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 곡예사(曲藝師) - 성찬경
by 송화은율줄타기 곡예사(曲藝師) - 성찬경
작가 : 성찬경(1930- ) 충남 예산 출생. 서울대 영문과 졸업. 1956년 『문학예술』에 「미열(微熱)」, 「궁(宮)」, 「프리즘」 등이 추천되어 등단. 『60년대사화집』 동인. 한국시인협회상(1979), 한국시학사 작품상(1985)을 수상.
그는 특히 영국의 현대 낭만주의 시인 D.M 토머스의 영향을 크게 받아 언어의 비약적인 연결과 특이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특징이 있다.
시집으로는 <화형둔주곡(火刑遁走曲)>(정음사, 1966), 『벌레소리송(頌)』(문원사, 1970), 『시간음(時間吟)』(문학예술사, 1982), 『영혼의 눈 육체의 눈』(고려원, 1986), 『황홀한 초록빛』(성바오로출판사, 1989), 『그리움의 끝을 찾아서』(흙, 1989) 등이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어린 시절 우리들은 요란한 휘장과 우스꽝스러운 광대들을 거느리고 동네에 들어온 서커스단의 모습을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곡예사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모습은 더욱 가슴 깊이 남아 있다. 이 시는 기억의 저 먼 곳에 묻혀 있던 곡예사의 스릴 넘치는 행위들을 우리에게 다시 한번 보여줌과 동시에 줄타기 과정에서 다가오는 그들의 불안심리를 섬세하게 파헤치고 있다.
곡예사는 휘청휘청 끊길 듯 팽팽한 줄에 온 몸을 싣고 목적지를 향해 불안한 걸음을 한발 한발씩 내딛는다. 그리하여 이런 불안심리는 곡예사로 하여금 공간상의 짧은 거리를 인생의 항로처럼 길게 느껴지게 만들며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곡예사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자기의 중심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불안한 것은 오히려 그를 바라보는 관객일 따름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런 곡예사의 모습이 신기하고 기적에 가까울 뿐이다.
2연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즉 관객을 위해 목숨의 유희를 마치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 곡예사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 곡예사의 수고를 치하하는 따뜻한 품인가 아니면 화려한 은막 뒤의 쓰디쓴 망각인가가 그것인데, 이런 질문들이 독자에게는 고통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 시는 줄타기를 하는 동안의 곡예사의 불안심리를 치밀하게 하게 묘사하면서도 이를 한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모든 인간의 고달픈 인생항로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킴으로써 공감을 사게 된다. 물론 줄타기라는 소재가 어려운 인생살이라는 식으로 비유되는 것은 구태의연한 것이 되기 쉽다. 시인이나 독자나 모두 조심해야 한다. [해설: 조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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