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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濁流) / 줄거리 및 해설 / 채만식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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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濁流, 1937- 1938, <조선일보>)

 

작가:채만식

 

등장인물

초봉이 : 여자 주인공. 어지러운 세파에 시달리는 고달픈 여인.

박제호 : 정서꾼. 매우 탐학한 인간.

고태수 : 은행 행원. 초봉이를 유혹하려고 시도한다.

장형보 : 꼽추. 간특하기 그지없는 인간.

 

 

줄거리

 

금강... ...

이 강은 지도를 펴놓고 가만히 들여다 보느라면, 물줄기가 중등께서 남북으로 납작하니 깨져 가지고는 (한강이나 영산강도 그렇기는 하지마는) 그것이, 아주 재미있게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번 비행기라도 타고 가울기를 따라가면서 내려다보면 또한 그럼직할 것이다.

물은 탁하다.

 

이 작품은 금강의 모습을 지도에서 거시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곳에 明日이 없는 무리가 살고 있고 그 중에 정주사네 일가도 살고 있다.

 

이 소설의 무대 배경이 되고 있는 곳은 금강 유역이며 그 가운데서도 군산이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흐름이란 금강을 가리킨다. 그러나 금강은 자연물로서의 강을 가리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여기서 흐름이란 금강이 마지막 바다로 흘러드는 자리에 형성된 군산을 무대로 펼쳐지는 인간 생활의 단면을 가리킨다. 채만식은 그 인간 생활이 마치 혼잡스럽고 흐린 강물과 같다고 본것이다. 그리하여 이 소설에서는 흐린 강물처럼 어지러우면서도 도도한 흐름을 이루고 바다로 흘러드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에는 중요 등장인물로 초봉이와 박제호, 고태수, 남송재, 장형보 등이 나온다. 먼저 초봉이는 이 소설의 여자 주인공이면서 어지러운 세파를 헤치며 살다가 끝내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인간이다. 그녀는 군고원을 지냈고 다소간 가문을 내세울 수 있는 정주사의 딸이다. 본래 정주사는 서천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 출신이다.

 

그는 고향 집과 농토를 정리해서 군산으로 나온다. 그러나 몇가지 직업을 전전하는 가운데 생계는 더욱더 막힌다. 그는 맏딸 초봉이를 친구인 박제호의 상점에 취직시켜서 그것으로 간신히 끼니를 이어 간다. 조봉이는 고등여학교 3학년을 바친 터였지만 얼굴이 곱고 매우 상냥한 아가씨다.

 

그녀의 집 문간채에 세를 들어 사는 것이 금호병원의 조수 남승재다. 남승재는 본래 일찍 부모를 여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다. 그러나 그 인품이 아주 착한 사람이며 초봉이에게 호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하지 못한다.

 

한편, 고태수는 --은행 군산지점의 행원이다. 그는 비뚜러진 성격의 소유자로 갖가지 방법을 써서 초봉이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틈이 나는 대로 그녀가 근무하는 상점에 들러서 물건을 사는 핑계로 수작을 붙인다. 장형보는 그의 친구다. 그는 꼽추이며 아주 외양이 추하게 생겼다. 뿐만 아니라 마음도 아주 간약해서 고태수를 유혹하여 은행의 고객 돈을 몰래 유용하도록 만든다. 여기에 동조해서 고태수는 은행거래자의 구좌를 이용해 부정을 저지른다. 그는 본래 서울은행 본점의 급사 출신이다. 그러면서 윗사람에게 잘 보여 군산지점의 행원으로 발령이 된 것이다.

 

그는 장형보의 충동질과 태어난 체질도 있고 해서 방탕한 생활을 한다. 기생과 놀아나는가 하면 도박에도 손을 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참봉의 집에 기숙하면서 그의 아내 김씨와 불의의 관계를 맺는다. 그리하여 성병까지 얻었다. 그럼에도 그는 초봉이 집에 청온을 하여 정주사의 사위가 된다. 이것을 본 꼽추 장형보는 심사가 뒤틀려서 고태수를 파국으로 몰아넣고자 간계를 꾸민다. 그는 김씨의 남편 한참봉에게 밀고 전화를 건다. 그리고는 고태수와 김씨가 불의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린다. 장형보의 제보에 의해서 한참봉은 자기 집 안방에서 두 남녀가 정사를 벌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흥분한 그는 고태수와 아내를 방망이로 두들겨 치사케 하는 것이다.

 

장형보는 이런 일을 벌려 놓고 그날 밤에 초봉이를 범한다. 아무도 없는 빈집 캄캄 밤중에 초봉이는 꼼짝없이 그에게 당하는 것이다. 너무나 큰 충격에 한동안 초봉이는 죽을 것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자 부모 몰래 집을 빠져나와서 이리역에 이른다. 거기서 그녀는 뜻밖에도 박제호를 만난다. 그런데 그는 이미 초봉이에게 일어난 불상사를 모두 알고 있었다. 박제호 역시 불순한 생각으로 초봉이를 유인하여 도중 유성온천에 들른다. 그리고 거기서 관계를 맺은 다음 서울로 초봉이를 데려가서 살림을 차리는 것이다.

 

초봉이는 박제호와 살림을 차리고 나서 얼마 뒤 아이를 배었음을 안다. 그러면서 그녀는 여러 가지 근심에 싸인다. 뱃속의 아이가 제호의 아인지 태수의 것인지 꼽추 형보의 씨인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초봉이는 걱정을 하다못해 제호가 출근한 틈을 타서 약을 먹는다. 그러나 그걸 식모가 알고 재빨리 제호에게 연락했기 때문에 유산은 면한다. 달이 차서 그녀는 귀여운 딸을 낳아 송희라고 이름을 붙인다. 어린것의 어머니가 되자 초봉이는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귀여운 딸을 기르기 위해 다른 감정은 모두 접어두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간특하기 그지없는 곱추 장형보는 이 초봉의 간절한 소망마저 짓뭉개어 버린다. 어느 날 박제호가 제약회사로 나간 동안 그는 초봉이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는 무지막지하게 초봉이에게 송희가 제 딸이라고 주장한다.

 

그 실랑이 속에 박제호가 귀가한다. 그러자 장형보는 천연덕스럽게 그를 만난다. 그리고는 그에게 초봉이와 송희를 양보하라고 나서는 것이다. 그런 사태를 맞자 박제호는 별 저항도 없이 물러서 버린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초봉이는 치를 떨고 외친다.

 

오냐 이놈! 계집의 원한이 오뉴월에 서리 친다더라! 두고 보자. 네가 이놈, 내 신세를 갖다가 요렇게 망쳐 주구! 오냐! 이놈!”

 

그러나 죄없는 송희가 우는 꼴을 보자 그녀는 모성본능이 발동한다. 그리하여 형보에게 몇 가지 조건을 내세운다. 우선 그녀는 당시 돈으로는 거금에 속하는 천원짜리 생명보험을 자기 앞으로 넣어 줄 것을 요구한다. 그와 함께 못사는 본집의 식구를 위해서도 천원을 내어 놓을 것. 그리고 매달 양식 . 땔감 외에 오십원을 꼬박꼬박 쥐어 주어야 한다고 내세운다.

 

그리고 마지막 시골의 동생들을 서울에 불러 올려서 공부를 시켜야 할 것이라는 조건이 제시된다. 이런 요구가 형보에 의해 수락되면서 초봉이는 또 다른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남승재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단 하나의 완벽한 선인형 인간이다. 그는 배운 의술을 가지고 가난한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 준다. 또한 가난이 죄로 유곽에 팔려 간 소녀 명님이를 돈을 들여서 빼내고자 한다. 그러나 돈 마련이 잘 되지 않아서 유곽주인에게 잘 부탁하고 군산을 떠난다. 그는 서울에 상경하여 거기서 다시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인술을 펴고자 하는 것이다. 서울에 올라오자 그는 곧 먼저 상경하여 초봉이 집에 기숙하면서 백화점에 다니는 계봉이를 부른다. 그의 부름에 계봉이는 선뜻 응하고 그를 찾아간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장래를 같이할 약속과 함께 형보의 손아귀에서 초봉이를 빼낼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계봉이에게서 사정 이야기를 듣자 남승재는 곧 그녀와 함께 초봉이 집으로 달려간다. 당장 그 짐승 같은 형보 곁을 초봉이가 떠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초봉이 집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뜻밖의 사태가 기다리고 있다. 형보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초봉이가 그의 급소를 찬 것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악의 덩어리 같은 꼽추는 죽어 있었다. 이 작품 마지막은 사람을 죽인 초봉이 경찰에 자수를 결심하는 것으로 끝난다.

 

해설

193710 13 일부터 1938 5 17 일까지 <조선 일보>에 연재된 장편 소설로 고향과 농토를 잃고 식민지 시대의 혼탁한 물결에 휩쓸려 무너지는 한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 사회의 어두운 세태를 그렸다. 이 소설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금강의 흐름이 주인공 초봉이의 기구한 일생을 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금강의 의미는 초봉이의 일생을 암시하면서, 한편 우리 민족의 기구한 처지를 나타낸다. 중간에 백제의 흥망을 더듬는다고 한 것은 나라가 망한 사정을 되새기게 한다. 긍정적 인물들의 수난을 그리는 이 소설에서 우리는 당대의 어두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초봉이의 일생, 정주사의 딱한 처지와 같은 개인적인 문제를 민족의 수난이라는 전체적인 문제와 함께 그리려는 작자의 의도는 여유 있는 서술로 부분적인 묘사까지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상황을 파악하게 하는 의도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비교적 채만식의 다른 소설보다는 풍자성이 덜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소설에서 우리가 주의할 것은 정주사, 초봉이, 남승재 등으로 대표되는 긍정적 인간들의 수난상이다. 그 인간성으로 보면 이들은 마땅히 복받고 살아야 할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다같이 당시 우리 주변의 사악한 인간군들에 의해 핍박받고 한구석으로 내몰리며 희생당한다. 이것은(탁류)가 적어도 근대 사실주의 소설의 원리를 어느 정도 수용해 내었음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주목되어야 한다.

 

(주제) 일제 강점기의 혼탁한 사회에서 파멸해 가는 인간의 모습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

(갈래) 장편 소설, 풍자 소설

(시점) 작가 관찰자 시점

(문체) 풍자적, 냉소적, 간결체

(구성) 복합 구성, 입체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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