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어둠의 혼 / 줄거리 / 김원일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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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혼

 

 

 

<어둠의 혼>은 분단 문제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1970년대 이후 분단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 소위 분단 문학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소설들은 대개 한국 전쟁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의 대립 문제와 그로 인해 파생된 가족 구조의 파괴와 혈연 의식의 훼손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어둠의 혼> 이외에도 윤흥길의 <장마>,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 등은 분단 이데올로기의 해체와 아울러 훼손된 민족 동질성을 혈연 구조의 재구성을 통해 회복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 준다. 이런 유형의 문학은 회상적 진술, 시점의 이중성, 이데올로기의 영향밖에 존재했던 소년 시대의 관점을 동원하는 소설적 장치를 마련하는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이 같은 분단 문제에 대한 접근법은 혈연 의식이라는 것 자체가 갖는 심리주의적 속성으로 인하여,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명확한 재인식보다는 과거에 대한 응시와 화해를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을 띤다.

 

이 작품은 빨치산을 아버지로 둔 어린 소년을 화자로 설정하여, 광복 직후 이데올로기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상황을 치밀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념간의 갈등과 혼란의 와중에서 아버지의 삶과 행동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을 통해,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던 당대 지식인들의 행동에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물기 맑은 풀잎에서 폴짝 뛰어오르는 한 마리의 청개구리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중략)

 

아버지는 말했다.

그렇지 죽는 날까지 매일 뛰지.”

참 불쌍한 놈이네요?”

아냐 자기가 뛰고 싶어 뛰니깐.“

왜 뛸까요?”

그건 아버지도 몰라.”

 

이처럼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이념의 갈등을 서술한다는 것은, 곧 이념의 문제를 가족적인 상황 안에만 국한시켜 다룬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상황 묘사에 있어 사실성이 강조됨으로써 그 상황에 대한 심정적인 호소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소설적 장치는 이데올로기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를 작가가 직접 거론할 필요성을 없애주며, 이데올로기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가치 판단을 유보시킬 수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의 이야기를 저녁 한나절의 시간으로 압축하여 현재형의 문장으로 서술함으로써,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그 비극성의 핵심에 놓여 있는 아버지의 죽음과, 이를 지켜보는 소년의 내면의 추이를 더욱 생생하게 제시할 수 있었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소년 갑해의 아버지는 고학으로 일본 유학을 갔다 대학을 중퇴한 뒤, 사상을 전향하여, 광 복 후 좌익으로 경도된 인텔리이다. 그는 한때 야학당을 벌여 계몽 사업에 몸을 바치기도 했 던 민족주의자이다. 그러나 광복 이후 좌우익의 극심한 대립 속에서 1948년 남로당 폭동에 연루되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쫓기는 요주의(要注意) 인물이 된다. 그리하여 가족의 생활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되고, 도망 다니는 남편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이 호구에만 급급한 어머 니는 백치인 누이와 알찬 여동생 등 가족들을 거느리고 생계를 도맡지만 가족들은 늘 굶주림 에 허덕일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학자풍의 이모부와 식당을 경영하는 이모 덕택 에 굶어죽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다. 경찰의 추적은 더욱 집요해지면서, 아버지는 언제나 깊 은 밤중에만 잠시 왔다가 사라지곤 하며, 그때마다 어머니는 지서에 끌려갔다.

 

식량을 구하러 나갔던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갑해는 기다리다 못해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 가 아버지가 체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결국 아버지는 사형 당하고 이모부는 갑해에 게 아버지의 시신을 보여 준다.

 

평상시 자상하고 유식한 아버지가 가족을 돌보지 않고 바람처럼 쫓겨다니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통해, 그리고 그의 무참한 죽음을 통해 이 세계의 부조리를 발견하는 내면의 격동으로 몰아지고 있다. 이 소년의 내면 세계는 색채 감각적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이 보라색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작품 전개면에서 소년의 의식 세계를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추나무 뒤편 하늘은 벌써 짙은 보라색이다. 나는 보라색을 싫어한다. 손톱에 물들이는 봉숭 아물도, 닭벼슬 같은 맨드라미꽃도, 코스모스의 보라색 꽃도 다 싫다. 어머니의 젖꼭지 색깔까 지도 싫다. 보라색은 어쩐지 아버지의 하는 일을 떠올리게 해 주고 어머니의 피멍든 얼굴을 생 각나게 한다. 보라색은 또 말라붙은 피와 같고 깜깜해질 징조를 보이는 색깔이다. 옅은 보라에 서 짙은 보라로, 그래서 야금야금 어둠이 모든 것을 잡아먹다가 끝내 깜깜한 밤이 온다는 것은 참으로 무섭다. 이 세상에 밤이 없는 곳이 있다면 나는 늘 그곳에서 살고 싶다. 나는 빛 속에 함께 끼어 녹고 싶고, 또 빛 속에서 자고 싶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둠 속에서 총살당할 것이 다.

 

이 색깔이 주는 연상은 심리적인 동기의 순서로 보아 아버지의 하는 일어머니의 피멍든 얼굴에서 시작하여 보라색의 꽃을 싫어하는 것과 어둠 및 죽음에의 공포로 번져 간다. 이 보라색은 이후 어른이 된 주인공에게 과거의 사건과 그 상처를 회상·확인시켜 주는 근원이 된다.

 

<어둠의 혼>은 궁극적으로, 가족 관계의 단절과 가난을 초래한 것이 개인의 책임이냐 시대 상황의 책임이냐 하는 물음을 던진다. 작가는 이 물음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고, 소년으로 하여금 그것을 스스로 모색하게 한다. 결말부에 가서 이모부가 소년에게 아버지의 시신을 굳이 보여준 이유도, 전쟁이라는 역사적 혼란의 이유를 묻고 그것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소년에게 남겨진 과제임을 암시하는 것이며, 전쟁 전후의 상황에 대한 단정적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는 작가 의식의 소산인 것이다. 아버지의 과거를 회상하며 새삼 두려움에 떠는 소년의 모습은, 삶의 외경을 통하여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작품의 요약과 확인

 

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2.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3. 배경 : 해방 직후 어느 시골 마을

4. 주제 : 좌우 이념 대립이 낳은 민족적 비극

5. 출전 :월간문학(月刊文學)(1973)

 

확인 문제

1. 이념에 편향되어 가족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버지의 행동이 야기한 것 들은 무엇이었는가?

가족들의 생계 유지의 어려움 등을 포함한 모든 고통의 문제들

 

2. 이모부가 에게 아버지의 시신을 굳이 보여준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는 가?

전쟁의 고통을 겪으며 그에 따라 희생되어야만 하는 아버지의 세대를 확 인하고, 전쟁이라는 역사적 혼란의 이유를 묻고 그것으로 인한 고통과 상 처를 치유하는 스스로 타개해 나가야 하는 일이 소년에게 남겨진 과제라 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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