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감(雜感) / 나혜석
by 송화은율雜感[잡감] / 나혜석
△ 昨年歲末(작년세말) 學友會[학우회] 忘年會[망년회]에 會席[회석]이 滿
員[만원]인 中[중] 感歎(감탄)되 말에 크게 拍手(박수)도 며 否認[부
인] 點[점]에 악을 써서 큰 소로 「아니라」고도 狀況[상황]
을 우리 女學生[여학생]들은 한구석에서 구경엿소. 그에 언니가 나를
르며 이마를 찌푸리고 「아이구 무슨 싸흠터 소구려. 學識[학식]이
잇고 知覺[지각]낫다 者[자]의 態度[태도]가 이러케 점잔치 못오그」
엿소, 나 우스며 이러케 對答[대답] 듯 오―
오이야말로 산 것 소. 朝鮮[조선]에도 저러케 活氣[활기] 잇 어룬들
이 만히 계신거시 참 깃부지 안소? 學識[학식]이 잇기에 判斷[판단]이 敏捷
(민첩)고 知覺[지각]이 낫기에 々이 發表[발표] 거시오. 朝鮮[조
선]사은 점잔 부리다가 가 다 지난 거슬 生覺[생각]치 못시오? 손님
은 辭讓(사양)고 主人[주인]은 勸[권] 거시오. 自己[자기]내들 會
[회]에 辭讓[사양] 餘暇[여가]가 어듸 잇고 自己[자기]네들 일에 勸告[권
고] 바들 廉恥[염치]가 어듸 잇겟소. 假令[가령] 이거슬 客觀的[객관적]으
로 批難(비난) 거시라 말지라도 批難[비난]이 업스면 反省[반성]이
엇지 기고 打擊(타격)이가, 업스면 革新[혁신]의 氣運[기운]이 엇지
닐겟소. 批難中[비난중]에서 進步[진보]가 되고 打擊中[타격중]에서 改良
[개량]이 기 거시 分明[분명]고. 이로 말암아 個人[개인]이 사
흔 사이 되고 一國[일국]의 文明[문명]이 잇거실 압니다.
그에 언니 「올소」 고 고개를 덕덕 섯지오?
△ 社會[사회]에서 女子[여자]를 不信[불신]고, 男子[남자]가 女子[여
자]를 侮辱(모욕) 거시며, 女子[여자]의 事業[사업]이 어리고, 自覺[자
각]이 업고 成功[성공]이 더듸고 事物[사물]에 어둡고 處理[처리]가 鈍[둔]
고 失敗[실패]가 만흔 거슨 全[전]혀 確固[확고] 信念[신념]이 缺乏(결
핍)고 理知的解決力(이지적해결력)이 貧弱[빈약]엿던 소. 이 缺
點[결점]이 사以下[이하]의 今日[금일] 女子[여자]의 現狀[현상]을 支配
[지배] 것 소.
△ 빙긋 웃 거시 女子[여자]의 美點[미점]이라 오. 실 도라서 거
시 女性[여성]의 貴[귀]염스러온 點[점]이라 말들 데다. 말 아니 고
각업 者[자]를 女子[여자]답다 오. 우리도 남과 히 사다온 女子[여
자]가 되고 남의 일을 나도 판단할줄 알며, 아름다온 거슬 아름답다 즐
알며 더러온 거슬 더럽다할줄 알거든⎯ 각도 좀 본 것 고 말도 다
본 듯 거든⎯ 그야말로 웃고 십흔대로 대로 우서서 여
자의 아릿다온 表情[표정]도 봅시다. 쌀々스럽게 씩 도라서 貴[귀]염도
부립시다. 말 업고 얌젼 女子[여자]가 됩시다. 이러케 우리에게 거온
情外(정외)에 맑은 理性[이성]를 具備(구비)치 안으면 아니될 줄 알아요.
△ 나 놉흔 山[산]을 차자서 雪景(설경)을 려다 보랴고 나셧소. 이재
都會[도회]의 더운 바람 속에서 실미지근게 지나던 生活[생활]이 瞥眼
間(별안간) 이러케 쌀々 바람에 白雪界[백설계]를 맛나니 말 수 업시
마이 서늘지고 精神[정신]이 번나며 空然[공연]히 충々々 멧 번
기지 엿소 山頂[산정]을 向[향]고 푹々 지 길도 모르 데를 아
모리나 밟아 올라갓소. 올나가다가 나 쟉 놀랏서요. 이 추운 아에 누
가 발서 이險(험) 길로 이 두려운 눈을 밟고 올라간 발자국이 잇 거슬
보고 남들이 다 자리 속에서 단에 醉[취]엿슬 에 얼마나 밧부
기에 이 추운 아에 여긔지 왓섯고 얼마나 부주런기에 남들이 다 자
발서 이 대기에 지 녀갓나? 언니! 나 것던 발을 멈추고 섯섯
소. 언니가 던 그 말이 인졔야 알아지오, 일즉 寄宿舍(기숙사) 寢室(침
실)에서 내가 언니,
「우리 朝鮮[조선] 女子[여자]도 인졔 고만 사히 좀 돼봐야만 것
아니오? 女子[여자]다온 女子[여자]가 되어야만 것 아니오? 美國[미국]
女子[여자] 理性[이성]과 哲學(철학)으로 女子[여자]다온 女子[여자]요.
佛國[불국] 女子[여자] 科學[과학]과 藝術(예술)로 女子[여자]다온 女子
[여자]요 獨逸[독일] 女子[여자] 勇氣[용기]와 勞働(노동)으로 女子[여
자]다온 女子[여자]요. 그런데 우리 인졔서야 겨오 女子[여자]다은 女子
[여자]의 第一步(제일보)를 밟다 면 이 너머 늦지안소? 우리의 非運[비
운]은 너머 慘酷[참혹]오그」
그에 언니가 고개를 번적 들고 내 손목을 쥐며,
「아직 밝지도 안은 이 새벽에 누가 발셔 구르마를 고 가구려. 그 박
휘 굴느 소가 마치 우래 소리와 히 내 귀에 들니오. 이 이른 새벽 깁
히든 잠에 몃 사이나 어서 져 박휘 굴느 소를 드럿겟소. 이와 히
萬物[만물]이 잠들어 고요 中[중]에 그 먼길을 向[향]고 일즉히 닐어
나서 튼々이 발감기고 천々이 거러가며 새벽 하의 고은 빗을 노래고
맑은 空氣[공기]에 휘파람불며 微笑(미소)리다. 大門[대문]이 々 기
고 그 안에서 아직도 깁흔 잠에 잠대 소가 들닌 에 그 門[문]
압해서 얼마나 門[문]을 두렷겟고 그 門[문] 압해서 몃 번이나 祈禱(기
도)엿스릿가. 언니와 나도 그러케 노코 실컷 자다가 아 太陽[태
양]이 東窓[동창]을 환히 빗치게 된 後[후] 겨오 눈을 비々고 이러난 것
소」 든 언니의 말이 인졔 겨오 알아지 것 소. 아모러나 우리 압해
발서 覺醒(각성)의 우슴과 努力[노력]의 血淚[혈루]를 리며 부지런히 밟
아가 언니가 잇다 면 그 작히나 조흐릿가 ⎯ 얼마나 깃브겟소. 時間[시
간]이 促迫(촉박)데 엇더캐 나를 기려 달라 겟고 무 心事[심사]로
남 가 거슬 猜忌(시기)겟소. 너 잘 가 거시 내게도 榮光[영광]이오,
나 못 가더라도 너만 無事[무사]히 到着[도착]되어도 죠타. 허나 너머 다
름질 말고 잇다금 뒤 좀 돌아보아주오. 올나가지 못 곳에 손목도 좀
어주어야겟소. 다리가 압하 주저안질 에 가야만 理由[이유]를 說明[설
명] 주어야겟소. 밋 건 먼져 밟으시 언니들이어! 둑々 듸듸어서 려
시 발자최를 내어주시오. 좀체름게 눈이 오더라도 그 발자국의 輪廓
(윤곽)이나 남아 잇도록. 려 잇 白雪[백설] 우흐로도 彎曲凹凸(만곡요
철)이 보이건마는 그 속에 뭇쳐잇 坦々大路(탄탄대로) 보이지안는구려.
多幸[다행]히 누가 먼저 밟아 노흔 발자국을 라 길을 찻게되엇소마는 그
사도 몃 군대 햇듸듼 자국이 잇 거슬 보니 이 두터운 눈을 한번 밟기도
발이 시리거든 그 사은 길을 찻노라고 彷徨(방황)기에 어름도 밟게되고
구렁이에도 지게 되엇스니 아마도 그 사의 발은 々 얼엇슬 것 소.
동々 굴느며 울지나 아니엿지 몹시 同情[동정]이 납데다. 그러나 그 발
자국을 라 半[반] 올라가니 그 사의 간 길과 나 가고 십흔길이 다르
오그. 나도 그 사과히 두텁게 닌 눈을 푹々 듸듸어야만 게 되엇
소. 차듸차듸 눈이 종아리에 가 달 에 선득々々고 몸소름이 々
칩데다. 큰 돌멩에 발리도 채이고 굴근 가시가 발당도 느오. 이러
케 발서 거름을 옴기기가 困[곤]가지고야 언졔 져긔를 올라간단 말이오.
져긔 지에 넓은 湖水[호수]의 스케틩 터를 지나야겟소. 반질반질
져 어름우흐로 이 장신을 신고 밟아가야만구려. 져네들은 져러게 날카
라온 스케트를 신고도 自由[자유]로 어니건마 나 암만도 이 넓적
신을 신고라도 한거름도 것지 못고 나잡바질 것 소. 아모리나 밋그
러져서 머리가 터질 覺悟(각오)로 밟아나 볼 慾心(욕심)이오.
(『學之光[학지광]』, 191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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