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영 시인
by 송화은율윤해영(尹海榮)
· 가곡 <선구자>(작곡 조두남)의 작시자(作詩者)
▲ 선구자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윤해영 친일시도 써
한반도를 일제에 빼앗기고 간도(間島)로 들어가 조국 수복과 새 삶을 꿈꾸는 민족의 의지를 비장하게 노래한 가곡 <선구자>. 이 선구자의 작시자 윤해영은 민족시뿐만 아니라 친일시도 쓴 것으로 밝혀졌다.
문학평론가 오양호(吳養鎬)씨(인천대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 <1940년대 시의식 고찰-윤해영과 만주 체험의 두 반응>에서 윤씨의 시 다섯 편을 분석한 결과 <선구자>의 민족의식과의 정반대의 친일의식도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씨가 최근 발굴한 사화집 [반도사화(半島史話)와 악토만주(樂土滿洲)]에는 친일의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는 것. 이 책은 1943년 간행된 것으로 이광수, 최남선 등 국내 문인, 지식인들이 총동원 돼 일제 괴뢰국가 만주국을 정치·경제·사회·문화 면에서 찬양, 합리화한 글들을 모으고 있다.
오색기 너울너울 악토만주 부른다
백만의 척사(拓士)들이 너도나도 모였네
우리는 이 나라의 복을 받은 백성들
희망이 넘치누나 넓은 땅에 살으리 //
송화강 천리언덕 아지랑이 행화촌(杏花村)
강남의 제비들도 봄을 따라 왔는데
우리는 이 나라의 흙을 맡을 일꾼들
황무지(荒蕪地) 언덕 위에 힘찬 광이 두르자 //
끝없는 지평선에 오곡금파(五穀金波) 굼실렁
노래가 들리누나 아리랑도 흥겨워
우리는 이 나라에 터를 닦는 선구자
한 천년 세월 후에 영화만세(榮華萬歲) 빛나리.” [악토만주 전문)
오색기는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킨 직후인 1932년 세운 만주국의 깃발. 청의 마지막 황제 부의(溥儀)를 옹립 일군부가 세운 만주국은 일본의 패전과 함께 1945년 막을 내렸다. 이러한 일본의 괴뢰정부인 만주국을 윤씨는 이 시에서 오색기 아래서 뭉치자고 노래하고 있다. <선구자(先驅者)>의 두 가지 의미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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