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의 흉상(胸像) / 요점정리 / 신상웅
by 송화은율작자소개
신상웅(辛相雄: 1938- )
일본 경도 출생. 중앙 대학교 영문학과 및 동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한국 P.E.N 본부 사무국장 역임. 현재 중앙 대학교 교수. 1968년 <세대>지 신인 문학상에 <히포크라테스의 흉상>이 당선되어 등단함. 그는 투철한 역사 의식을 가지고 현실을 개인의 눈이 아닌 사회적 눈으로 꿰뚫어 보는 작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심야의 정담>, <분노의 일기>, <이 어두운 날의 미아>, <돌아온 우리의 친구>, <바람난 도시>, <장군의 집>, <히포크라테스의 흉상>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히포크라테스의 흉상>은 1968년 <세대>지 신인 문학상 당선 작품으로, 신상웅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송문집 일병의 감작스런 복통과 군대의 경직된 절차에 의해 단위별 의무 기관을 거치며 여러 차례의 연속적 후송을 겪은 후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서두에서, 전우 구영구 일병이 송문집에게 던지곤 하는, 다소 현학적(衒學的)인 질문과 골린답시고 내뱉는 "그렇게 쉬운 걸 못 알아내면, 넌 늘 움켜잡고 돌아가는 배앓이로 칵 뒈질 것"이란 악담에 대한 송문집의 강박 관념이 나타나 있다.
작품을 이렇게 시작한 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허약한 회의(懷疑)를 간과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뜻을 드러낸 것이다. 그뿐 아니라, 작가는 그 허약 증세의 극복은 '인간 긍정의 정신'으로 가능함을 제시하고 있다. 즉, 송문집이 밤중에 복통을 일으켰을 때 걱정을 하며 거드는 동료들, 눈덮인 밤길에 후송을 강행하는 주번사관 정 소위의 의지 등을 통해서 인간 긍정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와 달리 의무대-야전병원-후송병원 순으로 여러 절차를 거치며 후송되는 과정에서 의무관들의 책임 회피와 거친 응급 처리 등은 결코 긍정적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의무관들 역시 본성적인 악의가 있어서가 아님을 보여 주는 인간미 넘치는 순간들이 삽입되어 있다.
결국 송문집은 죽고 말지만, 그 장면도 군의관의 직접적 실수에 원인이 있지 않고 병실 동료가 선의의 동기로 진통제로 알고 잘못 준 약이 그를 죽게 만들었다는 식이다.
다만, 그와 같은 실수가 저질러질 수 있었던 분위기나 환경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 부조리한 환경을 구성하는 군의관, 즉 조직 지휘자들의 기계적 타성에서 비롯된 불성실도 비판을 받아야 한다. 또 이 부조리한 환경 조성에는, 의병 제대를 노리는 꾀병 환자, 가짜 파월 유족 수혜 환자, 병원 종사자 가족들의 불법적인 치료 등도 합세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병원의 부조리를 자기 고향 선거구의 무질서 등에 연관짓는 김환석(송문집의 병실 동료)의 잡담으로 인해서 상황악(狀況惡)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된다. 그밖에도 화염 방사기에 의한 화상 환자의 부모가 병원에 찾아와서 "내 아들 물어내라!"고 소리치는 데서 전쟁의 비극성이 부각되고 있다. 또 한켠에서는 크리스마스 계절에 들뜨는 센티멘털한 환각도 보여 준다.
이런 복합적 상황의 와중에서 인간 송문집은 고독하고 신랄한 투병 끝에 허무하게 죽어갔다.
원대(原隊)에서 눈덮힌 밤길을 떠날 때의 차갑고도 생동하는 풍정, 뒤이어 몇 cc 주사기가 몇 도의 각도로 피부를 뚫고 들어 가는가까지를 놓치지 않은 정확한 응시, 그리고 투병과 죽음…….
이것은 현대 조직 사회의 타성화한 타락에 대한 예리한 저항인 동시에 인간 회복에 대한 비감어린 송가라 할 수 있다. <구중서, 작품해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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