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장자못 전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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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長者)못 전설 / 황해도 옹진군 부민면 부암리 전설

 

<줄거리>

 

부암리(婦岩里, 부인 바위가 있는 마을)는 인근의 다른 마을에 비하여 부유한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 김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성품이 교활하고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얼마나 인색한 지 마을의 어린애들까지 손가락질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김 부자 집의 며느리 윤씨 부인만은 달랐다. 그녀는 조신(操身, 몸가짐이 얌전함)하고 부덕(婦德, 여인이 갖추어야 할 덕)을 지닌 사람이었다.

 

한가위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김 부자는 광에 가득 쌓인 볏섬을 둘러보고 매우 흐뭇한 기분에 젖어 있었다. 이 때 대문 밖에서 목탁 소리가 들려 왔다. 김 부자는 어느 절의 동냥 중이 왔겠거니 하면서 넓은 대청에 올라앉아 장죽을 빨고 있었다. 그는 인색한 성품 때문에 중한테 쌀 한 톨 시주할 위인도 아니면서, 계속되는 목탁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김 부자는 부아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 그는 버럭 소리를 질러 일꾼을 찾았으나 모두 일터에 나가고 없는지라, 그 며느리가 하고 대답을 하며 나오는 것이었다. 김 부자는 못마땅한 어투로 시주할 것이 없으니 중을 얼른 쫓아 버리라고 했다.

 

그러나 윤씨 부인은 시주를 하지 않고 스님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어서 망설이고 있었다. 며느리의 마음을 알아챈 김 부자는 한동안 장죽만 뻑뻑 빨다가 문득 며느리에게 외양간에 가서 쇠똥을 잔뜩 긁어 오라고 하였다. 윤씨 부인은 의심이 들었지만 시아버지의 분부대로 외양간으로 가서 쇠똥을 한 삼태기 그득 담아 왔다.

 

김 부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커다란 쌀자루에 쇠똥을 담는 것이었다. 김 부자는 이 쇠똥이 가득 담긴 쌀자루를 들고 대문으로 나갔다. 중은 그때까지도 염불을 외고 있었다. 김 부자는 쇠똥이 든 쌀자루를 중에게 시주하였다. 그러나 중은 아무런 내색도 않고 그것을 소중하게 받아 들고 천천히 동구 밖으로 나갔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윤씨 부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는 급히 광으로 가서 쌀을 두 되쯤 퍼서 들고 중을 따라 동구 밖으로 급히 달려갔다. 중을 만나자 윤씨 부인은 들고 간 쌀을 시주하면서 용서를 빌었다.

고약한 사람만 있는 김 부자 집에서 이런 사람도 있나 싶어 감탄한 중은 윤씨 부인에게 오늘 밤 마을에 닥칠 재앙을 예고해 주면서 피할 방도도 알려주었다. 그 방도인 즉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집을 나가 앞산에 오르되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 날 저녁 갑자기 검은 떼구름이 몰려오더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윤씨 부인은 낮에 중이 하던 말을 집안 식구들한테 말할까 하다가 바삐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비를 맞으며 앞산으로 달려갔다. 뇌성 벽력이 마을을 통째로 삼킬 듯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 요란한 소리 가운데는 집안 식구들의 울부짖는 소리도 있는 듯했다. 윤씨 부인은 뒤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산을 올라갔다.

 

부인이 산의 중턱까지 왔을 때, 온 마을이 무너지는 굉음과 함께 남편과 시부모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윤씨 부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을은 황토빛 물이 들어차 있었다. 그녀는 목이 터지도록 남편과 시부모를 불러 보았다. 그러나 넘실거리는 물결뿐 사람의 비명도 간 곳이 없었다. 윤씨 부인은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산으로 발길을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발이 무겁고 감각이 둔해지는 것이었다. 윤씨 부인은 발부터 점점 무거운 바위로 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윤씨 부인은 장자못가의 바위가 된 것이었다.

 

* 이 설화는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 연못을 비롯하여, 한반도 전역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전설이다. 장자(長者, 큰 부자를 점잖게 이르는 말)이면서도 인색한 김 부자가 승려에게 쌀 대신 쇠똥을 줌으로써, 이 설화는 종교적 문제와 결부되어 김 부자는 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장자인 시아버지 몰래 쌀을 내어 준 며느리는 승려로부터 재앙을 피할 수 있는 방도를 금기(禁忌, taboo)와 함께 알게 된다. 그래서 장자네가 물에 잠기는 재앙은 천벌을 받은 것이지만, 며느리가 돌로 변한 것은 금기를 어긴 데 대한 벌이다.

 

이 설화에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각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중은 초월적 세계의 절대적인 질서를 대변하는 존재이고, 장자(김 부자)는 세속적인 본능적 욕망의 표상이며, 며느리는 초월적절대적 질서와 세속적본능적 욕구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있다. 이러한 해석은 장자못 전설이 권선징악의 교훈적 의미 이상으로 인간의 존재 양상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러한 인식으로 하여 이 설화는 고전 소설 옹고집전의 근원설화가 되었고, 현대 소설에서 강경애의 인간 문제’, 한말숙의 등의 제재가 되었던 것이다 http://withk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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