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기도(祈禱)- 김규화
by 송화은율이상한 기도(祈禱) - 김규화
작가 : 김규화(1941- )
전남 승주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64년부터 1966년까지 『현대문학』에 「죽음의 서장(序章)」, 「무위(無爲)」, 「무심(無心)」 등으로 추천을 받고 등단. 『여류시(女流詩)』 동인으로 활동.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월간 『시문학』 발행인.
초기에는 내면의식의 표출에 몰두한 경향을 보였으나 차차 현실 감각이 예리한 시들을 발표했다.
시집으로는 『이상한 기도』(시문학사, 1981), 『노래내기』(혜진서관, 1983), 『평균서정』(시문학사, 1992) 등이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시의 표현은 내면의 잘 드러나지 않는 모호한 면을 포착하여 열어 보인다. 이러한 시의 표현에서 독자들은 낯선 표현과 마주치게 되고 신선한 감흥과 통찰력을 얻어낼 수 있다. 수없이 되풀이되어 문학의 주제로 채택되어온 연모의 감정과 그 좌절의 표현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소망과 갈등이 빚어내는 변주의 울림을 통해 독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감정의 표현과 마주치게 되고 스스로의 내면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얻는다.
김규화의 「이상한 기도」는 연모의 감정이 가지는 대립적 긴장과 그 긴장을 무화시키려는 내면심리의 움직임이 흥미를 끄는 시이다. 시의 화자는 `그'에 대하여 연모의 정을 가지고 있지만 소망스러운 사랑의 성취를 얻지 못한다. 그의 기도가 `이상한' 것이 되는 연유는 `그를 향해 흘리는' 애정이 제대로 성취될 길이 없다는 데에 있다. 3연에서 화자가 가지고 있는 물같이 흐르는 `애정'과 향그럽기까지한 `미움'이라는 감정의 소통은 심각한 장애를 일으킨다. 여기서 독자는 감정 소통의 장애가 시의 화자에게 내면의 상처를 만들어낸다는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보여지는 화자의 진술은 내면에 간직하였던 연모의 정을 마르고 잘라내는 과정이다. 연모의 감정이 유발하는 `향그런 미움'과 같은 대립적 긴장은 무화되고 오직 부정적인 비움이 진행된다. 그리하여 시의 화자는 마음의 싹과도 같은 감정을 자르고 마음 한구석 고여있는 연모의 정도 모두 마르게 하고 오직 빈 시선만이 남기를 기원한다. 봄 날의 새싹, 웅덩이의 물 등과 같은 자연물은 화자의 내면심리를 구체화시키기 위하여 채용된 시어이다. 감정의 모든 잔여물을 가라앉힘으로써 연모의 정에 담은 모든 촉수를 거두어 들이겠다는 표현은 사랑의 종식(終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역설적으로 이 모든 단절의 과정이 사랑의 크고 깊은 공간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시적 화자의 과감하고 냉정한 기도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크고 깊은 사랑의 분화구를 볼 수 있다. 냉정한 기도는 내면의 크고 깊은 사랑의 분화구를 다스리는 하나의 방법적 대응에 해당한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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