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갈매 / 본문 일부 및 해설 / 이철향
by 송화은율옥갈매 / 이철향
(전략)
S# 50. 다른 바닷가
달려와 쓰러지는 갈매. 갈매 바다를 향해 그리고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갈 매 : (절규) 옥갈매야, 니는 뭐꼬? 니는 와 내게 그리 매정하노? 니는 와 내겔 오질 않노? 옥갈매야 이 얄궂은 옥갈매야. 으흑.
파도가 세차다. 이때 조용히 다가오는 형만의 모습.
형 만 : (목소리) 울지를 말아요. 일어나요.
갈매 쳐다보니 형만이다.
형 만 : 이제 그 사람 마음이 떠났어요. 오늘 아침 여인숙집 주인 딸하구 주고받는 얘기 들었어요. 갈매가 그 동안 모아 둔 돈을 또 노리고 있더군요.
갈 매 : …….
형 만 : 그 돈을 빼돌려 가지고 두 사람이 서울로 간대요. 태진이라는 사람 다시는 믿지 말아요.
갈 매 : (울부짖으며) 아닙니더. 지가 믿는 태진 씬 절 버릴 사람이 아니라예.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돕고 살 날이 꼭 있을 거라예. 전 그걸 믿어예.
형 만 : 그건 한낱 꿈에 불과해요. 현실은 꿈과 달라요. 갈매의 그 착하디 착한 마음 나는 더 잊을 수가 없군요.
갈 매 : 그래도 진 태진 씨밖엔 몰라예. 어제 받은 수표 지가 돈으로 갚을 거라예. 그러니 다신 절 찾아오지 마이소.
형 만 : (와락 갈매의 어깨를 쥐고 흔들며) 갈매, 태진일 믿으면 큰일나요.
갈매가 형만을 바라본다.
형 만 : 태진일 잊어요. 그리고 이제부터 나를 믿고 새롭게 사는 거야.
갈매 돌연 돌아서서 달려가 버린다.
형 만 : (크게) 갈매, 갈매.
갈 매 : (멀리서 돌아서며) 전 태진 씰 버릴 수 없습니다. 태진 씬 꼭 제게 올기라예. 미안합니다, 손님!
형만의 고뇌스런 표정.
S# 51. 가 게
갈매가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오자 쏭사리 신이 나서 말한다.
쏭사리 : 태진 형이 안에 있습니더. 이젠 영영 떠나지 않겠다 하입니더. 그 여자하고도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 허구.
갈매는 순간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올라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S# 52. 마 당
급히 방으로 뛰어드는 갈매.
S# 53. 방
갈매 뛰어들어가다가 방 안에 나뒹구는 돈궤를 보고 깜짝 놀란다. 돈궤를 들어 보더니 집어던지고 뛰어나가는 갈매.
S# 54. 마 당
뛰어나온 갈매 후문으로 나간다.
S# 55. 길
갈매가 뛰다가 지나가는 노인에게 묻는다. 노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갈매 다시 달린다.
S# 56. 언 덕
서성거리는 태진. 달려오는 갈매를 보고 당황하더니 바다로 도망친다.
갈매 태진을 뒤따라 뛴다.
S# 57. 바닷가
태진이 돌아선다. 갈매 멈춰 서며 씨근거린다.
태 진 : 돌아가, 어서 돌아가그라.
갈 매 : 그것만은 안 됩니더, 어서 주이소. 참말 안 됩니더. 제발 주이소.
(무릎 꿇고 앉아 빈다.)
태 진 : 썩 못 가겠나?
갈 매 : 태진 씨.
태 진 : 가그라.
(태진이 갈매를 발로 걷어차고 도망치려하자, 갈매가 태진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진다. 태진 마구 때린다. 계속 울부짖으며 잡고 늘어지는 갈매. 태진이 난폭하게 돌을 집어들고 내리치려 하는데 이 때 형만이 뛰어든다.)
형 만 : 돌을 내려.
(태진 돌아보더니 형만을 향해 돌을 던진다. 형만 이를 피해 일격을 가한다. 이윽고 격투가 벌어진다.
갈 매 : (계속 울부짖으며) 안 됩니더. 이러믄 안 됩니더.
(두 사람은 바닷물에 뛰어들어 계속 격투, 태진 실신한다. 형만이 걸어와 돈뭉치를 들어 갈매에게 내 준다.)
형 만 : 받으시오. 나는 이제 갈매 곁을 떠나겠소. 하지만 한 마디 하고 떠나겠어요. 저 사람은 절대로 갈매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는 사람이오. 아가씨의 옥갈매는 바로 아가씨 마음 속에 있을 뿐이오.
(형만 힘없이 물러간다. 갈매 한동안 보다가 시선을 돌린다. 태진 비틀거리고 바다에서 나와 쓰러진다. 갈매 다가가니 태진 갈매를 본다. 갈매 돈뭉치를 태진의 손에 쥐어 준다.)
태 진 : ……?
갈 매 : 미안합니더. 가져가이소. 제게 필요한 것은 이 돈이 아니었습니다. 저와 함께 피땀 흘려 한평생 살아갈 태진 씨였습니다. 그 태진 씬 아직도 제 맘 속에서 변함이 없지예. 지는 지 맘에 계신 태진 씨와 다시 열심히 일해 돈을 벌 수 있습니더. 그러니 이 돈을 가져가이소.
(갈매 물러가자, 태진 감동 어린 눈으로 이를 지켜본다.)
S# 58. 가 게
쓸쓸히 걸어오는 갈매. 바람에 펄럭이는 잠바. 갈매가 이를 뜨겁게 보더니 잠바를 꺼내들고 밖으로 나간다.
S# 59. 바다
갈매가 돌을 잠바로 싸서 멀리 던지고 물러간다.
S# 60. 다른 바닷가
갈매 힘없이 걸어와 하늘을 올려다본다. 물새 소리들.
갈 매 : 옥갈매야! 그래도 내는 니가 찾아올 날을 믿는데이. 니를 믿고 살기라!
(갈매 돌아서자 쏭사리가 가방을 들고 섰다.)
갈 매 : …….
쏭사리 : …….
갈 매 : 니도 내 곁을 떠나겠나?
쏭사리 : 내는 갈매를 누님이라 불렀지만 실은…… 실은…… 갈매의 옥갈매가 되고 싶었니라.
갈 매 : …….
쏭사리 : 하지만 갈매의 옥갈매는 따로 있으니 내는 떠나야 안 하나!
갈 매 : …….
쏭사리 : 잘 있그래이!
떠나는 쏭사리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는 갈매.
S# 61. 바닷가
갈매 홀로 외롭게 걷는다.
S# 62. 가게 안
갈매가 들어오다가 기둥 위에 걸려 있는 젖은 잠바를 보고 놀란다. 갈매 가다가 잠바를 만져 보고 의아해한다. 시선을 돌리니 저 멀리 바닷가에서 물지게를 내려놓고 바닷물을 푸는 태진이 보인다. 갈매 소스라치게 놀라서 달려나간다.
S# 63. 바닷가
태진, 물지게를 지고 다가온다. 갈매 그저 바라볼 뿐이다. 태진 갈매를 보더니 말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S# 64. 가 게
태진이 수족관에 물을 퍼 넣는다. 감격하여 이를 한동안 바라보는 갈매.
효 과 : 물새 소리 오묘하게.
갈 매 : 아, 옥갈매……. 옥색 갈매기가 날아온 모양입니더.
태 진 : 맞다. 니가 기다리던 옥갈매가 온 기라!
갈 매 : 퍼뜩 구경갑시더.
갈매가 태진의 손을 잡고 뛰어나간다.
S# 65. 바닷가
온통 희열에 차서 바닷가로 달려가는 갈매와 태진. 점점 떨어져 가는 그들의 모습.
효 과 : 물새 소리 높다.
작자 : 이철향(李哲鄕) 극작가
형식 : 텔레비전 드라마 대본
제재 : 옥갈매
주제 : 바닷가 젊은이들의 지순한 사랑
출전 : <드라마 선집(제2집)>
줄거리 :
갈매는 가게 주인에게 줄 보증금을 가지고 달아난 태진을 기다리면서 쏭사리와 함께 횟집을 경영하고 있다. 태진을 잊으라는 쏭사리의 충고와 형만의 구호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태진을 향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 이 때 태진이 돌아오자 갈매는 매우 기뻐하지만, 그는 갈매의 애원을 뿌리치고 다시 그녀의 돈을 가지고 도망치려고 한다. 형만은 태진이 갖고 있던 돈을 빼앗아 갈매에게 돌려 주면서 그녀 곁을 떠난다. 갈매가 태진에게 그 돈을 주면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태진이라고 말하자 그는 이에 감동을 받아 그녀 곁에 머무르기로 결심한다.
아가씨의 옥갈매는∼있을 뿐이오.: 갈매가 기다리던 궁극적 이상은 그 마음 속에만 있다는 형만의 하소연이다. 갈매 곁을 결국 떠나는 형만의 사랑이 짙게 배어 있다.
니가 기다리던 옥갈매가 온 기라! : 갈매가 기다리던 옥갈매가 나타났다는 태진의 말이다. 결국 그것은 태진 자신이다.
물새 소리 높다 : 해피 엔딩을 암시하는 효과이다.
'옥갈매'는 텔레비전 드라마 단막극의 대본으로 1960년대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하여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옥갈매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 보고자 했다. 옥갈매는 양수리 한강변에 실존하는 여인이었다. 로케이션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밥집 여주인 옥갈매! 그로부터 얼마 후 그 여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단막극이 바로 그 여인 옥갈매의 횟집을 무대로 촬영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옥갈매라는 실존 여인의 삶을 통해, 변함없는 믿음 속에서 자신만의 옥갈매를 기다리는 한 여인의 지순한 삶,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철향(李哲鄕);1939∼)
극작가. 황해도 해주 출생. 연극 연출 작품으로는 '햄릿', '오델로', '제8요일' 등이 있으며,희곡 작품으로는 '푸른 대화'. '이후 인간' 등이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명', '새아씨', '한백년' 등이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제한적 성격
① 시간의 제한 : 정해진 시간이 뚜렷함.
② 장면 수의 제한 : 스튜디오의 넓이나 카메라 수에 의해 제한
③ 배우 수의 제한 : 스튜디오의 공간적 제약에 따라 제한을 받음.
④ 연기의 지속성의 제한 : 연기의 계속성을 요구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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