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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 기행(霧津紀行) 줄거리 / 김승옥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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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 기행(霧津紀行)

 

 

 

<무진 기행>1960년대의 허무 의식을 잘 보여 준다. 전후 문학으로서의 50년대 문학이 거의 시효 만료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학의 지평이 채 뚜렷하게 예견되지 않는 시점에서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롭고 발랄한 문학의 영토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서울, 1964, 겨울>과 더불어, 뛰어난 감각적 언어 구사, 기발한 환상적 공간의 구축 등 일련의 새로움은 구체적 형상을 이룩하게 된다. 60년대 문학은 실로 김승옥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를 ‘60년대 문학의 기수라고 하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 작품은 60년대 산업화가 급격히 진전되기 시작하면서 비롯된 여러 사회 병리적 현상들, 즉 배금주의, 출세주의, 도시지향성 등이 안개 자욱한 무진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허무주의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스스로도 이러한 여러 병리적 현상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나약하지만 이기적인 자세를 버리고 있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 줄거리를 살펴보자.

 

제약 회사 중역인 는 현실에서 좌절했을 때, 혹은 심하게 갈등을 겪을 때면 고향인 무진 을 찾는다. 아내와 장인의 권유로 다시 고향에 내려온 나는 중학 교사로 있는 후배 과 그 곳의 세무 서장으로 있는 중학 동창 를 만난다. 거기서 하인숙이라는 음악 선생을 소개받 는데, 그녀는 둘만이 남게 되었을 때 무진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을 에게 간청한다. ‘는 그녀에게서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다음 날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이튿날, ‘는 어머니 산소에 다녀오는 도중에 방죽 밑에서 자살한 술집 여자의 시체를 보 게 된다. 그리고 가 과거에 폐병으로 요양했던 집에서 하인숙과 육체적 관계를 갖고 그녀 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끝내는 말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아내에게서 날아온 급전(急電)은 과거의 의식 세계에 빠져 있던 를 일깨 우고, ‘하인숙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쓰지만, 곧 찢어버린다. ‘는 영원히 기억의 저 편으로 무진을 묻어 두기로 결심하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무진을 떠난다.

 

이 작품은 주인공 가 서울을 떠나 고향 무진으로 귀향했다가, 다시 무진을 떠나 서울로 돌아온다는 떠남추억의 공간현실 복귀의 여로(旅路)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인공의 시선이 무진 10로부터 시작하여 당신은 무진 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로 끝나고 있다. 전체는 무진으로 가는 버스’, ‘밤에 만난 사람들’, ‘바다로 뻗은 긴 방죽’,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의 네 토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자가 공간의 미학을 구축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시골 출신으로 서울 거리를 방황하던 주인공은 빽 좋고 돈이 많은 제약회사 사장의 과부 딸을 만나 결혼하고 급속히 출세하게 된다. 바야흐로 해방후 무진 중학 출신 중에선제일 출세한 인물이다. 무진을 찾아 내려오게 된 것도 장차 있을 이사회에서 전무로 승진할 것이니 잠시 고향에 다녀오라는 아내와 장인의 권유에 의해서다. 말하자면 <무진 기행>출세한 촌놈의 금의환향인데, 이것은 미묘한 사회사적 의미를 띈다. 그것은 우리 역사의 근대화 또는 공업화가 지니는 이중성에 기인한다. 이 이중성이란 한편으론 외관상의 고도성장을 의미하면서, 또 한편으론 농촌도시외국자본주의로의 부()의 이동을 뜻한다. ‘출세한 촌놈이 사회적 기반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공업화 정책과 더불어 친일지주세력이 재벌기업으로 자본의 성격을 변화시키면서 비로소 그 계기가 마련되는 만큼 그들의 존재기반 자체가 역설적인 것이다. 이전에는 자기 삶의 기반이었고 지금은 부모형제의 삶의 기반인 ()’의 경제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자리에 자신이 위치해 있는 것이다. 즉 주인공이 고향을 떠나 기존의 사회 속에서 성공하고, 뿌리를 튼튼히 내리게 된 것은 자기 자신의 삶의 터전을 상실한 보상으로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무진 기행>에선 이러한 죄의식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단지 관념 속에서 그리고 있는 어느 아늑한 장소일 뿐이며 어둡던 나의 청년이 있는 고향을 찾는 행위일 뿐이다. 이런 가 찾는 것은 급속한 공업화로 인한 무진의 황폐화나 를 바라보고 있는 지긋한 어머니의 눈길도 아니다. 다만 골방 안에서 공상과 불면을 쫓아 보려고 행하던 수음(手淫)’이며, 차라리 발광을 꿈꾸던 어둡던 나의 청춘뿐이다. 그러나 그 절망과 광기는 이미 실체가 없으며 그렇기에 더욱더 치열하다. ‘는 이런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하선생바다로 뻗은 긴 방죽을 걸으며, 마침내 자연스럽게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던 옛 하숙집에서 육체적 관계를 맺고 하나가 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여선생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 함께 지내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러한 주인공의 소망이 이루어지기에는 기존의 사회 체제의 벽이 너무나 두터웠다. 결국 여선생을 버려두고 미련 없이 서울로 돌아와서 기존 사회 질서에 뿌리를 튼튼히 내리게 된다는 내용이지만 결론 부분이 다음과 같이 마감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 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 여 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한 번이다. 꼭 한 번만, 그리고 나는 내게 주어진 한정된 책임 속에서만 살기로 약속한다.

 

이것은 과거의 치기 어린 삶을 부정하고 생활인으로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서 과거의 자신의 삶에 대한 단순한 극복이 아니라 그 삶 자체를 내던져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무진 기행>은 주인공이 고향에서 후배인 으로부터는 과거의 순수했던 자신의 모습을, 동창 로부터는 현실적인 가치를 좇고 있는 현재의 의 모습을 여선생 하인숙으로부터는 순수함과 속됨 사이를 넘나드는 내면의 의 모습을 발견함으로서, 제목 무진(霧津)’처럼 안개가 자욱하여 무엇 하나 뚜렷한 것이 없는 공간 속에서 현대인이 처한 위치를 암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자기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린 주인공이 그것을 고향에서 찾게 되지만 결국 뿌리 깊은 사회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안개 속을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의식과 안타까운 행동들은, 1906년대 우리들의 삶이 불확실하고 불투명하여 뚜렷한 전망이 없음을 형상화한 것이며, 참된 자아를 찾고자 몸부림치는 현대인의 전형적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작품의 요약과 확인

 

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2.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3. 배경 : 1960년대 무진

4. 주제 : 허무로부터 벗어나 일상적 삶을 되찾는 주인공의 귀향 체험

5. 출전 : 사상계(1964)

 

확인 문제

1. 주인공은 자기 아내가 고향인 무진행을 권유했을 때 별로 내키지 않게 생 각했다. 그 이유를 밝혀 봅시다.

무진은 과거 주인공의 도시 지향성과, 출세주의와 같은 병리 현상을 다 시 각인 시켜주는 피폐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2. 등장 인물 중 하선생이 성악 전공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싫어하는 유행가 를 술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불렀던 심리적 이유를 추리하여 쓰시오.

무진이라는 촌읍에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도시지향적 삶을 갈망하고 있지만, 벗어날 수 없는 처지에서 오는 허무감과 고뇌를 달래기 위해 청 승맞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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