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인류를 멸망시키는 대홍수

by 송화은율
반응형

인류를 멸망시키는 대홍수

유피테르는, 벼락을 한 손에 모아들고 하계의 방방곡곡으로 던지려다 잠시 망설였다. 그렇게 하면 수많은 불기둥이 천상으로 올라와 천궁의 열주에 불길이 옮겨붙을 위험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순간, 언젠가는 바다와 땅과 창궁이 불덩어리가 되고 엄청나게 큰 우주가 내려앉아 땅은 물론 천궁까지 폐허가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운명의 서'에 기록된 예언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는 퀴클롭스가 만들어 바친 무기를 거두고는 다른 방법으로 인류를 벌하기로 마음먹었다. 즉, 하늘 하나 가득 비를 쏟아, 물로써 인류를 멸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었다.

 

그는 곧, 구름을 흩어 날리는 갖가지 바람과 함께 아퀼로를 불러다 아이올로스의 동굴에다 가두어버리고는 비를 몰아오는 노토스를 풀었다. 명을 받은 노토스는 젖은 날개를 펄럭이며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노토스의 수염은 비에 젖어 있어서 늘 무거웠다. 그의 백발에서는 늘 물이 뚝뚝 들었고, 눈썹은 늘 안개로 덮여 있었으며, 옷과 깃에서는 늘 물이 줄줄 흘렀다. 그가 그 큰손으로 하늘에 걸린 구름을 건드리자, 하늘에서는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노 여신의 심부름꾼인, 일곱 색 색동옷을 입은 이리스는 은하수에서 물을 길어 올려 이 구름에다 물을 대주었다. 폭우가 쏟아지자 곡식은 삽시간에 바닥에 쓰러졌다. 농사꾼들의 간절한 기도도 하릴없이 한해 내내 기울인 정성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유피테르의 분은, 천상의 물을 다 쏟아붓는 것만으로는 풀리지 않았다. 유피테르는 다른 신들의 힘을 빌렸다. 유피테르와는 형제간인 받의 신 넵투누스가 파도를 몰아와 유피테르를 도왔다. 그는 전령을 보내어 강신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강신들이 모이자 그가 호령했다.

 

'길게 말할 것이 없다. 있는 힘을 다 짜내어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힘이다. 수문이라는 수문은 모두 활짝 열고 담이라는 담은 다 무너뜨리고 물이 제 마음대로 흘러가게 하라!'

 

명령이었다. 강신들은 저마다 제 집으로 돌아가 수문을 활짝 열고는 분류를 몰아 바다로 돌진했다.

 

넵투누스 자신은 삼지창으로 대지를 때렸다. 대지가 한번 요동하자 그 진동에 물길이라는 물길은 다 열렸다. 물은 평원을 지나면서 둑을 무너뜨리고 단숨에 곡물과 과수원과 인축과 집과 신전과 성물(聖物)을 쓸어버렸다. 이 엄청난 물결에도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서 있던 건물도, 제 키보다 더 큰 파도에는 첨탑 꼭대기 하나 남기지 못하고 물 속에 잠겼다. 이제 바다와 땅이 따로 없었다. 도처가 바다였다. 바다에는 해변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이 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산꼭대기로 기어오르는 자들도 있었고, 홍수 전까지만 해도 갈고 김매던 땅 위에서 쪽배를 타고 죽자고 노를 저어대는 자들도 있었다. 논밭 위로, 물에 잠긴 제 집 지붕 위로 배를 저어가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느릅나무 꼭대기에서 물고기를 보고는 깜짝 놀라는 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푸른 초원에다 닻을 내리기도 했고 쪽배의 용골로 물 밑에 잠긴 포도원을 쓸며 지나가기도 했다. 양떼가 풀을 뜯고 있던 곳에서는 꼴사나운 물개들이 놀고 있었다. 네레이스에게, 물 밑에 잠긴 숲과 마을과 집은 참 좋은 구경거리였다. 돌고래 무리는 숲을 차지하고 나무 꼭대기를 건드리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흔들어보기도 했다. 이리떼는 가축무리와 함께 물 위를 헤엄치고 있었다. 황갈색 사자와 호랑이들도 파도 사이를 떠다니고 있었다. 그 튼튼하던 엄니도 멧돼지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었고, 그 빠르던 발도 사슴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저 떠내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새들이 쉴 만한 땅을 찾아 어지러이 날아다니다 지쳐 물 위로 떨어졌다. 고삐에서 풀려난 바다는 묶인 산을 유린했고 파도는 그런 산이 봉우리를 어루만졌다. 일찍이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진경(珍景)이었다. 인류의 대부분은 물에 빠져 죽었다. 요행히 홍수에서 살아난 인간도 오래 계속된 기근을 견디지 못하고 아사했다.

심화 자료

 

퀴클롭스(키클로페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족으로 원래는 태양의 표상(表象)에서 생긴 존재인 듯하다. 이 이름은 ‘눈이 둥근 족속’이라는 뜻이며, 단수(單數)는 키클로푸스이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들로, 브론테스(천둥)·스테로프스(번갯불)·아르게스(Arges:白光)라고 불리는 것으로 보아 번갯불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또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의하면, 그들은 바다 가운데의 섬에 사는 외눈족(族)으로, 사람을 먹고 양을 기른다. 오디세우스가 부하와 함께 이 거인의 한 사람인 폴리페모스의 동굴 안으로 잘못 들어갔다가 몇 명의 부하가 거인에게 잡혀 먹히자 그는 거인에게 문명의 음료인 포도주를 마시게 한 다음, 만취되어 있는 틈을 타서 끝을 불에 달군 쇠몽둥이로 거인의 외눈을 찌르고 도망간다. 한편, 키클로페스는 거대한 성벽을 쌓는 기술자로 알려져 있어 미케네의 성벽도 그가 쌓은 것이라고 전한다.

 

퀴클롭스가 만들어 바친 무기 : 벼락

 

아퀼로(보레아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으로 거친 북풍을 의인화(擬人化)하였다. 아테네의 왕 에렉테우스의 딸 오레이티아를 약탈하여 그녀와의 사이에 칼라이스와 제테스를 낳았다. 흔히 턱수염을 기르고 날개가 달린 모습으로 묘사된다. 로베스가 그린 보레아스는 파우사니아스의 표현에 따라 뱀꼬리를 달고 있다.

 

아이올로스

바람을 자루 속에 가두어 둘 수 있는 힘을 가진 그리스 신화의 풍신(風神)으로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의하면 아이올리아라는 떠 있는 섬에서 여섯 아들, 여섯 딸과 함께 살았다. 트로이 대원정에 나서는 오디세우스를 환송했던 아이올로스는,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던 오디세우스가 아이올리아 섬에 표착(漂着)하자, 오디세우스에게 순풍과 함께 역풍이 담긴 자루를 내주었다. 호기심을 못 이긴 그의 부하가 자루를 풀자 역풍이 휘몰아쳐서 배는 순식간에 그 섬으로 되돌아가 아이올로스의 노여움을 크게 샀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 따르면, 아이올로스가 동굴 속에 바람을 가두어 놓고 있는 것처럼 기록되어 있다.

 

노토스

 

바람의 신

 

유노(헤라)

헤라신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으로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로, 올림포스의 주신(主神) 제우스의 누이이자 세 번째의 정식 아내이기도 하여 올림포스의 여신 중 최고의 여신이다. 여성의 결혼생활을 지키는 여신으로서 많은 도시에서 제사지냈다. 그러나 신화나 전설에서는 남편 제우스의 연인이나 그 자식들을 질투하고 박해하는 여신으로, 천공(天空)의 신 제우스와 천공의 여신 헤라가 부부싸움을 하면 하늘에서 큰 폭풍이 일어난다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생각하였다. 둘 사이에서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 군신(軍神) 아레스, 해산(解産)의 여신 에일레이티아, 청춘의 여신 헤베가 태어났다. 그녀가 아테네와 아프로디테 두 여신과 아름다움을 겨루어 파리스의 심판으로 아프로디테에게 패하였으므로, 트로이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녀는 트로이가 파리스의 나라이므로 이를 무척 미워했다. 미술작품에서는 관을 쓰고 홀(笏)을 들고, 여유 있고 긴 옷을 걸친 당당한 여성으로 표현되고 있다. 로마 신화에서는 유노(영어로는 주노)와 동일시된다.

 

이리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지개’의 여신으로 타우마스와 엘렉트라의 딸로, 여신 하르피아이의 자매뻘이 된다고 하나, 자연 현상을 의인화한 것이다. 무지개가 하늘과 땅에 걸리기 때문에 신들의 사자(使者)로 여겼으며, 주신(主神) 제우스와 그의 아내 헤라를 섬기는 신이다. 날개가 달려 있고 손에는 사자(使者)의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경쾌한 처녀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으며, 서풍(西風)의 신 제피로스와 맺어져 에로스를 낳았다고도 한다.

 

 

넵투누스(포세이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해신(海神)으로 주로 바다를 지배하고, 제우스 다음가는 유력한 신이다. 크로노스와 레아와의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제우스나 명왕(冥王) 하데스와는 형제뻘이 된다. 에우보이아섬의 아이가이 근처에 있는 바다 밑에 궁전이 있고, 청동의 발굽과 황금의 갈기가 있는 명마(名馬)들이 끄는 전차(戰車)를 타고 바다 위를 달리면 그때만은 파도도 잠잠해진다고 한다. 아폴론과 함께 트로이 왕 라오메돈을 위해 성벽을 쌓아 주기도 하였는데, 라오메돈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사이가 나빠져, 트로이전쟁 때는 그리스군을 지원하였다. 그러나 성(城) 함락 후 영웅 오디세우스가 포세이돈의 아들 폴리페모스를 소경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포세이돈은 노하여 오디세우스의 귀국을 오랫동안 방해하였다. 또한 그는 아테네 도시가 생겼을 때 여신 아테나와 어느 쪽 신의 이름을 도시에 붙일 것인가의 문제로 겨룬 결과 지고 말았으며, 이 밖에도 각지에서 여러 신들과 수호신의 지위를 두고 경쟁하였으나 패배하였다.

 

그는 말(馬)과 관계가 깊은데, 말을 창조하고 인간에게 마술(馬術)을 가르쳤으며, 경마(競馬)를 시작하고, 여신 데메테르에게 접근하기 위해 자신도 말의 모습으로 둔갑했다고 하며, 말의 수호신으로 여겨져 포세이돈의 제사에서는 으레 경마나 전차 경주가 행해졌다. 그 밖에 그는 바다의 신인 동시에 담수(淡水)의 신이기도 하고, 지진(地震)의 신인 것으로 보아, 원래는 대지(大地)의 여신과 결부된 지신(地神)으로 생각된다. 바다의 신으로서의 포세이돈의 상징은 작살(삼지창)이며, 정식 아내는 대양신(大洋神) 네레우스의 딸 암피트리테로 두 사람 사이에는 트리톤, 로데, 벤테시키메가 태어났다. 그 밖에도 많은 여성과 관계를 맺어 페가소스, 오리온 등도 그의 자식이라고 한다. 로마 신화의 넵투누스(영어명 넵튠)에 해당한다.

 

삼지창 : 해신(海神)의 무기

 

네레이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님프들로 복수(複數)로는 네레이데스라고 한다. 해신(海神) 네레우스와, 대양신(大洋神) 오케아노스의 딸 도리스 사이에 태어난 50명의 아름다운 딸들로, 노래하고 춤추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해마(海馬) 또는 그 밖의 바다짐승의 등에 올라타고 바다 위를 행렬한다고 상상되어 왔다. 뱃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구해 준다고 하여 특히 해안지방이나 섬사람들의 숭배를 받았다. 그녀들 가운데서 영웅 아킬레우스의 어머니가 된 테티스와,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가 연모하던 갈라테이아 등이 특히 유명하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