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바비도 / 줄거리 / 김성한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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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도

 

 

 

<바비도>1956사상계에 발표되어 제1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교회의 횡포에 대항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재봉 직공 바비도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그리고 진정한 신앙의 문제 등을 밝히고 있다. 15세기 영국의 헨리 4세는 인간과 신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백성들을 탄압하고 교회의 모든 특권을 독점한다. 한편 사제와 사교들은 성경의 내용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이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타락한다. 이러한 억압된 상황에서 신도들은 좌절하지 않고 저항하지만, 대개는, 이단으로 지목되어 재판과 고문을 받고 형장에서 화형에 처해지는 것이 두려워, 재판정에서는 굴복하고야 만다.

 

성경만이 진리요, 그 밖의 모든 것은 성직자들의 허구(虛構)라고 열변을 토하던 경애하는 지도 자들도 대개 재판장에서는, 영역을 읽는 것이 잘못이요, 성찬의 빵과 포도주는 틀림없이 그리 스도의 살과 피라고 시인하고, 전비(前非)를 눈물로써 회개하였다.

 

따라서, 바비도의 의문은

어제까지 옳았고, 아무리 생각하여도, 아무리 보아도 틀림없이 옳던 것이, 하루 아침에 정 반대인 극악(極惡)으로 변하는 법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비위에 맞으면 옳고, 비위에 거슬 리면 그르단 말이냐?

는 것이다. 여기서는 단지 진리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것만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가난한 자, 괴로워하는 자를 구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본의일진대, 선천적으로 결정된 운명 의 밧줄에 묶여서, 라틴말을 배우지 못한 그들이 쉬운 자기 말로 복음의 혜택을 받는 것이 어째서 사형을 받아야만 하는 극악 무도한 짓이란 말이냐? (중략)절대적으로 보면, 같은 수평선상에 서 있는 사람들이 제 멋대로 꾸며 낸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근거가 어디에 있단 말이냐?

 

여기서 바비도는 정의와 양심 그리고 진리의 문제뿐만 아니라, 신분적 차별과 기회 불균등의 사회적인 문제까지 제기하는 것이다. 또한 왕권과 교회라는 어마어마한 권력과 조직에 대항하는 별 볼일 없는 한 인간의 나약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끝끝내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그런 강인한 인물의 역할을 담당하기엔 가난하고 재봉직공이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바비도는 현실 순응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정의와 양심의 수호를 위해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오히려 떳떳하다.

태자는 불티 묻은 옷을 털면서 연기에 거멓게 된 바비도를 달래기 시작하였다.

 

바비도, 누가 옳고 그른가는 논하지 말자, 하여간 네 목숨이 아깝구나. 마음을 돌렸느냐?”

그 뜻은 잘 알겠습니다마는 내 스스로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가는 심사로 떠나는 길이니 염 려할 건 없습니다. 이미 동정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가 합니다.”

 

땅에 주저앉은 바비도는 한 마디 한 마디 고요한 어조로 말하고 나서 맑게 개인 하늘을 쳐다 보았다.

도저히 안 되겠느냐?”

 

바비도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할 수 없구나, 잘 자거라. 나는 오늘날까지 양심이라는 것은 비겁한 놈들의 겉치장이요, 정 의는 권력의 버섯인 줄만 알았더니 그것들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 네 가 무섭구나 네가 ……

 

바비도는 영역복음서를 읽었다는 사실을 자신의 과오로 시인만 하면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구제될 수 있는 극한상황의 설정은 부조리한 권력에 대항하는 반항아로서 바비도를 형상화하는데 적합하다. 바비도는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스스로도 긍정하고 있지만, 현실에 대한 부정과 아울러, 보다 정의로운 세상을 갈망하게 된다. 자신의 죽음까지도 스스로 아이러니컬하게 표현한 것이나 자신을 향한 동정심 같은 것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반항적 인간형들이 가지는 개인적 고통을 사회 문제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이 작품의 공간의 이동과도 무관하지 않다. ‘바비도의 방 - 종교 재판정 - 스미드필드의 사형장이라는 공간적 확대 과정은 작품의 무대가 극적인 상황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 작품은 비록 영국의 역사에서 소재를 택했다 하더라도, 역사적 연관성 속에서의 인간의 삶이 아니라 역사를 벗어난 보편적인 인간의 신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작품의 내적 통일성과 구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인공의 성격과 운명을 긴박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긴장과 갈등이 심화되면 될수록 기존에 설정된 모든 역사적 배경은 한낱 겉치레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한다. 즉 특정 역사적 소재를 근거로 하고 있지만 역사를 빌려 쓴 현대인의 심리극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작가는 1950년대의 독재와 부정 부패한 현실 속에서 그런 상황에 비판적이며 저항적인 내용울 담은 작품들을 많이 창작한다. 김성한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에 유달리 저항적 인간형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바비도>의 역사적 배경을 우리 나라가 아닌 영국으로 한 점 자체가 이미 이 작품에서 역사적 진실성을 기대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작품의 요약과 확인

 

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역사 소설, 종교 소설, 사회 소설

2.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부분적으로 1인칭 주인공 시점)

3. 배경 : 15세기 초 영국

4. 주제 : 불의의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정의로운 삶

5. 출전 : 사상계(1956)

 

확인 문제

1. 주인공이 분노하는 원인을 밝혀 보시오.

성경을 임의로 해석하고 무지한 민중의 고혈을 착취하면서 부와 권력 을 독점하는 교회의 타락상과 목숨이 아까워 위협 앞에 금방 신념을 꺾 는 동지들의 비겁

 

2. 이 소설의 시간·공간적 배경이 우리와 상관 없음에도 우리에게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를 밝히시오.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의 갈등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갈등의 문제 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3. 바비도는 어떠한 인물 유형인지 생각나는 대로 설명해 보시오.

시종일관 신념의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평면적 인물이며, 신념과 양심을 가지고 불의에 대항하여 정의를 수호하려는 전형적 인물이다. 비극적 사 건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비극적 인물이며, 사건과 갈등의 중심인 주동 적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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