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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絶頂) - 이육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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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육사

 

 

매운 계절(季節)의 채쭉에 갈겨

마츰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리빨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문장 12, 1940.1)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암담한 식민지 시대의 절망적 상황 속에서 그것을 초극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현실적 삶이 위축되어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비로소 새롭게 확대된 삶을 위한 전기(轉機)가 마련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수난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담은 저항시의 백미(白眉)이다.

 

극한적 한계 상황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자기 관조의 여유, 가열차고 준엄한 선비의 자세, 정연한 한시(漢詩)와 같은 구조, 대륙적이고 남성적인 당당한 목소리, 육사 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 주는 작품이다.

성격 : 상징적, 의지적, 남성적, 지사적, 참여적

어조 : 의지적, 남성적 어조

구성 : : 고통을 겪어야 하는 현실적 위치(1)

: 극한 상황(2)

: 극한 상황(3)

: 궁지의 운명을 극복하려는 의식(4)

제재 : 쫓기는 자의 극한 상황.(식민지 통치하의 시대 상황-겨울, 북방, 고원)

주제 : 극한 상황의 초극 의지.(극한 상황을 초극하려는 강렬한 정신)

 

내용연구

 

1) 구절풀이

매운 계절의 째찍 : 일제 치하의 가혹한 탄압을 상징한다.

계절은 시간적 공간, 즉 시대상황의 표현이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 ‘하늘은 소망, 가능성을 상징하며, ‘고원1 연의 계절(시간), 북방(수평적 공간)에 대비하여 수직적 공간의 끝을 상징한다.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 ‘서릿발 칼날진은 매서움의 느낌을 강화시켜줌. ‘그 위에 서다는 그러한 절박한 상황에 대한 대결 정신을 형상화한 것.

 

2) 이 시의 시대적 배경과 주제의식

이 시는 1940 년에 발표되었다. 1940년은 일제의 식민지 통치가 가장 가혹하던 암흑기였다.

국내의 합법적인 민족 운동은 전혀 불가능하였고, 해외의 독립운동도 간신히 그 명맥만 유지할 뿐이었다. 바로 민족 말살이라는 극한적 위기 상황이 이 시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이 시에서 육사는 바로 그러한 극한적 위기 상황을, 그에 걸맞는 간결하고 예리한 심상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역시 이를 초극하려는 강렬한 의지 혹은 정신을 강렬한 상징으로 표상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시의 주제는 극한 상황을 초극하려는 강렬한 정신 혹은 의지가 된다.

 

3) 육사 시의 문학사적 의의

육사 시가 갖는 우리 문학사, 특히 시사적 의미는 다음 몇 가지로 지적할 수 있다. 첫째, 1930년대 전반을 풍미하던 모더니즘의 비인간화 경향에 대한 비판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둘째, 고전적인 선비 의식과 한시의 영향으로 전통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셋째, 한국시에 남성적이고 대륙적인 입김을 불어넣었다. 넷째, 죽음을 초월한 저항 정신과 시를 통한 진정한 참여를 보여 주었다. 특히 넷째 측면은 윤동주의 시작과 함께 일제 말 우리 민족 문학의 공백기를 메워주는 중요한 성과라고 할 것이다.

 

4) 서정적 자아와 심상

이 시의 서정적 자아는 조국 상실과 민족 수난이라는 역사적 현실을 배경으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결단의 자리에 서 있는 한 사람의 투사이다.

그는 의존할 아무런 현실적 유대도 없는 극한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고독한 긴장 속에 처해있다. 이러한 긴장감으로부터 남성적인 목소리가 울려 나온다. 우리의 근대시가 일반적으로 여성 편향적 성격을 지녔던 데 반해(소월, 만해) 육사의 시는 남성적인 대결 정신과 강인한 대륙적 풍모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두 가지 대립되는 심상의 역설적 통합도 그러한 정신에서 나오는 현실 초극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5) 형식적 특성

이 시는 각 2 행으로 이루어진 연 4 개로 구성되어 있다. 시상은 1 연과 2 연에서 순차적, 점층적으로 전개되다가 3 연에서 전환하고 4 연에서 결말 맺어진다. 이는 한시의 절구의 기승전결식 시상 전개와 일치한다. 이 점에서 이 시는 동양의 고전적 전통에 접맥되고 있다.

 

6) 상징과 기법

남성적 풍모를 보여주는 시어 : 매운, 채찍, 갈겨, 휩쓸려, 서릿발 칼날진

매운 계절의 채찍 : 공감각적 은유. 미각과 촉각을 결합하여 겨울의 추위로부터 오는 불안의식을 심화하고 있다.

서릿발 칼날진 : 서릿발과 칼날의 시적 효과가 서로 조응하여 매서움의 느낌을 강화시킨다.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 은유. 겨울과 강철의 매서움과 단단함이라는 복합 심상이 무지개와 결합하여 유미적 빛깔로 승화되고 있다. ‘겨울의 이미지는 어두운 일제 치하의 현실을, ‘강철은 광물성 이미지를 통한 저항 의식을 보여주며, ‘무지개는 역설적 이미지를 통해 꿈과 희망을 암시한다.

 

<연구 문제>

1. 극한 상황에 대한 극복 의지가 깨달음의 경지로 나타난 시행을 지적하라.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2. 이 시에서 (1)수평 공간의 한계와 (2)수직 공간의 한계를 표상하는 시어를 각각 찾아 쓰라.

(1) 북방

(2) 고원

3. 이육사의 준열한 선비 정신을 가장 잘 형상화하고 있는 시어를 찾아 쓰라.

서릿발

 

4. 의 이유는 무엇인지 60자 내외로 쓰라.

현실적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을 시적 인식의 세계로 끌어들여 정신적으로 초극하기 위해서.

 

<감상의 길잡이>

이 시의 형식은 마치 한시(漢詩)의 절구(絶句)처럼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완벽한 4단 구성으로 되어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앞의 두 연에서는 외적(外的)인 극한 상황을, 뒤의 두 연에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의 시인의 의식을 보여 주어, 이 시가 크게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

 

1-2연은 외적(外的) 상황의 공간을 점층적으로 더 날카로운 것으로 압축시킴으로써 극한 상황을 구체화시킨다. , ‘북방고원서릿발 칼날진 그 위로 시상이 전개된다.

 

3-4연에 가면 외적 상황에서 내적 심리적 상황으로 전이된다. 이 극한적 상황은 너무도 날카로운 것이어서 비켜서거나 물러서는 일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확실한 것은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자신의 의지로 견뎌 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긴장감 속에서 자기 희생의 결단이 내려진다. 모든 가능성이 박탈된 극한적 한계 상황 아래에서의 자기 초월 의지가 드러나 있다.

 

이 시에서 핵심이 되는 시구는 강철로 된 무지개이다. 강철과 무지개, 즉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두 이미지의 결합이 그것이다. 강철의 단단함과 차가움의 이미지에 칠색 무지개의 화려한 이미지가 겹쳐진다. 이는 비극적 자기 결단의 순간에 느끼는 황홀감을 나타낸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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