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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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 산문 : 절 혹은 절의 바깥문.

* 그리메 : 그림자.

* 즈믄 : ().


 

작가 : 송수권(1940- ) 전남 고흥 출생.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1975문학사상신인발굴에 산문(山門)에 기대어등이 당선되면서 등단. 광주 효광여중 교사. 문공부 예술상, 전라남도 문화상, 소월시문학상, 국립훈장 목련장 수상.

 

전통적인 서정시의 가락을 빌려 한민족의 한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애썼던 삶들의 실상과 의지를 힘있게 노래한다.

시집으로는 산문에 기대어(문학사상사, 1980), 꿈꾸는 섬(문학과지성사, 1983), 아도(창작과비평사, 1984), 새야 새야 파랑새야(나남, 1986), 우리들의 땅(문학사상사, 1988), 자다가도 그대 생각하면 웃는다(전원, 1991) 등이 있고, 산문집인 다시 산문에 기대어(오상사, 1985)와 역사기행집인 남도기행(시민, 1991) 등의 저서도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이 시에는 가을 산과 가을 강의 아름다움이 있고, 사람의 아름다움이 또한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사실 이 시에서 언어들이 모이고 흩어지게 하는 언술의 뼈대는 매우 간단명료하다. 그 뼈대는 어떤 사람이 어떤 다른 사람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물음을 받는 사람은 누이인데, 그녀는 지금 시의 화자 곁에 있지 않은 듯하다. 물음의 내용은 무엇을 살아서 보는가, 그리고 무엇을 아는가인데, 목적어와 술어는 일관되게 도치되어 있다. 이 가운데 시인이 치중하는 부분은 목적어이다. 이 부분이 이 시의 아름다움을 거의 대부분 감당해 내고 있다.

 

그러나 이 시의 언술들이 가지는 구체적 모습까지 간단명료하다고 할 수는 없다. 시의 아름다움은 무턱대고 간단명료함이나 투명함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때로 모호함에서 오기도 한다. 세상과 삶의 실상이 어느 정도 모호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은 진실에 가깝다.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은 무엇인가. 왜 눈썹은 가을 산 그리메에 빠졌을까. 그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감동의 흔적인가, 또는 그에 대비되는 삶의 서글픔의 증거인가. 지금 곁에 없는 누이에게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라고 묻는 시인의 말투로 보아, 그 눈썹은 아름다운 가을 강에 두루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것은 자연이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풍경에 대한 사람들의 공동 경험을 환기하는 열쇠인 듯하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눈 덮인 산을 볼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며, 철 지나 한적한 바닷가에서 문득 기억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법이다. 그 추억의 장소에는 추억의 열쇠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담배일 수도, 하모니카일수도, 눈물 한 방울 일 수도 있다. 그렇게 읽어도 된다면 이 시는 아름다운 풍경이 환기하는 추억의 절절한 표현이 된다. 그 사랑과 신뢰의 추억은 눈물과 관련이 있고, 고뇌와 관련이 있고, 그리고 `산다화'로 대표되는 신뢰의 징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한잔은 마시고, 한잔은 비워'둔다. 그리하여 이 시는 묻는 것이다, 그대도 기억하는가, 이 가을이 끊임없이 불러오는 옛일을.

 

우리 현대시에서 누이를 부르는 시는 많고 많지만, 이 시는 말과 심상의 아름다움에서 그 어떤 시에도 빠지지 않는다. [해설: 이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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