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구자명 씨-여성사 연구5 - 고정희
by 송화은율우리 동네 구자명 씨-여성사 연구․5 - 고정희
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일곱 달 아기 엄마 구자명 씨는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옆으로 앞으로 꾸벅 꾸벅 존다.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그래 저 십 분은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또 저 십 분은
간밤 시어머니 약 시중 든 시간이고
그래 그래 저 십 분은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위하여 버린 시간일 거야.
<후략>
요점 정리
지은이 : 고정희
갈래 : 서정시
성격 : 페미니즘적, 현실 비판적
구성 :
•1행~7행 : 출근 버스 안에서 졸고 있는 구자명 씨
•8행~16행 : 가사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구자명 씨
•17행~24행 : 여성의 희생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족의 안식
제재 : 기혼 직장 여성의 삶
주제 : 일방적으로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과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비판 /이중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의 고단한 삶
특징 : 영화의 오버랩 기법처럼 시상을 전개하고, 여성의 고통을 ‘잠’이라는 소재를 통해 형상화했으며, 비판적 성격을 띠고, 비유적 표현으로 대상의 처지를 부각시켰으며 실제의 인명과 지명을 사용하여 시적 상황의 현장성과 구체성을 부각시키고, 시상이 전환되면서 의미가 확장됨.(개인에서 여성 전체로)
출처 : 또 하나의 문화(1987)
내용 연구
맞벌이[기혼 여성에게 가사와 경제 활동을 모두 강요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부각시키는 부정적 개념]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씨[가사와 직장일에 힘들어 하는 우리 시대 기혼 여성을 대변해 줌.]
일곱 달 된 아기엄마 구자명씨는
출근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느라 잠이 부족한 구자명 씨의 고단함을 드러냄]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남성 중심의 억압적 구조에서 이중으로 고통 받는 여성의 모습]
경기도 안산[집]에서 서울 여의도[직장]까지[구체적인 지명을 통해 사실성을 제시함.]
경적소리에도 아랑곳없이[피곤에 찌들어 정신없이 조는 모습]
옆으로 앞으로 꾸벅꾸벅 존다[삶의 고단함이 졸음으로 표현됨] - 출근 버스만 타면 졸기 시작하는 맞벌이 부부 구자명씨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씨,[바깥 풍경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졸고 있는 구자명씨의 고단한 삶을 부각시킴 / 박새삼 ‘추억에서’를 연상시킴. 진주 남강(晋州南江) 맑다 해도 / 오명가명 / 신새벽이나 별빛에 보는 것을, /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그래 저 십 분[조는 시간]은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가사 노동]이고
또 저 십 분은
간밤 시어머니 약시중 든 시간[가사 노동]이고[사회적 변동에 따른 경제 활동 참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에게 현모양처로서의 내조와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드러내고 있음]
그래 그래 저 십 분은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이중고에 시달리는 구자명씨와 대조됨]을 위하여 버린 시간일거야[구자명 씨의 희생적인 생활을 시적 화자가 추측하고 있다.] - 고된 가사 노동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여성 구자명 씨의 일상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에 ]
잠 속에 흔들리는[구자명씨의 불안정한 삶] 팬지꽃[경제 활동을 하는 여성을 함축적으로 형상화한 비유적 이미지] 아픔
식탁[여성으로서의 진정한 삶을 억압하는 가사 노동을 상징함]에 놓인 안개꽃[경제 활동을 하는 여성을 함축적으로 형상화한 비유적 이미지] 멍에[작지만 화려한 꽃인 ‘팬지꽃’은 ‘구자명 씨’를 상징한다. 따라서 ‘팬지꽃 아픔’은 가정의 아름다움 속에 가려진 여성들의 희생을 말한다. ‘안개꽃’ 역시 ‘구자명 씨’를 상징한다. 따라서 ‘안개꽃 멍에’는 장미나 카네이션을 돋보이게 하는 ‘안개꽃’처럼 가정의 평온함을 위해 자신의 상처나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고단한 여성들의 삶을 나타낸다.]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기는 지붕마다[ 부엌살림이 차려진 집들마다]
여자가 받쳐 든 한 식구의 안식[주부의 희생을 대가로 마련된 것]이
아무도 모르게[식구들조차도 그들이 누리는 안식이 구자명씨와 같은 사람들의 일방적인 희생의 대가에서 온 것임을 모르고 있음]
죽음의 잠[너무 피곤하여 죽음처럼 깊이 든 잠. 가사와 경제활동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향하여
거부의 화살[의식의 각성]을 당기고 있다.[가족들의 편안함은 ‘구자명 씨’ 같은 우리 사회 여성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화자는 이에 대한 ‘거부의 화살’이라는 표현을 통해 여성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
출근 버스에서 조는 구자명 씨의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가정에서의 그녀의 생활을 상상하는 방식으로 여성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시인은 구자명 씨의 고달픈 일과를 통해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집안의 안식과 평화가 여성들의 철저한 희생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 시는 기혼 여성에게 가사와 경제활동을 모두 강요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비판하고 있는 작품으로 여성 구자명 한 개인을 넘어 모든 여성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이 남성 중심의 사회 때문임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팬지꽃 아픔’, ‘안개꽃 멍에’와 같은 힘겨운 현대 여성들의 모습을 연민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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