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루몽
by 송화은율옥루몽
[앞부분의 줄거리] 천상에서 벌을 받은 문창성은 꿈을 꾸어 인간 세상에 양창곡으로 다시 태어난다. 천상에 함께 있었던 제방옥녀, 천요성, 홍란성, 제천선녀, 도화성도 인간 세상에서 윤 소저, 황 소저, 강남홍, 벽성선, 일지련으로 다시 태어나 양창곡과 결연을 맺는다. 양창곡은 벼슬하고 공을 세워 연왕에 오른다. 그 뒤 부친 양현, 모친 허 부인, 다섯 아내, 자식들과 영화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이날 밤에 강남홍이 취하여 취봉루에 가 의상을 풀지 아니 하고 책상에 의지하여 잠이 들었더니 홀연 정신이 황홀하고 몸이 정처 없이 떠돌아 일처에 이르매 한 명산이라. 봉우리가 높고 험준하거늘 강남홍이 가운데 봉우리에 이르니 한 보살이 눈썹이 푸르며 얼굴이 백옥 같은데 비단 가사를 걸치고 석장(錫杖)을 짚고 있다가 웃으며 강남홍을 맞아 왈,
“강남홍은 인간지락(人間之樂)이 어떠한가?”
강남홍이 망연히 깨닫지 못하여 왈,
“도사는 누구시며 인간지락은 무엇을 이르시는 것입니까?”
보살이 웃고 석장을 공중에 던지니 한 줄기 무지개 되어 하늘에 닿았거늘 보살이 강남홍을 인도하여 무지개를 밟아 공중에 올라가더니 앞에 큰 문이 있고 오색 구름이 어리었는지라. 강남홍이 문 왈,
“이는 무슨 문입니까?”
모살 왈,
“남천문이니 그대는 문 위에 올라가 보라.”
강남홍이 보살을 따라 올라 한 곳을 바라보니 일월(日月) 광채 휘황한데 누각 하나가 허공에 솟았거늘 백옥 난간이며 유리 기둥이 영롱하여 눈이 부시고 누각 아래 푸른 난새와 붉은 봉황이 쌍쌍이 배회하며 몇몇 선동(仙童)과 서너 명의 시녀가 신선 차림으로 난간 머리에 섰으며 누각 위를 바라보니 한 선관과 다섯 선녀가 난간에 의지하여 취하여 자는지라.
보살게 문 왈,
“이곳은 어느 곳이며 저 선관, 선녀는 어떠한 사람입니까?”
보살이 미소 지으며 왈,
“이곳은 백옥루요 제일 위에 누운 선관은 문창성(文昌星)이요, 차례로 누운 선녀는 제방옥녀(諸方玉女)와 천요성(天妖星)과 홍란성(紅鸞星)과 제천선녀(諸天仙女)와 도화성(桃花星)이니, 홍란성은 즉 그대의 전신(前身)이니라.”
강남홍이 속으로 놀라 왈,
“저 다섯 선녀는 다 천상에서 입도(入道)한 선관이라. 어찌 저다지 취하여 잠을 잡니까?”
정이 있으면 인연이 생기고
인연이 있으면 정이 생기도다.
정이 다하고 인연이 끊어지면
만 가지 생각이 함께 텅 비는구나.
강남홍이 듣고 정신이 상쾌하여 문득 깨달아 왈,
“나는 본디 천상의 별인데 인연을 맺어 잠깐 하계(下界)에 내려온 것이로다.”
(중략)
강남홍 왈,
“그러하면 저도 또한 천상의 별이라, 이미 여기 왔으니 다시 인간 세상에 돌아갈 마음이 없나이다.”
보살이 웃으며 왈,
“하늘이 정한 인연을 인력으로 할 바 아니다. 그대 인간 인연을 마치지 못하였으니 빨리 돌아가라. 사십 년 후에 다시 와 옥황상제께 조회하고 천상지락(天上之樂)을 누릴지어다.”
강남홍이 문 왈,
“보살은 뉘십니까?”
보살이 웃으며 왈,
“빈도(貧道)는 남해 수월암 관세음보살이라. 부처의 명을 받아 그대를 지도하러 왔노라.”
보살이 말을 마치고 석장을 공중에 던지니 오색 무지개 일어나며 홀연 우렛소리 울리거늘 강남홍이 놀라 깨어 보니 몸이 취봉루 책상 앞에 누웠는지라.
강남홍은 꿈속 일이 의아하여 연왕과 윤 부인, 황 부인, 벽성선, 일지련에게 낱낱이 말하니 그들 또한 깥은 꿈을 꾸었는지라. 서로 탄식하며 의아해 하더니 허 부인이 듣고 강남홍더러 왈,
“내 고향 있을 적 늦도록 무자(無子)하여 옥련봉 돌부처에게 기도하고 연왕을 낳았으니 그 돌부처가 곧 관세음보살이라. 그 한량없는 공덕을 갚지 못하였더니 이제 너의 꿈에 나타나 불사(佛事)를 권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듣자하니 벽성선의 부친 보조국사께서 자개봉 대승사에 계신데 불법(佛法)에 정통하다 하니 청하여 옥련봉 돌부처를 위하여 일개 암자를 짓고 한편으로 대승사에 백일 동안 재(齋)를 올려 관세음보살의 자비로운 공덕을 갚고자 하노라.”
벽성선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보조국사를 청하여 재 올리기를 시작하고 재물을 후히 보내어 옥련봉에 암자를 창건하였더니, 과연 그 후 사십 년을 부귀를 누리다가 양헌과 허 부인은 수(壽)를 팔십여 세 하고, 연왕은 다시 출장입상하여 또한 수를 팔십을 하고, 윤 부인 삼자 이녀(三子二女)에 수 칠십이요, 황 부인은 이자 일녀에 수 육십을 넘기고, 강남홍은 오자 삼녀에 수 칠십이요, 벽성선, 일지련은 각각 삼자 이녀에 수를 또한 필십 에를 하니, 연왕의 자녀 합 이십육에 아들 십육 인은 각각 입신양면하여 부귀영화를 누리고 딸 십 인은 왕공 부인이 되어 다자 다복(多子多福)하더라.
요점 정리
저자 : 남영로
갈래 : 한문소설, 염정소설, 영웅소설, 군담소설
성격 : 전기적, 비판적
구조 :
발단 - 문창성이 옥황상제가 배푼 잔치에서 지상을 그리워하는 시를 짓고 다섯 선녀와 함께 인간 세상에 태어남
전개 - 양창곡이 입신 출세와 유배 생활을 하면서 여인들과 인연을 맺음
절정 - 양창곡이 출전을 하여 공을 세우면서 헤어졌던 여인들과 재회함
결말 - 다섯 여인과 부귀 영화를 누리다가 천상계로 돌아옴.
제재 : 영웅적 인물들의 활약상
주제 : 양창속의 영웅적 활동과 부귀영화
특징 : 여성 인물들의 성격이 특징 있게 묘사됨 / 사실적으로 묘사됨.
줄거리 : 천상계에서 옥황상제가 백옥루를 다시 고쳐 짓고 선관들을 초대하여 낙성연을 베풀었다. 이 연회에서 문창성(文昌星)이 취중에 읊은 시 가운데 지상계를 그리워하는 면모가 엿보이자, 옥황상제는 지긋이 웃음을 띠운다.
문창성이 선녀들인 제방옥녀(帝傍玉女) · 천요성(天妖星) · 홍란성(紅鸞星) · 제천선녀(諸天仙女) · 도화성(桃花星)과 마하지(摩訶池)에 핀 연꽃을 꺾어 술을 마시며 희롱한다. 이에 옥황상제의 밑에 있는 신불(神佛)은 자신의 법력으로 이들을 인간계로 내려보낸다. 그리하여 문창성은 양창곡(楊昌曲)으로, 제방옥녀는 윤소저로, 천요성은 황소저로, 홍란성은 강남홍으로, 제천선녀는 벽성선으로, 도화성은 일지련으로 각각 태어나게 한다.
한편, 지상계에서는 중국 남쪽의 옥련봉 밑에서 사는 양현(楊賢)이라는 처사가 마흔이 넘도록 자식을 두지 못하고 있다가, 관음보살의 석상 앞에 가서 기원한 뒤 창곡이라는 기남자(奇男子:재주나 슬기가 뛰어난 사내)를 얻는다.
양창곡이 과거에 응시차 상경하던 길에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에 남성적 기질을 지닌 기녀 강남홍을 만나 인연을 맺었는데, 강남홍(홍랑)은 양창곡에게 항주자사(杭州刺史)의 딸 윤소저를 그의 배필로 추천한다. 윤소저는 말수가 적고 인자하며 순종의 미덕을 지닌 전통적인 사대부집 여인상이다. 홍랑이 창곡을 황성으로 보낸 뒤 항주의 부중으로 들어가서 윤소저의 시녀가 되기를 자원하니, 둘의 우정은 깊어만 간다.
이 무렵, 소주자사(蘇州刺史) 황공이 홍랑의 미모를 탐하여 연회를 베풀고 홍랑을 겁탈하려 하자, 홍랑은 강물에 투신자살한다. 그러나 윤소저가 이 일을 미리 짐작하고 잠수를 잘하는 손삼랑이라는 여인을 잠복시켜 비밀리에 홍랑을 구출한다. 윤소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홍랑은 어선을 타고 표류하다가 남쪽 탈탈국(脫脫國)에 도착하여 절에 가서 몸을 의탁한다.
한편, 창곡은 황성에서 편지를 받아보고 홍랑이 자살한 줄 알고 못내 슬퍼한다. 창곡이 장원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되니, 황각로와 노상서가 각각 자기의 딸과 혼인시키기 위하여 구혼한다. 그러나 창곡이 이를 거절하고 윤상서의 딸 윤소저와 혼인하자 창곡은 황각로의 딸과 혼인하라는 천자의 명령을 어긴 죄로 하옥된다.
그 뒤 창곡은 다시 노상서의 모함으로 강주로 유배된다. 양한림 창곡은 이곳에서 본부 기생으로 음률에 능하며 우아한 여인 벽성선을 만나 가연을 맺는다. 이후 다섯달 만에 유배생활에서 풀려나 예부시랑이라는 벼슬을 제수받고는 천자의 명령에 따라 황각로의 딸과 다시 혼인한다.
이 때 남만(南蠻)이 중국을 침공하여 창곡은 대원수로 출정하고, 홍랑은 적국의 지휘관으로 출전함으로써 서로 대치한다. 그러나 홍랑은 상대편 장수가 명나라의 양창곡임을 알고 명진(明陣)으로 도망하여 창곡과 상봉하고, 명군의 부원수가 된다. 한편, 적국인 축융국(祝融國)의 공주 일지련은 홍원수와 접전하다가 생포되어 명진으로 오게 된다. 명나라 진영에서 양원수를 본 일지련은 연모의 정이 생겨, 만진(蠻陣)으로 돌아가 부왕을 움직여 명나라에 항복하게 한다.일지련은 근면, 검소하고 총명한 여인으로 강남홍과 벽성선의 장점을 나누어 가진, 이들의 중간적 인물이다.
이 때 양부(楊府)에서는 황부인이 선랑(仙娘)을 투기한 나머지 벽성선을 암살할 음모를 꾸미나 곧 실패한다. 선랑은 시골의 한 암자로 가서 숨어 살지만, 다시 모함을 받아 온갖 고초를 겪는다. 양창곡이 개선하고 입성을 하니 천자는 양원수를 연왕(燕王)에 봉하고, 홍원수를 만성후(蠻城侯)에 봉한다. 또한, 천자가 황부인의 죄상을 밝혀 처벌하고 유배시키자 황부인은 곧 개과천선한다. 이렇게 해서, 연왕 양창곡은 두 부인인 윤부인 · 황부인과, 세 첩 강남홍 · 벽성선 · 일지련과 함께 온갖 영화를 누리다가 마침내 천상계로 돌아가 다시 선관이 된다.
내용 연구
[앞부분의 줄거리] 천상에서 벌을 받은 문창성은 꿈을 꾸어 인간 세상에 양창곡으로 다시 태어난다. 천상에 함께 있었던 제방옥녀, 천요성, 홍란성, 제천선녀, 도화성도 인간 세상에서 윤 소저, 황 소저, 강남홍, 벽성선, 일지련으로 다시 태어나 양창곡과 결연을 맺는다. 양창곡은 벼슬하고 공을 세워 연왕에 오른다. 그 뒤 부친 양현, 모친 허 부인, 다섯 아내, 자식들과 영화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이날 밤에 강남홍이 취하여 취봉루에 가 의상[옷]을 풀지 아니 하고 책상에 의지하여 잠이 들었더니 홀연 정신이 황홀하고 몸이 정처 없이 떠돌아 일처에 이르매 한 명산이라. 봉우리가 높고 험준하거늘 강남홍이 가운데 봉우리에 이르니 한 보살이 눈썹이 푸르며 얼굴이 백옥 같은데 비단 가사를 걸치고 석장(錫杖)을 짚고 있다가 웃으며 강남홍을 맞아 왈,
“강남홍은 인간지락(人間之樂)[인간 세상의 즐거움]이 어떠한가?”
강남홍이 망연히[아무 생각이 없이 멍하니] 깨닫지 못하여 왈,
“도사는 누구시며 인간지락은 무엇을 이르시는 것입니까?”
보살이 웃고 석장[승려가 짚고 다니는 지팡이로 위는 탑(塔) 모양인데, 고리를 여러 개 달아 소리가 나게 함]을 공중에 던지니 한 줄기 무지개 되어 하늘에 닿았거늘 보살이 강남홍을 인도하여 무지개를 밟아 공중에 올라가더니[전기적 요소] 앞에 큰 문이 있고 오색 구름이 어리었는지라. 강남홍이 문 왈,
“이는 무슨 문입니까?”
모살 왈,
“남천문이니 그대는 문 위에 올라가 보라.”
강남홍이 보살을 따라 올라 한 곳을 바라보니 일월(日月) 광채 휘황한데 누각 하나가 허공에 솟았거늘 백옥 난간이며 유리 기둥이 영롱하여 눈이 부시고 누각 아래 푸른 난새와 붉은 봉황이 쌍쌍이 배회[목적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님]하며 몇몇 선동(仙童)[선경에 산다는 아이 신선]과 서너 명의 시녀가 신선 차림으로 난간 머리에 섰으며 누각 위를 바라보니 한 선관과 다섯 선녀가 난간에 의지하여 취하여 자는지라.
보살게 문 왈,
“이곳은 어느 곳이며 저 선관, 선녀는 어떠한 사람입니까?”
보살이 미소 지으며 왈,
“이곳은 백옥루요 제일 위에 누운 선관은 문창성(文昌星)이요, 차례로 누운 선녀는 제방옥녀(諸方玉女)와 천요성(天妖星)과 홍란성(紅鸞星)과 제천선녀(諸天仙女)와 도화성(桃花星)이니, 홍란성은 즉 그대의 전신(前身)[이 세상에 나오기 전의 세상의 몸]이니라.”
강남홍이 속으로 놀라 왈,
“저 다섯 선녀는 다 천상에서 입도(入道)[불문에 들어가 수행함. 출가(出家)]한 선관이라. 어찌 저다지 취하여 잠을 잡니까?”
정이 있으면 인연이 생기고
인연이 있으면 정이 생기도다.
정이 다하고 인연이 끊어지면
만 가지 생각이 함께 텅 비는구나.
강남홍이 듣고 정신이 상쾌하여 문득 깨달아 왈,
“나는 본디 천상의 별인데 인연을 맺어 잠깐 하계(下界)에 내려온 것이로다.”
(중략)
강남홍 왈,
“그러하면 저도 또한 천상의 별이라, 이미 여기 왔으니 다시 인간 세상에 돌아갈 마음이 없나이다.”
보살이 웃으며 왈,
“하늘이 정한 인연을 인력[사람의 힘으로]으로 할 바 아니다. 그대 인간 인연을 마치지 못하였으니 빨리 돌아가라. 사십 년 후에 다시 와 옥황상제께 조회하고 천상지락(天上之樂)을 누릴지어다.”
강남홍이 문 왈,
“보살은 뉘십니까?”
보살이 웃으며 왈,
“빈도(貧道)[승려나 도사(道士)가 자기를 낮추어 일컫는 말. 빈승(貧僧)]는 남해 수월암 관세음보살이라. 부처의 명을 받아 그대를 지도하러 왔노라.”
보살이 말을 마치고 석장을 공중에 던지니 오색 무지개 일어나며 홀연 우렛소리 울리거늘 강남홍이 놀라 깨어 보니 몸이 취봉루 책상 앞에 누웠는지라.
강남홍은 꿈속 일이 의아하여 연왕과 윤 부인, 황 부인, 벽성선, 일지련에게 낱낱이 말하니 그들 또한 같은 꿈을 꾸었는지라. 서로 탄식하며 의아해 하더니 허 부인이 듣고 강남홍더러 왈,
“내 고향 있을 적 늦도록 무자(無子)하여 옥련봉 돌부처에게 기도하고 연왕을 낳았으니 그 돌부처가 곧 관세음보살이라. 그 한량없는 공덕을 갚지 못하였더니 이제 너의 꿈에 나타나 불사(佛事)[ 불가에서 행하는 모든 일. 법사(法事). 법업(法業)]를 권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듣자하니 벽성선의 부친 보조국사께서 자개봉 대승사에 계신데 불법(佛法)에 정통하다 하니 청하여 옥련봉 돌부처를 위하여 일개 암자를 짓고 한편으로 대승사에 백일 동안 재(齋)[불공]를 올려 관세음보살의 자비로운 공덕을 갚고자 하노라.”
벽성선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보조국사를 청하여 재 올리기를 시작하고 재물을 후히 보내어 옥련봉에 암자를 창건하였더니, 과연 그 후 사십 년을 부귀를 누리다가 양헌과 허 부인은 수(壽)를 팔십여 세 하고, 연왕은 다시 출장입상하여 또한 수를 팔십을 하고, 윤 부인 삼자 이녀(三子二女)에 수 칠십이요, 황 부인은 이자 일녀에 수 육십을 넘기고, 강남홍은 오자 삼녀에 수 칠십이요, 벽성선, 일지련은 각각 삼자 이녀에 수를 또한 필십 에를 하니, 연왕의 자녀 합 이십육에 아들 십육 인은 각각 입신양명[ (立身揚名) :출세해서 세상에 이름을 들날림.]하여 부귀영화를 누리고 딸 십 인은 왕공 부인이 되어 다자 다복(多子多福)하더라. -남영로, ‘옥루몽’
이해와 감상
19세기에 남영로(南永魯)가 지은 고전소설. 국문 필사본 · 한문 필사본 · 국문 활자본 · 한문현토 활자본이 있다. 국문필사본으로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완질본(5권 5책)과 낙질본(전 18책 중 9책)이 있고, 서울대학교 도서관(14책)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 도서(15책)에 각각 1본이 있다.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본(구 김동욱 소장본)으로는 낙질본 6본이 있는데 그 중 1본은 겉표제가 ‘ 六奇錄(육기록) ’ 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장효현(張孝鉉)이 낙질본 2본(8책, 5책)을 소장하고 있고, 연세대학교 도서관 도서에 낙질본 1본(전 16책 중 14책)이 있다.
국문활자본으로는 신문관(新文館, 1910 · 1926) · 보급서관(普及書館) · 회동서관( 霙 東書館, 1913 ∼ 1916년 사이, 1917 · 1924) · 박문서관(博文書館, 1926) · 영창서관(永昌書館, 1929 이전) · 성문당(盛文堂) · 홍문서관(弘文書館)에서 각각 발행한 것이 있다. 한문현토활자본은 회동서관(1915) · 덕흥서림(德興書林, 1908 · 1919 · 1920 · 1939) · 보급서관 · 금광서림 · 박문서관 · 적문서관(積文書館, 1924) · 영창서관(1936) · 세창서관(1962)에서 각각 발행하였다.
〈 옥련몽 〉 국문필사본은 이화여자대학교 도서관(전 26권 13책 중 2책본, 28권 28책 완질본)과 서강대학교 도서관(20권 20책) · 성암고서박물관(誠菴古書博物館, 26권 9책본, 낙질본 1책) · 국립중앙도서관(12권 12책본, 10권 10책본) ·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구 김동욱 소장, 낙질 14책본, 1책본)에 소장되어 있는 것이 있다. 이외에 개인 소장본으로는 장효현(낙질본 7책) · 성현경(28권 28책) · 이종관(낙질본 5책) · 남영희(미완성본 8책)가 각각 소장하고 있는 것이 전한다.
국문활자본 〈 옥련몽 〉 은 박학서원(1923) · 경성서적조합(1916) · 신구서림(1922)에서 발행한 〈 강남홍전 江南紅傳 〉 과 회동서관(1926) · 신구서림(1922)에서 발행한 〈 벽성선 碧城僊 〉 이 있다. 〈 강남홍전 〉 과 〈 벽성선 〉 은 국문활자본 〈 옥루몽 〉 에서 각각 강남홍, 벽성선과 관련되는 부분만 뽑아 개작한 것이다. 〈 옥련몽 〉 은 옥루몽의 선행본인데 중반부분이 옥루몽과 상당히 다른 것으로 보아 개작 과정에서 다른 작품으로 변모된 것으로 보여진다.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천상계에서 옥황상제가 백옥루를 다시 고쳐 짓고 선관들을 초대하여 낙성연을 베풀었다. 이 연회에서 문창성(文昌星)이 취중에 읊은 시 가운데 지상계를 그리워하는 면모가 엿보이자, 옥황상제는 지긋이 웃음을 띠운다.
문창성이 선녀들인 제방옥녀(帝傍玉女) · 천요성(天妖星) · 홍란성(紅鸞星) · 제천선녀(諸天仙女) · 도화성(桃花星)과 마하지(摩訶池)에 핀 연꽃을 꺾어 술을 마시며 희롱한다. 이에 옥황상제의 밑에 있는 신불(神佛)은 자신의 법력으로 이들을 인간계로 내려보낸다. 그리하여 문창성은 양창곡(楊昌曲)으로, 제방옥녀는 윤소저로, 천요성은 황소저로, 홍란성은 강남홍으로, 제천선녀는 벽성선으로, 도화성은 일지련으로 각각 태어나게 한다.
한편, 지상계에서는 중국 남쪽의 옥련봉 밑에서 사는 양현(楊賢)이라는 처사가 마흔이 넘도록 자식을 두지 못하고 있다가, 관음보살의 석상 앞에 가서 기원한 뒤 창곡이라는 기남자(奇男子:재주나 슬기가 뛰어난 사내)를 얻는다.
양창곡이 과거에 응시차 상경하던 길에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에 남성적 기질을 지닌 기녀 강남홍을 만나 인연을 맺었는데, 강남홍(홍랑)은 양창곡에게 항주자사(杭州刺史)의 딸 윤소저를 그의 배필로 추천한다. 윤소저는 말수가 적고 인자하며 순종의 미덕을 지닌 전통적인 사대부집 여인상이다. 홍랑이 창곡을 황성으로 보낸 뒤 항주의 부중으로 들어가서 윤소저의 시녀가 되기를 자원하니, 둘의 우정은 깊어만 간다.
이 무렵, 소주자사(蘇州刺史) 황공이 홍랑의 미모를 탐하여 연회를 베풀고 홍랑을 겁탈하려 하자, 홍랑은 강물에 투신자살한다. 그러나 윤소저가 이 일을 미리 짐작하고 잠수를 잘하는 손삼랑이라는 여인을 잠복시켜 비밀리에 홍랑을 구출한다. 윤소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홍랑은 어선을 타고 표류하다가 남쪽 탈탈국(脫脫國)에 도착하여 절에 가서 몸을 의탁한다.
한편, 창곡은 황성에서 편지를 받아보고 홍랑이 자살한 줄 알고 못내 슬퍼한다. 창곡이 장원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되니, 황각로와 노상서가 각각 자기의 딸과 혼인시키기 위하여 구혼한다. 그러나 창곡이 이를 거절하고 윤상서의 딸 윤소저와 혼인하자 창곡은 황각로의 딸과 혼인하라는 천자의 명령을 어긴 죄로 하옥된다.
그 뒤 창곡은 다시 노상서의 모함으로 강주로 유배된다. 양한림 창곡은 이곳에서 본부 기생으로 음률에 능하며 우아한 여인 벽성선을 만나 가연을 맺는다. 이후 다섯달 만에 유배생활에서 풀려나 예부시랑이라는 벼슬을 제수받고는 천자의 명령에 따라 황각로의 딸과 다시 혼인한다.
이 때 남만(南蠻)이 중국을 침공하여 창곡은 대원수로 출정하고, 홍랑은 적국의 지휘관으로 출전함으로써 서로 대치한다. 그러나 홍랑은 상대편 장수가 명나라의 양창곡임을 알고 명진(明陣)으로 도망하여 창곡과 상봉하고, 명군의 부원수가 된다. 한편, 적국인 축융국(祝融國)의 공주 일지련은 홍원수와 접전하다가 생포되어 명진으로 오게 된다. 명나라 진영에서 양원수를 본 일지련은 연모의 정이 생겨, 만진(蠻陣)으로 돌아가 부왕을 움직여 명나라에 항복하게 한다.일지련은 근면, 검소하고 총명한 여인으로 강남홍과 벽성선의 장점을 나누어 가진, 이들의 중간적 인물이다.
이 때 양부(楊府)에서는 황부인이 선랑(仙娘)을 투기한 나머지 벽성선을 암살할 음모를 꾸미나 곧 실패한다. 선랑은 시골의 한 암자로 가서 숨어 살지만, 다시 모함을 받아 온갖 고초를 겪는다. 양창곡이 개선하고 입성을 하니 천자는 양원수를 연왕(燕王)에 봉하고, 홍원수를 만성후(蠻城侯)에 봉한다. 또한, 천자가 황부인의 죄상을 밝혀 처벌하고 유배시키자 황부인은 곧 개과천선한다. 이렇게 해서, 연왕 양창곡은 두 부인인 윤부인 · 황부인과, 세 첩 강남홍 · 벽성선 · 일지련과 함께 온갖 영화를 누리다가 마침내 천상계로 돌아가 다시 선관이 된다.
이 작품은 64회의 회장체(回章體)로 된 소설로서, 〈 구운몽 〉 분량의 3배나 되는 대장편이다. 조선 후기에 가장 많은 인기를 모은 소설 가운데 하나로서, 구성이 치밀하고 규모가 방대하며 표현력이 빼어날 뿐 아니라 여성들의 성격이 아주 개성 있게 창조되어 있어서, 고전소설 가운데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영웅적 주인공 양창곡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군담이 곁들여지고 있는 이른바 영웅소설 · 군담소설에 해당한다. 그러나 강남홍에 초점을 맞추어본다면, 여걸소설 혹은 여장군소설에도 속한다.
〈 구운몽 〉 을 환골탈태한 작품으로 볼 수 있는 〈 옥루몽 〉 은 그 구조나 주제 · 사상 등에 있어서는 〈 구운몽 〉 과 사뭇 다르다. 〈 옥루몽 〉 은 유교사상을 골격으로 하고 불교 및 도교사상을 대승적 견지에서 수용하여, 현실과 인생을 긍정적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왕도정치를 펴면서, 과거시험의 부정을 척결하고 간신들의 악행을 막아 선정치민(善政治民)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현실개혁의 의지와 방법을 담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질서가 붕괴되고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되는 19세기 중엽에 저작된 이 작품은 현실적인 공리주의에 입각한 인간의 이상과 염원을 구현하고 있다.
≪ 참고문헌 ≫ 玉樓夢硏究(車溶柱, 螢雪出版社, 1981), 藏書閣古小說解題(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99), 玉蓮夢硏究(成賢慶, 국문학연구 9, 서울대학교, 1968), 夢字小說硏究 · 謫降小說硏究(成賢慶, 韓國小說의 構造와 實相, 嶺南大學校出版部, 1981), 玉樓夢의 文獻學的硏究(張孝鉉, 高麗大學校 碩士學位論文, 1981), 옥루몽의 대중성과 진지성(김종철, 한국학보 61, 일지사, 1990), 옥루몽연구(심치열, 성신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3).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심화 자료
옥루몽의 배경을 중국으로 설정한 이유
우리나라의 조정에 드러난 병폐를 중국의 상황인 것처럼 제시하여 간접적으로 비판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신변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옥루몽에 나타난 환몽 구조
'현실 - 꿈 - 현실'의 구조가 환몽 구조로 이들은 꿈에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주제를 전달하는데 '옥루몽'에서 양창곡의 일생도 문창성이라는 천상 신선의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환몽 구조를 지닌 대표적인 작품으로 '구운몽'이 있으나 구운몽은 불교에서의 깨달음을 통해 현실의 삶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반해, '옥루몽'은 유교 사상을 수용하고 있으며 현세에서의 부귀영화를 긍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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