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설(釣說)
by 송화은율조설(釣說)
우리집 뒤에는 가로 세로가 수십 걸음쯤 되고 깊이는 6,7 자쯤 되는 연못이 하나 있다.
나는 긴 여름 동안 별로 할 일이 없어서 늘 연못가에 나가 고기들이 입을 뻐끔거리며 노는 모양을 구경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에 사는 사람이 나에게 대나무를 베어다가 낚싯대를 만들어 주고 또 바늘을 굽혀 낚시를 실에 달아 주었다.
그 동안 서울 생활에 바빠 일찍이 낚시 놓는 법도 알지 못했던 나는, 이웃사람이 나를 위하여 낚시를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였다. 그래서 그 낚시를 물에 던져 넣은 뒤에 온종일을 기다려 보았다.
그러나 고기가 한 마리도 물리지 않았다. 다음날 어떤 사람이 찾아왔기에 낚시를 보이며 이러한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그는 낚싯바늘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이러니까 고기가 한 마리도 물리지 않지. 낚싯바늘의 굽어진 둘레가 너무 커서 고기 입에 들어갈 수가 없네". 그래서 이번에는 그가 시키는 대로 굽은 둘레를 좁혀서 연못에 던졌더니 그 날은 겨우 한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 다음 날은 또 다른 두 명의 손님이 왔다. 내가 이 일을 이야기하자 그 중 한 손님이 말했다. "이러니 고기가 적게 잡히지. 바늘을 굽힐 때 끝 부분을 짧게 해서 미끼를 겨우 끼우도록 해야지 끝이 길면 미끼를 물어도 아가미가 끼이지 않고 금방 빠져 버리네."
나는 그의 말대로 낚시 끝을 짧게 만들어 물 속에 던져 넣었다. 그러자 고기가 자주 물리기는 하는데 낚시를 들어올리면 고기가 물 위로 올라오다가 모두 빠져나갔다. 그 때 곁에 있던 또 한 사람의 손님이 말하였다.
" 저 사람 말대로 낚시를 고친 것은 잘하였으나 낚시를 채어 올리는 방법이 틀렸네. 낚시줄에 찌를 달아서 물위에 띄우는 것은 그것이 뜨고 잠기는 것으로 보아 고기가 물었는가 안 물었는가를 아는 것일세.
이 찌가 움직이기는 하는데 잠기지 않으면 아직 고기가 완전히 물지 않은 것인데 그것을 갑자기 채어 올리면 고기가 물 겨를이 없게되고 잠겨졌다가 도로 뜨면 이는 물었다가 도로 뱉은 것이야. 이럴 때 잡아당기면 이미 고기가 떠난 뒤 일세. 그러니 그 찌가 완전히 물 속에 잠길락 말락 할 때에 잡아 올려야 하고, 또 잡아 올리 때도 손을 똑바로 하여 수직으로 꺾으면 잘 떨어지는 것과 같네. 그러니 손을 옆으로 비스듬히 당겨서 마치 빗자루로 쓸 듯이 당겨 올리게. 그러면 낚시 끝은 물고기 아가미 속에서 좌우로 움직이면서 무엇이나 닿는 곳을 찔러서 딸려 올라오게 되네. 이렇게 하면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다 잡아 올릴 수 있다네".
나는 그 사람이 가르쳐 주는 방법대로 낚시를 드리워 한참만에 서너 마리의 고기를 낚아 올릴 수가 있었다. 그 사람은 말하기를,
"고기 잡는 방법은 그렇게하면 잘 되었네만 고기잡는 묘리는 아직 깨닫지 못하였네." / 하였다.
그는 나의 낚시를 빼앗아 가지고 물속에 던져 넣었다. 그는 내가 낚던 낚시와 내가 쓰던 미끼와 내가 앉았던 자리 그대로 이용하였으나 그가 잡아 올리는 물고기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낚시를 던져 넣기가 바쁘게 딸려 올라왔다. 광주리에서 건져 내는 것 같았고, 소반에 올려놓은 것을 세는 것 같았다.나는 감탄하면서 말하였다.
"참으로 솜씨가 좋기도 하네. 자네, 그 묘한 솜씨를 가르쳐 주게나."
"잡는 방법이야 가르쳐 줄 수 있지만 묘한 솜씨야 가르쳐 줄 수 있겠나, 만일 가르쳐 줄수 있다면 그것은 묘수라고 할 수 없지. 그러나 내가 자네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곧 자네가 가르쳐 준 대로 아침이나 저녁이나 이 낚시를 물속에 드리워 놓고 정신을 집중하여 열흘이고 한 달이고 그 방법을 익힌다면 그 묘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일세. 그러게 되면 손을 알맞게 움직일 수 있고, 마음은 스스로 묘법을 이해하게될 것일세. 그럼으로써 지금까지 얻을 수 없었던 것과, 또 지금까지 깨닫지 못하던 오묘한 이치와, 한가지는 깨달았지만 그 나머지 두세 가지 깨닫지 못한 것과, 아무 것도 모르고 오히려 의혹만 많아지는 것과, 또 환하게 깨달았지만 그 깨달은 까닭은 모르는 것들을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일세. 그러나 이런 것을 다 얻게 되면 내가 어떻게 거기에 간여할 수 있겠는가? 내가 자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이것뿐일세." 나는 그로부터 낚시를 받아 물 속에 던져 넣으면서 스스로 한탄하였다.
"참으로 그대의 말이 훌륭하기도 하이. 이러한 방법을 가지고 미루어 이용한다면 그것이 어찌 낚시 놓는데만 응용되겠는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적은 것을 가지고 큰 것을 깨우칠 수 있다. 고 하였는데 바로 이를 두고 한말이 아니겠나?" 나는 그 손님이 간 뒤에 그의 말을 이렇게 기록하여 스스로 반성하는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
요점 정리
작자 : 남구만
형식 : 수필(설)
성격 : 교훈적
주제 : 세상에는 쉽게 얻는 것은 없다
이해와 감상
일상 생활에서 겪은 일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깨닫는 데에까지 이르는 것을 보여 주는 글로, '고기잡는 방법'과 '고기잡는 묘리(妙理)'라는 두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 이 글에서 '고기잡는 묘리(妙理)'는 학문(學問)을 하거나 인생(人生)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교훈이 될 수 있다. 특히 쉽게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글로, 시간을 투자하면서 노력을 한다면 방법까지 모두 알게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적은 것을 가지고 큰 것을 깨우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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