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로 둔갑한 뤼카온
by 송화은율이리로 둔갑한 뤼카온
신들의 아버지이자 사투르누스의 아들인 유피테르는 천상의 옥좌에서 이 꼴을 내려다보고는 탄식하여 마지 않았다. 그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일이라서 신들은 잘 모르고 있는 저 뤼카온의 무서운 잔치(人肉을 먹는 잔치)를 떠올리고는 유피테르답게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치를 떨었다. 그는 곧 신들의 회의를 소집했다. 유피테르가 회의를 소집하자 신들은 행여나 늦을세라 지체 없이 그의 대전으로 모여들었다.
하늘에는, 맑은 날이면 인간의 눈에도 보이는 길이 있다. <우유의 길: 비아 락테아, 즉 은하수>이라는 이름의, 환하기로 소문난 길이 그것이다. 신들은 이 길을 통하여 이 위대한 벼락 신(유피테르의 별명)의 신궁으로 온다. 이 <우유의 길> 양쪽으로는 주신들(12신)의 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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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
헤라 |
아테나 |
아프로디테 |
아폴론 |
아르테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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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메테르 |
헤르메스 |
헤파이스토스 |
아레스 |
디오니소스 |
포세이돈 |
(출처 :http://my.netian.com/~funmyth/gods/gods.html)
(출처 :동아대백과사전)
이 줄지어 있는데, 이 주신들 신궁의 열린 문으로는 늘 손(賓)들이 달락거린다. 지위가 낮은 신들은 다른 곳에 산다. 따라서 이 <우유의 길> 양 옆에는 세도가 당당하고 문벌이 좋은 신들의 신궁만이 있을 뿐이다. 불경한 말이 용서된다면, 천궁의 팔라티움(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궁전이 있는 곳)이라고 부르고 싶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유피테르의 신궁으로 달려온 신들은 바닥이 대리석인 대전의 걸상에 앉았다. 유피테르는, 이들의 걸상보다는 훨씬 높은 곳에 놓인 옥좌에 앉아, 상아 홀에 몸을 기댄 채, 머리카락이 무시무시하게 자란 머리를 세 번, 네 번 흔들었다. 그러자 땅, 바다, 별 들이 크게 요동했다.
유피테르가 입을 열고 위엄 있게 말했다.
「아랫도리가 배암(뱀)인 백수 거인(헤카톤케이레스, '백개의 팔'이라는 뜻)들이 이 천계를 노릴 때도, 내 맹세코 말하거니와, 이 세상의 주권에 대해서는 오늘만큼 염려하지 않았소. 적이 만만치 않았다고는 하나 그래도 이 싸움은 하나의 무리, 하나의 종족이 일으킨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오. 하나, 지금은 달라요. 이번에는 포효하는 네레우스(해신, 여기서는 바다)에 둘러싸인 온 땅의 인간을 뿌리뽑아야 하오. 저 땅 밑, 스튁스의 숲을 흐르는 저승의 강에 맹세를 하고, 저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수단은 다 강구해 보았소. 그러나 이제는 이 환부에 더는 손을 써볼 수가 없어요. 이 환부 때문에 온전한 곳까지 상할 위험이 있다면 칼로 이 환부를 도려내어 버려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에게는 우리가 돌보아야 할 반신(半神)들이 있어요. 우리에게는 우리가 돌보아야 할 님프가 있고, 파우누스와 실바누스, 그리고 사튀로스가 있소. 이들에게 이 천상에 살 자격이 없다면 지상에서나마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이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오?
저 악명 높은 뤼카온이, 여기에 있는 이 유피테르, 전능한 벼락 신인 나, 그대들의 왕이자 자인인 나까지 업수이 여기는 판국이 아니오?」
열석(列席)한 신들은 잠시 저희들끼리 수의(收議)한 뒤, 그런 짓을 한 인간에게는 마땅히 벌을 내려야 한다고 뜻을 모아 말했다. 신들은 뜻을 모아 말하고도 이 뤼카온이라는 자가 저지른 짓을 생각하고는 치를 떨었다. 저 불순한 무리들이 카이사르(시저)를 죽이고 이로써 이 땅에서 로마라는 이름을 지우고자 했을 때, 온 세상이, 온 인류가 치를 떨었듯이……신들도 이 뤼카온이라는 자가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고는 치를 떨었다. 신들이 유피테르에게 보내는 사랑은, 카이사르 사후, 로마의 신민들이 아우구스투스 황제께 보낸 사랑에 못지 않았다. 유피테르의 한마디 말, 한번의 손짓에 수군거리던 신들은 침묵했다. 천상의 왕, 천궁의 지배자가 보이는 위엄에 좌중의 소요가 가라앉아 유피테르는 침묵을 깨뜨리고 이렇게 말했다.
「너무 분해할 것은 없소. 그 죄에 관한 한, 그 자는 이미 그 죄값을 물었으니 신들은 너무 마음을 쓰지 않기를 바라오. 자, 그 자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그 자가 어떤 죄값을 받았는지 내 그대들에게 일러주기로 하겠소. 어느 날 세상에 나돌고 있는 소문이 내 귀에도 들어옵디다. 나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도, 올륌포스 산을 내려가 짐짓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하고 세상을 두루 다녀보았어요. 도처에서 본 인간의 악행을 다 섬기기에는 시간이 아까우니 내 말하지 않겠소. 요컨대 소문이 고약하다고는 하나, 내가 내려가 확인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소문이 점잖았으니, 이 아니 기가 막힐 일이오? 나는 산짐승이 우글거리는 마이날로스 산(신들의 신궁이 있는 것으로 ㅁ믿어지던 산, 실제로는 그리스 북부 테살리아에 있다.) 퀼레네 산을 넘고, 저 찬바람도는 뤼카에우스 솔밭을 지났소. 솔밭을 지나고 나니 황혼이 밤을 불러들입디다. 이 악명 높은 아르카디아 폭군의 땅으로 들어간 나는, 이 폭군이 길손 대접을 제대로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에멜무지로 이 폭군의 집을 찾아 들어갔소 나는 이 집에 들어가면서 슬쩍 신기를 내비쳤소. 그랬더니 백성들이 나를 대접하고 내게 빌 것이 있는 자들은 기도도 합디다. 그러나 이 뤼카온이라는 자는 이 신심 있는 백성들의 기도를 비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저 자가 신인지 인간이니 내 시험해 보리라. 내 시험에 오류가 없을 터이니 이로써 드러나는 저 자의 정체에 대해서도 의혹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자는, 내가 잠든 틈을 타서 나를 죽이려 했어요. 이게 바로 내 정체를 밝히기 위한 시험이라는 것이오. 나를 죽여보고 죽으면 인간, 죽지 않으면 신이라는 판정을 내릴 심산이었던 것이지요. 이 자는 내 목숨으로 나를 시험하려 한 데 만족하지 않고, 몰로로스 백성들이 볼모 잡힌 자 하나를 끌어내더니 잘 드는 칼로 그 목을 자르고는 몸이 채 식기도 전에 수족의 일부는 삶게 하고 일부는 굽게 하여 이것으로 잔치상을 마련합디다. 나는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복수의 불길을 일으켜, 필경은 주인에 못지 않게 사악할 터인 수호신째 그 집을 홀랑 태워버렸지요. 물론 그 집은 조금 뒤에 수호신상 위로 내려앉았지요. 뤼카온은 기겁을 하고 도망쳤어요. 한참을 도망치던 이 자는, 어지간히 되었다고 생각되었던지 고요한 들판에서 숨을 돌리고는 뭐라고 고함을 지릅디다. 하릴없는 짓이었지요. 왜냐? 이 자가 입은 옷은 부얼부얼한 털로 바뀌었고, 팔은 그만 짐승의 앞다리가 되었으니……. 뤼카온이라는 이 자, 이리로 둔갑한 것이오. 이 자가 지니고 있던 광포한 성정이 모여 입은 괴물의 주둥이가 되고 말았소. 지금쯤, 타고난 살육의 근성을 못 잊어 그 주둥이로 다른 짐승을 겨누고 있을 것이오. 이리에게는 피를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광기가 있소. 이 자가 이리로 둔갑하고 말았다고는 하나 이 자에게서 원래의 모습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오. 털빛이, 이 자의 머리카락 색깔같이 잿빛인 것이 그러하고, 얼굴에 흉포한 기색이 남아 있는 것이 그러하고, 눈빛이 사납고 이 짐승 자체가 잔혹한 설정의 화신인 것이 그러하오.
내가 부숴버린 집은 한 채뿐이오만 앞으로 부서져야 할 것이 어찌 한 채뿐이겠소? 아실 테지만 저 땅은 한치도 예외 없이 무서운 푸리아에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오. 나는, 인간이 모두 한통속으로 결탁하여 죄업을 쌓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오만 그대들도 내 의견에 동의할 테지요? 나는 지금 당장, 죄값을 받아 마땅한 이들을 칠 것이오. 이것이 내 뜻이오.」
신들 중에는, 유피테르의 뜻을 지지하고 그의 체면을 세워주느라고 소리를 지르는 신들도 있었고 조용히 침묵으로 찬성하는 뜻을 나타내는 신들도 있었다. 그러나, 인류가 절멸하게 된 것을 슬퍼하고, 필멸의 존재가 사라진 미래의 땅 모습을 궁금해하기는 어느 신이든 마찬가지였다. 신들은 서로, 앞으로는 누가 신들의 제단에 향을 사르게 되느냐는 질문을 주고받았다. 세상이 정말 야수들에게 맡겨지게 되는 것이냐고 묻는 신도 있었다. 그러나 신들의 왕 유피테르는, 자기가 알아서 할 것인즉, 신들이 염려할 일은 아니라고 말하고는, 새로운 종족, 이전의 종족과는 전혀 다른, 전혀 불가사의한 기원에 그 뿌리를 두는 새 인류에게 땅을 맡길 것을 약속했다.
심화 자료
은하수
Ⅰ. 어원
‘은하수’는 한자어이다. ‘銀河’에 ‘水(물 수)’가 덧붙여진 합성 명사이다. 엷은 은빛으로 하늘을 흐르는 강이라는 뜻이다. 제주도 방언으로는 은하수를 ‘미리내’라고 한다. 한자어로는 은한(銀漢), 천한(天漢), 천하(天河), 우한(牛漢), 운한(雲漢), 하한(河漢), 성한(星漢), 성하(星河), 추하(秋河), 사한(斜漢), 은황(銀潢) 등의 이명(異名)이 있다. <孔在錫>
Ⅱ. 무속·민속
[저승길] 죽은 사람의 넋을 저승으로 보내는 무속 의례인 서울,경기 지방의 지노귀굿에서 불려지는 무가(巫歌) 바리공주에, 은하수는 망자(亡者)가 건너야 할 저승길로 나타난다. “넓고도 좁은 길은 지옥길이옵고, 좁고도 넓은 길은 시왕길이옵고,/은하수길로 가시다가 노간주 상나무 꺾지 말고 (후략).”망자의 넋을 은하수 너머 저승으로 보내는 이 제차(祭次)에서 무당이 입는 무복(巫服)을 몽두리라 하는데, 일명 은하수 몽두리라고도 한다.<金玟基>
Ⅲ. 풍습
[맑음, 비단] 수많은 별이 무리지어 여름밤 하늘 위를 하얗게 흐르는 데서 명하(明河), 즉 맑은 강이라 한다. 또, 운금(雲錦)이라고도 하며, 직녀성(織女星)의 다른 이름인 천손(天孫)과 같이 불러 천손 운금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직녀가 짠 구름 비단이니, 하늘의 비단이라는 뜻이다.
[이별, 슬픔] 은하수는 친하게 지내던 두 사람을 멀리 떨어져 있게 하거나,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으로 인식되어 이별, 슬픔 등을 상징한다. 이와 같은 관념은 견우와 직녀 설화에서 비롯되었다.
[길조] 민간 풍습에서는, 은하수의 나타남을 대부분 길조(吉兆)로 여긴다. 따라서, “은하수에 말을 목욕시키는 꿈을 꾸면 경사스러운 일이 생긴다.”고 하고, “은하수가 부엌문 가까이 다가오면 쌀밥을 먹는다.”고 하며, “은하수가 맑게 보이면 다음날의 날씨가 화창하다.”고 한다.<金玟基>
Ⅳ. 종교
[유교: 진리의 빛] 시경(詩經)에서, 은하수는 하늘의 뜻인 ‘진리의 빛’으로 비유된다.
저기 밝은 은하수 빛이[倬彼雲漢]/훤히 하늘을 떠도는데[昭回于天],/왕은 애타게 하소연하네[王曰 於乎]./지금 사람들 무슨 죄인가[何辜今之人]?<대아(大雅) 운한(雲漢)>
분명한 진리의 빛이 하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따르지 않음을 왕이 안타까워 하는 내용이다. 사람이 삶의 길잡이로 삼아야 할 진리를 은하수에 비유하였다.
[불교: 신성함] ‘정법염처경(正法念處經)’에 의하면, “제석(帝釋)과 수라(修羅)의 싸움 때, 제석이 탄 말이 토해 낸 흰 기운이 하늘로 흘러들어 은하수가 되었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이 은하수를 항하(恒河)의 하상(河床)이라 부르는데, 항하는 산스크리트어로 강가[Ganga, 恒伽]이며, 갠지스 강을 가리킨다. 무수히 많음을 항하사(恒河沙)라 하고, 항하는 복덕길하(福德吉河)라고 하며, 이 곳에서 목욕을 하면 모든 죄구악(罪垢惡)이 없어진다고 한다. 석가가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고, 이 강가 녹야원에서 최초의 설법을 열었다. 불교도들은 이 강을 성지(聖地)의 하나로 꼽는다.<金玟基>
Ⅴ. 동양문화
[중국: 하늘의 강] ‘천문도설(天文圖說)’에는 “양쯔강, 황허, 화이수이(淮水), 지수이(濟水)의 4대강의 정기(精氣)가 하늘로 올라가 은하수가 되었다.”고 하였다. 중국 문명은 황허를 비롯한 4대강을 젖줄로 해서 발달했으므로, 이러한 발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양천(楊泉)의 ‘물리론(物理論)’에는 한수이(漢水)의 정기가 증발해 하늘로 올라가 은하수가 되었다고 했다. 진(晉)의 장화(張華)의 ‘박물지(博物志)’에는 은하수를 항해하여 견우와 직녀를 보고 온 이야기가 전한다. 바닷가에 사는 한 사내가 뗏목을 타고 10여 일 항해하여 어느 항구에 도착했다. 그 곳의 성 안을 돌아다니다 보니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선녀들이 있고, 그 아래에는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소에게 그 냇물을 먹이는 한 장부에게 다가가 그 곳의 지명을 물었더니, “당신이 사는 촉(蜀)의 엄군평을 찾아서 알아보라.”고 했다. 다시 뗏목을 타고 해와 달과 별을 보며 항해하여 고향에 도착한 후 엄군평을 찾아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모년 모월, 객성(客星)이 견우와 직녀성 자리를 범하게 되는데, 당신이 다녀온 은하수의 그 곳이다.”하고 알려 주었다. 그는 미래의 세계를 다녀온 셈이다.<金玟基>
Ⅵ. 역사·문학
[경계, 근원] 조선 세종 때의 문헌에 은하수에 대한 기록이 다음과 같이 전한다. 천하(天河)의 다른 이름은 천한(天漢)이다. 대체로 하늘의 한 생성 현상으로 엉기어 커져서 이뤄진 것이다. 하늘은 이것으로 동서남북의 옷깃과 띠와 같은 경계를 삼는다. 하늘 아래의 하수(河水)와 한수(漢水)의 근원은 대체로 여기서 나온다.
은하수가 방위 기준의 한계가 되고, 지상의 강들이 은하수의 정기(精氣)를 받아 생겨났다고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벽] 사랑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연인이 견우와 직녀에 비유될 때, 은하수는 두 사람의 만남을 가로막는 벽의 의미를 지닌다. 은하(銀河)에 물이 불어나니, 오작교가 떠내려간다./소를 이끄는 선랑(仙郞)이 못 건너가게 되었구나./직녀의 작은 간장(肝腸)이 다 타 버릴까 걱정된다.<이해, 은하에 물이 지니> 소를 모는 소리 구름가에 들리더니,/푸른 산 밭두둑 고르게 갈아 놓았네./견우 직녀는 어찌하여 까막까치만 기다리나./은하수 서쪽에 반달 배가 떠 있는데.<박지원, 칠석> 갑자기 불어난 물 때문에 오작교가 떠내려가 상봉이 불가능해진 견우와 직녀, 타고 갈 배를 두고도 까치가 다리 놓아 주기만 기다리고 있는 둘의 처지를 안타까워한 작품이다.
[정의] 하늘에 떠 있는 탓에, 지상의 복잡하고 불순한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의로운 힘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영웅들은 길을 잃어 슬퍼하건만,/형제들은 어느 때나 재산 싸움 부끄러워,/저 하늘 은하수로 말끔히 씻어서/맑은 햇빛 온 누리에 비치게 하였으면.<정약용, 견흥(遣興)> 함양땅 콧나루 높이 이는 하늘에서 내린 사람,/손으로 은하수 끌어서 진나라 폭정을 씻었네./전횡(田橫) 선생 어찌하여 돌아오지 않고,/원통히도 그만 보검으로 자결했던가. <이숭인, 오호도(嗚呼島)>
[여름밤] 은하수는 실제로 가을 밤하늘에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더위를 피해 뜰에 모깃불을 피워 놓고 식구들이 둘러앉아 바라보던 여름밤의 은하수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현대 시에서도 여름밤의 정경을 읊을 때 은하수가 나타난다.
벌써 은하수는 머리 위에 맑게 벗겨지고,/모깃불 뭉게뭉게 오르는 어스름한 마당에는/어느덧 저녁밥상들이 벌어졌네./집집마다 호박죽에 노란 호밀밥,/그것도 양껏 못 먹는 저들에게/무슨 즐거움이 있겠냐마는/-중략-/웃음꽃 피는 이야기가/항상 끝날 줄을 모른다네.<민병균, 촌락의 황혼곡>
풀 언덕에 누우니, 총총 반짝이는 은하(銀河)에선 유성이 가로질러 이 가슴에 떨어지고,/멀리 방앗간 밤방아 찧는 아낙네의 웃음소리에 단소 소리 구성지게 어디선가 들려 온다.<이서해, 농촌 하야 정취(農村夏夜情趣)>
궁핍하지만 인정이 넘치던 시절의 여름밤 정경을 은하수를 통해 그려 보이고 있다.
[그리움] 현대 시에서 은하수는 이별에 따르는 그리움으로 상징화되어 나타난다.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그대 하늘끝 홀로 가신 임아.<서정주, 귀촉도>
오, 우리의 그리움을 위해서는/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서정주, 견우의 노래>
하늘끝으로 혼자 가신 임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새에게 은하수는 그리움 자체로, 목에서 흘러 나오는 울음소리이다. 또, “그리움이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은하수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별의 슬픔을 역설적으로 달래고 있다.<金玟基>
Ⅶ. 현대·서양
[풍요] 영어의 ‘Milky Way’는 그리스의 여신 헤라의 젖이 분출되어 은하수가 되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은하를 뜻하는 ‘galaxy’의 어원 ‘gala’는 그리스어로 젖이며, 그리스에서는 은하를 ‘젖이 흐르는 강’이라 부른다. 루벤스의 ‘주피터에게 젖을 주는 주노’와 틴토레토의 ‘은하의 기원’이라는 그림은 주노 여신이 갓난아이인 주피터에게 젖을 물려 주다 젖꼭지가 빠져 흘러 나간 젖이 은하가 되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젖소의 유방에서 흘러내린 젖의 강’이라 하는데, 바빌로니아의 초기 기록에서도 ‘하늘의 성스러운 강’이라고 하였다. 유대교에서는 은하수를 ‘빛의 강’이라 하고, 고대 아랍에서는 ‘아르 나아르[川]’라고 불렀다. 기원전 2000년경의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의 계곡에 있는 아카테야에서는 ‘큰뱀[大蛇]’이라 불렀으며, ‘양 치는 우리로 흐르는 강물’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양 떼가 사막에 모래 바람을 일으킬 때, 그것이 마치 은하의 흰색과 같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듯하다. 이처럼 은하수는 젖, 강, 양 등과 관련되는 풍요의 뜻을 지닌다.
[하늘의 길] 그리스에서는 신전으로 통하는 길은 은빛으로 빛나며, 그 길을 통해 위인(偉人)의 혼이 신의 나라로 들어간다고 믿었다. 이러한 생각이 발전하여 은하는 무지개로 변화되어, “무지개를 타고 하늘 나라에 갔다.”는 말이 생겨났다. 북유럽에서는 여러 신이 거처하는 곳 - 아스가르드(Asgard)로 가는 길이라는 뜻에서 은하수를 ‘아스가르드의 다리’라 한다. 한편, 스웨덴에서는 ‘겨울의 길’이라 부른다. 긴 겨울밤 추운 하늘의 겨울길은 망자의 넋이 무리지어 떨며 가는 모습이라고 믿었다. 핀란드에서는 죽은 사람의 넋이 해골의 입에서 나와 아름다운 새가 되어 천국으로 날아간다고 하는데, 새가 날아가는 길이 은하이며, 하늘의 흰 구름은 새가 된 혼들의 노래 소리가 모여 된 것이라고 한다.<金玟基>
Ⅷ. 도상
[풍속상, 천문 기준] 평남 진남포 덕흥리 고구려 고분의 전실 남벽 천장에 그려진 ‘견우와 직녀’에서, 은하가 녹회색 등나무 줄기와 같이 가늘고 긴 곡선으로 나타난다. 이 은하의 왼쪽에는 호신견(護身犬)을 이끈 직녀가 왕비차림으로 은하를 탄 듯한 모습을 하고 견우를 바라보며 서 있고, 그 오른쪽에 견우는 소를 끌고 호랑이를 사냥하는 기마인들을 바라보고 서 있다. 이 그림은 고구려 은하계의 상징을 당시의 풍속에 따라 그려 놓은 것으로, 고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조선 태조 때의 석각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송(宋)의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본떴으나, 고구려의 석각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세계 최고의 석각 천문도이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극 투영법에 의해 28수를 비롯해, 282개의 별자리 이름과 여기에 망라된 1464개의 별 이름과 은하수가 그려져 있다. 천문도의 기준이 되는 평양 박물관의 석각 ‘천상열차분야지도’는 5세기 말~6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 나라에 고도의 천문학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자료이다.<金玟基>
참고 문헌 羅孫本 바리공주. 이순지, 天文類抄. 서정주, 歸蜀途, 선문사, 1946. 이두현 외, 韓國民俗學槪說, 학연사, 1983. 正法念處經. 詩經. 天文圖說. 張華, 博物志. 山下主一郞 外譯, 神話,傳承辭典, 大修館書店, 1988.
동아대백과사전에서
헤카톤케이르(헤카톤케이레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백수(百手) 거인을 의미한다. 천공신(天空神)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로, 완강한 브리아레오스(아이가이온이라고도 함), 격노하는 코토스, 사지(四肢)가 우람찬 기게스(기에스라고도 함)의 세 사람을 가리킨다. 그들의 형제인 외눈의 거인족 키클로페스들과 함께 그들을 싫어하는 아버지 우라노스에 의해 지하에 갇혔으나 제우스의 도움으로 풀려났으며, 제우스가 티탄 신족(神族)과 싸웠을 때는 올림포스의 신들을 도왔다.
네레우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폰토스와 가이아의 아들로 호메로스가 ‘바다의 노인’이라고 부른 해신(海神)으로, 현명 ·온화하고 예언의 능력이 있었다. 오케아노스의 딸 도리스를 아내로 삼아 50명(또는 100명)의 딸, 즉 네레이데스의 아버지가 되어, 그녀들과 함께 해저(海底:특히 에게海)에서 살았다. 그는 선원들의 보호자였으며, 자신의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다. 헤라클레스가 ‘헤스페리스의 능금’이 있는 곳을 알기 위해 네레우스를 습격하여 잡으려고 하였을 때, 불과 물, 그 밖의 여러 모습으로 변하여 달아나려고 하였으나, 마침내 헤라클레스에게 사로잡혀 헤스페리스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또한 아프로디테의 교육을 맡았다는 설도 있다. 미술에서는 그가 흰 수염에 삼지창(三枝槍)을 손에 들고 포세이돈의 아들 트리톤 위에 올라앉은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님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妖精)의 총칭으로 그리스 말 님페(Nymphe)·늄페(Numphe)의 영어 이름이다. 그리스인들은 산에는 오레이아데스, 숲에는 알세이스가 살고 있다는 식으로, 자연계에는 여러 정령(精靈)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 이것들을 님프라고 하였다. 님프들이 저마다 차지하는 영역은 물의 경우, 오케아니데스는 대양(大洋), 네레이데스는 지중해, 나이아데스는 담수(淡水) 등으로 대별되는데, 한편 이름있는 강이나 우물은 대개가 고유의 님프를 가지고 있었다.
님프들은 신화 속에서 일반적으로 아름답고 젊은 아가씨의 모습으로 표현되고, 춤과 음악을 즐기는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때로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수도 있으나, 대개는 호의적이고 시인에게 영감을 주거나 예언능력을 주는 것으로 여겼다. 또한 들에 꽃을 피게 하고, 목축을 돕기도 하며, 우물에 약효를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되어 각지에는 님프의 사당(祠堂)이 세워졌는가 하면, 특히 님프의 거처라고 생각되는 동굴은 신성한 장소로 숭배되었다. 히라스나 다프니스 등 인간을 상대로 하는 연애담도 많이 있다. 이것들은 신들 가운데서 하층에 속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신들과는 달리 수명이 매우 길다. 그러나 님프라고 해서 영원히 죽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파우누스
고대 로마의 목신(牧神)으로 파투우스라고도 한다. 원래는 삼림(森林)의 신이었으나, 농업의 신, 가축을 지키는 목인(牧人)의 신이기도 하여 가축의 번식을 주관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예언의 힘을 갖추고 있다고도 생각되었다. 그리스의 신 판과 동일시되어 대개는 판과 마찬가지로 염소의 다리가 달리고 뿔이 나 있는 모습으로 상상되었다. 또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산야(山野)의 정(精) 사티로스와 마찬가지로 복수(複數)의 존재로도 생각되었다. 따라서 파우누스의 여성형인 파우나(Fauna)는 파우누스의 아내로 여겨졌다.
실바누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황무지와 숲의 신으로 처음에는 불길한 숲의 신으로서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나 나중에는 토지의 경계(境界)·농가 ·가축떼의 신으로서 특히 농부들의 숭배를 받았다. 성대한 제사를 싫어하여 성수(聖樹) 밑에서 간소한 형식으로 제물이 바쳐졌다. 그리스 신화에서의 목신(牧神) 판이 로마 신화에서는 실바누스가 되었다고 하여, 로마 문학에서는 실레노스나 판과 동일시되고 있다. 또 로마 신화의 숲의 신 파우누스와도 성격적으로 닮았다. 한편 타르퀴니우스왕이 추방되었을 때, 에트루리아(Etruria)와 로마 군대가 싸웠는데, 어느 편이 이겼다고 판정을 내릴 수 없는 막상막하의 접전이었다. 그날 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 “로마군의 전사자가 한 사람 적기 때문에 로마군의 승리”라고 알리자 에트루리아 군대는 낙담패주하였다. 이때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실바누스의 목소리였다고 한다.
사투르누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경신(農耕神)으로 그 이름은 ‘씨를 뿌리는 자’라는 뜻이다. 로마인은 그를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와 같은 신으로 보는데, 크로노스가 제우스에게 쫓겨 이탈리아로 도망가 농업기술을 보급함으로써 황금시대를 이룩하였다고 한다. 사투르누스의 축제를 사투르날리아(S嚆turn嚆lia)라고 하여, 12월 17일에서 19일까지 열었으나 나중에는 23일까지 연장하여 7일간이나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씨를 뿌리고 그 씨앗의 발아성장과 그 해의 풍작을 비는 제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고대 문헌상에 나타난 사투르날리아는 로마시(市) 전체가 축제 기분에 젖어 떠들썩한 날로, 이 날은 모든 공공업무도 쉬고 전체 시민이 환락으로 밤과 낮을 보냈다고 하는데, 이것이 크리스마스 축제의 원형이 아닌가 보기도 한다. 또한 그의 이름은 행성의 이름(Saturn:토성)과 요일의 이름(Saturday:토요일)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카이사르
가계명(家系名) ·국가 원수명으로 BC 44년 옥타비아누스(후의 아우구스투스)가 이 이름을 얻은 후로 율리우스 클라우디우스가(家)의 황제는 이 이름을 쓰게 되었다. 또 디오클레티아누스제(帝)는 두 사람의 부제(副帝)의 호칭으로 했다. 후에 독일에서는 카이제르(카이저), 러시아에서는 차르가 되어, 각각 국가의 원수를 의미하는 명칭이 되었다.
푸리아에(에리니에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복수(復讐)의 여신들로 이 여신들은 티시포네, 알렉토, 메가이라 등의 세 에리니스(에리니에스의 단수)이다. 대지(大地)의 여신 가이아, 또는 밤의 여신 닉스의 딸들이라 하며, 온갖 죄를 처벌하지만 특히 근친(近親)살해에 복수를 가하며, 현세에서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도 벌을 준다. 지하세계에 사는데, 그 모습은 날개가 있고 눈에서는 피가 흐르며, 머리에는 뱀이 휘감겨 있고, 횃불을 손에 든 무서운 처녀로 표현된다. 아테네 사람들은 그녀들을 두려워하여 에우메니데스(착한 여신들)라고 불렀다. 로마인들은 이 여신들을 푸리아이 또는 디라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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