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만무방 줄거리 / 김유정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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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무방

 

 

김유정의 문학 세계는 어둡고 삭막한 농촌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생활 양식을 냉철하고 이지적인 현실이나 비극적인 진지성보다는 연민의 아픔을 수반한 웃음을 통해 희화적, 해학적으로 드러냄을 그 본질적 축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만무방>에서는 그 특유의 해학성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 착취 체제에 내재하는 모순을 겨냥하고 있다. 형인 응칠과 아우인 응오는 서로의 성격적 차이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적 취득·분배 양식에 내재하는 모순에 대립하고 있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계급 투쟁적 해결의 경직성을 드러내지 않고, 결말의 내 걸 훔쳐야 할 운명의 상황적 아이러니를 통해 현실의 피폐함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작가의 현실 인식은 식민지 농업 사회의 구조적 모순, 곧 지주를 제외한 다수 농민의 제도적 궁핍 현상을 묘사·비판한 것과 관련된다. 1930년대 일제의 농업 정책이 지주 제도를 보호·강화하는 대신 자작농과 자작겸 소작농을 순소작농으로 몰락시키고, 나아가서는 유랑 농민과 이농민을 만들어 나간 것을 생각할 때, 그와 같은 비판은 정직한 작가 의식의 소산이라 하겠다.

 

아무리 뼈가 휘게 일을 해도, 일 년 농사를 지어 가을걷이를 하여 타작 마당에서 갚을 것 갚고 제할 것 제하고 나면 툴툴 털어 빈 지게만 덜렁 지고 일어날 수밖에 없던 당대 농민의 설움을 이 작품은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유정은 이 작품에서 농촌 사회의 제도적 모순에 기인한 농민 생활의 비참한 모습을 주인공 응칠의 시각을 빌려서 표현하고 있다. ‘농사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남는 건 겨우 남의 빛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독이 세 개, 호미가 둘, 낫이 하나로부터 밥사발, 젓가락, 짚이 석 단까지 낱낱이 벽 위에 적고 빚쟁이들 이름을 적은 후 싸우지 말고 잘들 나누어 가지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다음 야밤에 가솔을 이끌고 개구멍으로 빠져 도망쳐 나온 이 응칠이는 당대의 떠돌이 농민의 전형적인 인물로 그가 마침내 아내와 다 쓰러져 가는 물방앗간 한 구석에서 마지막 하룻밤을 떨고 나서 갈라지고 팔자를 고친다는 역설적 장면은 한 편의 희화이면서 눈물겹다. 또 진실한 농군인 응오의 지난 해 가을걷이에 대한 언급에서는 당시 한국 농촌의 구조적 모순상이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것은 작년 응오와 같이 지주 문전에서 타작을 하던 친구라면 묻지는 않으리라. 한 해 동 안 애를 줄이며 홑자식 모양으로 알뜰히 가꾸던 그 벼를 거둬들임은 기쁨에 틀림없었다.

 

꼭두새벽부터 엣, , 하며 괴로움을 모른다. 그러나 캄캄하도록 털고 나서 지주에게 도지 를 제하고, 장리쌀을 제하고 색초를 제하고 보니 남은 것은 등줄기를 흐르는 식은땀이 있을 따름. 그것은 슬프다 하니보다 끝없이 부끄러웠다. 같이 털어 주던 동무들이 뻔히 보고 섰는 데, 빈 지게로 덤벙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건, 진정 열쩍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참다참다 응오는 눈에 눈물이 흘렀던 것이다.

 

제목 만무방함부로 구는 자’, ‘예의 염치가 없는 자들의 무리라는 뜻을 가진 낱말이다. 뜻 그대로 이 소설의 주인공 응칠은 스스로 일하는 것을 포기하고 떠돌기를 작정한 인물이다. 이러한 당시의 농촌 사회의 모순은 당연히 응오와 같은 진실한 농부보다는 응칠과 같은 만무방을 만들어 내기에 알맞은 지도 모른다. 가난으로 인해 그의 도덕관은 타락하여, ‘이 땅 삼천리 강산에 늘어 놓인 곡식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고 생각하는, 몇 번의 절도와 도박의 전과자이다. 응오는 순박하고 성실하지만 가혹한 지주의 착취에 맞서 추수를 거부한다. 이런 상황에서 응칠은 응오 논의 벼가 도둑질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안게 된다. 응칠은 전과 4범인 자신이 도둑으로 지목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범인을 잡으려고 논 근처에서 매복하여 밤을 세우게 되는데, 깊은 밤 격투 끝에 도둑을 잡고 보니 다름 아닌 바로 이 논의 주인이자 동생인 응오였다.

 

<만무방>은 식민지 현실에 대해 계몽적 이상주의나 감상적인 현실 중시의 피상적인 농민 문학이 아닌 당시 식민지 농촌에 가해지는 제도의 가혹함과 그 피해의 관계를 밝히는 한편, 제도가 야기시키고 있는 순진한 인간의 기본적인 반항과 불가피한 생존 양태의 문제 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의 특징은 동시대의 많은 작품들이 지니고 있던 계급 투쟁적인 저항의 경직성을 드러내지 않고, 반어로써 처리하여 식민지하 농촌의 궁핍한 현실을 풍자적, 해학적으로 그려냈다는 데 있다. 절망적 현실 속에서도 실망낙담보다는 웃음을 유발시키는 작중 인물 응칠을 내세워 형상화한 토착적 유머는 고전 소설에서도 흔히 보이는 특징으로, 절망적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민중 특유의 건강성을 반영하고 있다. 김유정 소설의 인물들은 힘으로나 지성으로나 뛰어나지 못한 평균적 인간형들이다. 보편적 능력을 지닌 정상인이라는 점은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중요한 요점이다. 이러한 인물들이 현실 속에서 희화적으로 파괴되고 있음은 그 원인이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역사적 모순에 근거하고 있음을 작가는 반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산골 나그네>의 덕돌과 <총각과 맹꽁이>에서 덕만이가 겪는 혼사의 좌절, <금따는 콩밭>의 영식이 콩밭을 파헤치고 줄을 잡으려다 1년 농사만 망치는 일, <땡볕>에서 아내의 병을 고치며 월급까지 타려하나 월급도 받지 못하고 아내만 잃게 된 덕순, 성실한 농군이 농사를 파작하고 전과범이 되는 응칠·응오 형제 등은 한결같이 아이러니의 양식 위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이러한 아이러니의 양식은 작가가 30년대의 피폐한 농촌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파악되며, 도덕적 판단이나 이데올로기에 구속되지 않음으로써 정확한 30년대 농촌현실의 인식과 함께 완숙한 예술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김유정은 일제에 의해 감행된 식민지농업정책으로 인해 신분의 전락을 경험하고 있는 농민들의 실상을 반어의 양식을 통해 인식함으로써 30년대의 뛰어난 사실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아울러 아이러니의 양식은 작가에게 있어 현실에 대응하는 예술적 인식의 방법이었으며 왜곡된 역사에 대한 항변의 도구였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요약과 확인

 

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2.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

3. 배경 : 1930년대 가을 강원도 산골 마을

4. 주제 : 일제강점기 농촌의 피폐상과 궁핍한 삶

5. 출전 :조선일보(1935)

 

확인 문제

1. 동생 응오는 추수할 때가 되어도 벼를 베지 않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벼를 수확해봤자 남는 것은 빚과 빈 지게뿐이라는 절망감 때문이다.

 

2. 형 응칠은 막돼먹은 만무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태가 부정적으 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당대 농촌의 현실과 관련하여 설명하시오.

땀흘려 농사를 짓고도 지주들에게 모두 착취당하고 자기 몫은커녕 빗만 잔뜩 질뿐인 소작농의 궁핍한 삶이, 응칠이 지닌 도덕적 결함보다 더 비 도덕적인 일이고 모순된 일이기 때문이다.

 

3. 응오·응칠 형제의 행위에 나타난 작가의 현실 인식의 세계를 말해 보자.

모범 농군이 오히려 도둑이 되고야마는 모순된 상황을 보여 줌으로써 일 제 강점기하의 농촌 현실의 비극성을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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