강물 의 대응을 통해서 인류의 역사 또는 문명과 문화의 태동 및 그 전개를 시사해 준다. 특히 큰 강물 비로소 길을 열었다의 결합 속에는 마치 큰 강물의 굽이침과 대응되는 인류사의 힘찬 생성력이 담겨져 있으며, 아울러 자연사와 인간사의 마주침이 불러 일으키는 장엄미 또는 숭고미가 드러난다.

 

이러한 광야의 정경 묘사에 이어 전단락에는 신념과 의지의 표출이 드러난다. 앞의 부분들이 광야의 현재성, 즉 현지의 상황과 그에 대한 시적 퍼스나 의 대응 자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디라는 현재 상황의 제시와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라는 사건의 대응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매화 향기의 대조는 현재 상황이 겨울이고, 거기에 매화 한 송이가 고고하게 피어 향기를 발함으로 해서 시의 퍼스나가 처한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혹심한 추위와 어둠에 휩싸여 있으며, 그 속에서 매화가 상징하듯 굳센 지절을 지키기가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상징적으로 제시해 준다. 아울러 그것은 그러한 추위와 어둠 속에서도 언젠가는 도래할 봄에 대한 소망과 확심을 잃지 않고 있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 된다. 따라서 씨를 뿌려라라는 구절은 뿌려라라는 서술형 어미 속에 뿌리겠다라는 단호한 의지와 뿌려야만 한다라는 당위적 신념을 함께 포괄하고 있다. 그것은 현실이 어떠한 가혹한 질곡과 억압 또는 희망을 간직하기 어려운 절망으로 가득 찬 시대라 하더라도 그것을 이겨 나아가고자 하는 극복 의지가 이 시의 핵심에 놓여 있음을 의히한다. 아울어 이러한 확고한 신념의 확보와 극복 의지만이 현실이 처한 엄청난 비극성을 파괴하고 차단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능동적인 꿈과 소망을 획득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 된다. 

 

특히 이 연은  / 매화 / 가 투철한 현실 인식과 그에 대한 강인한 극복 의지, 그리고 서정적 심미 의식을 함께 상징적으로 포괄함으로써 이 시가 실천성과 예술성 사이의 탄력 있는 긴장과 조화를 성취하는 데 결정적 기틀을 마련하게 해 준다는 데서 의미가 놓여진다. 따라서 결단락에서는 미래 지향의 확고한 역사 의식이 드러나게 된다. ‘다시 천고의 뒤에 /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라는 구절은 현실에 대한 극복 의지가 마침내 미래 의식으로 연결됨을 말해 준다. 암담한 현실에 맞서서 그 고통과 절망을 극복하려는 정신적 암투의 절정에 처하여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획득함으로. 써 정신의 초극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다. (중략)결국 광야는 육사의 투철한 현실 인식과 치열한 극복 정신이 역사 의식으로 통합되면서 예술 의식과 탁월하게 조화를 이룩한 육사시의 대표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

- 김재홍, ‘투사의 길 시인의 길’ (한국문학의 현대적 해석4)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