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삼이사(張三李四) / 요점정리 / 최명익
by 송화은율작자소개
최명익(1903 - ?)
필명 유방(柳坊). 평남 평양 출생. 평양고보에서 수학한 후 1928년 홍종인(洪鍾仁) 등과 함께 동인지 《백치》를 발간했으며, 1936년 단편 《비 오는 길》을 《조광(朝光)》에 발표하면서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그가 소설을 통해 시도한 심리주의적 수법과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천착은 유항림 ·김이석 ·최정익 등 《단층》(1937)지의 동인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작품 《역설(逆說)》 《무성격자(無性格者)》에 등장하는 염세적이고 무성격한 인물들은 만주사변 이후의 파시즘체제하에서 외부세계에의 적극적 참여를 단절당한 지식인들의 자의식을 암시적으로 대변하였다. 특히, 《심문(心紋)》(1939)은 탁월한 심리묘사 속에 시대와 생활의 문제를 밀착시킨 작품으로 평가된다. 8 ·15광복 직후 평양예술문화협회장,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그 밖의 작품에는 소설집 《장삼이사(張三李四)》 《폐어인(肺魚人)》 등이 있다.
요점정리
갈래 : 단편소설
배경 : 시간 - 일제 말기
공간 - 기차 안
성격 : 사실적, 심리적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표현 : '나'의 눈에 비친 기차 안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드러냄.
제재 : 기차 안의 사람들.
주제 : 하층민의 삶의 애환과 한 여인의 잡초 같은 강인한 생명력.
인물 : 나 - 관찰자. 기차 여행 중 여러 사람들이 엮어 내는 세태를
목격한다.
신사 - 인신 매매범. 경박하며 몰인정스럽다.
여인 - 달아났다가 붙잡힌 창녀. 모욕을 당하면서도 웃음을 보이는
강인함과 질긴 성격의 소유자.
당꼬바지, 가죽 재킷, 촌마누라 - 여러 승객들.
구성 : 발단 - 열차가 출발함. 가래침 소동이 일어남.
전개 - 마주한 좌석의 여러 유형의 인물 묘사.
위기 - 술판이 벌어짐. 색시 장수 이야기와 붙잡힌 여인에 대한 관심.
절정 - 신사가 내리고 대신 차에 오른 청년이 여인을 때림.
결말 -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나'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평정한 모습을 되찾은 여인.
이해와 감상
1941년 4월 <문장(文章)> 폐간호에 발표된 단편소설. 혼잡한 기차 안이 중심 무대. 기차 안에 여러 사람이 앉아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과 신사가 모두의 흥미거리가 되고, 그들의 신분이 드러나면서 인간의 치부(恥部)와 소시민성(小市民性), 그리고 시대적 고통이 깊어진다. 이 모든 것이 '나'에 의해서 포착된다.
<장삼이사>는 제목 그대로, 삼등 열차를 타고 가면서 화자인 '나'가 여러 세속인들[張三李四]을 그려낸 소설이다. '나'가 앉아 있는 주위에 중년 신사, 캡을 쓴 젊은이, 가죽 재킷, 당꼬바지, 곰방대 영감, 촌마누라,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등이 함께 있다.
한 젊은이의 실수로 중년 신사에게로 시선이 모아지고, 그의 옆자리에 있는 여자에게로도 관심이 집중되고, 드디어는 그 중년 신사가 북지에서 갈보 장사를 하는 사람이었고, 달아났던 여인을 다시 찾아 지금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 드러내는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 간에 아무런 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 화자인 '나'는 그들을 '당꼬바지', '곰방대 노인' 등의 사물화된 이름으로 부를 뿐이다.
이 작품의 묘미는 심리 파악의 섬세함에 있다. '여자 장사'라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사람이 많은 기차 안에서 자신의 체험담을 넉살좋게 떠들어대는 장면, 도망치다 잡혀온 여자에 대한 속물적 호기심으로 그들(인신 매매범)의 타락한 언행에 주위 사람들이 동조해 가는 과정 등을 정치(精緻)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천한 그 '여자'를 은근히 놀리면서 약자에 대한 강자의 정신적 횡포를 즐기는 주위 사람들에 대하여 '나'는 심한 역겨움을 느끼는데, 그 과정의 리얼리티는 이 소설의 가장 빛나는 대목 중의 하나이다.
작가 최명익은 정인택, 이상(李箱) 등과 더불어 1930년대 심리주의 소설을 개척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화자인 '나'는 '나'의 자의식을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관찰하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현실은 '나'의 자의식적 판단을 넘어선다. 예를 들어, '나'는 그 '여자'가 청년에게 당한 모욕을 견디지 못해서 자살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는 돌아와서 '옥주년'이 잡혔으니 만나면 즐거울 것이라고 태연히 말한다. 뻔뻔스러우리만치 끈질긴 그 '여자'만의 현실 인식 방법이요 생명력이다. '나'는 껄껄 웃어 버리고 싶은 충동마저도 억제할 정도였다. 그리하여 몸과 정신을 잃고, 또는 더럽히면서도 생존하고 있는 당대 삶의 실상이 '나'의 주관적 해석과 관계없이 제시되는 것이다.
줄거리
기차 안은 지저분하고 혼잡하다. 한 젊은이가 내뱉은 가래침이 '나'와 마주앉은 신사의 구도 콧등에 떨어졌다. 그 가래침을 털어 내느라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그 '신사'는 주위 사람에게 반감을 산다.
두꺼비 상판의 그는 옆자리의 젊은 여자를 감시하는 눈빛이다. 차표 검사가 시작되었을 때 여자는 "그가 가져 가서 차표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변소에 갔던 것이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의 입방아가 시작된다. '당꼬바지'가 돈벌이로는 색시 장사가 최고라고 떠들자 '가죽 재킷'이 맞장구를 친다. 결국, 그 '신사'가 화제의 중심이 되어서 갈보 장사를 한다고 흉들을 보기 시작한다. '신사'가 돌아온다. 그러자 모두 입을 다문다.
그러나 '신사'는 장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맛살을 찌푸린다. 그리고는 옆의 여자가 제 남자와 정분이 나서 도망을 가는 바람에 다시 찾아오느라고 애를 먹었다면서, 주먹으로 한 대 쥐어박으려고 하다가 히히히 웃고 만다. 승객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이때 '당꼬바지'가 "무슨 실연(失戀)이냐, 정말 사랑하다가 붙잡혀 왔으면 혀라도 깨물고 죽을 일이지 저렇게 쉽게 따라오겠느나?"고 반문한다. 여자의 얼굴이 핼쑥해진다.
S역에 도착하자 한 청년이 다가와 옥주년이 달아났다고 하자 '신사'는 청년의 뺨을 친다. '신사'가 내리고 난 뒤 승차한 그 청년은 여자의 뺨을 몇 차례 때린다. '내' 눈과 마주친 여자의 눈은 울음을 참고 있다. 여자는 변소로 간다. '나'는 그 여자가 정말로 혀를 빼물고 자살을 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 그러나 청년은 기차가 무척 빠르다고 하며 태연하다. 여자가 돌아온다. 그새 화장까지 고치고 분까지 발랐다. 그리고는 청년에게 "옥주년도 잡혔어요?" 하고 묻는다. '나'는 여자가 무사히 돌아온 것이 반가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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