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 / 본문 일부 및 해설 / 이희승
by 송화은율딸깍발이 - 이희승
‘딸깍발이’란 것은 ‘남산골 샌님’의 별명이다. 왜 그런 별호가 생겼느냐 하면 남산골 샌님은 지나 마르나 나막신을 신고 다녔으며, 마른 날은 나막신 굽이 굳은 땅에 부딪쳐서 딸깍딸깍 소리가 유난하였기 때문이다. 요새 청년들은 아마 그런 광경을 못 구경하였을 것이니. 좀 상상하기에 곤란할는 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일제 시대에 일인들이 게다를 끌고 콘크리트 길바닥을 걸어다니던 꼴을 기억하고 있다면, ‘딸깍발이’라는 명칭이 붙게 된 까닭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남산골 샌님이 마른 날 나막신 소리를 내는 것은 그다지 얘깃거리가 될 것도 없다. 그 소리와 아울러 그 모양이 퍽 초라하고, 궁상이 다닥다닥 달려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인생으로서 한 고비가 겨워서 머리가 희끗희끗할 지경에 이르기까지 변변하지 못한 벼슬이나마 한 자리 얻어 하지 못하고(그 시대에는 소위 양반으로서 벼슬 하나 얻어 하는 것이 유일한 욕망이요. 영광이요, 사업이요, 목적이었던 것이다), 다른 일 특히 생업에는 아주 손방이어서 아예 손을 댈 생각조차도 아니하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극도로 궁핍한 구렁텅이에 빠져서 글자 그대로 삼순구식(三旬九食 ; 서른 날에 아홉 끼니밖에 못 먹었다는 뜻으로 ‘가난하여 끼니를 많이 거름’을 이르는 말)의 비참한 생활을 해 가는 것이다. 그 꼬락서니라든지 차림차림이야 여간 장관(壯觀)이 아니다.
두 볼이 여윌 대로 여위어서 담배 모금이나 세차게 빨 때에는 양볼의 가죽이 입 안에서 서로 맞닿을 지경이요, 콧날이 날카롭게 오똑 서서 꾀와 이지(理知)만이 내발릴 대로 발려 있고, 사철 없이 말간 콧물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진다. 그래도 두 눈은 개가 풀리지 않고 영채가 돌아서, 무력이라든지 낙심의 빛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아래, 윗입술이 쪼그라질 정도로 굳게 다문 입은 그 의지력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많지 않는 아랫수염이 뾰족하니 앞으로 향하여 휘어 뻗쳤으며, 이마는 대개 툭 소스라져 나오는 편보다 메뚜기 이마로 좀 편편하게 버스러진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이다.
이러한 화상이 꿰맬 대로 꿰맨 헌 망건(網巾)을 도토리같이 눌러 쓰고, 대우가 조글조글한 헌 갓을 좀 뒤로 잦혀서 쓰는 것이 버릇이다. 서리가 올 무렵까지 베 중의 적삼이나, 복(伏)이 들도록 솜바지 저고리의 거죽을 벗겨서 여름살이를 삼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그리고 자락이 모자라지고 때가 꾀죄죄하게 흐르는 도포(道袍)나 중치막을 입은 후, 술이 다 떨어지고 몇 동강을 이은 띠를 흉복께에 눌러 띠고, 나막신을 신었을망정 행전(行纏)은 잊어버리는 일 없이 차고 나선다. 걸음을 걸어도 일본 사람들 모양으로 경망스럽게 발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느럭느럭 갈 지자 지(之)걸음으로, 뼈대만 엉성한 호리호리한 체격일망정 그래도 두 어깨를 턱 젖혀서 가슴을 뻐기고 고개를 휘번덕거리기는 새레 곁눈질 하나 하는 법 없이 눈을 내리깔아 코 끝만 보고 걸어가는 모습, 이 모든 특징이 '딸깍발이'란 속에 전부 내포되어 있다.
(하략)
어휘풀이
* 샌님 : 보수적이고 고루하여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
* 별호 : 특별히 부르는 호칭
* 게다 : 일본의 나막신
* 손방 :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 삼순구식(三旬九食) : 몹시 가난함을 이르는 말.
* 장관 : 구경거리
* 내 발릴 : 겉으로 환히 드러나 보일
* 영채 : 환하게 빛나는 고운 빛깔
* 모지라지고 : 물건의 끝이 닳거나 잘라져 무지러지고
* 중치막 : 벼슬하지 않은 선비가 입던 웃옷.
* 염결 : 청렴하고 결백함
* 우매 : 어리석음
작가 : 이희승(李熙昇, 1896~1989)
호는 일석(一石)이며 국어학자이며 학술원 원로회원이다. 1930년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년 조선어학회 간사와 한글학회 이사가 되었다. 동경제국대학 대학원에서 언어학을 연구하였으며,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에 관련되어 일제가 망할 때까지 복역하였다, 1954년 학술원 종신회원에 선임되었으며, 1962년 건국훈장 국민장을 받았고 학술원 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국문학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여 고전소설, 민요, 가사수필 등을 정선하여 주해작업을 한 <역대조선문학정화>를 펴냈으며, 토끼화상, 새타령 등을 모아 주석, 해설하여 <조선문학연구초>를 간행하였다. 문학작품의 연구 외에 시와 시조수필 등의 작품을 창작하기도 하였으며, 이를 모아 <박꽂>을 간행하였다. 시인으로서 그는 자연과 교감하는 시조를 창작하였으며. 시조의 현대화를 추구하였다.
감상의 길잡이 1
‘딸깍발이’ 라는 기발한 별칭으로 표현된 조선 시대 선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 수필에서, ‘남산골 샌님’은 때가 꾀죄죄하게 흐르는 궁색한 차림에 바싹 여윈 얼굴을 하고 외고집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실생활에는 도대체 관심이 없는 이 선비의 심중(心中)은 무엇이었는가? 오로지 청렴 결백과 지조, 흑은 ‘앙큼한 자존심’과 ‘꼬장꼬장한 고지식’을 생활 신조로 삼았던 이들의 의기는 결코 자기 중심의 이기주의가 아닌 사회와 역사, 우리 민족에 대한 결단이었던 것이다.
이 글은 작자의 사회관, 역사관이 ‘선비 정신’ 이라는 내용으로 표출되고 있는 바, 일종의 사회적 수필이라고 할 수 있다. 작자인 이희승 씨가 일제 치하에서 한 지식인으로서 한글 운동에 앞장 서고 ‘조선어학회’의 활동으로 자신의 항일 의지를 나타냈던 점은, 바로 체험으로써의 선비 정신과 전통에 대한 생각을 수필로 드러낼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한편 이 글이 수필로서의 흥미를 잃지 않고 있는 것은 ‘남산골 샌님’ 의 인물상, 생활상 등의 표현이 생생하면서도 독특한 수식으로 유머스런 인상을 적절히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자어나 한자 성어의 잦은 사용으로 전통적인 유교적 선비상을 부각시키는데 효과를 내고 있는 점도 중시된다.
감상의 길잡이 2
이 글의 주제는 이기주의와 탐욕에 물든 현대인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과거의 선비에 기대어 비판하고 있는 글이다.
그러나 이 글의 전체적인 구성은 이러한 주제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첫 번째 단락에서 제시된 개괄적인 ‘딸깍발이’에 대한 설명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오히려 대상이 지닌 부정적인 측면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짙다고 생각될 정도로, 동원되는 어휘는 물론이거니와 관점 역시 ‘일제시대 일인’들과 비교함으로써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인물로 드러나 있다. 이러한 설명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묘사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묘사는 주로 ‘딸깍발이’가 지닌 외모를 묘사함으로써 성격을 함께 묘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묘사 역시 상세함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묘사야말로 이 글이 지닌 가장 두드러진 힘이다. 외모의 초라함과 무기력한 생활력을 오히려 드러냄으로써 그 내면에는 강직한 철학이 깃들고 도사리고 있음을 대조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외양과 성질의 대립은 현대인에게는 그 역으로 드러난다.
곧 현대인은 오히려 멀끔한 외모를 가졌기는 하지만 그 내면에는 선비의 발뒤꿈치도 쫓아가지 못할 만큼의 간교한 이기주의와 맹목적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안과 밖이 서로 다른 인간을 대조해 보임으로써 이 글이 얻는 효과는 그 초라함 속에 내재된 굳세고 강직한 성품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오는 가장 바람직한 측면이라는 주장이다.
가볍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대상에 접근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에 지닌 작가의 애정이 드러나게 함으로써 독자를 새로운 관점으로 돌려 놓게 되는 것이 이 글의 미덕이며, 교훈적인 내용이 전혀 부담없이 익혀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상의 길잡이 3
이 글은 남산골 샌님의 예를 통하여 우리 고유의 ‘선비 정신’을 밝힘으로써 현대인들의 이기주의적이고 약삭빠른 삶을 경계하는 비평 정신을 담고 있는 교훈적, 비판적, 설득적 성격의 중수필이다. 글쓴이는 가치관의 혼돈 상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남산골 샌님의 삶 속에 내재해 있는 전통은 시대 착오적 인습이 아니라 커다란 창조적 의미가 있으므로, 옛날 선비들의 강직함과 의기를 본받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작자 : 이희승(李熙昇;1896∼1989)
형식 : 중수필, 교훈적이고 서사적인 수필
성격 : 교훈적, 비판적, 해학적, 설득적, 사회적, 전통적
문체 : 한문투의 문체
제재 : 남산골 샌님(딸깍발이)의 '선비정신'
주제 : 현대인이 배워야 할 선비들의 의기와 강직
구성 :
기 - 딸깍발이의 유래 - 나막신 끄는 소리
승 - 딸깍발이의 성격 - 자존심, 고지식, 지조
전 - 딸깍발이의 의기와 정신 - 선비 정신
결 - 딸깍발이의 정신 계승 - 현대인에 대한 개탄
특징 : 음성 상징어(오도독, 꽁꽁, 박박)를 사용하여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하였고, 인물상, 생활상 등을 독특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한문투의 어휘를 구사하여 전통적인 선비상을 부각시켰으며, 글쓴이의 사회관, 역사관이 '선비 정신'을 통해 표현됨.
출전 : '벙어리 냉가슴'(1956)
(1) 작품 선정의 취지
이 작품은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오로지 청렴 결백과 지조, 앙큼한 자존심과 꼬장꼬장한 고지식을 생활 신조로 삼았던 '딸깍발이'의 생활 태도와 자기 본위로만 사는 현대인의 생활 태도를 대비하여 바르고 참된 삶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학습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를 바탕으로 '딸깍발이'의 생활 신조나 삶의 자세에 나타나 있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비판적으로 해석해 보고, 그 결과를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작품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내는 능동적인 수용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2) 지도의 핵심
이 단원은 학생들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에 비추어 '딸깍발이'의 생활 신조나 삶의 자세를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고 자신의 삶과 연계시키는 활동이 중요하므로, 교사는 학생들의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만 작품을 수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다양한 평가나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딸깍발이'와 같은 인물이 없는지, 이러한 인물이 오늘날 존재한다면 어떠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오늘날 우리의 주변에서 가장 본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삶은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 보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3) 작품 연구
이 작품은 일석(一石) 이희승의 첫 수필집 '벙어리 냉가슴'(1956)에 실린 수필로, 우리 고유의 선비 정신을 '남산골 샌님이'라는 기발한 별칭으로 표현된 '남산골 샌님'의 예를 들어 제시한 글이다.
궁핍한 삶 속에서도 자기의 의지와 지조를 지키면서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옛날 지식인의 참된 모습을 작자는 '딸깍발이'에서 찾고 있으며, 거기에 현대인의 이기주의적이고 약삭빠른 삶을 경계하는 비평 정신을 가미하고 있다. 가치관의 혼돈 상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남산골 샌님의 삶 속에서 내재해있는 전통의 의미는 시대 착오적 인습이 아니라 커다란 창조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이 글에 담긴 메시지이다.
한문투의 강건하고 논리적인 문체로 전통적인 선비상에서 발견되는 의기와 기백을 부각시켰고, 남산골 샌님의 생활상과 인간상에 대한 표현이 독특하고 해학적이다.
친해지기
'샌님'이라는 어휘에서 연상되는 인상을 용모나 성격의 측면에서 말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딸깍발이'와 관련된 이미지를 학생들에게 물음으로써 궁극적으로 '딸깍발이'의 용모나 성격, 그리고 생활상을 생각해 보게 하기 위한 활동이다. 먼저 학생들에게 '샌님'이라는 말은 본래 '생원님'의 준말로, 얌전하고 고루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것을 제시해 준다. 그리고 연상되는 인상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유도한 다음, 그들의 생활상은 어떠했을지를 함께 생각해 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시 답안 : '샌님' 하면 왠지 깡마른 체구와 꾀죄죄한 용모를 가진 인물이 떠오른다. 성격은 내성적이면서도 고지식하고 자존심이 강하여 남에게 꼬장꼬장하게 굴 것 같다. 생활은 물론 어려웠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과 쉽게 어울려 지내지 못했을 것 같다.
꼼꼼히 읽기
'딸깍발이'라는 별명을 지닌 '남산골 샌님'의 예를 들어 옛 선비들의 삶의 태도를 묘사, 서술한 작품이다. 남산골 샌님의 궁상스런 모습을 해학적으로 생생하게 표현하였으며, 한문투의 문체를 구사하여 그들의 고결한 선비 정신을 잘 부각시키고 있다. 이 글의 글쓴이는 옛 선비들의 삶의 태도와 현대인의 그것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회관, 인생관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
1. 남산골 샌님에게 '딸깍발이'라는 별호가 붙은 이유는 무엇인가?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딸깍발이'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를 통해 그들의 궁핍한 생활상을 파악하기 위한 활동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 질문에 해당하는 답을 찾게 한 다음,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물어 궁핍한 생활상을 파악하도록 지도한다.
풀이 : 남산골 샌님은 지나 마르나 나막신을 신고 다녔는데, 마른 날은 나막신 굽이 굳은 땅에 부딪혀서 '딸깍딸깍' 소리가 유난하였기 때문이다.
2. 이 작품에서 글쓴이가 경계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태도에 대해 말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계승하고자 하는 '딸깍발이'의 정신과 대비시켜 글쓴이가 경계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태도를 파악하게 하기 위한 활동이다. 계승하고자 하는 '딸깍발이'의 정신이 의기, 강직, 청렴의 미덕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와는 대비되는 현대인의 태도를 파악하도록 지도한다.
풀이 : 현대인은 자기 중심, 자기 본위로만 생각하여 약게 행동한다. 그래서 백년 대계(百年大計)가 아닌 고식지계(姑息之計)에 현명하며, 극단의 이기주의에만 밝아서 청렴 결백과는 거리가 멀다.
탐구 / 작품의 가치 재구성하기
이 작품은 '딸깍발이'를, 현대적 시각에서는 비판받을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고매한 선비 정신의 소유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작가의 주관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수용자에 따라 달리 수용할 수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품을 비판적으로 해석해 보고, 그 결과를 자신의 삶과 연관지을 때 비로소 작품의 새로운 의미가 창출되는 것이다. |
탐구 작품의 가치 재구성하기
작품의 가치 재구성하기 :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품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기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재구성하기 -> 작품의 새로운 의미 창출하기
'딸깍발이' 재구성하기 : 작가가 제시한 '딸깍발이'에 대한 평가 파악하기 -> 자신의 세계관에 비추어 비판적으로 평가하기 -> 자신의 삶과 관련지어 '딸깍발이'에게서 본받을 점과 본받아서는 안 될 점 파악하기
지도 방법 :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작품의 가치를 파악한 다음,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시각으로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에 비추어 비판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파악하여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작품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내도록 지도한다.
3. 이 작품에 나타난 '딸깍발이'의 생활 신조나 삶의 자세에서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과 본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점을 찾아 정리해 보고, 그 이유를 말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작품을 비판적으로 해석해 보고, 그 결과를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작품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능동적인 수용 활동이다. 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만 작품을 수용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학생들 자신의 경험과 가치에 비추어 인물을 평하여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예시답안
본받을 점 |
주체성이 강하고 의지와 신념이 강하다는 점, 자기보다는 대의(大義)를 중시하는 자세, 청렴결백한 점 |
이유 |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불의를 보고도 지나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쉽게 신념과 의지를 굽히는 경향이 있으며, 돈 때문에 비굴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품위를 잃지 않는 자세, 자기보다 대의를 중시하는 자세, 가난에도 굴하지 않고 청렴 결백한 자세를 지녔던 점은 본받을 만하다. |
본받아서는 안 되는 점 |
경제 활동을 비천한 것으로 여겨 집안의 생계를 등한시한다는 점, 고집이 세고 완고하여 세태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점 |
이유 |
경제 활동은 가장으로서 집안의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소중하고 신성한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천한 것으로 여겨 집안의 생계마저 등한시한다는 것은 가장으로서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무책임한 일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완고하여 변화하는 세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현대 사회에 낙오되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
시야 넓히기
다음은 전광용의 '꺼삐딴 리'라는 소설의 주인공인 '이인국'을 소개한 글이다. 이 글을 읽고, 아래의 활동을 해 보자.
이인국은 일제 때 제국 대학을 졸업한 인물로, 잠꼬대를 일본어로 할 정도로 완전한 황국 신민으로 동화되어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해방 후의 격변기 속에서는 친소파로 돌변하여 영화를 누린다. 1·4 후퇴 때 가족과 함꼐 월남(越南)한 그는 미군 주둔시에도 그 상황에 맞는 처세술로 현실에 적응한다. 그는 치료비가 다른 병원보다 갑절이나 비싼 종합 병원을 운영하면서 철저히 부(富)를 추구한다. 그 특유의 처세술로 브라운 대사를 만족시켜 미 국무성 초청장을 받아 미국에 가서도 반드시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하며 도미(渡美)하기에 이른다. - 도우미 - 전광용의 '꺼삐딴 리'의 주인공 : '이인국'은 외과 의사이다. 인술보다는 돈과 권력에 따라 살아가는 이기주의자(利己主義者)이며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는 기회주의자로, 지조나 신념, 공동체 의식이 희박한 변절적 순응주의자라 할 수 있다. '꺼삐딴 리'의 줄거리 : 이인국은 종합 병원을 운영하는 외과 전문의다. 병원은 매우 정결하지만, 치료비가 다른 병원보다 갑절이나 비싸다. 그는 양면 진단(병의 증세보다 경제적 능력을 저울질하는 진단)을 통해 철저히 부를 추구한다. 어느 날, 미국으로 가기 위해 미 대사관의 브라운과 만날 시간을 맞추려고 회중 시계를 꺼내 보다가 30년 전 과거를 회상한다. 이인국은 일제 시대에 제국 대학을 졸업할 때, 회중 시계를 부상(副賞)으로 받는다. 잠꼬대도 일본어로 할 정도로 완전한 황국 신민으로 동화되어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았던 그는 해방 후의 격변기 속에서 소련군 점령하에 사상범으로 낙인 찍혀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이질 환자를 발견, 치료한 이인국은 수용소에서 응급 치료를 맡은 행운을 얻는다. 그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소련군 스텐코프 장교의 뺨에 붙은 혹을 제거하는 수술에 성공, 스텐코프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며, 친소파로 돌변하여 영화를 누린다. 이때 그는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시키게 되며, 이것이 오늘날까지 부자간의 이별이 되고 말았다. 그는 1.4 후퇴 때 가족과 함께 월남(越南), 거제도 수용소에서 아버지를 잃게 된다. 이인국은 미군 주둔시에도 그 상황에 맞는 처세술로 현실에 적응하며, 일제 시대에 같이 일했던 간호원 '혜숙'과 재혼해 딸을 낳는다. 대사관에서 브라운을 만난 이인국은 고려 청자를 그에게 선물하며, 한국인으로서의 자책감보다는 그의 취향을 생각하며 고민한다. 아무튼 이인국은 그 특유의 처세술로 브라운을 만족시키게 되며 미 국무성 초청장을 받는 목적을 달성한다. 미국에 가서도 반드시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하며 도미(渡美)하기에 이른다. |
(1) '이인국'의 입장에서 '딸깍발이'를 비판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상반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입장에서 한쪽을 지지하고 다른 한쪽을 반박하도록 하여 인간의 참다운 삶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기 위한 활동이다. 먼저 '딸깍발이'의 입장을 지지하는 그룹과 비판하는 그룹을 나누어 지정해 주고, 인물들의 생활 태도에 근거하여 각각 비판하도록 지도한다.
예시 답안 :
(1) "지조나 신념만을 지키면서 이 세상을 융통성 없이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세상이 얼마나 험악한데 그래.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면서 때로는 신념이나 지조도 과감히 버리고 변화에 적응해야 해. 그래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 살아갈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직 모르는 것 같은데, 돈이 있어야 권력도 따르고 권력이 있어야 큰소리 치면서 살아갈 수 있어."
(2) '딸깍발이'의 입장에서 '이인국'을 비판해 보자.
(2)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 닥친다고 할지라도 굳은 지조와 신념으로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야말로 참다운 선비의 자세라고 생각해.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서라면 지조나 신념 정도야 헌신짝 버리듯 버릴 수 있다는 그런 사람이야말로 카멜레온 같은 기회주의자에 불과하지. 대의를 저버리고 언제나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그런 이기주의자야말로 이 사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만 해."
표현하기
우리가 장래에 본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추천해 보기로 하자. 어느 학생이 아래와 같은 인물을 이유를 들어가며 추천했다. 이를 참고하여, 각자 자신이 본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추천하고, 그 이유를 간단히 써 보자.
·안철수 : 1988년부터 독자적으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여 공익을 위해 무료 서비스를 계속했고, 안정적인 부(富)가 약속되는 의사의 길을 포기하면서까지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해 미래를 준비하고, 공익을 위해 봉사하며, 자신의 분야에 최고의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기에 현대 지식인으로서 본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학생들이 작품에서 다룬 가치를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내면화하는 활동이다. 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생각하는 참다운 삶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본받을 만한 인물로 설정하고, 그 이유를 쓸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예시 답안 :
본받을 만한 인물 : 우리 아버지
이유 : 한푼 가진 것 없이 서울로 상경하여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한 가족의 가장이 되어 아내와 세 아들을 책임져야 했던 우리 아버지. 우편 배달을 하시며 우편 가방만큼이나 버거운 삶의 무게에 눌려 매일 밤 발바닥의 굳은살을 도려 내면서도 당신의 처지에 대해 불평 한 번 하지 않으시고 남편이자 아버지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 주셨다. 이제는 힘들었던 과거를 돌아보며 좀더 풍족한 삶을 살아도 될 나이가 되신 것 같은데, 힘들었던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시며 그것마저도 마다하신다. 아무도 우리 아버지에게 성공한 인생이라 말하지 않더라도 당신의 처지에 대해 불평 한 마디 없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한 우리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자아 나도 우리 아버지처럼 주어진 상황에 불평 없이 일하고 가족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삶이 되고 싶다.
우리 고유의 선비 정신을 '남산골 샌님'을 예로 들어 제시한 글이다. 거기에 현대인의 이기주의적이고 약삭빠른 삶을 경계하는 비평정신을 가미하고 있다. 남산골 샌님의 궁상스런 모습을 해학적으로 생생하게 표현하였으며, 한문투의 문체를 구사하여 내용과 걸맞은 문체를 이루었고, 작자의 사회관, 인생관 등이 표출되어 있다. 가치관의 혼돈상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남산골 샌님의 삶 속에 내재해 있는 전통의 의미는 시대 착오적 인습이 아니라 커다란 창조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이 글의 메시지이다.
다시 말해서 궁핍한 삶 속에서도 자기 의지와 지조를 지키면서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옛날 지식인의 참된 모습을 작자는 '딸깍발이'에서 찾고 있다. 가난함에도 비굴하지 않고 불의를 따르지 않으며, 품위를 결코 잃지 않는 선비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이기주의에 빠져 들고, 눈앞의 일에만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딸깍발이'의 정신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남산골 샌님은 '딸깍발이'라는 별칭으로 표현된 만큼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오로지 청렴 결백과 지조, '앙큼한 자존심'과 '꼬장꼬장한 고지식'을 생활 신조로 삼았던 것이다. 그 의기와 기개는 자기 본위로만 사는, 극단의 이기주의에만 밝은 현대인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고 참된 삶인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이 글은 우리 고유의 선비 정신을 '남산골 샌님'을 예로 들어 제시한 글로, 거기에 현대인의 이기주의적이고 약삭빠른 삶을 경계하는 비평정신을 가미하고 있다. 남산골 샌님의 궁상스런 모습을 해학적으로 생생하게 표현하였으며, 한문투의 문체를 구사하여 내용과 걸맞은 문체를 이루었고, 작자의 사회관, 인생관 등이 표출되어 있다. 가치관의 혼돈상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남산골 샌님의 삶 속에 내재해 있는 전통의 의미는 시대 착오적 인습이 아니라 커다란 창조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이 글의 메시지이다.
또한 이 글에서 딸각발이의 외모 묘사라든가 행동에 대한 묘사는 독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만큼 이 작품에는 작가의 유머 감각이 발휘되고 있다. 이 유머 감각과 더불어 현실 세계를 비판하는 지성적 태도도 드러나 있다. 그리고 이 글은 일제 치하에서 한글 운동에 앞장서고 '조선어학회' 활동으로 항일 의지를 나타냈고, 4.19 때는 지식인의 대열에 서서 용감하게 독재에 맞섰던 한 지식인이 이기주의와 고식지계에 물든 현실을 비판하며 과거의 선비정신을 본받을 것을 우회적으로 주장한 교훈·사회적 수필이라 할 수 있다.
중수필과 경수필 비교
중수필 |
경수필 |
·무겁고 깊이 있는 느낌의 문장 구사 |
·가볍고 쉬운 느낌의 문장 구사 |
유머와 위트의 기능
유머와 위트는 수필뿐만 아니라 소설·희곡에서도 중요시되는 요소이다. 흥미를 진작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또한 비평 정신은 문학 비평의 기본적인 요소가 된다. 그러나 수필에서의 유머와 위트 그리고 비평 정신은 지적 작용의 밑거름이 되어 정서와 신비의 이미지를 자아낸다. 그러면서 수필의 고상성과 고결성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유머와 위트와 비평정신이 깔려 있지 않은 수필은 신변 잡사나 사색의 부질없는 유희에 끝나기 쉽다. 또 유머와 위트가 없는 수필은 한낱 생활의 보고가 아니면 넋두리에 떨어질 위험성 또한 없지 않다.
'딸각발이'의 문체상 특징
첫째, '오도독', 콩콩, 박박'같은 음성 상징어를 사용함으로써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둘째, '남산골 샌님'의 인물상, 생활상 등의 표현에 있어서 생생하면서도 독특한 수식으로 유머러스한 인상을 적절히 살리고 있다.
셋째, 한자어나 한자 성어를 사용함으로써 전통적인 유교적 선비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넷째, 지은이의 사회관, 역사관, 인생관이 잘 나타나 있다.
각주구검(刻舟求劍)
배에서 칼을 떨어뜨리고 뱃전에 빠뜨린 자리를 표시해 두었다가 배가 정박한 뒤에 칼을 찾으려 했다는 고사(故事)에서, 미련하고 융통성이 없음의 비유.중국 초(楚)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들고 있던 칼을 물 속에 빠뜨렸다. 그러자 그는 곧 칼을 빠뜨린 뱃전에 칼자국을 내어 표시를 해 두었다. 이윽고 배가 언덕에 와 닿자 칼자국이 있는 뱃전 밑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거기에 칼이 있을 리 없었다. 이와 같이 옛것을 지키다 시세의 추이도 모르고 눈앞에 보이는 하나만을 고집하는 처사를 비유해서 한 말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그 유래가 전한다.
수필의 해학성
수필의 어원적 의미가 '무엇인가 새롭게 시도한다.'는 시론(試論)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다시 상기해 보자. 수필을 새로운 실험 정신에 의해 쓰려고 한다면 작가는 기존의 객관적 규범이나 상식적인 관습에 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파격'과 '탈법' 그리고 '일탈'의 정신으로 새로움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서 수필에서는 유머와 위트가 필요하다. 위트와 유머로 관습에 매여 있는 정신을 깨뜨려야 하며, 그로 인해 고지식하고 진부한 문체를 깨뜨려야 한다.
한국 고전 문학의 특성을 동·서양의 많은 학자들은 해학과 풍자성으로 보아왔다. 이는 우리 민족의 성격적 특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초속(超俗)' 혹은 '탈속(脫俗)'적인 기질, 현실을 뛰어넘으려는 긍정적인 기질이 이런 성격을 형성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수필의 해학성과 풍자성, 유머와 위트를 살리는 데 기질적으로 어려움이 없게 된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 수필을 볼 때 그 해학성과 풍자성은 그 자취조차 찾아볼 수 없다. 국어학자 이희승의 '딸각발이'를 읽어 보자.
이러한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성(Logos)적인 비판 의식을 감성(Pathos)으로 바꾸어 쓸 줄도 알아야 한다. 위트와 유머가 있는 수필을 쓰기 위한 관건이 여기에 있다. 위트와 유머는 지성적 소산이다. 그러나 지성적 소산만으로 수필을 쓰기 위한 관건이 여기에 있다. 위트와 유머는 지성적 소산이다. 그러나 지성적 소산만으로 수필을 쓸 때 감동은 반감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감성적 여과 장치를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유머와 위트란 무엇일까?
유머에 대하여 도창회는 '수필 문학론'에서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학술적으로 보아 유머는 대개 3가지 이론이 있다.
첫째, 우월감(superiority)이나 혹은 격하(degradation)의 상태에 있을 때 웃음이 만들어지는데, 곧 인간의 어리석음(absurdity)이나 유별남(oddness)이나 결함(infirmity) 같은 것들이 우리를 웃긴다고 했다.
둘째, 불일치(incongruity), 기대 좌절, 두 생각의 엇갈림(bisociation) 등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는 학설이다.
셋째, 프로이트는 긴장(tension)으로부터 해소되거나, 금지(혹은 억제 ; inhibition)로부터 놓여나올 때 웃음이 터진다고 보는 학설이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의 우월감이나 격하의 이론은 풍자(satire), 비꼼(sarcasm), 불행(misfortune)의 웃음이고, 두 번째의 불일치와 엇갈림(bisocation) 이론은 훨씬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익살의 웃음을 주지만, 세 번재의 프로이드 이론이 현재까지는 유머론 중 가장 우세하다. - 유한근, '수필은 왜 해학성이 있어야 하는가'
이희승(李熙昇;1896∼1989)
1896∼1989. 국어국문학자. 본관은 전의(全義). 호는 일석(一石). 경기도 광주 출생. 종식(宗植)의 맏아들이다. 1903년부터 5년간 사숙에서 한문을 수학하였고, 1908년 이정옥(李貞玉)과 혼인한 다음 곧 상경하여 관립 한성외국어학교 영어부에 입학하였으나, 1910년 경술국치로 이 학교가 폐교되어 3년만에 졸업하였다.
이어 1911년 9월까지 경성고등보통학교에서 수학하고 1912년부터 1913년까지 양정의숙(養正義塾)에서 법학을 전공하였다.
1914년 사립 신풍학교(新豊學校) 교원으로 취임하고, 한편으로 1915년 사립 중동학교 야간부에 통학하였으며, 이어 1918년 사립 중앙학교 4년을 졸업하였다.
같은 해 경성직뉴주식회사(京城織紐株式會社)에 서기로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1919년부터 4년 반 동안 경성방직주식회사에 근무하였다.
1923년 전문학교 입학 검정 시험에 합격하여, 1925년 연희전문학교 수물과(數物科)를 졸업하고 이어 1927년 경성제국대학 예과를 수료한 다음, 1930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조선어학 및 문학과를 졸업하였다.
같은 해 조선어학회에 입회하여 간사(이사)와 간사장(대표간사) 등을 역임하면서 이 회에서 추진하고 있던 ‘한글맞춤법통일안’(1933년 완성)과 ‘표준어사정(標準語査定)’(1937년 완성)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한편, 1930년 경성사범학교 교유(敎諭), 1932년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수직에 취임하여 국어학 및 국문학을 강의하다가, 1942년 10월 1일 조선어학회사건으로 검거되어 함경남도 홍원경찰서와 함흥형무소에서 1945년 8월 17일까지 3년 동안 복역하였다.
광복 후 1945년 12월 새로 개교한 경성대학 법문학부 교수에 취임하고, 1946년 10월 22일의 학제개편으로 국립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되어 국어학연구의 선구자로서 후진 국어학도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1952년 서울대학교대학원 부원장, 1957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장 등을 역임하고, 1960년 4월 25일 3·15부정선거규탄 대학교수단 데모에서는 앞장을 섰다. 1961년 9월 30일 서울대학교를 정년퇴임함과 동시에 서울대학교로부터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4년 3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에 피선되고, 1962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에 피임되었으며, 1963년 8월 동아일보사 사장에 취임하여 2년 동안 군사정권 아래에서의 언론창달에 진력하였다.
1965년 9월 대구대학 대학원장에 피임되어 학계에 복귀한 뒤, 1966년부터 1969년까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장을 역임하였으며, 1971년부터 1981년까지 단국대학교 부설 동양학연구소 소장직을 맡아 국학 및 동양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한편, 1969년부터 19년 동안 한국어문교육연구회 회장으로서 국한문혼용 주장 등 어문교육 시정에 힘썼고, 1968년부터 20년 동안 현정회(顯正會) 이사장으로서 단군의 존숭사업에 공헌하였다.
학문적 업적은 국어학분야가 주이면서도 국문학분야에도 걸쳐 있어서, 첫번째 저서가 1938년에 간행된 ≪역대조선문학정화 歷代朝鮮文學精華≫ 상권이었으며, 이어서 1946년에 ≪조선문학연구초 朝鮮文學硏究초崇≫가 출간되었다.
시집으로 ≪박꽃≫(1947)·≪심장의 파편≫(1961)등이 있으며, 수필집으로 ≪벙어리 냉가슴≫(1956)·≪소경의 잠꼬대≫(1964) 등이 있다.
1946년에 출간된 ≪한글맞춤법강의≫는 1933년에 확정된 ≪한글맞춤법통일안≫의 원리를 각 항마다 이론적으로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일찍이 조선어학회의 기관지인 ≪한글≫에 1938년부터 1940년까지 20회에 걸쳐서 연재한 것을 하나로 모으고 일부 내용을 보완한 책이다.
또한, 1947년에 간행된 ≪조선어학논고 朝鮮語學論攷≫는 1930년부터 1940년까지에 발표하였던 20여편의 논문 가운데에서 16편만을 수록한 것이다. 이러한 기초적인 연구 끝에 1955년에 간행된 ≪국어학개설 國語學槪說≫은 우리나라 국어학연구의 방향을 제시한 명저였다.
그의 문법에 관한 이론은 대학에서의 문법론 강의자료에 상당히 많은 분량에 걸쳐 나타나 있었으나, 공간(公刊)되지 못하여 중고등학교의 문법교과서를 통해서 문법체계를 엿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교과서로는 ≪초급국어 문법≫(1949)과 이를 보완한 ≪새고등문법≫(1957)을 출간하였는데, 문법을 정의하기를 ‘단어와 단어가 서로서로 관계를 맺어서 글월을 이루는 법칙’이라 하고, 문법의 영역을 총설·품사·글월〔文〕의 3부문으로 하였다.
이는 최현배(崔鉉培)의 ≪우리말본≫(1937) 등에서 문법의 영역을 소리갈〔音聲學〕·씨갈〔詞論〕·월갈〔文章論〕과 같이 음성학이나 음운론 분야를 문법학에 포함시켜 오던 연구태도와는 다른 것이었다.
또, 용언의 활용어미는 독립된 품사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체언과 결합되는 여러 가지 곡용(曲用)어미는 이를 독립된 단위로 인정하여 ‘조사’라고 하였으며, 체언에 조사가 결합되는 언어형식을 ‘어절(語節)’이라고 하고, 품사론의 단위는 단어, 글월의 단위는 어절로 잡았었다.
품사는 명사·대명사·동사·형용사·존재사·관형사·부사·감탄사·접속사·조사로 하고, 지정사(指定詞) ‘이다'는 체언의 활용인 서술격조사로 처리하였다.
그의 이러한 문법체계는 최현배의 문법체계와 더불어 우리나라 문법체계의 2대계열을 형성하여 왔다. 문법론 이외에도 단어와 어휘분야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 1961년에 발행한 ≪국어대사전≫(수록어휘 257,854)은 또 하나의 위대한 업적이었다.
1957년 학술원공로상, 1960년 서울특별시교육공로상,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 1978년 인촌문화상, 1989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을 받았다.
≪참고문헌≫ 一石李熙昇博士年譜(國語學會, 國語學 14, 1985), 一石先生의 學問世界(姜信沆, 顯正會, 1990).(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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