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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폐교(開閉橋) - 설창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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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폐교(開閉橋) - 설창수


작가 : 설창수(1916- ) 경남 창원 출생. 일본 니혼대 중퇴. 1947년 동인지 등불창명(滄溟)3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그의 시는 짙은 역사 의식 속에서 이를 정시(正視)하려는 경향으로 탈주지적 정신주의를 추구하고 있으며, 초기의 서정성은 점차 풍자시로 변모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개폐교(백양당, 1950), 설창수 전집(시문학사, 1984) 등이 있다.

 

 

<감상의 길잡이>

이 시가 대상으로 하는 것은 개폐교이다. 개폐교는 선박 등의 자유로운 통행을 위해 다리의 상판부분이 움직일 수 있는 다리이다. 이 시의 화자는 개폐교로 설정되어있다. 건축물을 시의 주체로 설정되어있다는 사실도 재미있지만 1950년대에 쉽게 볼 수 없었던 개폐교를 소재로 하여, 시인의 정감을 제어하고 사물시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개폐교가 주는 규모와 기계적 움직임이 당시로서는 이채로웠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1연은 개폐교가 스스로의 강인함과 인내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사람들과 차들이 짓밟고 지나간 자국, 바람과 비에 시달려야하는 개폐교의 술회이다. 다리의 낡은 모양이 살결이 마른 사람의 신체에 비유되어 있다.

 

2연은 개폐교의 움직임이다. 사람과 비바람에 시달렸지만 움직임은 거대하다. 들어올린 다리의 상판은 교각과 예각을 이루기 마련이고 그러자면 다리 위를 지나는 통행은 불가능하다. 그 기계적 움직임을 개폐교는 자신감 있게 내세운다. 상판이 들어올려지면 양안 사이의 커다란 배들이 지나다니는 것이 가능해진다. 평범한 다리와 달리 개폐교는 육지와 육지를 연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길까지 이어주는 것이다.

 

3연부터 마지막 연까지는 개폐교가 지닌 미덕을 드러낸다. 다리의 기계적인 움직임은 세속적인 이해관계에 지배되지 아니하고 냉엄하게 진행된다. 철판과 철판을 이어주는 정확함이 없다면 개폐교의 성능은 온전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미모(美貌)도 특권도 아부도 틈입할 여지가 없는 개폐교의 특성은 기계적 움직임의 치밀함 덕택이다. 인간적인 감정이 제거된 비정한 감각이 오히려 정확함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확함이 무자비한 것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의 감정과 감정의 교류를 막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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