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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별가 일명 퇴별가​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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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별가 일명 퇴별가

[들어가기 전에 : 작품의 주제는 중심 갈등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그 외의 주변적인 갈등 관계에서도 파악된다. 이 작품에서 토끼와 별주부와의 갈등, 토끼와 용왕과의 갈등이 중심 갈등이다. 전자의 갈등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충성심이 주제이지만, 그 속에는 또다른 주제가 감추어져 있다. 전자는 충성심을 강조하면서도 현실 권력의 무능함과 맹목적인 관료를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후자의 갈등에서도 이러한 이면적 주제가 보인다. 토끼가 용왕과 별주부를 속이고 위기에서 벗어나는 지혜와 허황된 욕망에 대한 경계가 그 표면적 주제라면, 세속적인 명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속물적 근성을 풍자하는 것이 이면적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략)

 

토끼가 따라오며,

“여보시오 별주부, 성정[성질과 심정, 타고난 본성] 그리 급하시오?”

 

주부가 대답하되,

“내 할 말은 다 하였으니 불러도 쓸데없소. 평안히 계시옵소. 산 속의 즐거움을 누리시오.”[짧은 대화를 통해 토끼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킴]

앙금앙금[어린아이나 다리가 짧은 동물이 굼뜨게 걷거나 기는 모양. [큰말]엉금엉금.] 바삐 가니 토끼가 계속 따라오며,

“수궁에 들어가면 화망살(火亡煞)[불에 목숨을 잃는 액운]을 면하릿가?”

“알기 쉬운 오행 이치 '물이 불을 이긴다'는 것을 모르시오?”

“그것은 그러할 터이나, 타국에서 왔다 하고 천대를 하면 그 아니 절통하오?”

“어찌 그리 무식하오. 동해 사람 여상(呂尙)[문왕의 스승인 강태공을 이름]이가 주나라 왕의 스승이 되고, 우나라 백리해(百里奚)[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우공을 섬겨 그의 대부가 됨]가 진나라 정승 되니 무슨 천대받겠소.”

 

토끼 하는 말이,

“우리 산중 친구들에게 하직[먼 길을 떠날 때 작별을 고함.]이나 하고 가제.”

“큰 일을 할 때에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꾀할 것이 아니라 하였으니, 각기 소견 다 다르니 위험한 곳에 가지 마라고 말릴 이도 있을 테요, 그 일이 장히 좋으니 함께 가자고 할 터이니, 길가에 집 짓기라.”

“우리 처에게 나 간다고 하고 가제.”

“꾀하고자 하는 바가 여자에게 미치면 망하는 법[남성중심주의 사고관]인 것을, 수궁에 가서 공명[공을 세워 이름이 널리 알려짐]한 후 쌍교[쌍가마] 보내 모셔 가면 오죽 좋겠는가?” - 별주부가 토끼를 꼬여냄

이리저리 살살 돌려 수작[말을 주고받음. 또는 그 말]하며 가노라니, 방정맞은 여우 새끼 산모롱이[산모퉁이 : 산기슭의 쑥 내민 귀퉁이. 산갑(山岬)] 썩 나서며,

“이야, 토끼야 너 어디 가느냐?”

“벼슬하러 수궁 간다.”

“이아야, 가지 마라.”

“왜 가지 말래냐?”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나 배를 전복시킬 수도 있으니 물이라는 것이 위태하고, 아침에 임금의 은혜를 받다가도 저녁에 죽임을 당하니 벼슬이 위태하니, 두 가지 위태한 일 타국으로 벼슬 얻으러 갔다 못 되면 굶어 죽고 잘 되면 비명 횡사[제 목숨대로 살지 못하고 뜻밖의 재앙을 만나 죽음.]한다.”

“어찌하여 비명 횡사냐?”

“이사(李斯)라 하는 사람은 초나라 명필로서 진나라에 들어가서 승상까지 하였더니, 진나라 수도인 함양에서 허리를 잘려 죽임을 당했으며, 오기(誤起)라 하는 사람 위나라 명장으로 초나라에 들어가서 정승이 되었더니, 귀척 대신(貴戚大臣)[임금과 인척 관계에 있는 귀족]을 공격하여 죽으니, 너도 지금 수궁 가서 만일 좋은 벼슬하면 반드시 죽을 테니, '토끼가 죽으니 여우가 슬퍼한다'는 우리 정다운 처지에 내 설움이 어떻겠나,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토끼가 옳다 듣고 주부에게 하직하여,

“당신 혼자 잘 가시오, 나는 가지 못하겠소. 천봉 백운(千峰白雲) 내버리고 만경 창파[한없이 넓고 푸른 바다나 호수의 물결] 가자기는 벼슬하잔 뜻일러니, 벼슬하면 죽는다니 객사[객지에서 죽음]하러 갈 수 있소? 어진 벗 우리 여우 충고하여 좋은 데로 이끌어 하는 말을 내 어이 안 듣겠소?” - 여우의 말에 수궁 가기를 거부하는 토끼

주부가 생각한즉, 다 되어 가는 일을 몹쓸 여우놈이 방정을 부렸구나. 여우하고 토끼 사이에 이간[둘 사이를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함]을 부쳐,

“좋은 친구 두었으니 둘이 가서 잘 사시오. 제 복이 아닌 것을 권하여 쓸데없소.”

 

돌아도 아니 보고 앙금앙금 내려가니, 토끼가 도로 오며 자세히 묻는 말이,

“복 없다니 웬 말이오?”

 

주부가 대답하되,

“남의 둘이 좋은 정다운 처지 낮은 말이 부당하나, 당신이 물으시니 할밖에 없소. 내가 육지 나온 지가 여러 달이 되옵기로 여우가 찾아와서 자기를 데려가라 하되, 방정스런 그 모양과 간교한 그 심술이 떨어질 수도 가까이할 수도 없을 터기에 못 하겠다 떼었더니, 당신 데려간다는 말을 이놈이 어찌 알고 쫓아와서 방해하니 당신은 떼어 보내고 제가 이제 따라오제.”

 

토끼가 곧이들어,

“참 그러하단 말씀이오?”[상대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토끼는 비판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음]

“얼마 안 가서 알 일인데 거짓말을 할 수 있소?”

 

경망한 저 토끼가 단참[쉬지 않고 계속함]에 곧이듣고 여우에게 욕을 하며,

“그 놈의 평생 행세 사사건건[모든 일마다] 저러하제. 열 놈이 백 말 하더라도 나는 따라갈 테오[삼인성호 : 거짓말도 여러 사람이 하면 곧이듣는다는 말].”

그렁저렁[그럭저럭] 내려가니 해변[바닷가] 당도하였구나.

 

(후략)- 여우와 토끼 사이에 이간을 붙여 토끼를 데려가는 별주부

(지정) 갑신세(甲申歲)의 남해 광리왕(廣利王)이 영덕전 새로 짓고 복일낙성(卜日落成)할 새 동서북 삼해왕 발사청래(發使請來)하여 대연을 배설하니, 영타고(靈타鼓) 옥용적(玉龍笛)과 능파사(凌波詞) 채련곡(采蓮曲)의 풍류도 장할씨고, 삼위로(三危露) 구전단(九轉丹)을 싫도록 서로 먹고 이삼 일이 지나도록 질끈 놀아 주었더니, 연무호연(宴無好宴)이라 잔치를 파한 후의 용왕 병이 나서 어탑(御榻)에 높이 누어 여러 날 신음하여 용성(龍聲)으로 우는구나.

 

수중 만조(滿朝)들이 정성대로 구병(救病)할 제 수중 소산(所産)대로 연이어 쓴다. 술병으로 그러한가 물 먹여 보고 양기가 부족한가 해구신(海狗腎)도 드려 보고 노점(노漸)을 초잡는지 풍천장어(豊川長魚) 대령(待令)하고, 비위(脾胃)를 붙잡기로 붕어를 써 보아도 백약이 무효하여 병세 점점 침중(沈重)이라.

 

일국이 황황(遑遑)하여 하늘에 축수터니, 하루는 오색 채운 수궁을 뒤덮으며 기이한 말 큰 향내 사면으로 일어나며, 한 선관 들어올 제 청하의(靑霞衣) 명월패(明月패)의 백우선(白羽扇) 손에 쥐고 표연(飄然)히 당에 올라 거수장읍(擧手長揖)하고 염슬단좌(斂膝端坐)커늘, 용왕이 대경하여 공손이 묻자오되,

 

"폐거벽루(弊居僻陋)한데 천선(天仙) 강림하니 감사하온 말씀 측량이 없사오나, 과인이 병이 있어 기동(起動)을 못하기로 출문영접(出門迎接) 못하오니 무례타 마옵소서."

선관이 대답하되,

 

"은하(銀河)에 배를 타고 장건(張騫)과 선유(船遊)타가 여동빈(呂洞賓)의 편지 와서 창오산(蒼梧山)에서 놀자기에 그리로 가옵더니, 오다가 듣사온즉 대왕 실섭(失攝)하여 오래 신고(辛苦)한다기에 뵈옵자 왔사오니, 재주는 없사오나 증세나 듣사이다."

용왕이 대희하여 애긍(哀矜)히 하는 말이,

 

"우연히 얻은 병이 골수에 깊이 들어 백약이 무효키로 자분필사(自分必死) 하옵더니, 옥황상제 은덕으로 명의 선관 보내시니 자세히 살피옵셔 좋은 약을 이르소서."

저 선관 거동 보소. 두 소매 뒤 걷으며 옥수를 넌짓 들어 온 몸을 만져보고 앞으로 물러 앉아 기색을 살핀 후에 묵묵히 생각타가 용왕께 여짜오되,

 

"대왕의 귀한 몸이 인생과 다른지라. 사람이라 하는 것은 오장육부 있는 병을 촌관척맥(寸關尺脈)을 보면 부침지수(浮沈遲數) 있거니와, 대왕의 귀한 형체 제 뉘라 짐작하리, 안채(眼彩)가 영롱하되 돌과 바위 못 보시고, 양각(兩角)이 쟁영(쟁嶸)하여 말소리 뿔로 듣고, 턱 밑의 한 비늘이 거슬러 붙었기로 분(憤)을 내면 일어나고, 입 속의 여의주가 조화를 부리오니 몸을 적자 하거드면 못 속에도 잠겨 있고, 변화를 하자 하면 하늘에도 올라가고, 용맹을 쓰자 하면 태산을 부수고 대해를 뒤집으니, 운무(雲霧)가 시위(侍衛)하고 벽력(霹靂)이 호령(號令)이라. 이 형체 이 기상에 병환이 중하오니 인간 침약(針藥)으로 뉘라서 구하릿가. 황제소문(黃帝素問) 의학입문(醫學入門) 만병을 의논하되, 대왕의 저 병세는 그 중의 아니 들고, 인신우수(人身牛首) 신농씨(神農氏)가 삼백초(三百草)를 하였으되 대왕의 당한 약은 그 중에 없는지라. 인갑(鱗甲)이 굳었으니 침이 어이 들어가며, 화식(火食)을 아니하니 탕약 어이 잡수리까. 병세를 자세히 보고 이치를 생각하니 천년 퇴간 아니오면 구할 길이 없습니다."

용왕이 묻자오되,

 

"토간이 어떻기에 약이 된다 하십니까?"

선관이 여짜오되,

 

"토끼라 하는 것이 묘방(卯方)을 맡았기로 부상(扶桑)의 금계(金鷄) 울어 날 비칠 제, 양기(陽氣)를 받아 먹고 월궁에 들어가서 계수나무 그늘 속의 장생약(長生藥) 찧을 적에 음기를 받아먹어, 일정월화(日精月華) 음양 기운 간경(肝經)에 들었기에 토끼가 눈이 밝아, 명시별호(明視別號) 하옵기를 목속간(目屬肝)을 하였으니 간경이 좋은 고로 눈이 그리 밝사오니, 토끼간 곧 먹었시면 병환이 즉차(卽差)하고 장생불노(長生不老)할 것이요, 만일 그 약 아니오면 화타(華陀)와 편작(扁鵲)이가 좌우에 모셨어도 구할 수가 없사오니 극력구지(極力求之) 하옵소서. 갈 길이 총총하여 그만하고 가나이다."

 

소매를 떨뜨리고 문 밖에 나서더니 선관은 간 데 없고, 청아한 옥저 소리 공중의 들리거늘, 용왕이 생각하되 토끼라 하는 것이 양계(陽界)의 짐승이라, 하교를 하옵시니 수궁이 진동하여 군명(君命)은 불사가(不俟駕), 만조백관들이 풀풀 뛰어 달려들 제, 태호(太昊) 복희씨(伏羲氏) 유용서(有龍瑞)여늘 이용기관(以龍紀官)한단 말이 사기(史記)에 있었으니, 용궁의 벼슬 이름 상고에 난 것이라 조선(朝鮮)과는 다르것다.

 

동편의 문관 서고 서편의 무관 서서 양반을 구별하여 일시로 들어올 제, 좌승상 거북, 우승상 잉어, 이부상서 농어, 호부상서 방어, 예부상서 문어, 병부상서 숭어, 형부상서 준어, 공부상서 민어, 한림학사 깔따구, 간의대부 물치, 백의재상 궐어, 금자광록 금치, 은청광록 은어, 대원수 고래, 대사마 곤어, 용양장군 이심, 호위장군 장어, 표기장군 별덕게, 육격장군 새우, 합장군 조개, 참군 메기, 주부 자라, 청주자사 청어, 서주자사 서대, 연주자사 연어, 주천태수 홍어, 청백리 자손 백어, 탐관오리 자손 오징어, 허리 긴 뱀장어, 수염 긴 대하, 구멍없는 전복, 배부른 올챙이 떼가 반차(班次)로 들어와서 주르르 엎드리니, 조관들이 들어오면 의관신야어로향(衣冠身惹御爐香) 향내가 날 터인데, 속 뒤집는 비린내가 파시평(波市坪)보다 윗 수(數)로다.

 

용왕이 하교하되,

"군신지분의(君臣之分義) 경등(卿等)네가 아는가?"

좌승상 거북이 여짜오되,

 

"신의 집이 선세(先世)로부터 신명키로 유명하와, 천문 지리 통달하니 인간의 성제현신(聖帝賢臣) 다 그 힘을 입었으니, 하우씨(夏禹氏) 구궁(九宮) 알기를 신의 선조가 가르치고, 주공(周公)이 낙양(洛陽) 정키 신의 선조 가르치고, 삼대(三代) 적 성군들이 치천하(治天下)하올 적에, 여즉종(汝則從) 귀종(龜從) 경사종(卿士從) 서종(筮從) 서민종(庶民從) 하였으니, 신의 집 공 많삽기로, 만고에 전한 사기(史記) 신의 집에 다 있사와, 군신분의 중한 줄을 자세히 아나이다."

용왕이 또 물어,

 

"임금에게 좋을 터이면 제 몸 죽기 불고(不顧)키로, 진나라 개자추(介子推)는 할고사군(割股事君)하였삽고, 한나라 기신(紀信)이는 광초분사(광楚焚死)하였내다."

용왕이 또 물어,

 

"우리 수궁에도 그런 충신 혹 있을까?"

우승상 잉어가 옆에 서서 생각하니, 같이 정승으로 함께 입시하였다가 문벌과 유식 자랑 좌승상은 하였는데 나는 대답 없으면 주발(周勃)의 한출첨배(汗出沾背) 그 아니 무색(無色)이냐? 썩 나서서 대답하되,

 

"신의 집이 문종(文種)으로 만고의 유명키로 천하대성 공부자(孔夫子)가 신의 이름 빌어다가 그 아들을 이름하고, 왕상(王祥) 같은 정성이나 신의 집 곧 아니오면 효자될 수 없사오라, 일척소서(一尺小書) 배에 품고 용문(龍門)에 뛰여 올라 성군을 섬기오니, 천고(千古) 사기를 모를 것이 없사오되, 충신이라 하는 것이 평시에는 알 수 없어, 질풍(疾風)의 지경초(知勁草)요 파탕(播蕩)의 식충신(識忠臣), 평시에 봉(封)할 제는 다 모두 충신이나 환난을 당하오면 충신이 귀합니다."

용왕 왈,

 

"짐의 병이 위중하여 선의(仙醫)의 하는 말이 토끼 간을 못 먹으면 죽을 밖에 수 없으니 어떤 신하 토기 잡아 짐의 병을 구하리오?"

공부상서 민어 여짜오되,

 

"토끼라 하는 것은 얼굴은 모르오나, 사기로 보올진대 중산(中山)의 소산이라. 몽염(蒙염)의 옛 일같이 에워싸고 잡는 수니, 정병(精兵) 삼천 내어 주어 대장 고래 보내소서."

고래가 분을 내어 출반하여 여짜오되,

 

"수륙이 달랐으니 수중에 있던 군사 육전(陸戰)을 어찌할지 저런 소견 가지고도 문관(文官)을 자세(藉勢)하여 좋은 벼슬하여 먹고, 조금 위태한 일이면 호반(虎班)에게 밀려하니, 뱃속에 있는 것이 부레풀뿐이기로 변통 없이 하는 말이 교주고슬(膠柱鼓瑟) 같사이다."

공부상서 무색하여 아무 대답 없었구나.

 

한림학사 깔따구 여짜오되,

"토끼라 하는 것이 조그마한 짐승이라, 병환에 곧 좋을려니 대왕의 위덕으로 그까짓 것 구하기가 무슨 염려 있으리까? 토끼 몇 수 바치라고 산군(山君)에게 조서초(詔書草)를 즉금(卽今) 하여 올리리다."

용왕이 또 물어

 

"조서는 한다 하고 뉘가 갔다 산군을 줄꼬?"

간의대부 물치 여짜오되,

 

"표기장군 별덕게가 의갑(衣甲)이 굳사옵고 열 발을 갖추어서 진퇴를 다 하옵고, 제 고향이 육지오니 조서 주어 보내소서."

게가 분이 잔뜩 나서 미처 말을 못하여서 입에 거품 흘리면서 열 발을 엉금엉금 기어나와 발명(發明)한다.

 

"수궁의 벼슬들이 인간과 같잖하여 세도로도 못하옵고, 청으로도 못하옵고 풍신(風神)과 물망으로 별택(別擇)하여 하옵기로, 농어는 거구세린(巨口細鱗) 잘 생길 뿐 아니오라 장한(張翰)이가 생각하고, 소동파(蘇東坡)가 귀히 여겨 친구가 점잖키로 벼슬차지 이부상서, 방어는 하방낙리(河방洛鯉)가 유명할 뿐이 아니오라 이름 자가 천원지방(天圓之方)이란 방자(方字) 한 편 붙었기로 땅차지 호부상서, 문어는 팔족(八足)이 팔조목(八條目)을 응하였고, 이름이 글 문자(文字)니 예문차지 예부상서, 숭어는 용맹 있어 뛰기를 잘 하옵고, 이름이 재기준수(才氣俊秀)란 빼어날 수자(秀字)인 고로 군사차지 병부상서, 준어는 가시 많아 사람마다 어려워하고 이름이 용법엄준(用法嚴峻)이란 높을 준자(峻字)인 고로 형법차지 형부상서, 민어는 뱃속에 갖풀 들어 장인에게 긴하옵고 이름이 이용만민(利用萬民)이란 백성 민자(民字)인 고로 장인차지 공부상서, 도미는 맛이 있고 풍신이 점잖하되 이름 윗자 원정(元定)없고 아래 어자(魚字) 안들었다 상서(尙書) 승탁(陞擢) 못하는데, 한림학사 깔따구는 이부상서 농어의 자식이요, 간의대부 물치는 병부상서 숭어 자식이라. 저희 집 세력으로 구상유취(口尙乳臭)한 것들이 청요(淸要)한 벼슬하여 아무 사체(事體) 모르고서 방(房)안 장담 저리하나, 수륙이 달랐시니 용왕이 한 조서를 산군이 들을 터요, 저희들이 조서하고 저희들이 가라시오."

 

용왕이 들어 보니, 불쌍한 호반들이 문관에게 평생 눌려 절치부심(切齒腐心)하였다가, 이런 때를 당하여서 큰 싸움이 나겠거든, 용안을 비쓱 들어 백의재상 돌아보며,

 

"퇴간을 구하기 시각이 급하온데, 문무가 불화하여 택용(擇用)할 수 없사오니, 문무간의 보낼 신하 선생이 천거하오."

궐어가 어찌하여 백의재상 되었는고. 수궁 벼슬하기 환해풍파(宦海風波) 무섭다고 한가히 물러가서, 도화유수 별유천지 백구백로(白鷗白鷺) 벗을 삼아, 삼공불환차강산(三公不換此江山)에 장지화(張志和)와 노는 고로, 수궁 군신들이 '강호선생' 존칭하여 수궁의 일 있으면 예관 보내 청해다가 의논을 하는 고로 벼슬 없이 국사하니 당나라 이필(李泌) 같이 백의재상 되었구나.

 

용왕이 병중하여 국사가 위태롭기로, 의논 차로 모셔와서 입시동참(入侍同參) 되었더니, 궐어가 여짜오되,

 

"지신(知臣)은 막여주(莫如主)라. 대왕이 정하옵소서. 불승기임(不勝其任)할 신하면 불가(不可)라 하오리다."

 

남의 재기 짐작하기 좀 어려운 노릇이냐. 요임금이 곤(곤)이 시켜 홍수를 다스리고, 공명(孔明)이 마속(馬謖) 보내 가정(街亭)을 지켰으니, 하물며 병든 용왕 신하 재주 알 수 있나, 묻는 족족 당찮구나.

 

"합장군 조개 전신 갑주 단단하니 보내면 어떠한고?"

"합장군은 진장부(眞丈夫)라 보내면 좋을 터나, 휼조(鷸鳥)하고 원수 있어 둘이 서로 다투다가 어인공(漁人功)이 쉽사오니 보내지 마옵소서."

"원참군 메기가 철관장염(鐵冠長髥) 점잖하니 보내어 어떠한고?"

"요사이 졔피가루 돌 밑마다 풀어 놓으니 민물 근방 못 가지요."

"중록지국(重祿之國) 필유충신(必有忠臣), 도미가 벌써부터 상서(尙書)가 원(願)이라니 다녀오면 시키기로 도미를 보내 볼까?"

"사월 팔일 가까우니 서울은 쑥갓이요 시골은 풋고사리 송기탕(松肌湯) 찜감을 보냈다는 곧 죽지요."

"올챙이 배 부르매 경륜(經綸) 많이 품었시니 보내어 어떠할꼬?"

"한두 달에 못 올 테니 개구리 되거들면 과두지사(과두之事) 알 수 있소?"

 

문답이 장황하여 일중불결(日中不決) 하는구나. 서반중 한 조관이 출반하여 여짜오되,

"효도는 백행의 근원이요, 충성은 삼강(三綱)의 으뜸이라. 천성으로 할 것이지 가르쳐 하오리까? 신의 선대 할아비가 멱라수에 사옵더니, 절강(浙江)으로 취처(取妻)하여 굴삼려(屈三閭)의 고기는 할아비가 얻어 먹고, 오자서(伍子胥)의 고기는 할미가 얻어 먹어, 부부지간 두 뱃속에 충혼(忠魂)이 잔뜩 들어 자손이 나는 대로 아주 뱃속 충신이요, 대대 충신이라. 수중은 고사하고 세상의 사람들도 충심의리 아는 이는 잡아 먹는 법이 없고, 어부들이 잡았으면 사다 물에 넣는 고로 종족이 번성하되 여러 벼슬 아니하고 좋은 벼슬 구하지 않고, 일문중(一門中) 상자(上者) 뽑아 주부 벼슬 세전(世傳)하니, 황하수가 띠같도록 국가를 모시옵고 동휴척(同休戚) 하올 테니 신의 간을 잡수어서 대왕 환후 나을 터면 곧 빼여 올리올데, 퇴간이 좋다하니 신의 정성대로 기어이 구하리다."

 

만조가 다 놀래어 에워서서 살펴보니, 평생 모두 멸시하던 주부 자라거든, 용왕이 의혹하여 자세히 묻는고나.

"토끼를 잡자 하면 수국에서 양계 가기 몇 만리 될 터이요, 허다한 천봉만학(千峰萬壑) 어느 산을 찾아가며, 삼백 모족(毛族) 많은 중의 토끼를 어찌 알며, 설령 토끼 만나기로 어찌하여 데려올지 신포서(申包胥)의 충성과 공명의 지략이며, 걸음은 과부(과父) 같고 눈 밝기는 이루(離婁) 같고, 소진(蘇秦)의 구변(口辯)이며, 맹분(孟賁) 같은 장사라야 그 노릇을 할 터인데, 너 생긴 모양 보니 어디 그러하겠는야? 백소주(白燒酒) 안주하기 탕감이 십상이다."

주부가 여짜오되,

 

"충성지략 말 잘하기 방촌(方寸)간에 들었으니 외모 보아 알 수 없고, 외모로 본대도 과보가 잘 걸어서 해를 쫓아 갔사오되, 그 발이 둘 뿐인데 신의 발은 넷이옵고, 맹분이 힘 세어 구정(九鼎)을 들었으되 목 감추지 못하는데 신은 목을 출입하고, 대가리가 뾰족하니 백기(白起)의 예두(銳頭)옵고, 허리가 넓었으니 오자서의 십위(十圍)옵고, 콧구멍이 좁사오나 의사(意思)는 넉넉하고, 볼이 아니 퍼졌으되 구변은 있사오니, 간뇌도지(肝腦塗地) 할지라도 토끼 잡아 올 터이오니, 토끼의 생긴 형용 자세히 그려 주옵소서."

 

용왕이 추어,

"충재(忠哉)라 주부지충이여. 신재(臣哉)라! 주부지신(主簿之臣)이여."

 

화사(畵師) 교인(鮫人) 불러 들여 백옥연의 먹을 갈고 각색 채색 고이 갈아 교초를 펴놓고, 문서관(文犀管) 빼어 들고 토끼를 그릴 제 교인이 수궁 화사라 토끼 화본(畵本) 없었구나. 만조가 걱정터니 전복이 썩 나오며,

"내 전신이 화충(華蟲)이라. 산중에 있을 적에 사냥꾼이 날이든지 독수리 급한 변이 무디무디 일어날 제, 산중에 만만한 게 나와 토끼뿐이로다. 비성즉황(非成則璜)으로 저 아니면 나 죽기로 환난상구(患難相救) 지냈으니, 금수가 달랐으되 정지(情地)가 자별(自別)키로 토끼의 생긴 형용 속에 그저 암암하니 내 말대로 그려내라."

 

전복은 가르치고 화사는 그리는데, 산월(山月)이 교여촉(皎如燭) 바라보는 눈 그리고, 처처문제조(處處聞啼鳥) 소리 듣는 귀 그리고, 춘풍화만산(春風和滿山) 향내 맡는 코 그리고, 나생잡상율(羅生雜橡栗) 주워 먹는 입 그리고, 한로축건퇴(韓盧逐蹇兎) 달아나는 발 그리고, 진나라 중서령(中書令) 붓 매었던 털 그리고, 두 귀는 쫑긋, 두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짤록, 꼬리는 모착, 설설 그려내니 자라가 화상 받아 목에 넣고 움뜨리니 아무 염려 없었구나.

 

용왕전에 하직하니 용왕이 부탁하되,

"옛날에 진시황이 불사약 구하려고 서시(徐市)를 보냈더니, 지왕대택(止往大澤) 아니 와서 여산일배(驪山一배) 되었으니 그 아니 불쌍한가? 경 같은 장한 충성 만고의 쌍 없으니, 양계에 있는 토끼 수이 잡아 돌아와서, 짐의 병을 낫게 하면 분모열토(分茅裂土) 원급묘예(爰及苗裔) 그 공로를 갚을 테니, 부디 가 조심하라."

 

주부가 하직하고 집에로 돌아오니, 주부 양계 간다는 말을 집안에서 벌써 듣고, 동성지친(同性之親) 내외척(內外戚)이 전송차로 다 모였다.

 

주부의 대부인이 주부를 경계한다.

"너의 부친 식욕 많아 낚시밥을 물려다가 청년조사(靑年朝死) 하였기로, 독수공방 내 설음이 너 하나를 길러내어, 불면 날까 쥐면 꺼질까, 아침에 나가 늦게 오면 문에 비겨 기다리고, 저물어 나가 아니 들어오면 여(閭)에 비겨 바라보았더니, 네가 지금 벼슬하여 임금을 섬기다가 임금의 병환 계셔 약 구하려 간다 하니, 주우신욕(主憂臣辱) 주욕신사(主辱臣死) 당당한 직분이니, 지성으로 구하다가 만일 약을 못 얻거든 골폭사장(骨暴沙場) 거기서 죽지 돌아오지 말지어다. 대대로 충신 집에 선영누덕(先塋陋德) 될 것이니, 두어서 무엇하리?"

 

주부가 여짜오되,

"정성을 다하여서 위로 임금 병환 아래로 모친 마음 둘 다 편케 하오리다."

 

주부의 마누라가 하직을 하는데, 그도 또 의법(依法),

"종고지락(鐘鼓之樂) 금슬지우(琴瑟之友) 잠시 이별 어려우나, 오륜(五倫)을 마련할 제 군신유의 먼저 쓰고, 부부유별 후에 쓰니 군신의 중한 의가 부부보다 더한지라. 임금을 위하다가 죽는대도 한이 없네. 당상의 늙은 자친(慈親) 내가 봉양할 것이요, 슬하의 어린 자식 내가 길러낼 것이니, 집안 생각 아예 말고 토끼만 얻어다가 임금 환후 낫게 하오, 휘편만리거(揮鞭萬里去) 안득염향규(安得念香閨) 낭군이 모르시오."

 

주부가 대답하되,

"부인 말씀 듣사오니 충신의 아내되기 부끄럽지 아니하니, 말씀대로 할 것이니 어머니를 지성 봉양 어린 것을 자주 찾아 멀리 가게 하지 마소. 세상의 흉한 놈들 말굽자라 맛 좋다고 건저다가 삶아 먹지."

 

차례로 하직할 제,

"아저씨 평안히 다녀오시오."

"형님 평안히 다녀오시오."

"조카 잘 다녀오너라."

"소상강 손 쉬 다녀오너라."

 

(후략)


주 석

지정 : 중국 원(元)나라 순제(順帝)의 연호(年號).

복일낙성 : 좋은 날을 가려 공사(工事)를 이룸.

발사청래 : 사신을 보내어 오기를 청함.

영타고 : 악어의 가죽으로 만든 북.

옥용적 : 피리의 이름.

삼위로 : 선약(仙藥)의 한 가지.

구전단 : 선약(仙藥). 아홉 번 달인 단약(丹藥).

연무호연 : 좋지 않은 잔치는 없음.

어탑 : 임금이 앉는 상탑(狀榻).

노점 : 폐결핵.

초잡는지 : 시초(始初)를 잡는지.

비위 : 지라와 위.

침중 : 병세가 매우 무거움.

황황하여 : 갈팡질팡 어절 줄 모르게 급하여.

청하의 : 신선의 옷.

백우선 : 새의 흰 깃으로 만든 부채.

거수장읍 : 손을 들어 길게 읍함.

염슬단좌 : 옷깃을 바로하고 단정히 앉음.

폐거벽루 : 집이 궁벽하고 누추함.

출문영접 : 문 밖으로 나가 손님을 맞아서 응접하는 것.

장건 : 중국 전한(前漢)의 외교가. 그가 신선의 배를 탔다는 고사가 있음.

여동빈 : 중국 당(唐)나라 사람이며 팔선(八仙) 중의 하나.

실섭하여 : 몸조리를 잘 하지 못하여.

신고 : 어려운 일을 당하여 겪는 고통이나 고생.

자분필사 : 꼭 죽을 것을 자신이 앎.

촌관척맥 : 손목에서 맥을 보는 세 자리.

부침지삭 : 부맥, 침맥, 지맥, 삭맥의 총칭.

쟁영 : 산이 높고 가파름.

황제소문 : 황제내경(黃帝內經). 중국 최고(最古)의 의학서(醫學書).

의학입문 : 의서명(醫書名).

신농씨 : 중국 고대의 삼황(三皇) 가운데 한 사람. 백성에게 농사 짓는 법을 가르친 데서 신농이라고 하며, 백초(百草)를 맛보면서 약초를 발견하였다.

인갑 : 비늘과 껍데기.

부상 : 해가 뜨는 동쪽 바다 속에 있다는 신성한 나무.

금계 : 닭의 미칭(美稱).

일정월화 : 해의 정광(精光)과 달의 광채(光彩).

명시별호 : 명시는 토끼의 다른 이름.

목속간 : 눈은 간에 속함.

화타 : 중국 후한(後漢) 때 명의(名醫).

편작 :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때 명의(名醫).

극력구지 : 힘을 다해 구함.

양계 : 사람이 사는 세상.

군명 불사가 : '논어(論語)' 향당조(鄕黨條)의 한 구절임. 임금이 부르시면 수레를 기다리지 않고 달려감.

태호 복희씨 : 중국 전설상의 삼황 가운데 으뜸인 제왕.

유용서 이용기관 : 복희씨 때 용이 하늘로부터 내릴 상서(祥瑞)가 있어 용으로써 관을 정함.

간의대부 : 왕의 잘못을 아뢰는 벼슬.

의관신야어로향 : 의관을 정제한 몸이 궁중의 화로 향기에 끌림.

파시평 : 갯벌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

하우씨 : 중국 하(夏)나라의 시조 우(禹)임금.

구궁 : 천하를 다스릴 아홉 가지의 대법(大法).

주공 : 중국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아들. 유교에서 존숭받는 성인.

낙양 : 중국 하남성(河南省) 북서부에 있는 도시.

여즉종 귀종 경사종 서종 서민종 : 네가 구복(龜卜)과 서복(筮卜)의 운명을 좇되, 경(卿)·대부(大夫)사(士)를 좇고, 백성들의 뜻을 좇아서 바라는 바에 좇음.

할고사군 : 허벅다리 살을 베어서 굶주린 진문공에게 먹임. 충성의 의미로 쓰임.

기신 : 중국 한(漢)나라 고조(高祖) 때의 충신이자 장수.

광초분사 : 고조가 항우의 군사에게 포위당했을 때, 기신은 고조의 수레를 타고 자신이 고조인 양 초 나라 군사를 속여 고조를 도망시킨 후 불살려 죽음을 당함.

주발 : 중국 한(漢)나라 초기의 장수로, 고조를 섬겨 천하 평정의 공을 세움.

한출첨배 : 식은땀이 흘러 등을 젖게 함. 몹시 부끄러움을 뜻함.

무색 : 겸연쩍고 부끄러움.

문종 :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

왕상 : 중국 진(晉)나라 때 그 계모를 위하여 겨울에 잉어를 구해 바친 효자.

일척소서 : 한 자 길이의 비단에 쓴 편지.

질풍의 지경초요 파탕의 식충신 : 강한 바람 속에서 억센 풀을 알 수 있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 충신을 앎.

몽염 : 진시황 때 30만군을 이끌고 남정북벌(南征北伐)한 장수.

자세하여 : 자기나 남의 세력을 빙자하여 의지함.

호반 : 무반(武班).

교주고슬 : 비파나 거문고를 아교로 고정시켜 버리면 가락을 바굴 수 없다는 뜻. 고지식하여 융통성이 없음을 빗대어 하는 말. 사기(史記)

조서초 : 왕의 선지(宣旨)를 적은 문서의 초고(草稿).

풍신 : 풍채(風采). 빛나고 드러나 보이는 사람의 겉 모양.

거구세린: 큰 입과 잔 비늘.

장한 : 중국 진(晉)나라 사람으로, 문장에 능했고 농어회가 그리워 벼슬을 버린 사람.

소동파 : 중국 북송(北宋)의 문인 소식(蘇軾). 적벽부(赤壁賦)가 유명하다.

하방낙리 : 황하의 방어와 낙수의 잉어.

팔조목 : '대학(大學)'의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여덟 조목. 곧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법용엄준 : 법을 엄격하게 적용함.

이름 윗자 원정없고 : 이름 자의 윗자에 한자로 쓸 글자가 없고.

승탁 : 벼슬자리에 뽑히어 오름.

청요 : 높은 자리의 벼슬이나 요직.

사체 : 사물의 이치나 도리.

절치부심(切齒腐心) : 몹시 분하여 이를 갈고 속을 썩임.

환해풍파 : 벼슬살이에서 겪는 온갖 풍파.

삼공불환차강산 : 정승(政丞)의 자리라도 이 강산(江山)과는 바꾸지 않음.

장지화 : 중국 당나라 숙종(肅宗) 때의 도사. 물 위에 가마니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며 시를 읊고, 학을 타고 승천하였다고 함.

이필 : 중국 당나라 현종(玄宗) 때의 문장가이자 고사(高士).

입시동참 : 한 자리에서 함께 왕을 알현(謁見)함.

지신은 막여주 : 임금만큼 신하의 됨됨이를 아는 사람도 없음.

불승기임할 : 그 임무를 감당하지 못할.

곤 : 우(禹)임금의 아버지.

마속 : 중국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장수. 뛰어난 지략을 인정받아 제갈량의 중명(重命)으로, 북벌 때 일군(一軍)의 통수가 되었으나 가정(街亭) 싸움에서 군령을 어겨 위(魏)나라에 패하고 처형됨.

휼조 : 도요새.

어인공 : 어부지리(漁父之利)와 같은 말.

철관장염 : 쇠로 살을 댄 관과 긴 수염.

종록지국 필유충신: 녹봉(祿俸)을 후히 주는 나라에 반드시 충신이 있음.

경륜 : 어떤 포부를 가지고 일을 조직하고 계획하는 것.

과두지사 : 올챙이 적 일.

일중불결 : 온 종일 결정하지 못함.

굴삼려 : 중국 초(楚)나라 시인이요 정치가였던 굴원(屈原). 회 양왕(懷 襄王)의 오해로 귀양가서 어부사(漁父詞)를 지어 뜻을 표하고 멱라수에 빠져 죽음.

오자서 : 중국 춘추시대 초(楚)나라 사람. 아버지와 형이 초나라 평왕(平王)에게 피살되자 오(吳)나라를 도와 초나라를 쳐서 원수를 갚음.

띠같도록 : 여대(如帶). 강물이 띠처럼 가늘어질 때까지 오래도록.

동휴척: 기쁜 일과 슬픈 일을 같이 함.

천봉만학 : 수 많은 봉우리와 골짜기.

삼백 모족 : 털이 있는 수 많은 짐승.

신포서 : 중국 춘추시대 초(초)나라의 대부로, 오(吳)나라가 침범했을 때 진(秦)의 원조로 이를 물리침.

과부 : 중국 상고(上古) 때 사람. 자기의 능력을 헤아리지 않고 해와 경주하다 목말라 죽음.

이루 : 옛날 백보 앞의 짐승 털을 분간했을 정도로 눈이 밝았던 사람.

맹분 : 중국 전국시대의 장사. 능히 소의 뿔을 뽑았다 함.

방촌 : 한 치 사방의 넓이.

백기의 예두 : 백기는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 사람으로, 군사를 잘 다루어 공(功)이 큼. 예두는 그의 지혜를 뜻함.

간뇌도지 : 간과 뇌가 땅바닥에 으깨어지는 참혹한 죽음을 당함.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돌보지 않고 힘을 다함의 비유.

교인 : 물 속에 있다는 상상의 동물 인어(人魚).

문서관 : 좋은 붓.

화충 : 꿩.

비성즉황 : 중국 위(魏)나라의 재상을 위성(魏成) 책황(翟璜) 2인 중에서 등용한 고사. 양자택일(兩者擇一)의 뜻.

환난상구 : 환난이 생겼을 때 서로 구하여 줌.

정지 : 딱한 사정에 있는 불쌍한 처지.

암암하니 : 잊혀지지 않고 눈에 가물가물 보이는 듯하니.

산월이 교여촉 : 산에 뜬 달의 희고 맑음이 촛불 같음.

처처문제조 : 여기저기서 새 우짖는 소리가 들림.

춘풍만화산 : 봅바람에 꽃이 온 산에 가득함.

나생잡상율 : 여기저기 나뒹구는 밤과 도토리.

한로축건토 : 중국 전국시대 한(韓)나라의 뛰어난 개가 발 저는 토끼를 쫓음.

중서령 : 진시황 때의 몽염(蒙염)을 가리킴.

서시 : 진시황의 명을 받아 불사약을 구하러 갔으나 돌아오지 못함.

지왕대택 : 큰 연못이 갈길을 가로막음.

여산일배 : 진시황의 장지(葬地)인 여산의 한줌 흙.

분모열토 원급묘예 : 모토(茅土)를 먼 후대의 자손에게 나누어 줌.

주우신욕 주욕신사 : 군신(君臣)이 간난(艱難)과 사생(死生)을 같이 한다는 뜻.

골폭사장 : 모랫밭에 뼈를 드러냄.

선영누덕 : 선영의 덕을 더러힘.

종고지락 금슬지우 : 부부 사이의 화목한 즐거움을 이르는 말.

휘편만리거 안득염향규 : 채찍을 휘둘러 만리나 되는 먼 곳에 가면서, 어찌 규방(閨房)을 생각하겠는가?.

이해와 감상

신재효 ( 申在孝 )가 개작하여 정착시킨 판소리 작품의 하나. ‘ 퇴별가 ’ 라고도 한다. 몇 가지의 필사본이 전하나, 미세한 자구의 차이만 보여 주는 동일본의 전사본(轉寫本)이다.

전주 지방에서 목판으로 찍어 낸 완판본 〈 퇴별가 〉 는 이 작품을 인쇄한 것이다. 읍내본(邑內本) 〈 퇴별가 〉 를 영인한 자료와 이를 주석하고 각 이본 간의 차이를 표시한 자료가 출판되었다.

 

이본 중에는 용궁에 잡혀 온 토끼를 동정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별주부의 아내가 우직한 남편보다 영리하고 멋진 토끼에게 애정을 표시하게 되는 것도 있으나, 신재효의 〈 토별가 〉 는 충성스러운 별주부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이에 걸맞게 그의 아내도 정숙하게 형상화한 점에서 다른 개작의 방향을 보여 준다. 이것은 유교적 이념 구현에 충실하려는 그의 가치관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별주부가 토끼를 찾으러 산중의 짐승이 모인 모족회의(毛族會議)에 끼어드는 부분에서는 신재효의 현실 인식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지방 수령을 호랑이에 비유하고 아전을 사냥개에 비유하고 멧돼지와 다람쥐를 백성에게 비유하고 있는 부분은 약육강식이라는 생태계 현상을 사회적 착취 관계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조선조 후기의 사회 현실을 투철히 파악했던 작자의 현실 인식 태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지배이념을 긍정하지만 사회 현실의 모순은 비판하려는 의식의 양면성이 빚어낸 결과였다.

신재효의 〈 토별가 〉 가 독서물로 전환될 수 있음은 이 작품이 완판본 〈 퇴별가 〉 로 인쇄되었던 사실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그의 〈 토별가 〉 의 일부는 김수영 ( 金壽永 )의 창본에 수용되었으며, 그의 초청으로 고창에 와서 소리 선생을 하였던 김세종 ( 金世宗 )의 영향을 받은 유성준 ( 劉成俊 )의 창본에도 상당 부분이 수용되었다.

≪ 참고문헌 ≫ 朝鮮唱劇史(鄭魯, 朝鮮日報出版部, 1940), 兎鼈歌의 系譜的考察(姜漢永, 省谷論叢 3, 1972), 申在孝판소리 辭說硏究(徐鍾文, 서울大學校博士學位論文, 1983).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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