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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로 통해 본 이솝의 생애 / 김문기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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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로 통해 본 이솝의 생애 / 김문기

우화는 시대에 따라 재창작된다. 이솝우화도 마찬가지다. 이솝과 그의 우화의 원형을 보여주는 책과 21세기형 최첨단 이솝우화집이 동시에 출간됐다. 「이솝을 위한 이솝우화」와 「이솝씨 회사에 가다」. 두 책은 가장 과거와 최 근의 이솝우화를 들려준다.

「이솝을 위한 이솝우화」는 스페인 엘 에스코리알 도서관에 보관돼 전해온 1489년 판으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이솝우화집이다. 그러나 우화보다는 이솝(BC 6세기초?~BC 564?)의 생애에 비중을 두면서 베일에 싸인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이솝하면, 백발에 인자한 얼굴을 한 현인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을 하며 자상하고 현명한, 그래서 주옥같은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현자의 모습을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솝은 극심한 콤플렉스와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물이다. 노예 신분으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말더듬이였다. 올챙이배에다 곱추, 집채만한 머리, 납작한 코, 안짱다리, 짤록한 팔, 사팔뜨기 눈, 덥수룩한 수염에 몸도 약하디 약했다.

프리지아에서 태어난 이솝은 사모스의 철학자, 산토에게 노예로 팔려갔으나 명석함으로 그의 조언자 역할을 하면서 계급과 추한 외모를 딛고 일어섰다. 사모스인들을 전쟁의 위기로부터 구해냄으로써 자유인이 되었고 훗날 바빌로니아 재상에 까지 오른다. 그러나 델포스인들에 의해 절벽에서 떠밀려 죽음을 맞는다.

기존 이솝우화와 달리 이 책에 실린 80편의 우화들은 권선징악 같은 획일적 이분법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정의로운 사회보다는 혼탁하고 뒤죽박죽인 인간사를 묘사한다. 우화 하나. 『쥐가 강을 건너기 위해 개구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개구리는 두 다리를 자기 몸에 묶으라고 한다. 갑자기 개구리가 잠수한다. 이 때 독수리가 쥐를 낚아 챈다』 이솝우화가 널리 퍼졌던 그리스 시대에 우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솝씨 회사에 가다」는 갖가지 동물의 익살스러운 행태로 현대사회의 진풍경을 묘사한 책이다. 저자는 「감상여행」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63년)한 다나베 세이코. 저자는 인간에게 인상지워진 동물 캐릭터를 활용해 어른용 이솝우화를 창작해냈다.

주인공은 교화할 처세술로 험한 세상을 매끄럽게 살아가는 여우, 잡다한 세상사를 분석할 능력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 늑대, 언제나 틈새를 노리며 기발한 장삿속을 발휘하는 너구리등이다. 이 동물들은 이야기속의 주인공이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 대한 통렬한 비유의 대상이다.

「여우가 폼이 안 나는 이유」 「개의 고결한 품성이 끼치는 해악」 「늑대의 깨달음」 「기린의 자살, 그 후」 등 16편의 우화들이 인간의 본성을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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