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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의 ‘복덕방’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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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의 복덕방’ - 해설

 

󰡔복덕방󰡕 1937 3 󰡔조광󰡕지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한일합방 이후 서울에 살고 있는 식민지 한국의 서민적 삶을 표현한 이태준의 작가적 감각이 뛰어난 작품이다.

 

󰡔복덕방󰡕은 일제의 식민 통치에 의해서 계층과 성격, 세대가 서로 다른 당대 한국인들의 정신적경제적인 몰락의 모습을 복덕방이라는 한 작은 공간 속에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다. 순수한 우리말과 독특한 한자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각지방의 방언이 소설 지문에 자주 등장하는 점은 매우 이채롭다 하겠다. 1930년대 서울의 한 복덕방을 배경으로 일제에 의해 삶의 기반이 상실된 한국인들의 우울한 삶의 현실을 전지적 작가시점에 의해 서술하였다.

 

이 글에 등장하는 복덕방에는 세 노인이 있다. ‘서참의가 주인으로 있는 복덕방에는 곧잘 안초시와 박희완 영감이 모여 지낸다. 서참의는 구한말 훈련원 참의로 있었기 때문에 서참의로 불리운다. 군대가 해산되고 할일이 없게 되자, 별로 기대하지 않고 시작한 복덕방이 사회적 변화에 편승해 활기를 띠게 된다. 그로 하여금 경제적 기반을 닦아 부를 축적하게 된다. 그러나 가끔 훈련원 참의에서 지금은 한낱 복덕방 노인이 되어 버린 데 대한 회한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와 대조적인 인물은 안초기로서 말끝마다 젠장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별로 가진 것이 없어서 서참의에게 언제나 술을 얻어 마시는 형편이며 또한, 복덕방에 나와서 화투패를 보면서 무슨 행운이 올 것을 기대하고 있는 처지이다. 그는 경화라는 딸이 있는데 일본에서 무용을 배워 온 무용가이지만, 아버지인 안초시에게는 야박하다. 안경 다리 고치라고 준 50전을 받아 그는 담배값으로 몇 번이나 써버렸다. 그래서 안초시의 안경 한쪽 다리는 종이끈으로 되어 있다. 한편, 대서사 자격을 얻을 궁리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 박희완 영감이 모유력자를 통해 부동산 정보를 들려 준다. 내용인즉, 황해연안에 축항용지를 당국이 매입하여 제2의 나진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큰 항구가 필요한 것은 상식으로도 추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일확 천금을 기대한 안초시는 딸을 설득하여 삼천 원을 빌려 그 땅을 사게 된다. 그러나 이 정보는 사실이 아니어서 딸을 낭패시킨 결과를 가져오자 괴로워 하다가 서참의복덕방에서 그는 자살을 하고 만다. 안초시의 영결식은 그의 딸의 연구소 마당에서 열렸다. 조객들은 모두 자신의 입신양명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무용가 안경화를 위해서 온 사람들뿐이었다. 장례식에 참석한 서참의와 박희완 노인의 마음은 어둡기만 했다.

 

󰡔복덕방󰡕에 등장하는 세 노인은 모두 시대적으로 전략한 인물이다. 주인 서참의는 경제적 기반을 닦아 낙천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구한말 군관의 기개를 잊어버렸다. 이를테면 사글세방을 얻어 달라는 기생에게도  - 하는 자신의 신세를 서글퍼 한다. 그의 이러한 고통은 그 뿐 아니라 나라를 잃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아픔이다. 반면, 일확 천금을 꿈꾸는 안초시는 당장 돈이 없어 부러진 안경 다리를 고치지도 못하면서 남들처럼 호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하나의 몽상가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그의 세계관이 현실에 뿌리를 두지 않고 낭만적인 허위의식에 사로 잡혀 있음을 의미한다. 박희완 영감 역시 대서사의 꿈을 이룩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이들의 노년기는 여유로운 삶의 모습과는 달리 그 어느 때보다 생활의 궁핍함에 시달려 있다. 현실적인 성공의 꿈은 아직 남아 있으나, 변화하는 시대에 뒤처진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안초시의 비극적 죽음은 허황된 꿈을 가진 인물의 실패한 삶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가난에 찌든 식민지 한국의 서민적 삶을 대변한 것이다.

 

이 글에서 작가는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을 연민의 정으로 보고 있다. 그리하여 초라한 삶 속에서도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는 세 노인과 현대 물질주의와 자신의 출세에 사로 잡혀 있는 안초시 딸의 냉정한 성격을 대비적으로 암시한 것이다. 이미 1930년대 부동산 투기가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 되었음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작품 요약

 

주제:일제에 의해 삶의 기반이 상실된 한국인들의 우울한 삶의 현실.

인물:안초시-사업의 실패로 몰락하여 서참의복덕방 신세를 진 인물.

서참의-구한말 훈련원 참의로 봉직한 무관. 군대 해산 이후,복덕방을 차려 부를 축적한 투박하고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

박희완-대서사 자격을 얻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하는 인물. 어느날 관변 유력자에게 들은 황해 연안 용지 매입의 부동산 정보를 안초시에게 전해줌.

안경화-안초시의 딸로 현대 무용가. 사회적으로는 명망이 있으나,아버지 안초시에게는 매우 인색하며 이기적이고 가식적인 인물.

배경:1930년대 서울의 복덕방.(공간적 배경은 일제 식민지하에서 기반을 상실한 한국인들의 몰락을 서울의 한 복덕방이란 작은 공간에 압축하였으며, 시대적 배경은 과거의 회상에서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온 일상적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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