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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계월전(洪桂月傳)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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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계월전(洪桂月傳)

(전략)

 

차시 계월이 여복을 벗고 갑주를 갖추고 용봉황월(龍鳳黃鉞)과 수기(手旗)를 잡아 행군하여 별궁에 좌기하고 군사로 하여금 보국에게 전령하니 보국이 전령을 보고 분함이 측량 없으나 전일 평국의 위풍을 보왔나니라 군령을 거역지 못하고 갑주를 갖초오고 군문에 대령하니라.

 

이 적에 원수 좌우를 돌아보와 왈,

"중군이 어찌 이다지 거만하뇨? 바삐 현신하라."

 

호령이 추상 같거늘 군졸의 대답 소리 장안이 끓는 듯하더라. 중군이 그 위풍을 황겁하여 갑주를 끌고 국궁(鞠躬)하여 들어오니 얼굴에 땀이 흐르는지라. 바삐 나가 장대 앞에서 복지한대, 원수 정색하고 꾸짖어 왈,

 

"군법이 지중하거날 중군이 되얏거든 즉시 대령하였다가 영 내리기를 기다릴 것이어늘 장령을 중히 아니 여기고 태만한 마음을 품어 군령을 만홀히하니 중군의 죄는 만만무엄한지라. 즉시 군법 시행할 것이로되 십분 짐작하거니와 그저는 두지 못하리라."

 

하고, 군사를 호령하여 중군을 빨리 잡아 내라 하는 소리 추상 같은지라. 무사들이 일시에 고함하고 달려들어 장대 앞에 꿇리니, 중군이 정신을 잃었다가 겨우 진정하여 알외되,

 

"소장이 신병이 있어 치료하옵다가 미처 당치 못하였사오니 태만한 죄를 생각하오면 만사무석이오나 병든 몸이 중장을 당하오면 명을 보전치 못하겠삽고 만일 죽사오면 부모에게 불효를 면치 못하리니 원수는 하해 같은 덕을 내리사 전일 정곡을 생각하시와 살려 주시면 불락(不樂)을 면할까 하나이다."

 

하며, 무수히 애걸하니 원수가 심내에는 우스우나 겉으로는 호령하여 왈,

 

"중군이 신병이 있으면 어찌 영춘각에서 애첩 영춘으로 더불어 주야 풍류로 즐기냐뇨? 그러나 사정이 없지 못하여 용서하거니와 차후는 그리 말라."

 

분부하니 보국이 백배 사례하고 물러나니라.

 

원수가 이렇듯 종일 즐기다가 군사를 물리고 본궁으로 돌아올 새, 보국 원수에게 하직하고 돌아와 부모 전에 욕 본 사연을 낱낱이 고하니, 여공이 그 말을 듣고 대소하여 칭찬하여 왈,

 

"내 며느리는 천고에 영웅 군자로다."

하다 보국다려 왈,

 

"계월이 너를 욕뵈임이 다름 아니라 어명으로 배필을 정하시매 전일 중군으로 부리던 연고이라 마음에 다시는 못 부릴까 희롱함이니 너는 추호라도 허물치 말라."

 

하더라.

 

(후략)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

시대 : 조선 시대

갈래 : 고대 소설. 여성 영웅 소설. 군담 소설

배경 : 시간적(명나라 때). 공간적(중국 명나라)

•성격 : 전기적, 우연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여성 영웅의 수난과 극복 /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비판

구성 : 7회의 장회소설(章回小說)

발단 - 홍 시랑의 딸로 태어난 계월은 장사랑의 난으로 다섯 살 되던 해에 부모와 헤어짐

전개 - 여공에 의해 구조되어 그의 아들 보국과 함께 성장한 후,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고 헤어졌던 부모와도 만남.

위기 - 남장 사실이 밝혀지나 천자에게 용서받고 보국과 혼인한 후 갈등을 겪음.

절정 - 전쟁에 출정하여 천자와 보국의 목숨을 구하고 원수인 맹길을 죽임

결말 - 보국과의 갈등이 해소되고 홍무는 초왕에 여공은 오왕에 보국은 승상이 되어 함께 행복하게 삶.

특징 : 남성보다 우월한 여성이 영웅으로 등장함 (남장 모티브가 사용됨)

보국과 계월의 갈등의 원인

보국

계월

.가정에서의 위치 : 남편

.조정에서의 위치 : 계월의 수하 장수

.능력 : 계월에 비해 모자람.

 

.가정에서의 위치 : 아내

.조정에서의 위치 : 보국의 지휘관

.능력 : 우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남편 보국을 혼내 주기도 하고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해 주기도 함.

작품의 서사 구조

영웅 소설의 서사 구조

‘홍계월전’의 서사 구조

고귀한 혈통

전임 이부시랑인 홍무의 무남독녀임.

비정상적 출생

선녀가 하강하는 태몽을 꾸고 아주 늦게 얻은 자식임.

비범한 능력

기억력이 좋아서 한 번 보면 잊지 않음.

어렸을 때의 위기

장사랑의 반란으로 부모와 헤어짐.

구출·양육

여공의 도움으로 죽을 고비를 넘김.

여공에 의해 평국으로 개명된 후, 보국과 함께 양육됨.

성장 후의 위기

국난이 잦음. 남장 사실이 발각됨. 보국과 갈등이 있음.

고난 극복과

행복한 결말

계월이 뛰어난 능력으로 보국과 천자를 구함.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는 평국을 보국이 인정하여 둘 사이의 갈등이 해소됨.

이후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림.

등장인물들의 여성의 능력에 대한 인식

여공

계월이 자신의 아들인 보국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녔음을 인정하며, 아내가 남편의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봄.

 

당대 여성에 대한 변모된 사회적 인식을 보여 줌.

 

조정의 신하들

계월이 여성임을 알고서도 벼슬을 그대로 유지시켜 주고 국난 시 남성보다 높은 벼슬을 주어 계월을 기용함.

보국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계월의 능력을 결국 인정함.

작품의 의의

계월이 남편인 보국과의 갈등을 능력의 우월함으로 해결하는 것

남성의 권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기존 여성 영웅 소설의 한계를 과감히 탈피함.

 

 

 

계월이 국가에 충성하는 신하이자 국난을 극복하는 영웅으로 사회적 자아를 실현하는 것

여성도 삶의 주체로 사회적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당당한 존재임을 보여 줌.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고 있던 당대 남성 중심의 사회적 현실과 제도에 대한 비판을 담음.

줄거리 :명나라 때 이부시랑 홍무는 나이 사십이 되도록 자녀가 없어 고민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 양씨의 꿈에 선녀가 나타난 후 태기가 있어 무남독녀 계월을 얻는데, 그 아이가 대단히 총명하였다.

 

계월이 다섯 살 때, 장사랑의 반란으로 아버지와 헤어지고, 수적 장맹길을 만나 어머니와도 헤어진다. 자리에 싸여 강에 던져진 계월은 무릉포에 사는 여공이라는 사람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는데 여공은 계월의 이름을 평국이라 고친 후 동갑인 아들 보국과 함께 곽 도사에게 보내 공부하게 한다. 이후 계월과 보국은 과거에 나란히 급제한다.

 

이때 오랑캐가 중원을 침범하자 천자의 명에 따라 계월은 원수로, 보국은 부원수가 되어 출정한다. 보국이 계월의 말을 듣지 않고 호기를 부리며 나가 싸우다가 대패하자 계월은 이를 처벌하려다 여러 장수들의 만류로 용서하고 자신이 직접 나가 적을 무찌른다. 이 과정에서 계월은 헤어졌던 부모와 상봉한다. 이후 계월이 병이 나자 천자는 어의(御醫)를 보내는데, 어의의 진맥 과정에서 계월이 여자임이 밝혀진다. 계월은 상소를 올려 천자를 속인 죄를 청하나 천자는 이를 너그럽게 용서하며 계월의 벼슬을 그대로 둔 채 보국과의 혼인을 중매한다. 천자의 명에 따라 결혼하게 된 계월은 보국과 갈등을 겪는다. 이때 오왕과 초왕이 반란하여 쳐들어오자 계월은 다시 원수로, 보국은 부원수로 출정하여 적을 물리친다. 이 과정에서 보국은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월등한 계월의 우위를 인정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그들의 갈등은 해소된다. 이후 천자는 홍무를 초왕에, 여공을 오왕에 봉하고 보국은 승상이 되어 계월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산다.

내용 연구

화설(話說)[고소설에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쓰는 말.]. 대명(大明) 성화(成化) 연간에 형주 구계촌에 한 사람이 있으되, 성은 홍이요 이름은 무라. 세대 명문거족(名門巨族)[이름나고 크게 번창한 집안.]으로 소년 급제(少年及第)하여 벼슬이 이부시랑에 있어 충효 강직하니, 천자(天子) 사랑하사 국사(國事)를 의논하시니, 만조백관이 다 시기하여 모함하여, 무죄히 삭탈관직(削奪官職)[죄를 지은 자의 벼슬과 품계를 빼앗고 벼슬아치의 명부에서 그 이름을 지우던 일.]하고 고향에 돌아와 농업에 힘쓰니, 가세는 요부(饒富)하나 슬하에 일점혈육(一點血肉)이 없어 매일 설워하더라.

 

하루는 부인 양씨로 더불어 탄식하여 말하기를,

“사십에 남녀 간 자식이 없으니, 우리 죽은 후에 뉘라서 후사(後事)를 전하며 지하에 돌아가 조상을 어찌 뵈오리오.”

하니, 이에 부인이 슬피 울며 말하기를,

 

“불효 삼천(不孝三千)에 무후 위대(無後爲待)[불효하는 조건이 삼천 가지이지만, 그중 자식이 없어 뒤를 잇지 못하는 죄가 제일 크다는 말.]라 하오니, 첩이 존문(尊門)[남의 가문이나 집을 높여 이르는 말.]에 의탁하온 지 이십 년이라. 다만, 자식이 없사오니 무슨 면목으로 상공을 뵈오리까. 복원(伏願)[웃어른에게 엎드려 공손히 원함.] 상공께서는 다른 가문의 어진 숙녀를 취하여 후손을 볼진대, 그리하면 첩도 칠거지악(七去之惡)[예전에,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던 일곱 가지 허물. 곧, 시부모에게 불순한 것,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 음탕한 것, 질투하는 것, 나쁜 병이 있는 것, 말이 많은 것, 도둑질하는 것.]을 면할까 하나이다.”이에 시랑이 양씨를 위로하며 말하기를,

 

“이는 다 내 팔자라. 어찌 부인의 죄라 하리오. 차후에는 그런 말씀 마소서.”

하더라.

 

이때는 추구월 망간(望間)[음력 보름께]이라. 부인이 시비를 데리고 망월루에 올라 월색(月色)을 구경하더니 홀연 몸이 곤하여 난간에 의지하니, 비몽 간에 선녀가 내려와 부인께 재배(再拜)[두 번 절함.]하고 아뢰기를,

 

“소녀는 상제의 시녀옵더니, 상제께 득죄(得罪)하고 인간에 내치시어 갈 바를 모르더니, 세존(世尊)이 부인 댁으로 가라 지시하옵기로 왔나이다.”

하고 부인의 품에 들거늘, 놀라 깨달으니 꿈이라. 부인이 크게 기뻐하여 시랑을 청하여 몽사(夢事)를 이르고 귀자(貴子) 보기를 바라더니, 과연 그달부터 태기 있어 열 삭이 차, 하루는 집안에 향취 진동하며, 부인이 몸이 곤하여 침석에 누웠더니 아이를 탄생하니 여자라.

 

선녀 하늘에서 내려와 옥병을 기울여 아기를 눕히고 아뢰기를,

“부인은 이 아기를 잘 길러 후복(後福)을 받으소서.”

하고 인하여 나가며 아뢰기를,

 

“오래지 아니하여 다시 뵈올 날이 있사오리다.”

하고 문득 떠나거늘, 부인이 시랑을 청하여 아이를 뵈이니, 얼굴은 도화(桃花) 같고 향내가 진동하니, 진실로 월궁항아(月宮姮娥)[전설에서, 달에 있는 궁에 산다는 선녀로, 견줄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더라. 기쁨이 측량없거늘, 다만 남자 아님을 한탄하더라.

 

이름을 계월이라 하고 장중보옥(掌中寶玉)[손안에 있는 보배로운 구슬이란 뜻으로, 귀하고 보배롭게 여기는 존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같이 사랑하더라. 계월이 점점 자라나매 얼굴이 화려하고 또한 영민(英敏)한지라 시랑이 계월이 행여 단수(短壽)[수명이 짧음]할까 하여 강호 땅에 곽 도사라 하는 사람을 청하여 계월의 상을 뵈이니, 도사 이윽히 보다가 말하기를,

 

“이 아이 상을 보니 오 세에 부모와 이별하고 십팔 세에 부모를 다시 만나 공후 작록(公侯爵祿)을 올릴 것이요, 명망(名望)[명성(名聲)과 인망(人望)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 천하에 가득할 것이니 가장 길(吉)하도다.”

시랑이 그 말을 듣고 놀라 말하기를,

 

“명백히 가르치소서.”

하니 도사 말하기를,

 

“그 밖에는 아는 일이 없고 천기를 누설하지 못하기로 대강 설화하나이다.”

하고 하직하고 가는지라, 시랑이 도사의 말을 듣고는 도로혀 아니 뵈임만 같지 못하여 부인을 대하여 이 말을 이르고 염려 무궁(無窮)[공간이나 시간 따위가 끝이 없음.]하여 계월에게 남복(男服)을 입혀 초당에 두고 글을 가르치니 일람첩기(一覽輒記)[한 번 보면 다 기억한다는 뜻으로, 총명하고 기억을 잘함을 이르는 말.]라. 시랑이 자탄(自歎)하기를,

 

“네가 만일 남자가 되었던들 우리 문호를 더욱 빛낼 것을 애달프도다.”

하더라.

 

<중략 : 중략 부분에는 계월이 성장하여 나라의 공을 세우고, 보국과 혼인을 한 후 남편과 갈등을 겪는 과정이 담겨 있다.>

 

여공[계월의 시부이자 생명의 은인.]이 만류하기를,

“계월이 비록 네 아내는 되었으나 벼슬 놓지 아니하고 의기 당당하여 족히 너를 부릴 사람이로되, 예로써 너를 섬기니 어찌 심사를 그르다 하리오. 영춘은 비첩(婢妾)[여자 종으로서 첩이 된 사람.]이라 제 거만하다가 죽었으니 뉘를 한하며, 또한 계월이 그릇 궁녀비를 죽인다고 하여도 뉘라서 그르다 책망하리오. 너는 조금도 괘념치말고 마음을 변하지 말라. 만일 영춘을 죽였다 하고 혐의를 두면 부부지의(夫婦之義)도 변할 것이요 또한 천자 주장하신 바라, 네게 해로움이 있을 것이니 부디 조심하라.”

하신대, 보국이 여쭈오되,

“부친께서는 부당지설(不當之說)[이치에 맞지 아니하는 말.]을 하시나이다. 세상에 대장부 되어 계집에게 괄시를 당하오리까?”

하고 그 후로부터는 계월의 방에 들지 아니하니, 계월이 생각하되, ‘영춘의 혐의로 아니 오는도다.’ 하고 말하기를,

 

“뉘라서 보국을 남자라고 하리오. 여자에도 미치지 못하리로다.”

하고 남자 못 됨을 분하여 눈물을 흘리며 세월을 보내더라.

 

각설, 이때 남관장이 장계(狀啓)[왕명을 받고 지방에 나가 있는 신하가 자기 관하(管下)의 중요한 일을 왕에게 보고하던 일. 또는 그런 문서.]를 올리거늘 천자 즉시 개탁(開坼)하니[봉한 편지나 서류 따위를 뜯어보니.] 하였으되,

 

‘오왕(吳王)과 초왕(楚王)이 반하여[배반하여 일어나.] 지금 황성을 범하고자 하옵는대, 오왕은 구덕지를 얻어 대원수를 삼고, 초왕은 장맹길을 얻어 선봉을 삼아 제장 천여 원과 군사 십만을 거느려 호주 북지 칠십여 성을 항복받고 형주 자사 이완태를 베고 짓쳐 오매 소장의 힘으로는 방비할 길이 없사와 감달하오니 복원, 황상은 어진 명장을 보내옵시어 방적하옵소서.’

하였거늘, 천자 보시고 크게 놀라사 제신(諸臣)을 모아 의논한대 우승상 명연태 아뢰기를,

 

“이 도적은 좌승상 평국[계월의 고친 이름.]을 보내어 막사올 것이니, 급히 명초(命招)[임금의 명으로 신하를 부름.]하옵소서.”

 

천자 들으시고 양구(良久)[한참 있다가, 또는 얼마 있다가.]에,

“평국이 전일은 출세(出世)하였기로 불렀거니와 지금은 규중 여자(閨中女子)라 어찌 명초하여 전장에 보내리오.”

하신대, 제신이 아뢰기를,

 

“평국이 지금 규중에 처하오나 이름이 조야(朝野)[조정과 민간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 있삽고 또한 작록을 갈지 아니하였사오니 어찌 규중을 혐의(嫌疑)[꺼리고 미워함.]하오리까?”

천자 마지못하여 급히 평국을 명초하시니라.

 

이때 평국이 규중에 홀로 있어 매일 시비를 데리고 장기와 바둑으로 세월을 보내더니 사람이 나와 명초하시는 영(令)을 전하거늘, 평국이 놀라 급히 여복을 벗고 조복으로 사관을 따라 탑하에 엎드리니 천자 기뻐하사 이르기를,

 

“경이 규중에 처한 후로 오래 보지 못하여 밤낮으로 사모하더니 이제 경을 보매 기쁘기 측량없거니와 짐이 덕이 없어 지금 오, 초 양 왕(兩王)이 반하여 남관을 넘어 황성을 범하고자 한다 하니 경은 자당(自當)[스스로 맡아서 하거

나 부담함.] 처사(處事)[일을 처리함]하와 사직(社稷)[나라 또는 조정을 이르는 말.]을 안보하게 하라.”

하신대 평국이 부복(俯伏)[고개를 숙이고 엎드림.]하여 아뢰기를,

 

“신첩 외람하와 폐하를 속이옵고 공후 작록이 높아 영화로 지내옵기 황공하오되 죄를 사하옵시고 이대도록 사랑하시오니 신첩이 비록 우매하오나 힘을 다하여 폐하의 성은을 만분지일이나 갚고자 하오니 근심하지 마옵소서.”

 

한대, 천자 크게 기뻐하사 천병만마를 즉시 조발(調發)하여 상림원에 진을 치고 원수 친히 붓을 잡아 보국에게 전령하되, ‘지금 적병이 급하매 중군은 바삐 대령하여 군령을 어기지 말라.’ 하였거늘, 보국이 군령을 보고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부모께 여쭈오되,

 

“계월이 또 소자를 중군으로 부리려고 하오니, 이런 일이 어디 있사오리까?”

하니 여공이 말하기를,

 

“내 전일에 너더러 무엇이라 이르더냐. 계월을 괄시하다가 이런 일을 당하니 어찌 그르다 하리오. 국사 지중(國事至重)하니 무가내하(無可奈何)라.”

하고 바삐 감을 재촉하니 보국이 하릴없어 갑주를 갖추고 진문(陣門)[군대가 진을 치고 있는 곳으로 드나드는 문.]에 나아

가 원수[전시의 군사를 통솔하는 일을 맡아보던 장수. 또는 한 지방의 군대를 통솔하던 으뜸 장수. 여기서는 계월을 가리킴.] 앞에 엎드리니, 원수 분부하기를,

 

“만일 영을 거역하는 자면 군법을 시행하리라.”

하니, 보국이 황겁하여 중군 처소로 돌아와 영 내리기를 기다리는지라, 원수 제장의 소임을 각각 정하고 추구월 갑자일에 행군하여 십일월 초일일에 남관에 당도하여 삼 일 유진(留陣)[군사들이 머물러 있음.]하고 즉시 오 일 만에 천축산을 지나 연경루에 다다르니, 적병이 평원광야에 진을 치고 하령(下令)하기를,

 

“장령(將令)[군대를 거느리는 장수의 명령.]을 어기는 자면 세워 두고 베리라.”

호령이 추상(秋霜)같거늘 제장 군졸이 황겁하여 어찌할 줄을 모르고, 보국도 조심이 무궁하더라.

 

이튿날, 원수 중군에게 분부하되,

“수일은 중군이 나가 싸워라.”

하니, 중군이 청령(聽令)[명령을 주의 깊게 들음.]하고 말에 올라 삼 척 장검을 들고 적진에 외치기를,

 

“나는 명국 중군 보국이라, 대원수의 영을 받아 너희 머리를 베려 하니 바삐 나와 내 칼을 받으라.”

 

하니 적장 운평이 그 소리를 듣고 대로하여 말을 몰아 싸우더니 수 합이 못하여 보국의 칼이 빛나며 머리가 말 아래에 떨어지니 적장 운경이 운평의 죽음을 보고 분노하여 말을 몰아 달려들거늘, 보국이 승기 등등하여 장검을 높이 들고 서로 싸우더니 수 합이 못 하여 보국이 칼을 날려 운경의 칼 든 팔을 치니 운경이 미처 손을 올리지 못하고 칼 든 채 말 아래에 떨어지거늘, 보국이 운경의 머리를 베어 들고 본진으로 돌아오던 중, 적장 구덕지 대로하여 장검을 높이 들고 말을 몰아 크게 고함하며 달려올 새, 난데없는 적병이 또 사방으로 달려들거늘, 보국이 황겁하여 피하고자 하더니 경각(頃刻)[눈 깜빡할 사이.]에 적장이 함성을 지르고 보국을 천여 겹 에워싸는지라 사세 위급하여 보국이 앙천 탄식(仰天歎息)[하늘을 우러러 보고 한탄하여 한숨을 쉼.]하더니, 이 때 원수 장대에서 북을 치다가 보국의 급함을 보고 급히 말을 몰아 장검을 높이 들고 좌충우돌하며 적진을 헤치고 구덕지 머리를 베고 보국을 구하여 몸을 날려 적진을 충돌할 새, 동에 번듯 서장을 베고 남에 번듯 북장을 베고 좌충우돌하여 적장 오십여 원을 한칼로 소멸하고 본진으로 돌아올 새, 보국이 원수 보기를 부끄러워하거늘, 원수 보국을 꾸짖어,

 

“저러하고 평일에 남자라 칭하고 나를 업수이여기더니, 언제도 그리할까.”

하며 무수히 조롱하더라.

 

이때 원수 장대에 좌기하고 구덕지 머리를 함에 봉하여 황성으로 보내니라.

이때 오초 양 왕이 상의하여 말하기를,

 

“평국의 용맹을 보니 옛날 조자룡이라도 당하지 못할지니 어찌 대적하며, 명장 구덕지를 죽였으니 이제 뉘로 더불어 대사를 도모하리오. 이제는 우리 양국이 평국의 손에 망하리로다.”

하며 낙루하니, 맹길이 여쭈오되,

 

“대왕은 근심하지 마옵소서. 소장이 한 묘책이 있사오니, 평국이 아무리 영웅이라도 이 계교는 알지 못할 것이오, 또한 명제(明帝)를 사로잡을 것이니 염려 마옵소서. 지금 황성에 시신만 있을 것이니 평국 모르게 군사를 거느려 오초령을 넘어 양자강을 지나 황성을 엄습하면, 천자 필연 황성을 버리고 도망하여 살기를 바라고 항서(降書)[항복을 인정하는 문서.]를 올릴 것이니, 그리 하사이다.”

하고 즉시 관평을 불러 말하기를,

 

“그대는 본진을 지키고 평국이 아무리 싸우자 하여도 나서지 말고 나 돌아오기를 기다리라.”

하고는 이날 밤 삼경에 제장 백여 명과 군사 천 명을 거느리고 황성으로 가니라.

 

이때 천자 구덕지 머리를 받아 보시고 크게 기뻐하사 제신을 모아 평국 부부를 칭찬하시고 태평으로 지내러니 오호동관수 장계를 올렸으되, ‘양자강 광야 사장에 천병만마 들어오며 황성을 범하고자 하나이다.’ 하였거늘, 천자 놀라사 만조를 모아 의논하시더니 적장 맹길이 동문을 짓치고 들어오며 백성을 무수히 죽이고 대궐에 불을 질러 화광이 충천하며 장안 만민이 물 끓듯 하며 도망하는지라, 천자 놀라사 용상을 두드리며 기절하시거늘, 우승상 정인태 천자를 등에 업고 북문을 열고 도망하니, 시신 백여 명이 따라 천태평을 넘어갈 새, 적장 맹길이 천자 도망함을 보고 크게 외치거늘,

 

“명황(明皇)은 닫지 말고 항복하라.”

하며 쫓거늘, 시신도 넋을 잃고 죽기로서 닫더니, 앞에 대강이 막혔거늘, 천자

탄식하기를,

 

“이제는 죽으리로다. 앞에는 대강이요, 뒤에는 적병이 급하니 이 일을 어찌 하리오.”

하며 자결하고자 하시더니, 맹길이 서둘러 달려들어 창으로 겨누며,

“죽기를 아끼거든 항서를 바삐 올리라.”

하니 시신 등이 애걸하기를,

 

“지필(紙筆)이 없으니 성중에 들어가 항서를 쓸 것이니 장군은 우리 황상을 살려 주소서.”

하니 천자 혼비백산(魂飛魄散)[혼백이 어지러이 흩어진다는 뜻으로, 몹시 놀라 넋을 잃음을 이르는 말.]하여 용포 소매를 떼어 손가락을 입에 물고 앙천 통곡하기를,

 

“수백 년 사직이 내게 와 망할 줄을 어찌 알았으리오.”

하시며 대성통곡하시니 백일(白日)[구름이 끼지 않아 밝게 빛나는 해. ]이 무광(無光)[빛이나 광택이 없음.]하더라.

 

이때, 원수 진중에 있어 적진 파할 묘책을 생각하더니, 자연 마음이 산란하여 장막 밖에 나가서 천기를 살펴보니, 자미성(紫微星)[큰곰자리 부근에 있는 자미원의 별 이름. 중국 천자(天子)의 운명과 관련된다고 한다.]이 신지(神地)[신(神)을 모신 곳. 종묘나 산릉이 있는 곳을 이른다.]를 떠나고 모든 별이 살기등등하거늘, 원수 놀라 중군장을 불러 이르기를,

 

“내 천기를 보니 천자의 위태함이 경각에 있는지라, 내 필마로 가려 하니 장군은 제장 군졸을 거느려 진문을 굳게 닫고 나 돌아오기를 기다리라.”

 

하고 필마 단검으로 황성을 향할 새, 동방이 밝아 오거늘, 바라보니 장안이 비었고 궁궐이 소화(燒火)[불에 태우거나 사름.]하여 빈터만 남았는지라, 원수 통곡하며 두루 다니되, 한 사람도 보지 못하여 천자 가신 곳을 알지 못하고 망극하여 하더니 문득 수채 굼기로 한 노인이 나오다가 원수를 보고 놀라 급히 들어가거늘, 원수 바삐 쫓아가며,

 

“나는 도적이 아니라 대국 대원수 평국이니 놀라지 말고 나와 천자 거처를 일러라.”

하니, 그 노인이 그제야 도로 나와 대성통곡하거늘, 원수 자세히 보니 이는 기주후 여공이라, 급히 말에서 내려 땅에 엎드려 통곡하기를,

 

“시부님은 무슨 연고로 이 수채 굼기에 몸을 감추고 있사오며 소부의 부모와 시모님은 어디로 피란하였는지 알으시나이까?”

하니 여공이 원수 손을 잡고 울며 말하기를,

 

“이곳에 도적이 들어와 대궐을 불 지르고 노략(擄掠)[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사람을 해치거나 재물을 강제로 빼앗음.]하매 장안 만인이 도망하여 가니 나는 갈 길을 몰라 이 굼기에 들어와 피란하였으니 혼장님 양위와 네 시모 간 곳을 알지 못하노라.”

하고 통곡하거늘, 원수 위로하여 말하기를,

 

“설마 만나 뵐 날이 없사오이까?”

하고 또 묻기를,

 

“황상은 어디 계시니까?”

하니 여공이 대답하기를,

 

“내 여기 숨어 보니 한 신하가 천자를 업고 북문으로 도망하여 천태령을 넘어가더니, 그 뒤에 도적이 따라갔으매 필연 위급할지라.”

하거늘, 원수 크게 놀라 말하기를,

 

“천자를 구하러 가오니 소부 돌아오기를 기다리소서.”

하고 말에 올라 천태령을 넘어갈 새, 순식간에 북편에 다다라 보니 십 리 사장에 적병이 가득하고 항복하라 하는 소리 곳곳에 진동하거늘, 원수 이 말을 듣고 투구를 다시 쓰고 우레같이 소리치며 말을 채쳐 달려가며 부르거늘,

 

“적장은 나의 황상을 해치지 말아라. 평국이 예 왔노라.”

하니, 맹길이 황겁하여 말을 돌려 도망하거늘, 원수 다시 소리치거늘,

 

“네가 가면 어디로 가리오. 닫지 말고 내 칼을 받으라.”

살같이 달려갈 새, 원수의 준총마가 주홍 같은 입을 벌리고 순식간에 맹길의 말 꼬리를 물고 늘어지거늘, 맹길이 놀라 장창을 높이 들고 원수를 범하고자 하니, 원수 노하여 칼을 들어 맹길을 치니 두 팔이 내려지는지라. 또 좌충우돌하여 적졸을 진멸(殄滅)[무찔러 모조리 죽여 없앰.]하니 피 흘러 성천(成川)하고 주검이 구산 같더라.

 

이때 천자와 제신이 넋을 잃고 어찌할 줄 모르고 천자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깨물려 하거늘, 원수 급히 말에서 내려 복지 통곡하며 여쭈오되,

 

“폐하는 옥체 안보하옵소서. 평국이 왔나이다.”

천자 혼미(昏迷) 중에 평국이란 말을 듣고 일변 반기며 일변 비감(悲感)[슬픈 느낌.]하사, 원수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시며 말을 하지 못하시거늘, 원수 옥체를 보호하니 이윽고 정신을 진정하여 원수에게 치사하기를,

 

“짐이 고혼이 될 것을 원수의 덕으로 사직을 안보하게 되었으니 원수의 은혜를 무엇으로 갚으리오.”

하시며,

“원수는 만 리 변방에서 어찌 알고 와서 짐을 구하였느뇨?”

하니, 원수 땅에 엎드려 아뢰기를, 천기를 보옵고 군사를 중군에게 부탁하옵고 즉시 황성에 득달하온즉, 장안이 비었사오며 폐하 거처를 모르고 주저하옵더니 시부 여공이 수채 굼기로 나오거늘, 묻잡고 급히 와서 적장 맹길을 사로잡은 말씀을 대강 아뢰고 나와 적진 여졸을 낱낱이 결박하여 앞세워 황성으로 행할 새, 원수의 말은 천자를 모시고 맹길이 탔던 말은 원수가 타고 행군 북을 맹길이 등에 지우고 시신으로 북을 울리며 환궁(還宮)하실 새, 천자 마상에서 용포 소매를 들어 춤을 너울너울 추며 즐거워하시니 제신과 원수도 일시에 팔을 들어 춤을 추며 즐겨 천태령을 넘어오니 장안이 소조(蕭條)하고[고요하고 쓸쓸하고.] 대궐이 터만 남았으니 어찌 한심치 아니하리오. 천자 좌우를 돌아보고 이르기를,

 

“짐이 덕이 없어 무죄한 백성과 황후, 태자 환중 고혼(患中孤魂)이 되었으니 하 면목으로 천위(天位)[천자의 자리]를 차지하리오.”

하시며 통곡하시니, 원수 여쭈오되,

 

“폐하는 너무 염려하지 마옵소서. 하늘이 성상(聖上)을 내실 새, 저 무도한 도적으로 하여금 곤액(困厄)[뜻밖에 당하는 불행한 일.]을 당하게 함이요, 둘째 소신을 내어 환을 평정하게 함이오니, 하늘이 정하신 바라 어찌 천수를 면하리까. 슬픔을 참으시고 천위를 정하신 후에 황후와 태자 거처를 탐지하사이다.”

하니 천자 이르기를,

 

“대궐이 없어졌으니 어디가 안정하리오.”

하시더니, 이때 여공이 수채 굼기로 나와 땅에 엎드려 통곡하기를,

 

“소신이 살기만 도모하여 폐하를 모시지 못하였사오니, 소신을 속히 처참하와 후인을 중히 가르치옵소서.”

하니 천자 이르기를,

 

“짐이 경으로 하여금 변을 당함이 아니니 어찌 경의 죄라 하리오. 추호도 괘념치 말라.”

하니 여공이 또 아뢰되,

“폐하, 아직 안정하실 곳이 없사오니 원수 있던 집으로 가사이다.”

천자 즉시 종남산 밑으로 와서 보시니 외로운 집만 남았는지라, 위공이 있던 황화정에 전좌(殿座)하시더라[‘전좌하다’는 ‘임금 등이 정사를 보거나 조하를 받으려고 정전(正殿)이나 편전(便殿)에 나와 앉다.’라는 뜻으로, 여기에서는 홍 원수의 집에서 나랏일을 보았다는 의미로 쓰였다.].

 

<후략>- 구활자본

 

이해와 감상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책. 국문 필사본. 1913년 신구서림에서 간행하였다.

명나라 시절 홍계월은 시랑 벼슬을 한 아버지의 무남독녀로 태어났으나, 간신의 반란을 만나 어버이와 헤어지고 수적(水賊)을 만나 물에 던져진다. 그러나 무릉포에 사는 여공(呂公)의 구조로 살아나게 되었다. 여골의 도움으로 그 집 아들과 함께 도사에게 수학한 홍계월은 마침내 장원으로 급제하고, 그 집 아들 여보국은 부장원으로 급제한다.

외적의 침입을 받자 홍계월은 대원수가 되고, 여보국은 부원수가 되어 출전한다. 그러나 부원수가 원수의 말을 듣지 않고 싸우다가 크게 패한다. 그러자 원수는 이를 크게 꾸짖는다. 싸움을 승리로 이끈 뒤, 홍계월은 헤어진 어버이와 만나고, 또한 천자는 그에게 위국공(魏國公)을 제수한다.

뒷날 홍계월이 천자를 속인 죄를 청하자, 천자는 벼슬을 그대로 둔 채 친히 중매를 서서 여보국과 혼인시킨다. 이 사이 여보국과 홍계월 사이에 갈등이 있게 되는데, 뒤에 다시 반란군이 일어나 출전하여 홍계월이 남편의 위기를 구해주므로 이들 부부는 금실을 회복한다.

이 작품은 여주인공이 부모와 헤어졌다가 결합을 다루면서 남녀간의 애정 · 능력 등을 함께 다룬 영웅소설 · 군담소설 · 여장군소설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면에서 〈 정수정전 〉 이나 그 이본인 〈 여장군전 〉 등과 궤를 같이한다. 물론, 〈 옥루몽 〉 이나 〈 황운전 〉 같은 소설도 남성보다 더 우위에 있는 ‘ 여성 · 여장군 ’ 을 등장시키고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작품처럼 남편이 아내의 지배를 받고 군법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엄벌을 받고 있지는 않다. 또한, 회군한 뒤 여자의 벼슬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부여해두는 점도 특이하다. 이와 같은 특징들은 이 작품이 독자사회학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함을 시사해준다.

≪ 참고문헌 ≫ 李朝時代小說論(金起東, 정연사, 1964), 韓國小說의 構造와 實相(成賢慶, 嶺南大學校出版部, 1981).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해와 감상1

7회의 장회소설(章回小說)로서, 중국 명(明)나라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여장군(女將軍)의 고행(苦行)과 무용담(武勇談)을 엮어 나간 영웅 소설이다.

홍시랑(洪侍郞)의 무남독녀(無男獨女)로 태어난 계월(桂月)이 난리통에 부모를 잃고 여공(呂公)의 구조를 받는데, 여공의 아들 보국(輔國)과는 형제처럼 지내게 된다. 남장(男裝)한 계월이 보국과 함께 과거에 장원 급제하고, 계월은 대원수, 보국은 부원수가 된다. 계월이 싸움터에서 부모를 찾고 개선하지만, 변장이 탄로되어 보국과 결혼하는데 그는 아내의 직위가 높은 데 불만을 품고 애첩 영춘(永春)을 아낀다. 그러나 계월의 슬기로 남편과의 갈등을 극복하고 부부가 다시 화합한다는 줄거리이다. 다른 고대 소설인 <여장군전(女將軍傳)>과 그 구성이 거의 비슷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여주인공의 부모와의 이별과 만남, 남녀 간의 애정을 다룬 영웅 소설, 군담 소설에 해당한다. 이 작품은 남성보다 우월한 여성, 혹은 여성 장군을 등장시키고 있다. 특히 다른 영웅 소설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남편이 아내의 지배를 받고, 군법을 위반하여 엄벌을 받기도 한다. 또한 회군(回軍)한 뒤 여자의 벼슬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부여해 두는 점도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이다.

이해와 감상2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책. 국문 필사본. 1913년 신구서림에서 간행하였다. 이 작품은 여주인공이 부모와 헤어졌다가 결합을 다루면서 남녀간의 애정 · 능력 등을 함께 다룬 영웅소설 · 군담소설 · 여장군소설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면에서 〈정수정전〉이나 그 이본인 〈여장군전〉등과 궤를 같이한다. 물론, 〈옥루몽〉이나 〈황운전〉 같은 소설도 남성보다 더 우위에 있는 ‘ 여성 · 여장군 ’ 을 등장시키고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작품처럼 남편이 아내의 지배를 받고 군법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엄벌을 받고 있지는 않다. 또한, 회군한 뒤 여자의 벼슬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부여해두는 점도 특이하다. 이와 같은 특징들은 이 작품이 독자사회학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함을 시사해준다.

 

심화 자료

홍계월전

7회의 장회소설(章回小說)로서, 중국 명(明)나라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여장군(女將軍)의 고행(苦行)과 무용담(武勇談)을 엮어 나간 영웅 소설이다.

홍시랑(洪侍郞)의 무남독녀(無男獨女)로 태어난 계월(桂月)이 난리통에 부모를 잃고 여공(呂公)의 구조를 받는데, 여공의 아들 보국(輔國)과는 형제처럼 지내게 된다. 남장(男裝)한 계월이 보국과 함께 과거에 장원 급제하고, 계월은 대원수, 보국은 부원수가 된다. 계월이 싸움터에서 부모를 찾고 개선하지만, 변장이 탄로되어 보국과 결혼하는데 그는 아내의 직위가 높은 데 불만을 품고 애첩 영춘(永春)을 아낀다. 그러나 계월의 슬기로 남편과의 갈등을 극복하고 부부가 다시 화합한다는 줄거리이다. 다른 고대 소설인 "여장군전(女將軍傳)"과 그 구성이 거의 비슷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여주인공의 부모와의 이별과 만남, 남녀 간의 애정을 다룬 영웅 소설, 군담 소설에 해당한다. 이 작품은 남성보다 우월한 여성, 혹은 여성 장군을 등장시키고 있다. 특히 다른 영웅 소설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남편이 아내의 지배를 받고, 군법을 위반하여 엄벌을 받기도 한다. 또한 회군(回軍)한 뒤 여자의 벼슬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부여해 두는 점도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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