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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전(田禹治傳)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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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전(田禹治傳)

조선 초에 송경(지금의 개성, 송악산 밑에 있던 서울이란 뜻) 숭인문 안에 한 선비가 있었으니 성은 전 이요, 이름은 우치라 했다.

일찍이 높은 스승을 좇아 신선의 도를 배우되, 본래 재질이 표일(성품이 세상 일에 별로 거리끼지 않고, 몹시 뛰어나게 훌륭함)하고 겸하여 정성이 지극하므로 마침내 오묘한 이치를 통하고 신기한 재주를 얻었으니, 소리를 숨기고 자취를 감추어 지내므로 비록 가까이 노는 이도 알 리 없었다.

 

이때 남쪽 해안 여러 고을이 여러 해 해적들의 노략을 입은 나머지에 엎친 데 덮쳐 무서운 흉년을 만나니 그곳 백성의 참혹한 형상은 이루 붓으로 그리지 못했다.

그러나 조정에 벼슬하는 이들은 권세를 다투기에만 눈이 붉고 가슴이 탈 뿐이요, 백성의 질고는 모르는 듯 내버려두니 뜻 있는 이는 팔을 뽑아 내어 통분함이 이를 길 없더니, 우치 또한 참다 못하여 그윽이 뜻을 결단하고 집을 버리며 세간을 헤치고 천하를 집을 삼고 백성으로 하여금 몸을 삼으려 하였다.

하루는 몸을 변하여 선관이 되어, 머리에 쌍봉금관을 쓰고 몸에 홍포를 입고 허리에 백옥대를 띠고 손에 옥홀(玉笏)을 쥐고 청의 동자 한 쌍을 데리고 구름을 타고 안개를 멍에 하여 바로 대궐 위에 이르러 궁중에 머물러 섰으니, 이때가 춘정월 초이틀이었다.

상이 문무 백관의 진하를 받으시니, 문득 오색 채운이 만천하고 향풍이 촉비하더니 공중에서 말하여 가로되,

"국왕은 옥황의 칙지를 받으라."

 

하거늘, 상이 놀라서 급히 백관을 거느리시고 전에 내리사 분향 첨망(멀리 우러러 봄)하니, 선관이 오운 속에서 이르되,

 

"이제 옥제 천하에 구차한 중 죽은 영혼을 위로하실 양으로 태화궁을 창건하실새 인간 각 나라에 황금들보 하나식을 만들어 올리되, 길이가 오척이요, 너비는 칠척이니 춘삼월 망일 (음력 보름날)에 올라가게 하라."

 

하고, 말을 마치매 하늘로 올라가거늘 상이 신기히 여기시며 전에 오르사 문무를 모아 의논하실새 간의태위(고려 문화부의 벼슬 이름으로, 후에 사의대부로 고쳐 불렀음)가 여쭈옵길,

 

"이제 팔도에 반포하여 금을 모아 천명을 받듦이 옳으니이다."

 

상이 옳게 여기사 팔도에 금을 모아 바치라 하고, 공인을 불러 길이와 너비의 치수를 맏추어 지어내니, 왕공 경사의 집안에 있는 것은 말도 말고 팔도에 금이 진하고 심지어 비녀에 올린 금까지 벗겨 올리니, 상이 기꺼워사 3일 재계(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부정한 일을 멀리 하는 일)하시고 그 날을 기다려 포진하고 등대하더니 진시쯤 하여 상운이 대궐 안에 자욱하고 향내가 코를 찌르며 오문 속에 선관이 청의동자를 좌우에 세우고 구름에 싸였으니 그 형용이 극히 황홀하더라.

상이 백관을 거느리시고 부복하시니, 그 선관이 전지를 내려 가로되,

 

"고려왕이 힘을 다하여 천명을 순종하니 정성이 지극하지라. 고려국이 우순풍조하고 국태민안하여 복조 무량하리니 상천을 공경하여 덕을 닦고 지내라."

 

말을 마치며, 우편으로 쌍동제학을 타고 내려와 요구에 황금들보를 걸어 올려 채운에 싸여 남쪽땅으로 행하니, 무지개가 하늘에 뻗치고 비바람 소리가 진동하며 오색채운이 각각동서로 흩어지거늘, 상과 제신이 무수히 사례하고, 육궁비빈이 땅에 엎디어 감히 우러러 보지 못하였다.

 

상이 어전에 오르시어 백관을 조회 받으실새 만세를 부른 후에 큰 잔치를 배설(排設)하여 즐기시더라.

 

이때, 우치는 그 들보를 가져다가 이 나라 안에서는 처치하기가 어려운지라 그 길로 구름을 멍에하여 서공지방으로 향하여, 먼저 들보 절반을 베어 헤쳐 팔아 쌀 십만 석을 사고 다시 배를 마련하여 나눠 싣고 순풍을 타고 가져가 십만 빈호에 알맞게 갈라주고 당장 굶어 죽는 어려움을 건지고 이듬해의 농량과 종자로 쓰게 하니, 백성들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다만 손을 마주 잡고 여천대덕을 칭사할 뿐이요, 관장들도 또한 기가 막히고 어리둥절하여 어찌된 곡절인지를 몰라 하였다.

우치는 이러한 뒤에 한 장의 방을 써서 동구에 붙였는데 그 글에다,

 

"이번에 곡식을 나누어줌으로써 혹 나를 칭송하지만 이는 마땅치 아니한지라. 대개 나라 는 백성을 뿌리삼고 부자는 빈민이 만들어 줌이어늘 이제 너희들 양순한 백성과 충실한 임 금으로 이렇듯 참혹한 지경에 이르렀건마는 벼슬한 이가 길을 트지 아니하고, 가멸한 이가 힘을 내고자 아니함이 과연 천리에 어그러져 신인이 공분하는 바이기로 내 하늘을 대신하 여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이리저리 하였으니, 너희들은 모름지기 이 뜻을 깨달아 잠시 남에 게 맡겼던 것이 돌아온 줄로만 알고 나의 힘을 입는 줄로는 일지 말지어다. 더욱이 자청하 여 심부름한 내가 무슨 공이 있다 하리요. 이렇게 말하는 나는 처사 전우치로다."

 

하였었다.

 

(중략)

일일은 양봉환이란 선비가 있어 어려서 한 가지로 글을 배웠더니 우치 찾아가니 병이 들어 누웠거늘 우치 경문 왈,

"그대 병이 이렇듯 중한데 내 어찌 늦게야 알았느뇨?"

 

양생왈

"때로 가슴이 아프고 정신이 혼미하여 식음을 전폐한 지 오래니 살지 못할까 하노라."

 

우치 진맥(診脈) 왈,

" 이 병세 사람을 생각하여 났도다."

 

양생 왈,

"과연 그러하니라."

 

우치 왈,

"어떤 가인(佳人)을 생각하느뇨? 나는 연장 삼십에 여색에 뜻이 없노라."

 

양생 왈,

"남문 안 현동에 사는 정씨라 하는 여자가 있으니 일찍 과거(寡居)하여 다만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인물이 절색이라. 마침 그 집 담 사이로 보고 돌아온 후, 사모하여 병이 들어 아마도 살아나지 못할까 하노라."

 

우치 왈,

"말 잘하는 매파를 보내어 통혼(通婚)하리라."

 

양생 왈,

" 그 여자가 절개 송죽(松竹)같으니 마침내 성사치 못하고 속절없이 은자 수백 냥만 허비하였노라."

 

우치 왈,

"내 형장을 위하여 그 여자를 데려오리라."

 

양생 왈,

"형의 재주 유여하나 부질없는 헛수고만 하리로다."

 

우치 왈,

"그 여자 춘광(春光)이 얼마나 되뇨?"

 

양생 왈

"이십삼 세로다."

 

우치 왈,

형은 방심(放心)하고 나의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라."

 

(하략)

고문

 

(하략)

요점 정리

 

 

연대 : 미상

작자 : 미상

형식 : 고전 소설, 영웅 소설, 도술 소설, 사회 소설, 홍길동전의 아류작이라는 견해가 많음.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대부분의 고대소설이 전지적 작가시점임)

성격 : 전기적, 도술적, 영웅적

주제 : 빈민 구제와 당시 정치 비판과 전우치의 의로운 행동

특징 : 전우치전은 실제 인물의 내력이 전설을 거쳐 소설화된 좋은 예이고, 문헌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사회 현실의 모순된 상황을 반영하였고, 이본에 따라 주제 의식에 많은 차이가 보인다.

줄거리 : 송도에 사는 전우치라는 사람은 신기한 도술을 얻었으나 재주를 숨기고 살았는데, 빈민의 처참한 처지를 보고 참을 수 없어서 천상 선관으로 가장, 임금에게 나타나 옥황상제의 명령이니 황금 들보를 만들어 바치라고 하였다. 그것을 팔아서 곡식을 장만해 빈민에게 나누어 주고 그 뜻을 널리 알렸다. 나라에서 잡아갔으나 쉽게 탈출하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횡포한 무리를 징벌하고 억울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었다.

그러다가 자수를 하고 무관 말직을 얻어 도둑의 반란을 평정하는 공을 세웠으나, 역적의 혐의를 받자 다시 도망쳤다. 도술로 세상을 희롱하며 다니던 끝에 친한 벗을 위해 절부(節婦)를 훼절시키려다가 강림 도령에게 제지를 당하고, 서화담(徐花潭)에게 굴복해 서화담과 함께 산중에 들어가 도를 닦게 되었다.

일사문고본은 전우치가 천상 선동으로 속계에 내려왔는데, 어려서 여우 입 속에 들어 있는 구슬을 먹고, 다시 구미호에게서 천서(天書)를 빼앗아 도술을 익히게 되었다고 하는 내용이 서두에 더 있다. 그 밖의 내용은 대체로 같은데, 도술이 기이하다는 데 관심을 갖게 한다.

김동욱본에서는 전생에 손오공이었던 전우치가 강릉 지방 관노의 아들로 태어나 자기 가문의 지위를 높이는 한편, 중국에 가서 활인동 도적의 두목이 되어 중국 천자가 조선을 업신여길 수 없도록 하고, 마침내 연나라 임금이 된다.

내용 연구

명사(名士) : 이름난 인사(사람)

청운(靑雲) : 푸른 뜻. 즉 벼슬하는 것

시인(市人) : 시중 사람들이

잠영거족(簪纓巨族) : 높은 벼슬을 지낸 큰 양반의 자손

동주(同住) : 같이 기거함. 즉 결혼하여 같이 거처함

무후(無後) : 뒤를 잇지 못함. 즉 자식이 없음

쇄소 : 소쇄. 깨끗이 청소함

문일지십(聞一知十) : 하나를 들려주면 열을 앎. 즉 머리가 뛰어남

과애(過愛) : 지극히 사랑하고 아낌

흥진비래(興盡悲來) : 즐거움이 다하면 슬픔이 온다

고금상사(古今常事) : 옛날부터 흔히 있는 일

조선향화(祖先香火) : 조상들의 제사를 받듦

백세무양 : 오랜세월 대대로 아무 탈이 없다

기세(棄世) : 세상을 뜨다. 죽다

집상(執喪) : 어버이 상사에 있어 예절에 따라 상제 노릇을 함

친붕(親朋) : 친한 벗

시이불견(視而不見) : 보고도 못 본 체 함

연광(年光) : 나이

삼오이팔 : 15-16세

일중(日中) : 오정. 즉 점심때

긍측히 : 가련하고 불쌍히

호정(狐精) : 여우의 넋

삼일유가(三日遊街) :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사흘동안 부모친척과 선배를 찾아보는 일

이산(離散) : 산산히 흩어짐

사불범정(邪不犯正) : 바르지 못하고 요사한 것이 정당한 것을 거드릴 수 없음

사매 : 소매

노 : 종이나 실로 꼬아 만든 끈

석반 : 저녁밥과 반찬

구미호(九尾狐) : 꼬리가 아홉개 달린 여우. 요술과 변화 무쌍한 여우로 전설상에 나타남

천서 : 하늘의 책. 온갖 비법과 비밀이 담긴 책

방추 : 끝이 네모진 송곳

과업 : 과거를 보는 일

망지소조 : 갈팡질팡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

옥제전교(玉帝傳敎) : 옥황상제가 내리는 명령

연구퇴락 : 세운지 오래되어 무너지고 헐어짐

중수(重修) : 다시금 수리하여

장광(長, 廣) : 길이와 넓이

진하(進賀) :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벼슬아치들이 조정에 모여 임금에게 나아가 축하하던 일

생금 : 사로잡다

하수 : 어찌할 수 없어

나래 : 죄 지은 사람을 잡아옴

바하 : 부수어 가루를 만듦

파가저택(破家 宅) : 나라의 죄인에게 주는 벌로 집을 부수고 연못을 만듦

자현(自現) : 스스로 나타나 자수함

결연(結緣) : 인연 맺음

엄형추문 : 엄한 형벌로 신문함

행형 : 형을 집행함

저두 : 돼지 대가리

주반(酒飯) : 술과 안주를 갖춘 상

계춘 : 음력 삼월. 늦은 봄

여름 : 열매의 옛말

불긴 : 필요하지 아니함

소문 : 작은 문. 여성의 성기

무변 : 변제치 못함

역율(逆律) : 역적을 다스리는 법

명화 : 유명한 그림

만학천봉 : 수많은 봉우리와 골짜기

천안(天顔) : 임금의 얼굴

일장대책 : 크게 꾸짖음

자항 : 목매어 자살함

과거 : 과부가 되어

신지무의 : 믿고 아무 뜻없이 따름

겁칙 : 겁탈함. 강간

훼절 : 절개를 훼손시킴

주사 : 붉은 모래

자처지경 : 자살할 지경

만사유경 : 만번 죽어도 가볍다

주미 : 술맛

감열 : 감격하여 기뻐함

불계(不計) : 계산하지 않고

대망(大 ) : 아주 큰 구렁이. 이무기

동문수학(同門修學) : 같이 학문을 배움

격린 : 벽을 사이에 두고 이웃함

열부(烈婦) : 열녀

백호 : 흰 호랑이

강림도령 :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전설적인 도령

일간모옥(一間茅屋) : 한칸의 띠집(초가집)

경성지색 : 경국지색.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의 미인

오매사복 : 늘 잠못 이루고 생각하여 잊지 아니함

이해와 감상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책. 국문본. 이본으로는 ‘ 뎐운치젼 ’ 으로 되어 있는 서울대학교 도서관 일사문고(一 侶 文庫) 필사본(43장) · 경판본 1(17장) · 경판본 2(22장), ‘ 뎐우치젼 ’ 으로 되어 있는 1914년 신문관 ( 新文館 ) 발행 활자본(62면), 단국대학교 율곡도서관 나손문고(舊 金東旭 소장본) 필사본(31장)이 있다.

이들을 비교해 보면 세 가지 계통으로 되어 있다. 일사문고본 · 경판 17장본 · 경판 22장본이 같은 계통으로, 경판본 둘은 일사문고본의 축약에 해당한다. 신문관본은 후대에 출간되었으나 선행본이 있었으리라고 짐작되고, 오히려 일사문고 계통보다 고형으로 보인다. 김동욱본은 다음의 간단한 줄거리에서 드러나듯 위의 두 계열과는 전혀 다른 계통이다.

전우치는 실제 인물이었으며, 중종 때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문헌에 전하는 내용을 종합하면, 도술을 익히고 시를 잘 지었으며 나라에 반역을 꾀했다가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하고 죽었다. 문헌에 전하는 전설에서는 전우치가 도술을 부렸다는 것과 함께 죽은 뒤에 다시 나타났다는 것을 기본적인 내용으로 삼고 있다.

〈 전우치전 〉 은 이러한 전설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인데, 전설과는 달리 전우치가 나라에 반역죄를 지어 잡아죽이려고 했으나 도술로 탈출했다 한다. 특히, 일사문고본 계통에서는 전우치가 도술을 익히게 된 경위를 덧보태고 있고, 김동욱본은 〈 전우치전 〉 과 〈 홍길동전 〉 을 합쳐 놓은 것 같다.

 

신문관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송도에 사는 전우치라는 사람은 신기한 도술을 얻었으나 재주를 숨기고 살았는데, 빈민의 처참한 처지를 보고 참을 수 없어서 천상 선관으로 가장, 임금에게 나타나 옥황상제의 명령이니 황금 들보를 만들어 바치라고 하였다.

그것을 팔아서 곡식을 장만해 빈민에게 나누어 주고 그 뜻을 널리 알렸다. 나라에서 잡아갔으나 쉽게 탈출하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횡포한 무리를 징벌하고 억울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었다.

그러다가 자수를 하고 무관 말직을 얻어 도둑의 반란을 평정하는 공을 세웠으나, 역적의 혐의를 받자 다시 도망쳤다. 도술로 세상을 희롱하며 다니던 끝에 친한 벗을 위해 절부(節婦)를 훼절시키려다가 강림 도령에게 제지를 당하고, 서화담(徐花潭)에게 굴복해 서화담과 함께 산중에 들어가 도를 닦게 되었다.

일사문고본은 전우치가 천상 선동으로 속계에 내려왔는데, 어려서 여우 입 속에 들어 있는 구슬을 먹고, 다시 구미호에게서 천서(天書)를 빼앗아 도술을 익히게 되었다고 하는 내용이 서두에 더 있다. 그 밖의 내용은 대체로 같은데, 도술이 기이하다는 데 관심을 갖게 한다.

김동욱본에서는 전생에 손오공이었던 전우치가 강릉 지방 관노의 아들로 태어나 자기 가문의 지위를 높이는 한편, 중국에 가서 활인동 도적의 두목이 되어 중국 천자가 조선을 업신여길 수 없도록 하고, 마침내 연나라 임금이 된다.

〈 전우치전 〉 은 실제 인물의 내력이 전설을 거쳐 소설화된 좋은 예다.

조선 왕조의 지배 질서에 반역하는 영웅의 모습을 그려서 주목된다. 전우치가 천상 선관으로 가장해 임금으로 하여금 황금 들보를 바치도록 하는 대목은, 어느 이본에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건으로 왕조의 권위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 도술은 사회적인 규제와 규범을 쉽사리 어기며 가치를 역전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전우치가 빈천한 사람들을 옹호하며 사회 개조를 요구했는가 하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도술을 장난으로 여기며 자기만족을 하는 데 그치는 일면이 작품에 나타나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 朝鮮小說史(金台俊, 朝鮮語文學會, 1933), 李朝時代小說論(金起東, 精硏社, 1959), 韓國古典小說硏究(金起東, 敎學社, 1981), 전우치전(趙東一, 詩人社, 1983), 洪吉童傳과 田禹治傳의 比較考察(金一烈, 語文學 30, 1974), 고소설과 정치-전우치전의 경우를 중심으로(趙東一, 世界의 文學 13, 1974), 田雲致傳硏究 1 · 2(林哲鎬, 연세어문학9 · 10합집, 11집, 1977 · 1978), 전우치전과 전우치설화(朴逸勇, 국어국문학 92, 1984).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심화 자료

'전우치전'의 주제 의식

 

'전우치전'은 이본(異本)에 따라 주제 의식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앞에 제시된 '신문관본'이 사회적인 성격을 가장 강하게 드러낸다. 주인공 전우치는 부정한 관리나 약한 자를 괴롭히는 무리들을 징벌하고, 가난하고 힘 없는 자들을 도와 주는 의로운 행동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 현실의 모순된 상황이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전우치가 비록 약한 자의 편에 서서 의로운 행동을 하고 지배 질서를 반역하는 영웅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지만, 이것이 사회 개조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로 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다. 도술이 장난이나 자기 만족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주인공 전우치는 부정한 관리나 약자를 괴롭히는 무리들을 징벌하고, 힘 없는 자를 도와 주는 의로운 활동을 반복한다. 전우치가 약자 편에 서서 지배자의 압력에 반역하는 영웅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지만, 사회 개혁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로 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다. 왜냐 하면, 그의 도술이 사회 개혁이나 지배자의 억압에 대한 항거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장난이나 자기 만족으로 사용되는 점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군담소설로서의 전우치전

 

군담 소설(軍談小說)로서 전우치(田愚治)의 의로움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전우치전'은 조선시대에 실재(實在)하였던 전우치라는 인물의 생애를 소재로 하여 쓴 소설인데 작자는 미상이다. 전우치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담양 사람으로 낙중(落中)에서 선비로 행세하다가 나중에는 송도에 숨어 버렸다는 설(說)이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은 실재하였던 전우치를 주인공으로 하여 쓴 소설이지만 그 도술행각을 그린 내용이 대단히 비현실적이며 초인적이고 황당무계하다. 그러나 작자는 당시의 부패한 정치와 당쟁을 풍자하고 그것을 흥미 본위의 표현 형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작품의 내용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 전우치가 의협심을 발휘하여 지방 정치의 부패성을 시정하고, 백성의 곤궁한 생활을 구제하고자 자기의 도술을 사용하다가 나중에 서화담을 따라 태백산에 도를 닦고자 들어갔다는 이야기이다.

다분히 사회 혁명 사상을 고취하려고 기도(企圖)한 점 등에서 그 내용이 "홍길동전"의 그것과 매우 비슷한 데가 있다. 그래서 "홍길동전"과 "전우치전"의 작자는 같은 사람인 허균이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다.

그 내용에 있어서 연대와 인물의 등장에 약간 통일성을 잃고 있는 경향이 있음은 이미 알아 둘 것이나, 전우치의 그 신묘한 도술과 가슴이 탁 트이도록 통쾌한 거사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손뼉을 치고 쾌재를 부르게 하며, 그 저변을 흐르는 작자의 의도에 어느덧 머리를 끄덕이게 해 준다. 한국 고대소설 중에서 "홍길동전"과 함께 도술을 소재로 삼은 작품 중의 대표작이라고 불러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다.

전우치(田禹治)

 

생몰년 미상. 조선 중기의 기인·환술가(幻術家). ≪청장관전서 靑莊館全書≫의 〈한죽당필기 寒竹堂筆記〉에는, 가정연간(嘉靖年間, 1522∼1566)에 역질을 도술로 예방하였다고 하며, ≪지봉유설 芝峯類說≫에는 본래 서울 출신의 선비로 환술과 기예에 능하고 귀신을 잘 부렸다고 한다.

또, ≪오산설림 五山說林≫에는, 죽은 전우치가 산 사람에게 ≪두공부시집 杜工部詩集≫을 빌려갔고, ≪어우야담 於于野談≫에는, 사술(邪術)로 백성을 현혹시켰다고 하여 신천옥(信川獄)에 갇혔는데, 옥사하자 태수가 가매장시켰고, 이를 뒤에 친척들이 이장하려고 무덤을 파니 시체는 없고 빈 관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는 곧 도교의 시해법(尸解法)과 상통한다. 또, 밥을 내뿜어 흰나비를 만들고 천도(天桃)를 따기 위하여 새끼줄을 타고 갔다는 설화 등은 우리 나라의 도가의 맥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참고문헌≫ 芝峯類說, 於于野談, 五山說林, 朝鮮道敎史.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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