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독거기 / 나혜석
by 송화은율여인독거기 / 나혜석
나를 글도록 위해주는 고마운 친구의 집 근처,
돈 이원을 주고 토방을 엇엇다 빈대가 물고 베룩이 뜻고 모긔가 갈킨다
어둑컴컴한 이 방이 나는 실혓다
그러나 시언하고 조용한 이 방이야말로 나의 천당이 될 줄이야
×
사람 업고 변함 업는 산중 생활이야말로 싫증 나기 쉽다
그러나 나는 임의 삼 년째 이런 생활에 단련을 밧아 왓다
그리하야 내 긔분을 순환 식히기에는 넉넉한 수양이 잇다
나무 밋헤 자리를 깔고 두러누어 책 보기, 울가에 평상을 노코 거긔 발을
당 그고 안저 공상하기,
때로는 물이 뛰여들어 후염치기 바위 우에 누어 낫잠자기 풀 속으로.
다니며 노래도 부르고 가경을 따라가 스켓취도 하고 주인 딸 洞里處女를
따라 버섯도 따라 가고 主人마누라 따러 콩도 꺽그러가고 童子압세고
참외도 사러 가고 어칠넝어칠넝 편지도 부치러 가고 놉흔 벼개 베고 小說
도 읽고 전문 雜誌도 보고 뜻뜻한 방에 배를 깔고 업듸려 원고도 쓰고 촛불
아래 편지도 쓰고 때로는 답배 피여 물고 희망도 그러 보고, 달 밝거나
캄캄한 밤이거나 잠 아니 올 때 과거도 回想하고 現在도 생각하고 미래도
계획한다
고적 이 슬프다고
아니다 고적은 자미 잇는 것이다
말벗이 아쉽다고
아니다 自然과 말할 수 잇다
이러케 나는 平穩無事하고 柔和한 性格으로 變할 수 잇섯다
그러기에 村사람들은 내가 사람 조타고 저녁 먹은 후는 어린 것을 업고
웅긔 중긔 내 방 문압헤 모혀들고 主人 마누라는 옥수수며 감자며
수수이삭이며 머루며 버섯을 주어서 굼의굼의 끼여 먹이려고 애를 쓰고
일하다가 한참식 내 방에 와 드러누어 수수꺽기를 하고 허허 웃고 나간다
여긔 말하야 둘 것은 삼 년 째 이런 生活을 해본 경험상 녀자 홀로 남의 집
에 드러 상당이 존경을 밧고 한 달이나 두 달이나 지내기가 용이한 일이
아니 다 더구나 임자 업는 독신녀자라고 소문도 듯고 개암이 하나도 드러다
보난 사람 업는, 점도 늙도 안은 독신녀자의 寄身이랴
爲先 信잇는 것은 男子의 訪問이 업시 늘 혼자 잇는 거시오 둘재로는 낫잠
한번 아니자고 늘 쓰거나 그리거나 읽는 일을 함이오 셋개로 딸의 머리도
빗겨 주고 아들의 코도 씩겨 주고 마루 걸네질도 치고 마당도 쓸고 때로난
돈푼 주어 엿도 사먹게 하고 쌀도 팔어 오라 하야 떡도 해먹고 다림질도
붓잡어주고 쌀내도 갓치 하야 어대까지 평등 態度요 교가 업는 까닭이다
그럼으로 그들은 땟대로
「가시면 섭섭해 엇더케 하나」
하는 말은 아모 꿈임 업는 진정의 말이다 재작년에 외금강 만산정에서 떠
날 째도 主人마누라가 눈물을 흘니며 내년에 또 오시고 가시거든
편지하서요 하엿스며 작년에 총석정 漁村에서 떠날 째도 主人 딸이 울고
쫏차 나오며
『아지미 가는대 나도 가겟다」
고 하엿고 금년 여기서도
『겨올 방희허」 쪼 오서요」
간절히 말한다
오면 누가 반가워하며 가면 뉘가 섭섭해 하리하고 한숨을 짓다가도 여름마
다 당하는 진정한 애정을 맛볼 때마다 그것이 내 생에 무슨 相關이 잇스랴
하면서도 空然히 깁부고 滿足을 늣긴다.
(三千里,1934. 7)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