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를 만든 금반지
by 송화은율효자를 만든 금반지
요새 어디 진짜 효자 효부가 그리 흔한가? 부모가 늙어서 천덕꾸러기가 되면 제대로 봉양이야 하건 말건 곁에나 두고 살면 그게 효자요 효부지 뭐 별게 있나? 숫제 갖다 버리지만 않으면 어쨌든지 효자 소릴 듣는단 말이거든. 옛날에도 부모한테 효도하기는 쉽지 않았던지, 이런 이야기도 있어.
옛날 어느 곳에 한 과수댁이 아들 삼형제를 두고 살았어. 젊어서 남편을 여의고 혼자 몸으로 뼈가 휘도록 일해서 아들 삼형제를 다 번듯하게 키웠지. 그렇게 키워 가지고 장가 보내 며느리도 봤어. 며느리 셋을 보고 손자 손녀까지 보는 동안에 나이를 먹고 기운은 빠졌지. 이렇게 되니 아들 며느리가 점점 괄시하기 시작하더란 말이지. 이리저리 쓰레기마냥 내돌리고 밥도 제대로 안 주고 이러거든. 아, 늙은이가 괄시 받고 먹을 것 제대로 못 얻어 먹으면 어떻게 되나? 그 뭐 뻔한 거지. 병이 난단 말이야. 그만 병을 얻어 몸져 누웠네. 그러니 아들 며느리 괄시가 더 심해져. 무슨 몹쓸 버러지라도 되는 듯이 아주 박대를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혼자 내버려두고 삼형제가 다 세간을 나 버렸어. 다 나가 버렸단 말이야.
이래서 어머니는 혼자 남게 됐어. 참 신세가 처량하게 된 거지. 병든 몸으로 혼자서 어찌어찌 보리죽이나 끓여 먹으면서 겨우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사는 거야. 아들 며느리라고 있는 것은 코빼기도 안 뵈다가 보름 만에 한 번, 한 달 만에 한 번, 그저 죽었나 살았나 비쭉 들여다보고는 가 버리는 게 다거든.
그렇게 사는데, 하루는 스님이 동냥을 왔어. 사는 꼴이야 말이 아니지마는 이렇게라도 목숨 부지하고 사는 게 다 부처님 덕이다 싶어서 엉금엉금 기다시피 나가 보리쌀 남은 것 한 됫박 퍼내 줬지. 그랬더니 스님이 혀를 끌끌 차면서 묻겠지.
“그런 몸으로 어찌 혼자 사십니까? 자제들은 없나요?”
“아들 며느리 삼형제가 있습니다마는 저희들 살기 바쁜데 이 늙은 것 돌볼 틈이나 있겠어요? 나야 이렇게 사는 게 도리어 편하답니다.”
그 말을 듣고 스님이 한참 동안 궁리를 하더니, 벼랑에서 금반지를 하나 꺼내 주더래. 번쩍번쩍 빛이 나는 게 제법 값나가는 반지인 듯한데 그걸 내주면서,
“이것은 저 건넌마을 장자댁에서 시주 받은 물건이온데, 병을 고칠 방도가 여기에 있는 듯하니 사양 말고 받으십시오. 받아서 꼭 손가락에 끼고 계셔야 합니다.”
하거든. 안 받으려고 해도 억지로 맡기고 가 버리니 어떻게 해. 병을 고칠 방도가 있다는 말도 들은지라 스님 말대로 금반지를 손가락에 꼈지.
그러고 나서 한 며칠 지났는데, 하루는 큰아들 내외가 찾아왔어. 죽었는지 살았는지 보려고 왔겠지 뭐. 그런데 어머니 손가락에 못보던 반지가 있는 걸 보고는 이놈의 큰아들 내외가 그만 눈이 훤해져.
‘아, 어머니 돌아가시면 저게 우리 차지 돼야지 아우들 차지가 돼선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그만 어머니를 대접하는 게 싹 달라져. 지금까지처럼 박대했다가 금반지를 아우한테 물려주면 큰일이니까 말이야. 내외가 달려들어 팔다리를 주무른다, 방에 불을 덥게 땐다, 음식 장만한다, 이러고 난리가 났어.
그 뒤에 둘째네가 와서 보고는 금반지에 마음이 쏠리니까 또 대접이 극진하지. 막내 아들 내외도 그러지. 삼형제가 하루아침에 아주 효자 효부가 됐어. 보름 만에 한 달 만에 얼굴이나 비쭉 내밀던 것이, 이제는 하루도 안 거르고 날마다 와서 수선을 떠는 거야. 이제까지 혼자 죽지 못해 살다가 갑자기 삼형제 봉양이 극진하니 살판이 났지 뭐.
본래 어머니가 얻은 병이란 게 뭐야? 자식들한테 괄시 받고 잘 얻어먹지 못해서 생긴 병이잖아? 그런데 대접 잘 받고 잘 먹으니 어떻게 되겠어? 병이 나은 거지. 아주 씻은 듯이 나았어. 삼형제 속마음이야 어떻게든 어머니한테 잘 보여서 금반지 차지하려는 욕심뿐이지마는, 어찌 됐든 효자 효부 노릇이 극진하니 잘된 일이지 뭐야.
그래서 어머니는 죽을 때까지 호강하면서 잘 살았지. 잘 살다가 죽을 때는 금반지를 절에 시주했다네. 스님한테 받은 것이니 스님한테 돌려준 건데, 아들 며느리야 땅을 칠 노릇이지만 그놈의 반지 덕에 효자 효부 노릇한 셈이니 원통할 것도 없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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