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흰 새들 / 예이츠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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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새들 / 예이츠 / 이창배 옮김

 

애인이여, 나는 바다 물거품 위를 나는 흰 새가 되고 싶구려!

사라져 없어지는 유성의 불길엔 싫증이 나고,

하늘가에 나직이 걸린 황혼의 푸른 별의 불길은,

애인이여, 꺼질 줄 모르는 슬픔을 우리의 마음에 일깨워 주었소.

 

이슬 맺힌 장미와 백합, 저 꿈과 같은 것들에게선 피로가 오오.

아 애인이여, 그것들, 사라지는 유성의 불길은 생각지 맙시다.

그리고 이슬질 무렵 나직이 걸려 머뭇거리는 푸른 별의 불길도,

왜냐하면, 나는 떠도는 물거품 위의 흰 새가 되었으면 하니, 그대와 나는!

 

나는 수많은 섬들, 그리고 많은 요정의 나라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오.

그곳에선 분명 시간이 우리를 잊을 것이고, 슬픔도 더 이상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며,

곧 장미와 백합, 그리고 불길의 초조함에서 벗어날 것이오.

애인이여, 우리 다만 저 바다의 물거품 위를 떠도는 흰 새나 된다면 오죽 좋겠소.


The White Birds

 

I would that we were, my beloved, white birds on the foam of the sea!

We tire of the flame of the meteor, before it can fade and flee;

And the flame of the blue star of twilight, hung low on the rim of the sky,

Has awaked in our hearts, my beloved, a sadness that may not die.

 

A weariness comes from those dreamers, dew-dabbled, the lily and rose;

Ah, dream not of them, my beloved, the flame of the meteor that goes,

Or the flame of the blue star that lingers hung low in the fall of the dew:

For I would we were changed to white birds on the wandering foam: I and you!

 

I am haunted by numberless islands, and many a Danaan shore,

Where Time would surely forget us, and Sorrow come near us no more;

Soon far from the rose and the lily and fret of the flames would we be,

Were we only white birds, my beloved, buoyed out on the foam of the sea


될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이여, 우리 물거품 위 두 마리 흰 새가 되련만

흐르는 별들의 불꽃에 우리는 지쳐버렸구나. 미처 그 빛이 사라지기도 전에

하늘가 낮게 걸린 황혼녘 푸른 별

그 불꽃이 우리들 가슴에 끝없는 슬픔을 일깨웠네

피로가 찾아든다 이슬에 젖어 꿈꾸는 저 백합과 장미로부터

아, 꿈꾸지 마라 사랑하는 이여, 흐르는 별의 불꽃은 사라지리니

푸른 별의 불꽃을 꿈꾸지 마라. 이슬은 내리는데 낮게 걸려 서성이니

될 수만 있다면 떠도는 물거품 위 두 마리 흰 새가 되련만. 그대와 나는

수많은 섬들과 수많은 다나안 해안으로 내 마음 이끌린다

시간이 우리를 잊고 슬픔도 다가오지 않는 곳

장미와 백합 그리고 가슴 태우는 불꽃도 이내 멀리 사라지리니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물거품 위를 떠도는 두 마리의 흰 새가 될 수만 있다면


요점 정리

작자 : 예이츠 / 이창배 옮김

성격 : 시각적, 감각적, 애인에게 호소하는 1인칭 고백 형식

제재 : 자연으로 작가의 이상 세계를 형상화시키는데 이바지

주제 : 이상적 세계에서의 삶을 소망

특징 : 바다와 새의 색채감의 감각적 대조미가 돋보인다.

내용 연구

애인이여, 나는 바다 물거품[덧 없는 현실 세계] 위를 나는 흰 새[이상 세계를 동경한 서정적 자아의 감정 이입]가 되고 싶구려![애인은 자신이 청혼했던 모드곤. '흰 새'는 자신의 이상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을 대신 나타낸 말로서 현실을 떠나 이상 세계를 날고 싶은 감정을 나타낸 것읻. 작가의 상상 세계로서 낭만적 시풍을 보이고 있다.]

사라져 없어지는 유성[우주진이 지구의 대기권 안에 들어와 공기의 압축과 마찰로 빛을 내는 것으로 순간적인 것을 의미]의 불길엔 싫증이 나고,

하늘가에 나직이 걸린 황혼의 푸른 별의 불길은,

애인이여, 꺼질 줄 모르는 슬픔을 우리의 마음에 일깨워 주었소.

 

이슬 맺힌 장미와 백합, 저 꿈과 같은 것들에게선 피로가 오오.

아 애인이여, 그것들, 사라지는 유성의 불길은 생각지 맙시다.

그리고 이슬질 무렵 나직이 걸려 머뭇거리는 푸른 별의 불길도,

왜냐하면, 나는 떠도는 물거품 위의 흰 새가 되었으면 하니, 그대와 나는!

 

나는 수많은 섬들, 그리고 많은 요정[다나만의 해변을 나타낸 말로서, 요정이 살고 있는 듯한 아름다운 다나만의 해변]의 나라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오.[그대와 함께 여러 차례 갔었던 요정이 살고 있는 듯한 아름다운 다나만의 해변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소.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심정을 나타낸 말이다.]

그곳에선 분명 시간이 우리를 잊을 것이고, 슬픔도 더 이상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며,

곧 장미와 백합, 그리고 불길의 초조함에서 벗어날 것이오.

애인이여, 우리 다만 저 바다의 물거품 위를 떠도는 흰 새나 된다면 오죽 좋겠소.[현실을 떠나 이상 세계를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작가의 젊은 날에 쓰여진 신비주의적 경향의 낭만시다. 3연으로 구성되었고, 애인에게 호소하듯이 독백 형식으로, 현실의 고뇌에서 벗어나 영원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하는 이상적 세계를 노래하였다. 현실과 이상 세계, 색채감의 대조 등이 이 시를 돋보이게 한다.

 

지은이가 모든곤에게 결혼을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던 날, 함께 하우드 해안의 벼랑 위를 거닐면서 모드곤이 새가 되고 싶다고 한 말을 염두해 두고서 그와 함께 새가 되어 영원의 나라에서 같이 살고픈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이 시의 내용은 시간도 슬픔도 없는 영원의 낙원에서 살고 싶은 심정과 유성과 꽃과 물거품으로 대신할 수 있는 덧없는 현실 세계와의 이미지를 대조시켜 나갔다. 또한, 푸른 바다와 흰 새의 대조적 색채감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 고뇌가 밑바닥에 깔린 채 애상적인 정서를 보이고 있다.(출처 : 윤병로 외 3인 저 노벨 문학교과서)

예이츠의 다른 시들

첫사랑

First Love

 

THOUGH nurtured like the sailing moon

In beauty's murderous brood,

She walked awhile and blushed awhile

And on my pathway stood

Until I thought her body bore

A heart of flesh and blood.

 

하늘에 떠가는 달과도 같이

잔인한 아름다움의 종족으로 자라긴 했지만

그녀는 잠시 걷다 얼굴을 붉히고

내 가는 길을 막고 서 있었다.

마침내 나는 생각했다.

그녀의 몸이

살과 피의 심장을 지니고 있다고

 

But since I laid a hand thereon

And found a heart of stone

I have attempted many things

And not a thing is done,

For every hand is lunatic

That travels on the moon.

 

그러나 내 손을 그 위에 올려 놓고

돌의 심장임을 알아낸 이후

나는 많은 것을 시도하였으나

하나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

달 위를 지나가는

모든 손은 미치고야 만다.

 

She smiled and that transfigured me

And left me but a lout,

Maundering here, and maundering there,

Emptier of thought

Than the heavenly circuit of its stars

When the moon sails out.

 

그녀의 미소에 나는 변해서

그만 시골뜨기가 되어 버렸다.

여기저기를 서성거리며

달이 나타날 때

하늘에 떠도는 별들보다

한층 더 공허한 마음이 되었다.


Among School Children 학교 어린이들 사이에서

 

I

I WALK through the long schoolroom questioning;

A kind old nun in a white hood replies;

The children learn to cipher and to sing,

To study reading-books and histories,

To cut and sew, be neat in everything

In the best modern way - the children's eyes

In momentary wonder stare upon

A sixty-year-old smiling public man.

 

나는 긴 교실을 질문하며 걷는다.

흰 두건을 쓴 친절한 늙은 수녀가 대답한다.

아이들은 셈법과 노래를 배우고

책읽기와 역사 공부,

재단과 바느질도 배우고, 모든 일을

최신식으로 말쑥하게 정돈하도록 배운다.

아이들의 눈은 잠시 놀라움으로

미소 띤 육십 나이의 公人을 쳐다본다.

 

II

I dream of a Ledaean body, bent

Above a sinking fire. a tale that she

Told of a harsh reproof, or trivial event

That changed some childish day to tragedy -

Told, and it seemed that our two natures blent

Into a sphere from youthful sympathy,

Or else, to alter Plato's parable,

Into the yolk and white of the one shell.

 

나는 레다를 닮은 한 모습을 마음 속에 그려본다.

꺼져가는 난롯불 위에 몸을 구부려

그녀가 얘기하던 가혹한 꾸중 이야기,

어린 날을 비극으로 바꾸어 버린 그 사소한 사건을 생각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서 우리 두 마음은

어린 공감으로 융합된 하나의 공이 된 듯했다.

아니면 플라톤의 우화를 바꾸어 말해

한 계란 속의 노른자위와 흰자위와도 같았다.

 

III

And thinking of that fit of grief or rage

I look upon one child or t'other there

And wonder if she stood so at that age -

For even daughters of the swan can share

Something of every paddler's heritage -

And had that colour upon cheek or hair,

And thereupon my heart is driven wild:

She stands before me as a living child.

 

그때의 슬픔과 노여움의 발작을 생각하면서

나는 이 아이들을 차례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가 저 나이에 저렇게 서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백조의 딸들도 모든 물새의 유산을

얼마쯤은 물려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뺨과 머리카락도 저런 빛깔을 했으려니

생각하면 내 가슴은 거칠게 설레이고

그녀가 살아 있는 아이처럼 내 앞에 서 있다.

 

IV

Her present image floats into the mind -

Did Quattrocento finger fashion it

Hollow of cheek as though it drank the wind

And took a mess of shadows for its meat?

And I though never of Ledaean kind

Had pretty plumage once - enough of that,

Better to smile on all that smile, and show

There is a comfortable kind of old scarecrow.

 

그녀의 현재의 모습이 마음 속에 떠오른다.

15세기의 손가락이 그런 모습을 만들었을까?

바람을 마시고 고기 대신 그림자를 먹은 듯 홀쭉한 뺨을.

나는 결코 레다의 족속은 아니지만

한때는 예쁜 깃털을 지녔었지 ---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모든 웃는 얼굴에다 웃어 주고

마음 편안한 늙은 허수아비임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

 

V

What youthful mother, a shape upon her lap

Honey of generation had betrayed,

And that must sleep, shriek, struggle to escape

As recollection or the drug decide,

Would think her Son, did she but see that shape

With sixty or more winters on its head,

A compensation for the pang of his birth,

Or the uncertainty of his setting forth?

 

젊은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생식의 꿀이 배반하여 낳은,

생전의 기억과 마약이 이끄는 대로

그녀의 무릎에 잠들거나 소리치며 도망가려고 하는,

어린 아들의 형상을.

이제 예순 번이 넘는 겨울을 머리에 이고 있는

이 아들의 형상을 보고 과연 어머니는

출산의 고통과 불안에 대한 보상으로 여겼을까?

 

VI

Plato thought nature but a spume that plays

Upon a ghostly paradigm of things;

Solider Aristotle played the taws

Upon the bottom of a king of kings;

World-famous golden-thighed Pythagoras

Fingered upon a fiddle-stick or strings

What a star sang and careless Muses heard:

Old clothes upon old sticks to scare a bird.

 

플라톤은 자연을 사물의 그림자 같은

原型 위에 떠도는 물거품이라 생각했고

한층 견실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왕중왕의 엉덩이에 매질을 했다.

세상에 이름난 황금 허벅지의 피타고라스는

바이올린의 활과 줄에 손가락을 대면서

별이 노래하고 뮤즈가 무심코 듣는 곡을 연주했다.

모두가 새를 쫓는 낡은 막대기 위에 걸친 낡은 옷들.

 

VII

Both nuns and mothers worship images,

But thos the candles light are not as those

That animate a mother's reveries,

But keep a marble or a bronze repose.

And yet they too break hearts - O presences

That passion, piety or affection knows,

And that all heavenly glory symbolise -

O self-born mockers of man's enterprise;

 

수녀와 어머니들은 모두 형상을 숭배한다.

그러나 촛불이 밝히는 형상들은

어머니의 환상에 생기를 주는 그런 형상들 같지 않고

대리석이나 청동의 고요함을 지닐 뿐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가슴 아프게 한다.

오, 정열과 경건과 애정이 알고 있는 존재들이여

모든 하늘의 영광이 상징하는 것이여

오, 스스로 태어나 인간의 일을 비웃는 자여.

 

VIII

Labour is blossoming or dancing where

The body is not bruised to pleasure soul.

Nor beauty born out of its own despair,

Nor blear-eyed wisdom out of midnight oil.

O chestnut-tree, great-rooted blossomer,

Are you the leaf, the blossom or the bole?

O body swayed to music, O brightening glance,

How can we know the dancer from the dance?

 

노동이 꽃피고 춤추는 곳에는

육체가 영혼을 즐겁게 하기 위해 상처받지 않고

절망으로부터 아름다움이 태어나지 않으며

한밤의 기름으로부터 흐린 눈의 지혜가 생겨나지 않는다.

오, 밤나무여, 거대한 뿌리로 꽃피우는 자여,

너는 잎이냐, 꽃이냐, 아니면 줄기냐?

오, 음악에 맞추어 흔들리는 육체여, 오, 빛나는 눈이여,

우리는 어떻게 춤과 춤추는 이를 구별할 수 있는가?


Drinking Song 술노래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I sigh.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그것 뿐.

나는 입에 잔을 들며

그대를 바라보고 한숨 짓는다.


Ephemera 덧없어라

 

"YOUR eyes that once were never weary of mine

Are bowed in sotrow under pendulous lids,

Because our love is waning."

 

「예전엔 지칠줄 모르고 내 눈을 들여다 보던 그대의 눈이

이제는 망설이는 눈꺼풀로 서글프게 내려뜨네요.

우리의 사랑이 이울어 가는겁니다」

 

And then She:

"Although our love is waning, let us stand

By the lone border of the lake once more,

Together in that hour of gentleness

When the poor tired child, passion, falls asleep.

How far away the stars seem, and how far

Is our first kiss, and ah, how old my heart!"

 

그러자 그녀는

「우리의 사랑은 이울었지만 다시 한 번

호젓한 호숫가에 서 봅시다.

처량하게 지친 아이, 정열이 깊숙히 잠이 든

온화한 이 시간에 둘이 함께.

별들은 어찌나 멀어 보이는지,

우리의 첫 키스도 얼마나 아득한지 참으로 늙었군요.

나의 마음은」

 

Pensive they paced along the faded leaves,

While slowly he whose hand held hers replied:

"Passion has often worn our wandering hearts."

 

그들은 생각에 잠긴 채 낙엽을 따라 걷다가,

남자가 천천히 여자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정열은 곧잘 방황하는 우리 마음을 피곤하게 했지요」

 

The woods were round them, and the yellow leaves

Fell like faint meteors in the gloom, and once

A rabbit old and lame limped down the path;

Autumn was over him: and now they stood

On the lone border of the lake once more:

Turning, he saw that she had thrust dead leaves

Gathered in silence, dewy as her eyes,

In bosom and hair.

 

나무가 그들을 에워싸고 노란 나뭇잎이

빛 바랜 별같이 어스름 속에 떨어지는데

늙은 토끼 한 마리가 다리를 절며 오솔길을 달려 온다.

그에게는 가을이 오고,

그들은 다시 한 번 호젓한 호숫가에 섰다.

돌아보니 그녀는

그녀의 눈같이 이슬 맺힌 고엽을 말없이 주워 모아

가슴과 머리에 꽂고 있었다.

 

"Ah, do not mourn," he said,

"That we are tired, for other loves await us;

Hate on and love through unrepining hours.

Before us lies eternity; our souls

Are love, and a continual farewell."

 

「아, 슬퍼하지 말아요」

그는 말했다.

「우리가 지친 것은 또 다른 사랑을 기다리기 때문이요.

미움과 사랑으로 후회없는 시간을 밀고 나가요.

우리 앞에는 영원함이 가로 놓였고,

우리의 영혼은 사랑 그리고 끝없는 이별의 연속이니까」


The Falling of the Leaves 낙엽

 

AUTUMN is over the long leaves that love us,

And over the mice in the barley sheaves;

Yellow the leaves of the rowan above us,

And yellow the wet wild-strawberry leaves.

 

가을은 우리를 사랑하는 긴 잎새들 위에도,

보릿단 속 생쥐 위에도 와 있다

머리 위 로웬나무 잎사귀도 노랗게 물들고

젖은 들딸기 잎도 노랗게 물들었다.

 

The hour of the waning of love has beset us,

And weary and worn are our sad souls now;

Let us patt, ere the season of passion forget us,

With a kiss and a tear on thy drooping brow.

 

사랑이 시드는 시간이 닥쳐와

이제 우리들의 슬픈 영혼들도 지칠 대로 지쳤다

자 우리 헤어집시다. 정열의 계절이 우리를 잊기 전에

그대 수그린 이마에 입맞추고 한 방울 눈물을 남기고서...


The Lake Isle Of Innisfree 이니스프리의 호수 섬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나뭇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으리.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u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누리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은 온통 은은히 빛나고,

한낮은 자주빛으로 타오르며,

저녁엔 홍방울새의 날개 소리 가득한 그 곳.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e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Down By The Salley Gardens 버드나무 정원에서

 

DOWN by the salle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She bid me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with her would not agree.

 

버드나무 정원에서 그녀와 나 만났었네.

눈처럼 흰 작은 발로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며

그녀는 내게 일러주었지. 나뭇가지에 잎이 자라듯 사랑을 수월히 여기라고.

그러나 난 젊고 어리석어 그녀의 말 들으려 하지 않았네.

 

In a field by the river my love and I did stand,

And on my leaning shoulder she laid her snow-white hand.

She bid me take life easy,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But I was young and foolish, and now am full of tears.

 

강가 들판에서 그녀와 나 서 있었네.

기대인 내 어깨 위에 눈처럼 흰 손을 얹으며

그녀는 내게 일러주었지. 둑에 풀이 자라듯 인생을 수월히 여기라고.

그러나 젊고 어리석었던 나에겐

지금 눈물만 가득하네.

 

The Song Of Wandering Aengus 방황하는 인거스의 노래

 

I WENT out to the hazel wood,

Because a fire was in my head,

And cut and peeled a hazel wand,

And hooked a berry to a thread;

And when white moths were on the wing,

And moth-like stars were flickering out,

I dropped the berry in a stream

And caught a little silver trout.

 

내 머리 속에 불이 붙어

개암나무 숲으로 갔었지.

개암나무 한 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기고

딸기 하나를 낚싯줄에 매달았지.

흰 나방들이 날고

나방 같은 별들이 깜빡일 때

나는 시냇물에 딸기를 담그고

작은 은빛 송어 한 마리를 낚았지.

 

When I had laid it on the floor

I went to blow the fire aflame,

But something rustled on the floor,

And some one called me by my name:

It had become a glimmering girl

With apple blossom in her hair

Who called me by my name and ran

And faded through the brightening air.

 

나는 그것을 마루 위에 놓아 두고

불을 피우러 갔었지.

그런데 마루 위에서 무엇인가가 바스락거리더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지.

그것은 머리에 사과꽃을 단

어렴풋이 빛나는 소녀가 되어

내 이름을 부르며 달아나

빛나는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

 

Though I am old with wandering

Through hollow lads and hilly lands.

I will find out where she has gone,

And kiss her lips and take her hands;

And walk among long dappled grass,

And pluck till time and times are done

The silver apples of the moon,

The golden apples of the sun.

 

나 비록 골짜기와 언덕을

방황하며 이제 늙어 버렸지만

그녀가 간 곳을 찾아 내어

그녀의 입술에 입맞추고 손을 잡고서

얼룩진 긴 풀밭 속을 걸어 보리라.

그리고 시간이 다할 때까지 따보리라.

저 달의 은빛 사과를

저 해의 금빛 사과를...


The Wild Swans At Coole 쿨 호수의 백조

 

THE trees are in their autumn beauty,

The woodland paths are dry,

Under the October twilight the water

Mirrors a still sky;

Upon the brimming water among the stones

Are nine-and-fifty Swans.

 

나무들은 가을의 아름다움으로 단장하고

숲 속의 길들은 메말라 있다.

10월의 황혼녘 물은

고요한 하늘을 비치고

돌 사이로 넘쳐흐르는 물 위에는

쉰 아홉 마리의 백조가 떠 있다.

 

The nineteenth autumn has come upon me

Since I first made my count;

I saw, before I had well finished,

All suddenly mount

And scatter wheeling in great broken rings

Upon their clamorous wings.

 

내가 처음 백조의 수를 헤아린 이래

열 아홉 번째의 가을이 찾아왔다.

그땐 미처 다 헤아리기도 전에

백조들은 갑자기 날아올라

요란스런 날개 소리를 내면서

끊어진 커다란 원을 그리며 흩어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I have looked upon those brilliant creatures,

And now my heart is sore.

All's changed since I, hearing at twilight,

The first time on this shore,

The bell-beat of their wings above my head,

Trod with a lighter tread.

 

지금껏 저 찬란한 새들을 보아 왔건만

지금 나의 가슴은 쓰리다.

맨처음 이 호숫가

황혼녘에 저 영롱한 날개 소리를 들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던 그때 이래

모든 것은 변해 버렸다.

 

Unwearied still, lover by lover,

They paddle in the cold

Companionable streams or climb the air;

Their hearts have not grown old;

Passion or conquest, wander where they will,

Attend upon them still.

 

지금도 여전히 피곤을 모른 채

짝을 지으며 차가운 물 속을

정답게 헤엄치거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들의 가슴은 늙을 줄 모르고

어디를 헤매든 정열과 정복심이

여전히 그들을 따른다.

 

But now they drift on the still water,

Mysterious, beautiful;

Among what rushes will they build,

By what lake's edge or pool

Delight men's eyes when I awake some day

To find they have flown away?

 

지금 백조들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고요한 물 위에 떠 있지만

어느날 내가 눈을 뜨고

그들이 날아가 버린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은 어느 등심초 사이에 집을 짓고

어느 호숫가나 웅덩이에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인가?


When You Are Old 그대 늙었을 때

 

WHEN you are old and grey and full of sleep,

And nodding by the fire, take down this book,

And slowly read, and dream of the soft look

Your eyes had once, and of their shadows deep;

 

그대 늙어 머리 희고 잠이 많을 때

난로가에 앉아 졸게 되거든 이 책을 꺼내 보세요.

그리고 천천히 읽으며, 한때 그대 눈이 지녔던

그 부드러운 눈길이며 깊은 그늘을 생각해요.

 

How many loved your moments of glad grace,

And loved your beauty with love false or true,

But one man loved the pilgrim Soul in you,

And loved the sorrows of your changing face;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대의 다정하고 우아했던 시절을 사랑했고

그대의 아름다움을 거짓 혹은 진실함으로 사랑하였던가를.

다만 한 남자가 그대 순례자의 영혼을 사랑하였고

그대 변하는 슬픈 얼굴을 사랑하였던 것을.

 

And bending down beside the glowing bars,

Murmur, a little sadly, how Love fled

And paced upon the mountains overhead

And hid his face amid a crowd of stars.

 

그리고 빛나는 창살가에 고개 수그려

조금은 슬프게 중얼거려요.

어떻게 사랑이 달아났고 높은 산을 거닐며

별들의 무리 속에 그의 얼굴을 감추었는가를.


After Long Silence 오랜 침묵 후에

 

SPEECH after long silence; it is right,

All other lovers being estranged or dead,

Unfriendly lamplight hid under its shade,

The curtains drawn upon unfriendly night,

That we descant and yet again descant

Upon the supreme theme of Art and Song:

Bodily decrepitude is wisdom; young

We loved each other and were ignorant.

 

오랜 침묵 후에 하는 말 -

다른 연인들 모두 멀어지거나 죽었고

무심한 등불은 갓 아래 숨고

커튼도 무심한 밤을 가렸으니

우리 예술과 노래의 드높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함이 마땅하리.

육체의 노쇠는 지혜, 젊었을 땐

우리 서로 사랑했으나 무지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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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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