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신화(洪水神話) / 인도신화
by 송화은율
홍수 신화(洪水神話) / 인도신화
인류의 조상인 마누(Manu)가 어느 날 강에서 손을 씻고 있을 때 물고기 한 마리가 그의 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 어린 물고기가 그에게 말했다.
"저의 목숨을 구해 주세요. 그리고 저를 보살펴 주세요. 그러면 그 보답으로 후에 제가 당신을 구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마누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물고기에게 되물었다.
"그것이 무슨 뜻이냐?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네가 나를 구한다는 말이냐?"
그러자 물고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모든 생명체가 휩쓸려 가 죽어 버리고 마는 거대한 홍수로부터 당신을 구 해 드리겠습니다."
마누는 다시 물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너를 어떻게 돌봐 주어야 하느냐?"
"물병 속에 저를 담아 두세요. 우리같이 어린 새끼들은 항상 죽음에 직면해 있답 니다. 왜냐 하면, 우리들은 아무런 힘도 없기 때문에 항상 다른 힘센 물고기들에 게 쉽게 잡아 먹히니까요. 만일, 제가 자라서 물병이 작아지면 다시 저를 커다란 물탱크 속에 넣어 주세요. 그 탱크마저도 작아졌을 때 저를 바다에 보내 주시면 됩니다. 그 때 바다로 돌아가면 아무도 저를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마누는 그 작은 물고기를 물병에 담아서 정성스레 키웠다. 그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물고기는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물고기가 더 이상 물병 속에서 살 수 없을 정도로 자라게 되자 마누는 커다란 물탱크 속으로 물고기를 옮겨 주었다. 드디어 그 곳에서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물고기가 되었을 때 마누는 물고기를 가지고 바닷가로 나갔다.
"자, 이제 네가 바닷속으로 되돌아가도 아무도 너를 해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물고기를 바다에 놓아 주었다.
바다로 들어간 물고기는 마누에게 감사의 절을 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동안 정성으로 저를 키워 주신 은혜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는 처음에 제가 약속했던 대로 당신을 구해 드릴 차례입니다. 저의 말을 잘 들으시고 반드 시 그대로 실행하도록 하십시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홍수가 온 세상을 뒤덮을 것입니다. 그 홍수 기간 동안 세상의 모든 생명 체는 모두 물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 무서운 재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커다랗고 튼튼한 배를 만들어야 합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얼른 배에 올라타 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제가 다시 나타나 당신을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물고기는 다시 한 번 그에게 절을 한 후 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집으로 돌아온 마누는 물고기의 말대로 곧 나무를 잘라 크고 튼튼한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배를 완성하자마자 별안간 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으면서 거대한 폭포수 같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마누는 얼른 자기가 만든 배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비가 계속 퍼부으면서 땅 위의 모든 것들이 물 속에 잠겼다. 마누의 배도 서서히 움직였다. 그 때 배 앞에 거대한 물고기가 나타났다. 이전에 마누가 키워 바다로 돌려보냈던 바로 그 물고기였다. 물고기가 마누에게 소리쳤다.
"얼른 배의 밧줄을 저의 머리에 난 뿔에 단단히 묶도록 하십시오."
마누가 배의 밧줄을 그 물고기의 뿔에 묶자 거대한 물고기는 배를 끌고 힘차게 물을 헤치면서 북쪽으로 나아갔다. 얼마 후 마누가 탄 배는 물고기의 인도로 북쪽에 있는 거대한 산에 도착했다. 물고기가 마누에게 말했다.
"이제 당신은 안전합니다. 어서 배가 떠내려가지 못하도록 저 산에 있는 큰 나무 에 단단히 묶도록 하십시오. 그러나 아직까지는 조심해야 합니다. 산을 돌아다니 는 것은 좋지만 아직 홍수가 끝나지 않았으니 비가 완전히 그칠 때까지 절대로 물가로 내려가서는 안 됩니다."
거대한 홍수는 마누를 제외한 지상의 모든 생명체를 휩쓸고 가 버렸다.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서 평원들이 다시 나타나자 지상에는 오직 마누 홀로 존재하게 되었다.
세상에 홀로 남게 된 마누는 고행을 실행하여 자손들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오랜 기간 동안 엄격한 고행과 명성을 닦은 마누는 신에게 제사를 드리기 위하여 정제된 버터와 우유, 커드 등을 물 속으로 던졌다. 그것들은 물 속에서 단단한 덩어리로 엉기기 시작했다. 일 년이 지나자 그 곳에서 여자가 태어났다.
물 속에서 나온 그녀는 제일 먼저 바람의 신인 미트라(Mitra)와 태양의 신인 바루나(Varuna)를 만났다. 그들이 그녀에게 누구인가를 묻자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마누의 딸 이다(Ida)입니다."
신들이 말했다.
"아니다. 아니다. 너는 바로 우리들의 것이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자신이 마누의 딸이라고 대답했다. 신들은 이다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를 자신들 곁에 두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신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마누에게 다가갔다.
마누는 그녀를 보자 신들이 했던 것과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너는 누구냐?"
"저는 바로 당신의 딸 이다입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마누는 깜짝 놀라 다시 물었다.
"어떻게 네가 나의 딸이란 말이냐?"
이다는 자신이 마누가 물 속에 던진 우유와 버터에서 태어났음을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녀는 자신이 마누와 함께 희생제(犧牲祭)를 드리면 그가 원하는 많은 자손과 가축들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그 둘은 함께 살면서 고행을 닦고 신에게 제사를 드렸다.
그들의 행위로 말미암아 이 땅에 다시 인간이 번성하게 되었다. 마침내 마누는 이다에 의해서 인류의 아버지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그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그녀를 통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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