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해설 / 한하운
by 송화은율자화상 / 한하운
요점 정리
지은이 : 한하운
성격 : 비극적, 자탄적
어조 : 독백체의 슬픔이 깔린 목소리
구성 :
1연 : 웃어 본 일도 울어 본일 도 없는
2연 : 슬픈 얼굴
3연 : 시장기 같은 웃음
4연 : 포만증 같은 웃음
5연 : 덧없음에 대한 상념
6년 : 낯선 길머리에 섬
7연 : 땅을 덮은 '나'의 그림자
8연 : 자기 소외의 체험
주제 : 근원적인 슬픔에 따른 자기 소외의 감정
특징 : 대구의 기법 사용과 통사 구조의 반복, 시어의 반복을 통한 의미 강조 그리고 2행 1연 배열의 규칙성
내용 연구
한번도 웃어 본 일이 없다.
한번도 울어 본 일이 없다.[생존 자체가 중요했던 만큼, 기뻐하거나 슬퍼할 상황이 없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웃음도 울음도 아닌 슬픔[희로애락의 감정마저 가질 수 없는 근원적인 슬픔의 경지를 뜻함]
그러한 슬픔에 굳어 버린 나의 얼굴.
도대체 웃음이란 얼마나
가볍게 스쳐가는 시장기냐.
도대체 울음이란 얼마나
짓궂게 왔다가는 포만[넘치도록 가득한]증이냐.
한때 나의 푸른 이마 밑
검은 눈썹 언저리에 매워 본 덧없음[삶 자체가 무상하다는 화자의 인식]을 이어
오늘 꼭 가야 할 아무 데도 없는 낯선 이 길머리에
쩔룸 쩔룸 다섯 자보다 좀 더 큰 키로 나는 섰다[화자 자신의 외모에 대한 묘사]
어쩌면 나의 키가 끄으는 나의 그림자는
이렇게도 우득히 웬 땅을 덮는 것이냐.
지나는 거리마다 쇼윈도 유리창마다[자신을 비추는 거울과 같음]
얼른 얼른 내가 나를 알아볼 수 없는 나의 얼굴.[자신을 바라보아도 자신의 얼굴을 알아 볼 수 없는 자기 소외의 체험을 드러냄]
이해와 감상
한하운은 나환자라는 독특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감상으로 흐르지 않고 객관적 어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온전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서정적이고 민요적인 가락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점도 그의 시적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근원적으로 인생 자체가 슬펐기에 웃음이나 울음을 가질 수 없었던 작가의 비극적 삶의 모습이 드러난 작품이다. 작가가 나병 환자였고, 그의 표현에 의하면 체구가 보잘것없었음을 감안한다면 자기 자신을 초라하게 느끼고 인생사의 희로애락마저 덧없는 것으로 느끼는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연의 '내가 나를 알아볼 수 없는 나의 얼굴'에서는 자기 소외의 경지가 드러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심화 자료
한하운
1919∼1975. 시인. 본명은 태영(泰永). 함경남도 함주 출신. 종규(鍾奎)의 아들이다. 1932년 함흥제일공립보통학교, 1937년 이리농림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1939년 동경 세이케이고등학교(成蹊高等學校) 2년을 수료하였다. 그 해 중국 북경으로 건너가 1943년 북경대학 농학원을 졸업하였다.
1944년부터 함경남도 도청 축산과에 근무하였으나 1945년 한센씨병(나병)의 악화로 관직을 사퇴하고 서점을 경영하기도 하였다. 1946년에는 함흥 학생데모사건 혐의를 받고 체포되었다가 석방된 바도 있다. 그 뒤 치료비로 가산을 탕진하고 1948년 월남, 유랑의 생활을 하였다.
그 뒤 자신의 투병 생활과 함께 1950년 성혜원(成蹊園), 1952년 신명보육원(新明保育院) 등을 설립, 운영하였고, 1953년 대한한센연맹위원회장으로 취임하여 나환자 구제사업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그 뒤 1966년에는 한국사회복귀협회장을 역임하는 한편, 무하문화사(無何文化社)라는 출판사도 경영한 바 있다.
그의 창작 활동은 학창시절부터 시작되었으나 본격적인 문단 활동은, 1949년 이병철(李秉哲)의 소개로 ≪신천지 新天地≫ 4월호에 〈전라도길〉 외에 12편의 시를 발표하면서부터 전개되었다. 같은 해에 첫 시집 ≪한하운시초≫를, 1955년에는 제2시집 ≪보리피리≫를, 1956년에는 ≪한하운시전집≫을 펴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는 시를 거의 쓰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나환자라는 독특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감상으로 흐르지 않고 객관적 어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온전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서정적이고 민요적인 가락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점도 그의 시적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다.
유해는 경기도 김포군 장릉공원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저서 외에, 자서전 ≪나의 슬픈 반생기≫(1957), 자작시해설집 ≪황톳길≫(1960), ≪정본(定本)한하운시집≫(1966) 등이 있다.(출처 : 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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