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육사(陸史)의 시

by 송화은율
반응형

 

육사(陸史)의 시

 본문

 육사(陸史)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그의 40평생의 마지막 10년 동안이었고 그의 나이 서른이 넘어서였다. 그 때 이미 그는 옥고를 치른 바 있는 독립 투사요, 일경의 이른바 요시찰 인물이었다. 따라서, 육사는 그 무렵 이 땅의 다른 시인들처럼 문학 청년 시절을 가졌거나 20 전후에 시단에 등장한 경력을 갖지 않은 만성(晩成)의 시인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는 시인이기 전에 지사요, 투사였던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도 행동임에 틀림없으나 젊은 육사에게는 그보다도 더욱 절박한 목표가 있었고, 따라서 더욱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만년에 시작된 그의 시작(詩作)은 문재(文才)가 있는 투사나 혁명가가 때로 써 본 글귀로 보기에는 너무나 본격적인 수련의 자취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시작을 계속한 기간에는 그가 부단한 감시와 검속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그것은 그가 남달리 초강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임을 절감케 한다.

 

 왜냐 하면, 시작(詩作)이라는 정신 활동은 심리적인 불안이나 불안정 가운데서는 극난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사는 그러한 심리적인 불안정 가운데서도 능히 시작에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정신의 여유를 유지할 수 있었으니 그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그의 아호의 유래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감옥에서의 자신의 죄수 번호로써 아호를 삼을 만큼 그에게는 여유와 풍류가 있었던 것이다.

 

 그와 같은 육사의 초강과 풍류는 그의 성격의 두 가지 특징인 동시에 전형적인 한국 선비의 기질적 특징이기도 하다. 육사 자신 경북 안동 출신으로 퇴계 선생의 14대 손이며, 그의 외가 또한 재질과 지절(志節)로 뛰어난 선산의 허(許)씨 가문이다.

 

 게다가 그는 스무 살까지 조부의 슬하에서 한학을 수학하였으니, 그는 선비의 피를 물려받았고 성격 형성의 거의 전 기간을 선비의 집안에서 선비가 되기 위한 수련을 쌓은 셈이다. 그러나 그가 스무 살인 1920년대 전반에는 고루한 유생 고장인 안동 지방에서도 개화의 물결이 밀어닥쳤을 때다. 그 해 육사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 년 남짓 그 곳에 머무른 것도, 주로 그러한 시대의 추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의 수필 '연인기(戀印記)'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글씨 쓰기를 단념하고, 화가가 되려고 장방에 있는 당화(唐畵)를 모조리 내놓고 실로 열심으로 그림을 배워 본 일도 있다. 그러나 세월은 12세의 소년으로 하여금 그 인재(印材)에 대한 연연(戀戀)한 마음을 팽개치게 하였으니, 내가 배우던 중용(中庸), 대학(大學)은 물리(物理)니 화학(化學)이니 하는 것으로 바뀌어지고 하는 동안 그야말로 살풍경(殺風景)의 10년이 지나갔었다.

 

 그러고 보면 육사는 향리에 있을 때부터 신학(新學)에도 입문을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가 후년 북경 군관 학교를 거쳐 북경대학 사회학과에 수학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는 유가(儒家)에 태어나서 근대적인 지식과 학문을 습득한, 말하자면 과도기의 지식인이었다. 그의 시와 산문에 나타난 서구적인 지식의 단편들이 알뜰한 호기심을 가지고 배운 것들이라는 느낌이 짙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가 쓴 글에서는 신구(新舊)의 교양이 공존하면서도 어느 쪽에 치우침이 없이 균형을 얻고 있다. 그의 시만 보더라도 그 안에는 실로 여러 가지 요소가 내포되어 있지만, 그 어느 한 가지 요소가 압도적인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물론 작품에 따라서는 '청포도(靑葡萄)'나 '광야(曠野)'의 경우처럼 동양적인 소재나 정서가 지배적인 경우가 없지 않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그 소재나 정서에서는 근대적 내지 서구적인 세련을 거친 감수성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러한 균형이 그에게 가능했던 것은 바로 그가 과도기의 지식인이었으면서도 정신적인 주체성을 견지한 증좌(證左)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체성은 그가 타고난 개인적인 체질에도 연유한 바 없지 않았겠지만, 주로 그가 자라난 문화적인 환경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유교적 내지 선비의 전통 가운데서 형성된 정신적 자세로서, 앞에서 본 초강과 풍류라는 그의 성격의 특징과 기실 별개의 것이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청포도'와 '광야' 같은 그의 대표작들이 압도적으로 동양적인 인상을 준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한 것이 아니지만, 그의 작품이 거의 다 형식적으로 균형 잡힌 것일 수 있었던 것도 근본적으로는 같은 사정에서이다.

 

 그러나 육사가 주체적인 정신의 소유자요, 그 주체성이 전통적인 것이었다는 사실은 그의 시관(詩觀) 자체가 증거한다고 할 수 있다. 왜냐 하면, 그 자신 항일 투사요, 또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하기 전에 이미 이 땅에는 정치적인 시운동(詩運動)이 전개된 바 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른바 정치 시류의 시풍을 택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시작에 손을 댈 무렵에는 이미 이 땅 최초의 정치시 운동은 좌절되었고, 그것과 대립하는 이른바 순수시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면서 시단을 풍미하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대륙에 있어서의 침략 전쟁을 시작한 일제의 탄압이 점차 강화되고 있던 때이기도 하다.

 

 이러한 당시의 객관적인 정세는 직접적인 정치시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 요인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육사의 기질이나 투쟁 경력으로 보아, 그가 직접적인 정치시를 쓰지 않고 이른바 순수시 계열의 시를 쓴 사실이 그가 시를 하나의 현실 도피의 방편으로 삼은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사실 육사가 남긴 많지 않은 작품들 가운데는 그가 당시의 우리 시단에서 시도된 새로운 시적 기교 내지 시풍을 본딴 듯한 작품이 없지 않다. 그 좋은 예가 이번에 새로이 발견된 그의 미발표 유고 '바다의 마음'이라는 소품(小品)이다.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바다는 바람에 입김을 분다.

 여기 바다의 은총(恩寵)이 잠자고 있다.

 

 흰 돛[白帆]은 바다를 칼질하고

 바다는 하늘을 간질너 본다.

 여기 바다의 아량(雅量)이 간직여 있다.

 

 날근 그물은 바다를 얽고

 바다는 대륙(大陸)을 푸른 보고 싼다.

 여기 바다의 음모(陰謀)가 서리워 있다.

 

 이 작품의 말미(末尾)에 '8월 23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는데, 이것은 그가 바닷가에라도 가서 즉흥 삼아 적어 본 스케치 같은 작품 같지만, 흥미있는 것은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흰 돛[白帆]은 바다를 칼질하고' 및 '날근 그물은 바다를 얽고/바다는 대륙(大陸)을 푸른 보로 싼다,'와 같은 이미지스트 내지는 정지용류(鄭芝溶類)의 기교를 보이는 점이다.

 이와 같은 당시의 우리 시단에 유행했던 몇 가지 기교 내지 이미지는 육사의 다른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흔히 이국 정취와 결부되어 '아편(阿片)'에 있어서처럼 관능이나 퇴폐의 기미조차 엿보이기도 한다.

 

 나릿한 남만(南蠻)의 밤

 번제(燔祭)의 두레ㅅ불 타오르고

 옥(玉)돌보다 찬 넋이 있어

 홍역(紅疫)이 만발하는 거리로 쏠려

 

 거리엔 노아의 홍수(洪水) 넘쳐나고

 위태한 섬 위에 빛난 별 하나

 

 너는 고 알몸동아리 향기(香氣)를

 봄마다 바람 실은 돛대처럼 오라

 

 무지개같이 황홀(恍惚)한 삶의 광영(光榮)

 죄(罪)와 곁들여도 삶즉한 누리

 

 육사의 시의 이러한 요소는 그의 시관(詩觀)이 정치시의 그것이 아니었음을 뚜렷이 보여 준다. 즉 그는 정치적인 활동을 삶의 주된 사명으로 삼았으면서도 시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뜻에 있어서의 시를 지향하여 본격적인 수련을 쌓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시에 있어서의 정치와 시는 끝까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그려간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의 시의 대표작이요, 우리 현대시의 명편으로 손꼽는 '절정', '광야' 및 '꽃'과 같은 작품들은 정치와 시가 하나로 융합되어 있는 좋은 실례들이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작품들에 있어서의 정치적 요소는 정치적인 관점에서라기보다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짐으로써 시가 형성되고 있으며, 그것도 동양적인 풍격(風格)을 갖춘 시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육사의 전통적 시관(詩觀)의 채택과 그것에 입각한 본격적인 수련은 그로 하여금 그의 대표적인 몇몇 작품들에 있어 그에게 특유했던 정치적 의식 내지 경험을 마침내 시적으로 통합하는 데 성공하게 한 것이다.

 

 우리는 앞에서 육사의 시가 거의 다 형식적으로 균형 잡힌 것이라는 말을 한 바 있으나, 그 균형은 우선 그 형태에서 확연히 나타나 있다. 즉 육사의 작품들은 정형시는 아니면서도 일종의 연형(聯型)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앞에서 인용한 작품 '아편'에 있어서처럼, 그것은 2행 연이거나 3행, 4행으로 된 연의 형식으로 거의 예외 없이 작품마다 그러한 일정한 연형(聯型)의 되풀이로 되어 있다.

 

 게다가 행의 길이가 대체로 비슷하여 장중하거나 전아(典雅)한 매우 안정된 운율을 자아내고 있으며, 작품의 첫머리는 대체로 비교적 짧은 행을 사용함으로써 느린 템포로 시작하도록 되어 있다.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라는 '청포도'의 첫머리의 경우, 첫 부분과 둘째 부분 사이에는 행의 길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둘째 부분의 두 행은 거의 같은 길이의 호흡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육사의 운율적인 배려는 '광야'의 경우 통상적인 어법을 벗어난 고도의 축약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그 작품의 첫 부분은 흔히 독자로 하여금 그 뜻을 착각하게 하는 일이 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이 부분의 뜻을 잘못 파악하게 하는 것은 셋째 행의 '들렸으랴'라는 축약형이다. 이것이 축약된 어형(語形)임을 알게 하는 것은 시에 있어서의 상상의 논리에 대한 통찰이기 때문에 그 통찰에 이르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그것이 축약형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행을 '닭 우는 소리는 아무데도 들리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는 독자가 적지 않다.

 

 이 행은 의문문이 아니라 추리 내지 상상을 나타내는 문장으로 닭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들렸을 것이다'라는 뜻으로, '들렸으랴'는 '들렸으리라'가 축약된 어형인 것이다. 이와 비슷한 축약은 같은 작품의 다음과 같은 넷째 부분의 끝에서도 나타나 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즉, 이 부분의 끝에 보이는 '뿌려라'는 그 자체 명령형이지만 문장의 전후 관계로 보아 이른바 의지 미래를 나타내는 '뿌리리라'의 축약인 것이다. 그러면 왜 육사는 말의 뜻을 위태롭게 하거나 애매하게 만드는 것을 무릅쓰고 이러한 축약형을 사용했는가? 그 이유가 되는 것이 다름 아닌 그의 운율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육사의 시가 형식적으로 보여 주는 이와 같은 균형과 절제는 그의 시에 고전주의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시적 체질이나 상념은 대부분 시정적이거나 열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낭만주의적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또한 이 점에 있어서도 균형을 이루고 있어, '광야'에 있어서의 승화된 혁명적 염원이나 '절정'에 있어서의 매서운 한계 상황에의 도취나 '꽃'에 있어서의 각박한 목숨의 응시를 무절제한 자기 표현이나 공허한 울부짖음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작품에 있어 육사는 또한 고대와 근대 내지는 동양과 서양의 균형 있는 융합에 성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광야'에 있어서의 공간과 시간의 설정이 근대적이요, 서양적인 상상력을 보여 주면서도, '닭우는 소리' 및 '매화 향기(梅花香氣)' 등은 고대적 내지는 동양적인 상상력을 나타내는 것이며,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은 고대와 근대, 동양과 서양이 하나로 통합된 이미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후략)

 요점 정리

 

 작자 : 김종길 (金宗吉 : 1926 ~ )

 갈래 : 실제 비평(실천 비평)

 성격 : 분석적, 논리적

 특징 : 역사주의적 비평 방법에 형식주의적 태도를 결합

 주제 : 이육사 시의 성격

 출전 : <시에 대하여>(1986)

 내용 연구

 

 극난(極難) : 매우 어려움.

 아호(雅號) : 문인 등이 본명 외에 가지는 풍류스런 이름.

 풍류(風流) : 멋스럽고 운치 있는 일.

 지절 : 지조와 절개. 굽히거나 바꾸지 않은 강한 뜻과 절개.

 수학(修學) : 학문을 닦음.

 고루(固陋)한 : 낡은 사상이나 풍습에 젖어 고집이 세고 변통성이 없음.

 연인기 : 이육사의 수필. 육사가 화가가 되려고 모은 재료를 팽개친 그리움을 회고한 내용의 글.

 장방 : '벽장'의 경상도 방언.

 당화(唐畵) : 당나라 그림.

 그의 아호와 유래 : 1927년, 그의 본명은 원록이다. 장진홍 의사 조선 은행 대구 지점 폭파 사건에 연루되어, 그의 형, 아우 등 3형제가 대구 형무소에 수감되어 3년간 옥고를 치른 바 있는데, 이 때 수인(囚人) 번호가 64이어서 호를 '육사'로 하였다 함.

 전형적인 한국 선비의 기질적 특징 : 한국 선비 사회의 특징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지조와 절개로 뭉쳐진 정신적, 유전적 특징.

 그 해 육사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 년 남짓 그 곳에 머무른 것도, 주로 그러한 시대의 추세 때문이었을 것이다. : 항일 투사인 육사가 일본으로 건너가 신학문을 배운 것운, 당시에 밀어닥친 개화의 물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재(印材) : 인쇄 재료.

 연연(戀戀)한 : 매우 이끌리는, 그리워하는.

 살풍경(殺風景) : 매우 무시무시한 풍경이나 환경.

 항리 : 고향 마을. 태어난 마을.

 신학(新學) : 새로운 학문. 한학에 대하여 서양에서 들어온 새로운 학문을 말함.

 북경 군관 학교 : 중국의 육군 사관 학교.

 유가(儒家) : 유교의 학파. 유교를 믿는 집안.

 증좌(證左) : 증거. 증거인.

 내가 배우던 중용, 대학은 물리니 화확이니 하는 것으로 바뀌어지고 한 동안 그야말로 살풍경의 10년이 지나갔었다.: 내가 배우던 전통적 소재나 정서는 근대적인 지식과 학문을 배운 사람의 감성으로 닦여졌다는 뜻.

 소재나 정서는 근대적 내지 서구적인 세련을 거친 감수성으로 처리되어 있다.: 전통적 소재나 정서는 근대적인 지식과 학문을 배운 사람을 감성으로 닦여졌다는 뜻.

 그가 과도기의 지식인이었으면서도 정신적인 주체성을 견지한 증좌 : 한학에서 서구의 신학문으로 바뀌는 과도기 지식인이었으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우리의 전통위에 서구의 것을 받아들인 주체적인 태도를 보인 증거.

 시관 : 시를 대하는 관점, 시를 인식하는 관점.

 시류 : 시의 갈래, 또는 시의 흐름.

 풍미(風靡) : 바람에 몰려 초목이 쓰러진다는 뜻에서, 위세에 딸리어 저절로 쏠림의 비유.

 정치시 운동 : 1920~30년대에 걱쳐 일련의 정치시 운동이 문단을 풍미하였는데, 그것이 이른바 카프 이다.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의 에스페란토 어 약칭으로, 카프는 일본 제국주의 통치하의 빈궁함과 불합리한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그에 항거하는 민중의 투쟁을 형상화하는 목적시 계열의 시운동이었다. 카프는 계급 문학의 기치를 내걸고 무산자 계급을 대변하면서 문학 운동을 조직 운동으로 끌어올리며, 그 활동 방법도 노동자·농민을 의식화, 조직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순수시 운동 : 다른 목적이나 지향을 가진 문학을 불순하다고 보고, 자체의 가치관을 갖고 그에 의거, 작품 활동을 하여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을 생산하는 데만 전념하려는 문학으로, 목적 의식을 가진 정치시 운동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문학 운동이다. 이 운동은 1930년대 시문파가 대두하면서 동인지 <시문학>을 중심으로 전개하였다. 그 주요 맴버로는 김영랑, 정지용, 이하윤, 신석정, 등으로, 이들은 모두가 작품 활동에 있어서 언어 선택에 전념하고, 시의 음악성과 구조상의 미적 결구를 획득하도록 노력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선행한 카프 계의 창작 태도와는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말미(末尾) : 끝.

 이미지스트 : 시를 이미지로 나타내는 것을 주된 특징으로 삼는 사람.

 흥미있는 것은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흰 돛은 바다를 칼질하고' 및 '날근 그 물은 바다를 얽고/바다는 대륙을 푸른 보로 싼다.' 와 같은 이미지스트 내지는 정지용류의 기교를 보이는 점이다. : 인용 시구에서 보는 것처럼 선명한 이미지가 떠오르도록 주관을 시각적으로 형상화시킨 점을 냉철하고 이지적이며 현대적인 시를 쓰고자 했던 모더니즘 시인들, 곧 이미지스트 내지는 그 선구자인 정지용류의 기교를 보이는 점은, 그가 시적 수련을 겪었다는 것과 순수시 계열의 시를 썼다는 뜻으로 흥미롭다는 뜻.

 정지용류의 기교 : 정지용은 시문학파의 한 사람으로서 모든 시를 이미지화하여 감각적,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특징을 보인 시인인데 이러한 경향을 일컬은 말.

 아편(阿片) : 덜 익은 양귀비 껍질을 칼로 에어서 흘로나오는 진을 모아 말린 물질. 마약.

 관능(官能) : ① 생물의 모든 기관을 작용. ② 오관 및 기타 감각 기관의 기능. ③ 육체적 쾌감을 느끼는 작용. 여기서는 ③의 뜻.

 나릿한 : 탄탄하지 못하고 느슨한.

 남만(南蠻) : 옛날 중국에서 남쪽의 여러 족속을 업신여겨 부르던 말.

 번제(燔祭) : 구약 시대에 하느님께 올리던 제사의 하나. 짐승을 통째로 구워 바친 것으로 매일 아침, 저녁과 안식일 따위에 바침. '희생'과 비슷함.

 두레 : 농사꾼들이 농번기에 공동으로 협력하기 위하여 모임. '두레ㅅ불'은 두레 때 제를 지내기 위하여 피운 불인 듯.

 그의 시에 있어서의 정치와 시는 끝까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그려 간 것은 아니다. : 그의 시관이 정치시의 그것이 아니었지만, 그의 황동은 정치적이었으므로, 그의 시와 정치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로 융합되었다는 뜻.

 연형 : 연의 형식으로 된 모형.

 전아(典雅) : 어떤 틀에 맞게 아담함

 축약(縮約) : 두 음운이 합쳐져 하나로 발음되는 현상 예) 아이   애

 그러한 작품들에 있어서의 정치적 요소는 정치적인 관점에서라기보다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짐으로써 시가 형성되고 있으며 : 정치적 요소가 있는 작품들에서는, 그 정치적 요소가 인간의 보편적 성정으로 본 관점에서 다루어짐으로써 시가 되고 있다는 뜻.

 통상적인 어법을 벗어난 고도의 축약 : 일상적인 언어 사용법에서 벗어난 아주 많은 축약, 곧 일상 언어적 용법으로는 이해하기 곤란한 축약.

 통찰(洞察) : 환히 내다봄. 꿰뚫어 봄.

 시에 있어서의 상상의 논리에 대한 통찰 : 시는 일상 언어를 이용하여 새로운 의미를 형상화시키는 시인의 상상력의 소산이므로, 그러한 논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뜻.

 고전주의(古典主義) :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학이 지니고 있던 여러 가지 특색을 이어받은 주장. 즉 억제, 규범 준수, 이성의 우위, 형식, 감각, 전아, 균형, 조직 구성에 유의, 엄정, 중용, 조화, 지성, 질서, 객관성, 전통 존중 등의 말로 표현되는 경향을 가진다. 17~8세기의 유럽의 문학을 흔히 고전주의 문학이라 하고, 이에 반기를 든 것이 열정적, 서정적 내용의 낭만주의이다.

 승화 :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됨.

 승화된 혁명적 염원 : 혁명적 염원이 직접적으로 표출되지 않고,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되어 나타남.

 이해와 감상

  이 글은 <나라 사랑> 제16집에 발표하였다가 그의 시론집 <시에 대하여>에 수록한 것을 옮긴 것으로, 모두 1∼5로 이루어진 것 중 1∼3을 옮긴 것이다. 저항 시인으로 평가되는 이육사의 시를 중심으로, 이육사의 시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를 밝히기 위하여 시인의 생애를 살피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심화 자료

 김종길(1926-  )

시인, 영문학자. 안동 출생. 고려대 영문 졸업. 고려대 영문과 교수. 시 '성탄제'(1955), '수국'(1970) 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 시집으로 성탄제(1969)가 있고, 시론으로 '시론'(1965), '시에 대하여'(1986) 등이 있다. 그의 시론은 주로 영미(英美) 신비평의 방법론에 따르고 있다.

 문학 비평의 사전적(辭典的) 의미

 비평(批評)에 해당하는 말인 criticism은 판단, 식별(識別)의 뜻이며, 판단 작용, 선택의 일들을 의미한다. 곧 판단과 식별은 평가를 가져오며, 비평은 결국 판단과 식별에 의한 평가 작용(評價作用)을 의미한다. 또한 평가는 가치를 구명(究明)하고 그 의의를 밝혀야 하므로, 비평은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고, 그 의의를 천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판단, 평가의 작용이 문예 작품이나 문학의 이론이나 문제에 영향을 미칠 때 문학 비평이 되는 것이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