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와 분수 / 본문 일부 및 해설 / 이어령
by 송화은율폭포와 분수 / 이어령
<전략>
물의 본성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이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대지를 향해 떨어지는 것과 같다. 아주 작은 또랑물이나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나 모든 물의 그 움직임에는 다를 것이 없다. 폭포수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거센 폭포라 해도 높은 데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떨어지는 중력에의 순응이다. 폭포수는 우리에게 물의 천성을 최대한으로 표현해 준다.
그러나 분수는 그렇지가 않다. 서구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분수는 대개가 다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분수들이다. 화산이 불을 뿜듯이, 혹은 로켓이 치솟아 오르듯이, 땅에서 하늘로 뻗쳐 올라가는 힘이다. 분수는 대지의 중력을 거슬러 역류하는 물이다. 자연의 질서를 거역하고 부정하며 제 스스로의 힘으로 중력과 투쟁하는 운동이다. 물의 본성에 도전하는 물줄기이다.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천연의 성질, 그 물의 운명에 거역하여 그것은 하늘을 향해서 주먹질을 하듯이 솟구친다. 가장 물답지 않은 물, 가장 부자연스러운 물의 운동이다.
그들은 왜 분수를 좋아했는가? 어째서 비처럼 낙하하고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그 물의 표정과 정반대의 분출하는 그 물줄기를 생각해 냈는가? 같은 힘이라도 폭포가 자연 그대로의 힘이라면 분수는 거역하는 힘, 인위적인 힘의 산물이다. 여기에 바로 운영에 대한, 인간에 대한, 자연에 대한 동양인과 서양인의 두 가지 다른 태도가 생겨난다.
그들이 말하는 창조의 힘이란 것도, 문명의 질서란 것도, 그리고 사회의 움직임이란 것도 실은 저 광장에서 내뿜고 있는 분수의 운동과도 같은 것이다. 중력을 거부하는 힘의 동력, 인위적인 그 동력이 끊어지면 분수의 운동은 곧 멈추고 만다. 끝없이 끝없이 인위적인 힘, 모터와 같은 그 힘을 주었을 때만이 분수는 하늘을 향해 용솟음칠 수 있다. 이 긴장, 이 지속, 이것이 서양의 역사와 그 인간 생활을 지배해 온 힘이다.
작자 : 이어령(李御寧)
형식 : 중수필, 교훈적 수필
성격 : 분석적, 통찰적, 대조적, 교훈적
어조 : 자신감이 있는 확고한 어조
제재 : 폭포와 분수
주제 :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 동서양의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
출전 : <바람이 불어오는 곳>
구성 : 대조의 방식에 의해 2단계로 구성된 논리적인 수필. 전반부에서는 폭포와 동양의 문화를, 후반부에서는 분수와 서양의 문화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 동양과 서양 두 문화의 원천인 폭포와 분수의 차이
- 폭포수의 흐름을 통해서 본 동양 문화의 특성
- 분수의 분출을 통해서 본 서양 문화의 특성
동양 |
서양 |
폭포 |
분수 |
자연적 |
인위적 |
심산유곡 |
도시 |
자연 |
문명 |
순응 |
역류 |
하강의 이미지 |
상승의 이미지 |
폭포수와 분수는 동양과 서양의 각기 다른 두 문화의 원천이 되었다고 홰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대체 그것은 어떻게 다른가를 보자. 무엇보다도 폭포수는 자연이 만든 물줄기이며, 분수는 인공적인 힘으로 만든 물줄기이다. 그래서 폭포수는 심산 유곡에 들어가야 볼 수 있고, 거꾸로 분수는 도시의 가장 번화한 곳에 가야 구경할 수가 있다. 하나는 숨어 있고, 하나는 겉으로 드러나 있다. 폭포수는 자연의 물이요, 분수는 도시의 물, 문명의 물인 것이다. 장소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물줄기가 정반대이다. 폭포수도 분수도 그 물줄기는 시원하다. 힘차고 우렁차다. 소리도 그렇고 물보라도 그렇다. 그러나 가만히 관찰해 보자. - 문화의 두 원칙인 폭포수와 분수의 특성
폭포수의 물줄기는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낙하한다. 만유 인력, 그 중력의 거대한 자연의 힘 그대로 폭포수는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물이다. 물의 본성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이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대지를 향해 떨어지는 것과 같다. 아주 작은 또랑물이나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나 모든 물의 그 움직임에는 다를 것이다. 폭포수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거센 폭포라 해도 높은 데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떨어지는 중력에의 순응이다. 폭포수는 우리에게 물의 천성을 최대한으로 표현해 준다. - 폭포수의 흐름을 통해 본 동양 문화의 특성
그러나 분수는 그렇지가 않다. 서구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분수는 대개가 다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분수들이다. 화산이 불을 뿜듯이, 혹은 로켓이 치솟아 오르듯이, 땅에서 하늘로 뻗쳐 올라가는 힘이다. 분수는 대지의 중력을 거슬러 역류하는 물이다. 자연의 질서를 거역하고 부정하며 제 스스로의 힘으로 중력과 투쟁하는 운동이다. 물의 본성에 도전하는 물줄기이다.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천연의 성질, 그 물의 운명에 거역하여 그것은 하늘을 향해서 주먹질을 하듯이 솟구친다. 가장 물답지 않은 물, 가장 부자연스러운 물의 운동이다. 그들의 말하는 창조의 힘이란 것도, 문명의 질서란 것도, 그리고 사회의 움직임이란 것도 실은 저 광장에서 내뿜고 있는 분수의 운동과도 같은 것이다. 중력을 거부하는 힘의 동력, 인위적인 그 동력이 끓어지면 분수의 운동은 곧 멈추고 만다. 끝없니 끝없이 인위적인 힘, 모터와 같은 그 힘을 주었을 때만이 분수는 하늘을 향해 용솟음칠 수 있다. 이 긴장, 이 지속, 이것이 서양의 역사와 그 인간 생활을 지배해온 힘이다. - 분수의 운동을 통해 본 서양 문화의 특성
상투어(常套語) : 늘 써서 버릇이 되다시피 한 말
콩코르드 : 파리의 중앙부, 센 강 오른쪽 기슭에 있는 광장.
원천(源泉) : 물의 근원. 사물의 근원
심산 유곡(深山幽谷) : 깊은 산 속의 으슥한 골짜기
만유인력(萬有引力) : 우주에 있는,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 우주 인력
중력(重力) : 지구가 지구 위에 있는 물체를 그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힘
순응(順應) : 환경에 맞추어 적응함
천성(天性) :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질
역류(逆流) : (물 따위가) 거슬러 흐름. 흐름을 거슬러 올라감
천연(天然) : 사람이 손대거나 달리 만들지 아니한, 자연 그대로의 상태
모터 : 원동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
비류 직하 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 날 듯이 곧게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이르는 말로 이태백의 시에서 인용한 것임
폭포수에는 동양인의 - 무지개가 서려 있다 : 예부터 동양 사람들은 자연을 벗삼길 좋아했고, 그것에 순응하는 것을 일종의 미덕으로 삼아왔다. 따라서, '원시적인 환각의 무지개'라는 표현은 인위적인 문명의 힘을 추구하는 서양인들과는 달리 선비스러운 자연의 질서에 순응해 온 동양인들의 천성을 잘 반영해 준다.
분수에는 서양인의 - 무지개가 서려 있다 : 분수는 도시라는 문명화된 공간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공적인 힘의 산물이다. 그것의 시원하고 우렁찬 물줄기는,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에 거역하는 서양인들의 원초적이고도 도전적인 속성이 깃들어 있다.
폭포수는 자연이 - 물줄기이다. : 폭포수는 인위적인 손길을 가하지 않아도 자연의 하나로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며, 분수는 인간의 인위적인 조작이 더해짐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폭포수는 - 표현해 준다. : 폭포수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자연적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자연에의 순응이며 자연 그대로인 동양의 문화적 특성을 상징한다.
분수는 대지의 - 물의 운동이다. : 물체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진다. 그것이 자연의 이법이다. 그러나 분수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솟구친다. 바로 그 점에서 분수는 자연에 대한 부정이며 거역이며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서양의 문화적 특성을 상징한다.
그들이 말하는 창조의 힘이란 - 분수의 운동과도 같은 것이다 : 분수를 서양 문화에 비교하여, 서양인의 도전적인 개척 정신을 나타내고 있다.
끝없이 끝없이 - 힘이다. : 분수는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으면 멈춘다. 끊임없이 동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긴장이 필요하다. 한시라도 그 긴장을 늦추면 분수는 멈추어 버리게 된다. 분수에 비유할 수 있는 서양의 문명과 역사도 역시 이러한 끊임없는 긴장과 인위적 힘을 통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이 작품은 폭포와 분수의 특성을 통하여 동서양의 문화적인 차이를 비교, 설명하고 있다. 자연의 상태 그대로를 보여 주는 폭포는 자연의 질서와 섭리에 순응하려는 세계관을 가진 동양인들이 즐겨 노래했던 소재이지만 서양 사람들은 분수를 만들고 즐겼다. 이는 자연을 인위적으로 거부하고 개조하려는 서양인들의 자연관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에 동양인과 서양인의 문화적 차이에는 그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작자는 어느 한 편이 옳다는 태도를 내세우지 않고, 다만 그 특성을 폭포와 분수의 비유로 설파한 셈이다.
결국 동서양의 문화적인 차이와 그 특성을 비교 설명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글의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은 폭포와 분수인데, 자연의 상태 그대로를 보여 주는 폭포는 동양인들이 즐겨 노래했던 것이지만 서양 사람들은 분수를 만들고 그것을 즐겼다는 것인데, 그것은 자연에 대한 인위적인 거부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물의 특성을 발견하고 거기서 보편적인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작자의 통찰력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하겠다.
이어령(李御寧, 1934∼)
문학 평론가. 서울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이화여대 교수, 문화 체육부 장관 역임.경향 사건이나 사물의 특성을 예리하게 관찰과 사유의 결과를 보편적인 논리로 이끌어 내는, 기지에 찬 비평 감각을 보여 주고 있으며, 작품 1956년 평론 '우상의 파괴'를 발표하면서 평론 활동 시작. 그가 발표한 그것은 평론집으로 <저항의 문학>, <통금 시대의 문학>, 수필집에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지성의 오솔길>, 소설집으로는 <장군의 수염>, 희곡집으로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 등이 있다.
자연관을 통해 본 동·서양 문화의 특징
문화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 작용에 의하여 발생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환경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문화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대체로 서구 문화의 주류는 '자연과 분리된 인간'이 현재의 자연을 정복하고 미래를 지향하려는 인간적 노력의 문화이다. 반면 이에 대비되는 특징으로서의 동양 문화의 기본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의 가장 고귀한 부분인 인간'이 자연을 조화롭게 관리하고 누리려는 문화이다. 동양 사상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전체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자연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도가(道家)에서는 무위(無爲)의 개념으로서 자연스럽고 소박하게 사는 길을 강조하고 있으며 유학(儒學)에서는 인간이 하늘로부터 타고난 본성[道心]에 따르는 삶을 강조하고 있다.
망여산폭포 (望廬山瀑布)
日照香爐生紫煙 (일조향로생자연) 향로봉에 햇빛 비쳐 안개 어리고
遙看瀑布掛長川 (요간폭포괘장천) 멀리에 폭포는 강을 매단 듯,
飛流直下三千尺 (비류직하삼천척) 물줄기 내리 쏟아 길이 삼천 자
疑是銀河落九天 (의시은하락구천) 하늘에서 은하수 쏟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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