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by 송화은율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오르페우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는 아폴론(태양·예언·궁술·의료·음악·시의 신으로,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 아폴로.)과 뮤즈인 칼리오페(뮤즈인 칼리오페 :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인 므네모시네 사이에 태어난 복수의 여신들 중의 하나로, 서사시를 맡음)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리라(고대 그리스의 일곱 줄로 된 현악기, 조그만 하프와 비슷함.)를 선사받고, 그것을 타는 법을 배웠는데, 어찌 잘 탔는지 그의 음악에 매료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인간뿐만 아니라 야수도 그의 곡을 듣고 유순해져서, 사나운 성질을 버리고 그의 주위에 모여 들어, 그의 음악에 넋을 잃곤 하였다. 뿐만 아니라 수목이나 암석까지도 그 매력에 감응하였다. 야수는 그의 주위에 모여들고, 암석도 그의 곡조에 의해서 부드러워지며 그 견고함을 약간 늦추었다.
오르페우스가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와 결혼하였을 때, 이를 축하해 주도록 히메나이오스(혼인의 남신)도 초대를 받았었다. 그런데 히메나이오스는 참석은 했으나 아무런 길조도 가져오지 않았다. 그의 횃불까지도 연기만 나서, 그들의 눈에 눈물만 나게 하였다. 이와 같은 전조에 의해서인지 에우리디케는 결혼 후 얼마 가지 않아, 그녀의 동무인 님프(들·언덕·동굴·하천·샘·수목 등에 있는 여자 정령들. 요정)드과 거닐고 있을 대 아리스타이오스라는 양치기의 눈에 띄었다. 그는 그녀의 미에 감동되어 사랑을 얻고자 추근거렸다. 그녀는 도망쳤다. 도망치다가 풀 속에 있는 뱀에게 발을 물려 죽었다. 오르페우스는 그의 슬픔을 노래로, 신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아니이 지상의 공기를 호흡하는 모든 것에 호소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자, 이번에는 죽은 자의 나라로 가서 아내를 찾아 오기로 결심했다. 그는 타이타로스(땅 밑에 있다는 암흑계.지옥) 섬의 측면에 있는 동굴을 거쳐 지하세계인 명부에 도착했다. 그는 유령의 무리를 헤치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Persephone. 생성·번식의 여신)의 옥좌 앞에 나아갔다. 그리고 리라로 반주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노래를 불렀다.
"지하 세계의 신들이여! 당신들이 있는 이 곳으로 우리들 생명 있는 자는 다 오게 마련입니다. 나의 말을 들어 주십시오, 그것은 진실입니다. 제가 이 곳에 온 것은 타르타로스의 비밀을 탐지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뱀과 같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머리가 세 개인 문지기 개(뱀과 같은~문지기 개:하데스의 입구를 지키는 괴견 케르베로스를 말함)와 힘을 겨루려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꽃다운 청춘에 독사에 물려 뜻하지 않은 죽음을 한 제 아내를 찾으러 온 것입니다. 사랑이 저를 이 곳으로 인도한 것입니다. 사랑은 지상에 거주하는 우리들을 지배하는 전능의 신일 뿐 아니라, 옛말이 옳다면 이 곳에서도 역시 그럴 것입니다. 저는 이 공포로 가득 찬 곳, 침묵과 유령의 나라에 맹세하여 당신들에게 간청합니다. 에우리디케의 생명의 줄을 이어 주십시오. 우리들은 당신들이 있는 이 곳으로 오게 마련이나 오직 일찍 오느냐, 늦게 오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따름입니다. 저의 아내도 수명을 다한 후에는 당연히 당신들의 수중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까지는, 원컨대 그녀를 저에게 돌려 주십시오. 만약 거절하신다면 저는 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저도 죽겠습니다. 두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 놓고 승리의 노래를 부르십시오."
그가 이런 애달픈 노래를 부르자, 망령들까지도 눈물을 흘렸다. 탄탈로스(제우스의 아들이자 펠로포스와 니오베의 아버지. 거부였으나 아들 펠로프스의 고기를 여러 신들에게 먹이려고 한 죄로 명부에서 영원한 기갈에 허덕이게 됨.)는 목이 마른데도 잠깐 동안 물을 마시려고 하지도 않았고, 익시온(켄타우로스의 아버지. 불경죄로, 불타는 수레바퀴에 묶인 채 끝없는 회전을 계속한다고 함)의 차륜도 정지하였다. 독수리는 거인의 간을 찢기를 중지하였고, 다나오스의 딸들은 체로 물푸는 일을 중지했다. 그리고 시시포스(Sisyhos. 코린트의 왕. 제우스를 속인 죄로 바위를 산 위로 굴러올리는 일을 한없이 되풀이하는 형벌을 받았다고 함.)도 바위 위에 앉아서 노래를 들었다. 복수의 여신들의 양볼이 눈물에 젖은 것도 그 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페르세포네도 거부할 수 없었고, 하데스도 자신도 양보했다. 에우리디케가 호출되었다. 그녀는 새로 들어온 망령들 사이에서 부상당한 발을 절뚝거리며 나타났다.
오르페우스는 그녀를 데리고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으나, 조건이 하나 붙어 있었다. 그것은 지상에 도착하기까지는, 그가 그녀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약속을 지키고 오르페우스는 앞서고 에우리디케는 뒤따르면서 어둡고 험한 길을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걸어갔다. 마침내 즐거운 지상 세계로 나가는 출구에 거의 도착하였을 때, 오르페우스는 순간 약속을 잊고 에우리디케가 아직도 잘 따라오나 확인하기 위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는 지하 세계로 되끌려갔다. 그들은 서로 포옹하려고 팔을 내밀었으나, 허공을 감았을 뿐이었다. 두 번째로 죽어 가면서도 에우리디케는 남편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자기를 보고 싶어 못 견디어 저지른 일을 어떻게 탓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최후의 이별입니다. 안녕히!"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어찌나 빨리 끌려갔던지, 그 말 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
오르페우스는 그녀의 뒤를 따르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녀를 데리고 오기 위해서 지하 세계에 내려가게 해 줄 것을 탄원하였다.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사공은 그를 떠 밀고 건네 주기를 거절하였다. 그는 7일 동안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으면서 강가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함흑 세계의 신들의 무자비함을 통렬히 비난하면서, 자기 생각을 노래에 담아 바위와 산에다 호소하였다. 그러자 호랑이도 감동하고, 참나무도 감동하여 그 큰 줄기를 흔들었다. 그는 그 후 여자를 멀리하고 그의 슬픈 불행의 추억을 끊임없이 되씹으며 살았다. 트라키아(Thracia. 에게 해 동북안 지방.)의 처녀들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그는 그들의 구혼을 물리쳤다. 처녀들은 될 수 있는 한 참았다.
그러나 그가 어느 날 디오니소스(Dionysos. 포도주와 연극과 다산의 신. 로마 신화의 바쿠스에 해당함.)의 제전에 참석하여 흥분되어 정신을 잃은 것을 한 처녀가 발견하고, "저기 우리를 모욕한 사내가 있다!"고 소리치며 그를 향하여 창을 던졌다.
그러나 창은 그 리라 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에 도달하자, 힘을 잃고 그대로 그의 발 밑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들이 던진 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처녀들은 소리를 질러 리라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한 후에 무기를 던졌다. 그랬더니 결국 온 몸에 피를 적시며 쓰러졌다. 고아분한 처녀들은 그이 사지를 갈기갈기 찢고 그의 머리와 리라를 헤브로스 강에다 던져버렸다. 그러자 그것들은 슬픈 노래를 속삭이는 듯 노래와 연주를 하면서 흘러 내려 갔고, 양쪽 강변에서도 이에 맞추어 슬픈 노래를 불렀다. 뮤즈의 여신들은 갈기갈기 찢어진 그의 몸을 모아 레이베트라에 묻었다. 이 레이베트라에서는 지금도 밤꾀꼬리가 그의 묘에서 그리스의 다른 지방 그 어디에서보다도 아름다운 소리로 운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의 리라는 제우스에 의하여 별자리 사이에 놓였다(그의 리라는~사이에 놓였다: 북천에 있는 성좌인 '거문고 자리'가 된 것을 말함.). 망령이 된 그는 또 다시 타르타로스에 내려가, 거기서 에우리디케를 찾아 내고 열렬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들은 같이 행복해 취해 들판을 거닐었다. 때로는 그가 앞서기도 하고, 때로는 그녀가 앞서기도 하면서, 오르페우스는 이제는 부주의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고 하여 벌을 받을 염려도 없이 마음껏 그녀를 바라보았다.(출처 : 박갑수 외 2인 지학문학교과서, 그리스·로마 신화, 최혁순 옮김)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휘메나이오스는 가인 오르페우스의 기도를 듣고도, 그 선황색 옷자락을 휘날리며 넓고 넓은 하늘을 날아 키코네스 인들이 사는 트라키아 땅 해변으로 왔다. 오르페우스는 이 혼인의 신을 자기 혼례식에 오시라고 했고, 혼인의 신도 그의 기도에 응답하여 그 자리에 나타났으나 오르페우스에게는 그런 보람이 없었다. 이 혼인의 신이 오르페우스의 혼인을 축복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혼례식장에 나타난 휘메나이오스의 표정은 우울하기 그지없었고 다른 혼례식장에서는 빠뜨리지 않고 부르던 그 축가도 불러주지 않았다. 그가 들고 온 횃불도, 있는 힘을 다해 흔드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타지 않아 하객들은 거기에서 나는 연기 때문에 눈물이 흘러야 했다. 그러나 불길한 일은 징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혼례식을 갓 치른 새색시가 요정들과 함께 들판을 거닐다가 뱀의 독니에 발목을 물려 즉사한 것이었다.
트라키아의 시인 오르페우스는 아내 잃은 것을 몹시 슬퍼했다. 이 땅에서 아내 잃은 슬픔을 달래다 못한 오르페우스는, 원래 대담한 사람인지라 타이나로스 문을 통하여 저승으로 내려가 저승 왕의 마음을 움직여보기로 결심했다. 기어이 이 동굴을 통하여 스튁스의 땅으로 내려간 오르페우스는 망령들 사이를 지나 이윽고 프로세르피나와 저승 왕 앞에 섰다. 오르페우스는, 저승 세계를 다스리는 저스 왕과 그 왕비 앞에서 수금을 타면서 이런 사연을 노래했다.
「죽어야 하는 존재로 태어나는 것이면 누구나 오게 되어 있는 이 저승 땅의 신들이시여. 불경한 말을 하는 것과 진실을 말하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둠에 잠긴 타르타로스를 구경하기 위해 여기 온 것도 아니요, 세 개의 머리에 뱀이 감긴 저 메두사의 괴견을 붙잡아가기 위해 여기에 온 것도 아닙니다. 저는 제 아내 때문에 여기에 와 있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뱀에 물려 청춘의 꽃을 마음껏 피워보지도 못하고 죽은 제 아내 때문에 여기에 와 있습니다. 제가 이 슬픔을 참아낼 수 있을 만큼 마음이 강한 인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참으려고 애썼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아모르 신이 부리는 조화가 저에게는 너무나 힘에 벅찼습니다. 이 사랑의 신은 저 윗세장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분입니다만 아마 여기에서도 그럴 것입니다. 제가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만, 이곳을 다스리시는 신께서도 오래 전에 이 사랑의 신이 쏜 화살을 맞으시고, 왕비 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시어 윗세장에서 왕비 님을 모셔왔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아마 두 분께서도 이 사랑의 신을 아실 것입니다. 이 무서운 땅의 권능에 기대어 소원합니다.채 피기도 전에 져버린 에우뤼디케의 운명의 실을 다시 이어주십시오. 저희들 산 것들은, 산 것들의 동아리들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팔자를 타고 태어났습니다. 빨리 오든, 늦게 오든 필경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합니다. 저희들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으며 이곳은 저희들 최후의 안식처입니다. 인간은 이곳에 와서 영원히 이곳의 신이신 저승 왕의 지배를 받아야 합니다. 제 아내도 다른 산 것들과 마찬가지로, 저 윗세장에서의 한살이를 마치면 신께서 다스리시는 땅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소원하는 것은, 신께서 호의를 베푸시어 제 아내를 그 동안만이라도 저에게 돌려주시라는 것입니다. 만일에 신께서 이를 거절하신다면 저도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아내를 돌려주시든지, 아내와 저를 이곳에 잡아두시고 기뻐하시든지 마음대로 하십시오」
오르페우스가 수금을 카며 이런 노랫말로 노래를 부르자 핏기 없는 저승의 망령들까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계속될 동안 탄탈로스는 영원히 물러나는 물을 좇으려고 안달을 부리지 않았고 익시온의 불수레 바퀴는 놀랍게도 멈췄으며, 티튀오스의 간을 파먹던 독수리는 잠시 그 부리질을 쉬었고 다나오스의 딸들은 항아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잠시 쉴 수 있었으며, 시쉬포스도 바위에 앉아 잠시 쉴 수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저 복수의 여신들인 푸리아에 자매들도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저승 왕과 왕비는 이 가인의 소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에우뤼디케를 불렀다. 에우뤼디케는 저승 땅에 갓 내려온 망령들 사이에 섞여 있다가 뱀에 물린 자리 때문에 절룩거리면서 앞으로 나왔다. 트라키아 사람 오르페우스는 에우뤼디케를 껴안았다. 그러나 저승 왕은 오르페우스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즉 에우뤼디케를 데려가되 저승 땅을 다 벗어나 아베르노스를 다 벗어나기 전까지는 에우뤼디케를 돌아다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만일에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본다면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 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는 어둠과 적막에 쌓인 오르막길을 한없이 올라 이윽고 땅 거죽과 가까운 곳에 이르렀다. 아내가 혹시나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염려하던 오르페우스는 근심과 걱정과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뒤를 돌아다보고 말았다. 그 순간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 땅으로 떨어졌다. 오르페우스는 아내의 손을 잡으려고 자기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의 손끝에 닿는 것은 싸늘한 바람뿐이었다. 두 번째로 죽어가면서도 에우뤼디케는 남편에게 불평 한마디하지 않았다. 하기야 그같이 극진한 사랑을 받았는데 불평할 까닭이 어디에 있었겠는가! 에우뤼디케는 남편에게 작별 인사를 했지만 그 소리는 오르페우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에우뤼디케는 온 곳으로 다시 갔다.
아내의 두 번째 죽음은 오르페우스를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는 흡사, 대가리가 셋인 저스의 개 케르베로스가 사슬에 묶여 지상으로 끌려나오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져 돌이 되어버린 겁쟁이, 아니면 미모를 뽐내다가 이다 산에서 돌이 되어버린 레타이아와, 그 죄를 자신의 죄로 갈음하려다 역시 돌이 되어버린 레타이아의 연은 올레노스 같았다. 오르페우스는 다시 한번 저 저승의 강 스튁스를 건너려 했으나 허사였다. 스튁스 강의 뱃사공이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오르페우스는 식음을 전폐하고 이레 동안이나 이 강변에 앉아 있었다. 이 동안 그가 양식으로 삼은 것은 슬픔과 눈물뿐이었다.
오르페우스는 하릴없이 잔인한 에레보스의 신들을 원망하면서 험하디 험한 로도페 산, 북풍이 휘몰아치는 하이모스 산으로 돌아왔다.
태양이, 일년 동안 돌아 피스케스 자리에서 끝내는 여행을 세 차례나 했을 만큼 세월이 흘렀다. 이 동안 오르페우스는 어떤 여자도 가까이하지 않고 은거했다. 두 번이나 아내를 잃은 경험을 한데다 다시는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가 그렇게 여자를 피해 은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외 주위에는 속을 태우는 여자가 많았다. 이들은 저희들을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오르페우스에게 앙심을 품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여자보다는 오히려 나이 어린 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사랑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했다.
말하자면 이들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인생의 봄과 갓핀 인생의 꽃을 사랑한 것이었다. 오르페우스는 트라이카 사람들에게 이런 풍습을 맨 처음으로 전한 사람으로 알려지고 있다.(출처 :변신이야기, 오비디우스 저 이윤기 옮김 민음사 간 )
요점 정리
작자 : 벌핀치
갈래 : 신화
특징 : 신들의 인간화 양상을 보여주고, 우리 나라의 장자못 설화 등에 나타나는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모티브가 등장함.
제재 : 사랑
성격 : 열정적, 순애적, 헌신적, 모험적, 신화적
주제 : 죽음 초월하는 열정적이고 숭고한 사랑의 영원성
줄거리 : 아폴론에게서 하프를 배워 그 명수가 되어 그가 연주하면 목석(木石)도 춤을 추고, 맹수도 얌전해졌다고 한다. 또 아르고 호의 원정에 참가하여 하프를 타서 폭풍을 잠재우고, 마녀 세이렌들의 요사스런 노래를 음악으로 물리침으로써 배의 안전을 유지하였다. 그는 님프의 한 사람인 에우리디케를 아내로 맞아 극진히 사랑했으나 그녀는 한 청년에게 쫓겨 도망을 치던 중 독사에게 발목을 물려 죽는다.
이를 슬퍼한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찾아 명계(冥界)에 내려가 그의 연주에 감동한 명계의 왕하데스의 허락을 받아 아내를 데리고 돌아오는데, 지상에 돌아갈 때까지는 아내에게 뒤돌아 보지 말라는 약속을 어긴 탓으로 에우리디케는 다시 명계로 사라진다. 오르페우스는 아내의 죽음을 몹시 슬퍼하여 다른 여자들을 돌보지 않은 탓으로 트라키아 여인들의 원한을 사서 죽임을 당하고 시체는 산산조각이 되어 하프와 함께 강물에 던져졌다. 하프는 하늘로 올라가 성좌(星座)가 되었고, 그는 에라시온이라 불리는 극락에서 하프를 타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고 한다.
내용 연구
휘메나이오스[혼인의 신]는 가인(歌人) 오르페우스의 기도를 듣고도, 그 선황색[(鮮黃色) : 선황색은 환희를 상징하는 색깔이다. 그래서 혼인의 신 휘메나이오스는 물론이고술의 신 박쿠스, 정욕의 화신인 베누스, 사랑의 신 쿠피도도 이 색깔의 옷을 입는다.] 옷자락을 휘날리며 넓고 넓은 하늘을 날아 키코네스 인들이 사는 트라키아 땅 해변으로 왔다. 오르페우스[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 예술의 여신인 무사이 중 하나인 칼리오페를 어머니로, 오이아그로스를 아버지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지나 이 이야기에서는 본인의 입으로 자신이 아폴로 신의 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금(竪琴)을 잘 탔는데, 이 수금은 아폴로로부터 받았다는 설도 있고 스스로 발명했다는 설도 있다.]는 이 혼인의 신을 자기 혼례식에 오시라고 했고, 혼인의 신도 그의 기도에 응답하여 그 자리에 나타났으나 오르페우스에게는 그런 보람이 없었다[오르페우스는 독사에게 물려 죽은 아내를 스스로 구원하지 못한다. 또 이 대목에서처럼 자신의 실수로 아내를 두 번 죽게 하고서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르페우스는 신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신의 인간화 과정, 즉 신화의 인물이 인간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 혼인의 신이 오르페우스의 혼인을 축복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혼례식장에 나타난 휘메나이오스의 표정은 우울하기 그지없었고 다른 혼례식장에서는 빠뜨리지 않고 부르던 그 축가도 불러 주지 않았다. 그가 들고 온 횃불도, 있는 힘을 다해 흔드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타지 않아 하객들은 거기에서 나는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불길한 일은 징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혼례식을 갓 치른 새색시가 요정들과 함께 들판을 거닐다가 뱀[죽음과 파괴를 상징]의 독니에 발목을 물려 즉사한 것이었다. - 오르페우스의 신부 에우뤼디케의 죽음
트라키아의 시인 오르페우스는 아내 잃은 것을 몹시 슬퍼했다. 이 땅에서 아내 잃은 슬픔을 달래다 못한 오르페우스는, 원래 대담한 사람인지라 타이나로스 문(門)[저승 세계로 통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전설적인 동굴.]을 통하여 저승으로 내려가 저승 왕의 마음을 움직여 보기로 결심했다. 기어이 이 동굴을 통하여 스튁스[원래는 저승으로 흐르는 ‘증오의 강’이라는 뜻이나 여기에서는 ‘저승’을 뜻한다.]의 땅으로 내려간 오르페우스는 망령들 사이를 지나 이윽고 프로세르피나와[그리스 식 이름은 페르세포네, 저승 왕비.] 저승 왕 앞에 섰다. 오르페우스는, 저승 세계를 다스리는 저승 왕[플루토, 그리스 식 이름은 하데스.]과 그 왕비 앞에서 수금(竪琴)을 타면서 이런 사연을 노래했다. - 에우뤼디케를 찾으러 저승에 간 오르페우스
“죽어야 하는 존재로 태어나는 것이면 누구나 오게 되어 있는 이 저승 땅의 신들이시여. 불경한 말을 하는 것과 진실을 말하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둠에 잠긴 타르타로스[‘무한지옥’, 즉 ‘저승 땅’.]를 구경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도 아니요, 세 개의 머리에 뱀이 감긴 저 메두사의 괴견(怪犬)[케르베로스를 말한다. 이 케르베로스는 튀포에우스와 에키드나의 자식이라고 일컬어지나, 메두사의 혈족이라는 설도 있다.]을 붙잡아 가기 위해 여기에 온 것도 아닙니다. 저는 제 아내 때문에 여기에 와 있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뱀에 물려 청춘의 꽃을 마음껏 피워 보지도 못하고 죽은 제 아내 때문에 여기에 와 있습니다. 제가 이 슬픔을 참아 낼 수 있을 만큼 마음이 강한 인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참으려고 애썼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아모르[쿠피도, 그리스 식 이름은 에로스. 사랑의 신. 여기에서는 ‘사랑’.]신이 부리는 조화가 저에게는 너무나 힘에 벅찼습니다. 이 사랑의 신은 저 윗세상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분입니다만 아마 여기에서도 그럴 것입니다. 제가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만, 이 곳을 다스리시는 신께서도 오래 전에 이 사랑의 신이 쏜 화살을 맞으시고, 왕비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시어 윗세상에서 왕비님을 모셔 왔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아마 두 분께서도 이 사랑의 신을 아실 것입니다. [상대의 처지에 대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자신의 사랑이 보편적인 것임을 설득함]이 무서운 땅의 권능에 기대어, 이 끝없는 혼돈, 이 넓은 땅을 감도는 침묵의 권능에 기대어 소원합니다. 채 피기도 전에 져버린 에우뤼디케의 운명의 실을 다시 이어 주십시오. 저희들 산 것들은, 산 것들의 동아리들은 모두 이 곳으로 와야 한다는 팔자를 타고 태어났습니다. 빨리 오든, 늦게 오든 필경은 이 곳으로 와야 합니다.[자기의 소원을 들어 줄 수 있는 상대의 권능을 인정함] 저희들은 모두 이 곳으로 오고 있으며 이 곳은 저희들 최후의 안식처입니다. 인간은 이 곳에서 와서 영원히 이 곳의 신이신 저승왕의 지배를 받아야 합니다. 제 아내도 다른 산 것들과 마찬가지로, 저 윗세상에서의 한살이를 마치면 신께서 다스리시는 땅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소원하는 것은, 신께서 호의를 베푸시어 제 아내를 그 동안만이라도 저에게 돌려 주시라는 것입니다. 만일에 신께서 이를 거절하신다면 저도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아내를 돌려 주시든지, 아내와 저를 이 곳에 잡아 두시고 기뻐하시든지 마음대로 하십시오.”[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죽음도 각오하고 있음을 선언함- 아내을 돌려달라고 호소하는 오르페우스] - 아내를 살려 달라는 오르페우스의 간절한 호소
오르페우스가 수금을 타며[궁극적 목적은 죽은 아내를 살리기 위함] 이런 노랫말로 노래를 부르자 핏기 없는 저승의 망령들까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계속될 동안 탄탈로스는 영원히 물러나는 물을 좇으려고 안달을 부리지 않았고[탄탈로스는~않았고 : 탄탈로스는 하늘의 비밀을 누설한 죄로 이 곳에서 영원히 갈증에 시달리는 벌을 받고 있었다. 물을 마시려 할 때마다 물이 도망쳐 버리기 때문에 영원히 저승에서 갈증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익시온의 불수레 바퀴는 놀랍게도 잠시 멈추었으며[익시온의 ~ 멈추었으며 : 익시온은 천궁의 왕후 유노 여신을 핼금거린 죄로 영원히 도는 불바퀴에 매달려 있었다.], 티튀오스의 간을 파 먹던 독수리는 잠시 그 부리질을 쉬었고[티튀오스의 ~ 쉬었고 : 라토나 여신을 폭행한 죄로 여신의 쌍둥이 남매인 아폴로와 디아나의 화살에 맞아 죽었으나, 저승에 온 뒤로도 독수리에게 영원히 간을 파 먹히는 벌을 받고 있었다.], 다나오스의 딸들은 항아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잠시 쉴 수 있었으며[다나오스의 ~ 있었으며 : 이들은 첫날밤에 신랑을 죽인 죄로, 밑 없는 독에 영원히 물을 길어다 부어야 하는 벌을 받고 있었다.], 시쉬포스도 바위에 앉아 잠시 쉴 수 있었다.[시쉬포스도 ~ 있었다. : 신들을 속인 죄로 시쉬포스는, 굴려 올릴 때마다 다시 굴러 내리는 바위를 산꼭대기로 다시 굴려 올려야 하는 벌을 받고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저 복수의 여신들인 푸리아에[에우메니데스. 그리스 식 이름은 에리뉘에스.] 자매들도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저승 왕과 왕비는 이 가인의 소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사랑의 힘에 대한 낭만적 주제 의식]. 그들은 에우뤼디케를 불렀다. 에우뤼디케는 저승 땅에 갓 내려온 망령들 사이에 섞여 있다가 뱀에 물린 자리 때문에 절룩거리면서 앞으로 나왔다. 트라키아 사람 오르페우스는 에우뤼디케를 껴안았다. 그러나 저승 왕은 오르페우스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즉 에우뤼디케를 데려가되 저승 땅을 다 벗어나 아베르노스[저승의 입구로 믿어지던 화구호(火口湖).]를 다 벗어나기까지는 에우뤼디케를 돌아다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그것은 지상에 - 안 된다는 것이었다 : 오르페우스가 지상에 도착하기까지는 그녀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이 금기를 지키지 못함으로써 에우리디케는 또 다시 죽게 된다. 결국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는 생과 사를 넘나들 수 없다는 엄연한 자연적 질서를 깨뜨리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장치인 셈이다.] 만일에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다본다면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 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 오르페우스가 금기를 어겨 다시 죽는 에우뤼디케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는 어둠과 적막에 싸인 오르막길을 한없이 올라 이윽고 땅 거죽과 가까운 곳에 이르렀다. 아내가 혹시나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염려하던 오르페우스는 근심과 걱정과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뒤를 돌아다보고 말았다. 그 순간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 땅으로 떨어졌다. 오르페우스는 아내의 손을 잡으려고 자기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의 손끝에 닿는 것은 싸늘한 바람뿐이었다. 두 번째로 죽어가면서도 에우뤼디케는 남편에게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하기야 그같이 극진한 사랑을 받았는데 불평할 까닭이 어디에 있었겠는가! 에우뤼디케는 남편에게 작별 인사를 했지만 그 소리는 오르페우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에우뤼디케는 온 곳으로 다시 갔다.[신의 금기를 어김으로써 좌절되는데, 이는 당대인의 신에 대한 경외심을 반영한 것으로 봄]
아내의 두 번째 죽음은 오르페우스를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는 흡사, 대가리가 셋인 저승의 개 케르베로스가 사슬에 묶여 지상으로 끌려나오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져 돌이 되어 버린 겁쟁이, 아니면 미모를 뽐내다가 이다 산에서 돌이 되어 버린 레타이아와, 그 죄를 자신의 죄로 갈음[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함]하려다 역시 돌이 되어 버린 레타이아의 연인 올레노스 같았다. 오르페우스는 다시 한 번 저 저승의 강 스튁스를 건너려 했으나 허사였다. 스튁스 강의 뱃사공[망령들을 피안(彼岸)으로 건네주는 고집쟁이 노인 카론.]이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오르페우스는 식음을 폐하고 이레 동안이나 이 강변에 앉아 있었다. 이 동안 그가 양식으로 삼은 것은 슬픔과 눈물뿐이었다. - 절망에 빠진 오르페우스
오르페우스는 하릴없이 잔인한 에레보스[‘유암(幽暗)’이라는 뜻. 즉 ‘저승’.]의 신들을 원망하면서 험하디 험한 로도페 산, 북풍이 휘몰아치는 하이모스 산으로 돌아왔다.
태양이, 일년 동안 돌아 피스케스 자리에서 끝내는 여행을 세 차례나 했을 만큼 세월이 흘렀다[태양이, 일년 동안 ~ 세월이 흘렀다. : ‘피스케스’ 자리는 물고기 자리. 태양이 물고기 자리에 이르는 것은 2월이다. 고대 로마 력(曆)으로 한 해는 2월에 끝나고 3월에 시작된다.]. 이 동안 오르페우스는 어떤 여자도 가까이하지 않고 은거했다. 두 번이나 아내를 잃은 경험을 한 데다 다시는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가 그렇게 여자를 피해 은거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의 주위에는 속을 태우는 여자가 많았다. 이들은 저희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오르페우스에게 앙심을 품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여자들보다는 오히려 나이 어린 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사랑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했다. 말하자면 이들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인생의 봄과 갓 핀 인생의 꽃을 사랑한 것이었다. 오르페우스는 트라키아 사람들에게 이런 풍습[남자들의 동성애(同性愛)를 말하는 듯하다.]을 맨 처음으로 전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여자보다 소년과 청년을 사랑하게 된 오르페우스 <변신 이야기>(이윤기 옮김)
이해와 감상
희랍 신화는 애정과 질투가 뒤엉킨 사랑의 이야기가 대단히 많다. 이러한 내용은 신화의 인물이 상당히 인간과 접근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도 이러한 범주에 든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구조는 리라(악기)를 잘 타고, 노래를 신비롭게 부르는 능력으로 고난을 극복하는 영웅적 일생을 밟는다. 질투심으로 충만한 트라키아 처녀들에게 죽임을 당한 그도, 망령(亡靈)이 되어 다시 타르타로스에 내려가, 뱀에 물려 죽은 아내와 재회하여 열렬한 사랑을 마음껏 누렸다는 것은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성취를 미화하는 의식과 신들의 인간화 양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심화 자료
벌핀치
1876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 뉴턴에서 태어나 19세기 미국 문학의 전성기 때 청소년기를 보냈다. 1914년 하버드 졸업. 저서로는 3부작 『전설의 시대』『기사도 시대』『샤를마뉴 전설』이 있으며, 주로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를 다룬 제1권 『전설의 시대』는 영어로 소개된 가장 보편적인 『벌핀치의 신화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통적 문화로서의 신화
신화는 인류와 함께 생겨나 발전을 거듭해 온 창조의 흔적이다. 그러므로 이 신화 속에는 철학, 음악, 종교를 비롯해 문학 등의 자취가 스며들어 있고 엄연한 종합 문화의 형태로 존재한다. 천지 창조와 인간의 탄생, 그리고 사랑과 질투의 교차와 같은 인류 공통의 사유와 정감이 그 속에 서려 있다.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지하에서 데려올 때,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모티프는 세계적인 분포를 보이고, 우리의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와도 맥이 이어진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모티프의 예 - 장자못 설화
지명성화의 한 유형. 인색한 부자가 중에게 쇠똥을 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몰래 시주한 장자의 며느리가 중이 제시한 금기를 어겨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함께 있다. 이 설화는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며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지명전설의 하나이다. 현재 장자못이 있다고 확인된 곳만 하여도 백여 군 데가 된다. 풍부한 구전설화에 비하여 문헌자료는 거의 없는 편으로 '조선읍지'에 구전자료를 기록한 두 편이 있을 뿐이다.
옛날에 아주 인색하고 포악한 부자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중이 와서 동냥을 달라고 하자, 장자는 외양간을 치고 있다가 쌀 대신 쇠똥을 바랑에 넣어 주었는데 중은 그냥 받아갔다. 이 광경을 보고 있었던 장자의 며느리가 몰래 쌀을 퍼다가 바랑에 담아 주었다. 그러자 중이 " 당신이 살려면 지금 나를 따라오되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주었다. 며느리는 집을 떠나(혹은 기르던 개를 데리고, 아기를 업고, 베틀을 이고) 산을 오르는데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참고 돌아보지 않았으나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들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돌아보았다. 며느리는 자기가 살던 집이 못이 되었으므로 놀라 그 자리에서 돌이 되었다. 지금도 그 부자의 집터가 변한 못과 바위가 남아 있다.
이 설화에서 중은 도승, 혹은 거지로 변이 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며느리는 딸·아내·하녀로 변이 되기도 한다. 결구에서 며느리 바위는 미륵바위·벼락 바위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장자의 집이 못이 될 때에 장자는 구렁이로 변해서 그 못에서 살고 있다는 변이형도 있다. 이 설화는 크게 부자가 중을 학대한 벌로 집이 함몰하였다는 장자못 부분과 며느리가 금기를 어겨 돌이 되었다는 화석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증거물에 따라 때때로 어느 한 부분만이 따로 이야기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대체로 어느 한 부분만이 따로 이야기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대체로 앞의 장자못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타난다. 이 설화의 앞부분인 인색한 부자의 악행과 그에 대한 징벌로서의 패망은 몇 가지 유사한 설화유형으로 변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인색한 부자가 지나가는 중을 학대하였더니, 그 중이 부자에게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속이는 현재 발복(發福)의 근원인 명당의 혈(穴)을 자르게 하였다. 탐욕스러운 부자는 욕심이 나서 그대로 하였다가 망해버렸다는 이야기는 징벌의 수단으로 풍수지리설을 이용한다. 유사한 설화로는 자기 집 종을 학대하자 종의 자식이 집을 나가 풍수지리를 공부하고 돌아와서 주인집의 명당혈을 자르게 하여 망하게 하였다는 유형도 있다. 이러한 변이형은 악행을 저지른 부자의 탐욕을 역이용하여 스스로 패망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악행에 대한 응징이라는 주제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하여 장자못 설화는 단순한 악행응징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등장하고 있는 세 명의 인물들은 각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중은 초자연적인 질서를 대변하는 존재이고, 장자는 세속적인 본능적 욕망의 표상이며, 며느리는 초월적 질서와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장자못 설화가 권선징악적 교훈 이상의 인간의 존재 양상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담은 설화임을 말해준다. 이 설화는 구약성서의 '소돔과 고모라'와도 비교된다. 두 이야기는 문화적·종교적 배경의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유사하여 설화의 세계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 설화는 광범위하게 전승되므로 향유층의 의식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뿐 아니라, 폭넓은 분포와 전승과정에서 파생된 변이는 설화변이의 연구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고대 소설의 '옹고집전'이 형성되게 한 근원설화이며, 현대 소설 '인간문제'와 '돌'의 소재가 됨으로써 설화의 소설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오르페우스(Orpheus)
고대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인물로 초인적인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었다고 하며, 그가 손수 썼다고 하는 글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오르페우스교 운동의 후원자이다.
뮤즈(아마도 서사시의 후원자 칼리오페)와 트라키아 왕 오이아그로스(다른 설에 따르면 아폴론)의 아들이라고 한다. 어떤 전설에 따르면 아폴론은 오르페우스에게 그의 첫번째 리라를 주었으며, 그의 노래와 연주가 너무 아름다워서 동물들뿐 아니라 나무와 바위들까지도 춤을 추었다고 한다. 오르페우스는 또한 아르고호(號)의 원정에 참가해 자신의 리라 연주로 마녀 세이렌들의 노래를 물리쳐 배의 안전을 도왔다고 한다. 돌아와서는 에우리디케와 결혼하지만 그녀는 곧 독사에 물려 죽는다. 슬픔에 겨워하던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에우리디케를 되살리려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그는 노래와 연주로 지옥의 강 스틱스를 지키는 사공 카론과 개 케르베로스를 매혹시켰다. 그의 음악과 슬픔에 감동한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는 오르페우스가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생명과 빛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도록 허락했다. 그러나 하데스는 둘 중 누구도 돌아가는 길에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제시했는데, 생명의 땅을 향해 올라가 다시 태양을 본 오르페우스는 그 기쁨을 에우리디케와 나누기 위해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고 그 순간 그녀는 사라지고 만다.
뒤에 오르페우스는 트라키아의 여인들에게 살해당하는데, 그 죽음의 동기나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가장 최초의 것으로 알려져 있는 아이스킬로스의 설에 따르면, 오르페우스는 디오니소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던 아폴론을 더 존경했기 때문에 디오니소스가 마이나스(Mainas:디오니소스 신도)들을 시켜 주신제에서 갈갈이 찢어죽이게 했다는 것이다. 그의 머리는 레스보스로 떠내려가면서 리라를 타며 노래를 했다고 한다. 이 레스보스에 오르페우스의 신탁소(神託所)가 세워졌다. 오르페우스의 머리가 예언을 하는 오르페우스 신탁이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탁보다 유명해지게 되자 아폴론이 오르페우스 신탁의 중지를 명했다. 뮤즈들은 오르페우스의 찢긴 지체(肢體)들을 한곳에 모아 장례를 치렀고, 오르페우스의 리라는 하늘의 성좌가 되었다.
오르페우스에 관한 이야기는 중세 영국의 로맨스 〈오르페오 경 Sir Orfeo〉에서 행복한 결말을 맺는 이야기로 변형된다. 크리스토프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Orfeo ed Euridice〉, 장 콕토의 희곡 및 영화 〈오르페우스 Orph럆〉, 20세기 브라질 영화 〈흑인 오르페우스 Black Orpheus〉 등에도 오르페우스가 등장한다. 오르페우스의 가르침과 노래에 기반을 둔 헬레니즘의 신비종교가 고대 그리스에서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러한 종교에 대한 일관된 설명이 될 만한 역사적 자료는 없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BC 5세기경 오르페우스가 수립했다고 전해지는 교리와 전설에 기초해 오르페우스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제들이 있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오르페우스 종교의식에는 그당시 환생한 것으로 여겨졌던 디오니소스 신을 나타내는 한 인물의 팔다리를 형식적으로든 실제적으로든 절단하는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오르페우스교의 종말론은 육신의 죽음 뒤에 오는 보상과 벌에 대해 많이 강조하며, 이 보상과 벌을 받은 후 영혼은 해방되어 진정한 삶을 성취하게 된다고 한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에우리디케(Eurydice)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의 아내로 에우리디케를 저승인 하데스에서 되찾아오려는 남편의 노력은 가장 인기 있는 그리스 전설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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