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논리와 그 문제점
by 송화은율자본주의 논리와 그 문제점
1990년대를 전후하여 사회주의 국가가 몰락함에 따라 세계는 자본주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그 이전 단계인, 원시 공동체 사회, 고대 노예제 사회, 중세 봉건제 사회를 거쳐 생산력의 발전과 함께 17세기 후반의 프랑스 혁명을 통해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나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불과 몇 백년 전만 하더라도 인류 사회의 대부분은 농촌에서 자급자족하는 형태의 사회를 구성하며 생활하였고, 거주지도 퍽 제한되었다. 근대 이전의 봉건 사회에서 지배자였던 영주나 군주는 대다수의 주민(농노)들이 토지를 떠나 살 수 없었다는 점에 기초하여 그들을 정치적, 경제적, 사법적으로 지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생산력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봉건적 질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게 되었다. 경제적인 부의 가치가 훨씬 증대하여 신분이 낮은 상인과 제조업자들도 부자가 되면 사회적 지위를 높일 수 있게 된 반면에 신분이 높았던 사람도 재력이 뒷받침도지 못하면 지위를 유지하기 힘든 사회로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부를 축적하는 방식에 있었다. 과거와는 달리 남이 생산한 물건을 팔거나 공장이나 농장에서 많은 사람을 고용하여 이들로 하여금 물건을 만들어 내게 해야만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축적한 재산을 군주나 영주에게 제공함으로써 그 대가로 자신의 신분을 높여 갔다. 그리고 이들에게 고용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였다.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동도 더욱 빈번해졌고 정체되었던 사회가 변모하기 시작했다.
고용 노동에 의존하는 상품 생산은 가족의 자기 노동에 의존하는 상품 생산보다 생산성을 훨씬 더 높여 주었다. 당시의 상인이나 수공업자들은 더욱 넓어진 시장에 따라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여 공동으로 물건을 만드는 작업장으로서 매뉴팩처를 조직하였는데, 여기서는 분업과 단순 반복된 노동으로 생산성이 훨씬 높아졌으며, 이러한 작업 과정은 기계가 도입되자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특히 공장에 기계가 도입되자 개인의 숙련과 체력에만 의존하던 수공업적 생산 방식이 사라지게 되었는데 예컨대 양복점이나 구두점과 같은 수공업은 기계화된 공장 생산과 경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선진 각국의 산업 혁명 과정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제조업자들은 기계를 도입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고용하였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동력원을 개발하였다. 그 결과 전기력까지 생산에 이용하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물질의 반응을 촉진시키거나 물질의 합성을 가능케 하는 화학이 발전하였으며, 이것이 다시 생산에 이용됨으로써 점차 대량 생산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렇게 생산된 상품은 교통․통신의 발달로 세계 각국으로 팔려 나갔는데, 우리 나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개항과 함께 밀려들어 온 면제품은 일본의 것이 아니라 영국제였던 것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에 의한 대량 생산 체제의 확산은 무엇보다 인류의 물질적 생산과 더불어 의식주 등 인간의 물질적 소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인간은 그 덕택에 자연에 의존했던 의식주를 개선하고 절대적인 굶주림에서도 해방될 수 있었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은 '도시가 자유를 준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을 토지와 신분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여, 농촌의 주민들이 대거 도시로 몰려들어 생산을 위한 노동력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전개된 자본주의 생산 방식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았다.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은 생산 수단(토지, 공장, 기계 등)과 자본을 소유한 자본가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았는데 그 임금은 언제나 노동자 개인이 생산한 상품의 가치에 미치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불되지 않은 가치는 상품의 재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이나 기계의 도입에 재투자되고 자본가의 이윤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본가는 계속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더욱 궁핍에 시달리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생산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소비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자신이 생산한 상품을 직접 소유할 수는 없지만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임금으로 상품을 다시 소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구매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노동자 전체가 받은 임금으로는 노동자 전체가 생산한 상품을 죄다 소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사회 전체로 볼 때는 상품의 재고가 늘어나고, 상품의 재고가 늘수록 자본가들은 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워지는데, 그것은 점차 공장의 가동률을 떨어뜨리고 마침내는 고용을 줄이게 하여 실업을 낳는다. 실업자가 발생하며 구매력은 급속히 떨어지게 되어 문을 닫는 공장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경제 공황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공황을 피하려면 국내에서 구매력을 창출해내든지 아니면, 해외 시장을 개척해 상품을 소비시키는 길밖에 없다. 미국의 뉴딜 정책은 전자의 좋은 보기이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제국주의 열강들이 식민지 건설에 나선 것은 후자의 좋은 보기라 할 수 있다.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은 과잉 생산에 직면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이다. 우리가 흔히 제국주의라 일컫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가 그 나라 안에서는 더 이상 상품을 소비할 수가 없어서 해외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오늘날에는 대개의 국가들이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것 ―그것이 노동력이건 지식이나 기술이건 간에 ―을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그러한 능력을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 그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은 현재의 생활이 불안정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느낌을 지니며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개발하거나,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 줄 사회를 건설하는 일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기회의 공정성과 평등성을 유지해야만 하고, 대다수 사람들의 요구에 맞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단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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