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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감(雜感) / 나혜석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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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感[잡감] / 나혜석

 

 昨年歲末(작년세말) 學友會[학우회] 忘年會[망년회] 會席[회석] 滿

[만원] [] 感歎(감탄) 말에 크게 拍手(박수)  否認[

] [] 악을 써서 큰 소 아니라고도  狀況[상황]

을 우리 女學生[여학생]들은 한구석에서 구경엿소. 에 언니가 나를

 르며 이마를 찌푸리고 아이구 무슨 싸흠터 소구려. 學識[학식]

잇고 知覺[지각]낫다 [] 態度[태도]가 이러케 점잔치 못오그

엿소,  우스며 이러케 對答[대답]  

 

이야말로 산 것 . 朝鮮[조선]에도 저러케 活氣[활기]  어룬들

이 만히 계신거시 참 깃부지 안소? 學識[학식]이 잇기에 判斷[판단] 敏捷

(민첩) 知覺[지각]이 낫기에  發表[발표] 거시오. 朝鮮[

]은 점잔 부리다가 가 다 지난 거슬 生覺[생각]치 못시오? 손님

 辭讓(사양) 主人[주인] [] 거시오. 自己[자기]내들 

[] 辭讓[사양] 餘暇[여가]가 어듸 잇고 自己[자기]네들 일에 勸告[

] 바들 廉恥[염치]가 어듸 잇겟소. 假令[가령] 이거슬 客觀的[객관적]

 批難(비난) 거시라 말지라도 批難[비난]이 업스면 反省[반성]

엇지 기고 打擊(타격)이가, 업스면 革新[혁신] 氣運[기운]이 엇지

닐겟소. 批難中[비난중]에서 進步[진보]가 되고 打擊中[타격중]에서 改良

[개량]  거시 分明[분명]. 이로 말암아 個人[개인]이 사

흔 사이 되고 一國[일국] 文明[문명]이 잇거실 압니다.

에 언니 올소 고 고개를  섯지오?

 

 社會[사회]에서 女子[여자] 不信[불신], 男子[남자] 女子[

] 侮辱(모욕) 거시며, 女子[여자] 事業[사업]이 어리고, 自覺[

]이 업고 成功[성공]이 더듸고 事物[사물]에 어둡고 處理[처리] []

 失敗[실패]가 만흔 거슨 [] 確固[확고] 信念[신념] 缺乏(

) 理知的解決力(이지적해결력) 貧弱[빈약]엿던 .  

[결점]이 사以下[이하] 今日[금일] 女子[여자] 現狀[현상] 支配

[지배]  .

 

 빙긋 웃 거시 女子[여자] 美點[미점]이라 .  도라서 

 女性[여성] []염스러온 []이라 말들 데다. 말 아니  

각업 [] 女子[여자]답다 . 우리도 남과 히 사다온 女子[

]가 되고 남의 일을 나도 판단할줄 알며, 아름다온 거슬 아름답다 

알며 더러온 거슬 더럽다할줄 알거든 각도 좀 본 것   말도 다

본 듯 거든 야말로 웃고 십흔대로  대로 우서서 여

자의 아릿다온 表情[표정] 봅시다. 스럽게 씩 도라서 []염도

부립시다. 말 업고 얌젼 女子[여자]가 됩시다. 이러케 우리에게 거온

情外(정외)에 맑은 理性[이성] 具備(구비)치 안으면 아니될 줄 알아요.

  놉흔 []을 차자서 雪景(설경) 려다 보랴고 나셧소. 이재

 都會[도회]의 더운 바람 속에서 실미지근게 지나던 生活[생활] 瞥眼

(별안간) 이러케 쌀 바람에 白雪界[백설계]를 맛나니 말 수 업시

이 서늘지고 精神[정신]이 번나며 空然[공연] 々々 멧 번 

 엿소 山頂[산정] []고 푹  길도 모르 데를 아

모리나 밟아 올라갓소. 올나가다가 나 쟉 놀랏서요. 이 추운 아에 누

가 발서 이() 길로 이 두려운 눈을 밟고 올라간 발자국이 잇 거슬

보고 남들이 다  자리 속에서 단 []엿슬 에 얼마나 밧부

기에 이 추운 아에 여긔지 왓섯고 얼마나 부주런기에 남들이 다 자

 발서 이 대기에  녀갓나? 언니!  것던 발을 멈추고  섯섯

. 언니가 던 그 말이 인졔야 알아지오, 일즉 寄宿舍(기숙사) 寢室(

)에서 내가 언니,

 

우리 朝鮮[조선] 女子[여자]도 인졔 고만 사히 좀 돼봐야만  

아니오? 女子[여자]다온 女子[여자]가 되어야만  것 아니오? 美國[미국]

女子[여자] 理性[이성] 哲學(철학)으로 女子[여자]다온 女子[여자].

佛國[불국] 女子[여자] 科學[과학] 藝術(예술) 女子[여자]다온 女子

[여자] 獨逸[독일] 女子[여자] 勇氣[용기] (노동)으로 女子[

]다온 女子[여자]. 그런데 우리 인졔서야 겨오 女子[여자]다은 女子

[여자] 第一步(제일보)를 밟 면 이 너머 늦지안소? 우리의 非運[

]은 너머 慘酷[참혹]오그

 

에 언니가 고개를 번적 들고 내 손목을  쥐며,

아직 밝지도 안은 이 새벽에 누가 발셔 구르마를 고 가구려. 그 박

휘 굴느 가 마치 우래 소리와 히 내 귀에 들니오. 이 이른 새벽 깁

히든 잠에 몃 사이나 어서 져 박휘 굴느 를 드럿겟소. 이와 

萬物[만물]이 잠들어 고요 []에 그 먼길을 []고 일즉히 닐어

나서 튼이 발감기고 천이 거러가며 새벽 하의 고은 빗을 노래

맑은 空氣[공기]에 휘파람불며 微笑(미소)리다. 大門[대문]  

고 그 안에서 아직도 깁흔 잠에 잠  가 들닌 에 그 []

압해서 얼마나 []을 두렷겟고 그 [] 압해서 몃 번이나 祈禱(

)엿스릿가. 언니와 나도 그러케  노코 실컷 자다가 아 太陽[

] 東窓[동창]을 환히 빗치게 된 [] 겨오 눈을 비고 이러난 것 

 든 언니의 말이 인졔 겨오 알아지  . 아모러나 우리 압해

발서 覺醒(각성)의 우슴과 努力[노력] 血淚[혈루] 리며 부지런히 밟

아가 언니가 잇다 면 그 작히나 조흐릿가  얼마나 깃브겟소. 時間[

] 促迫(촉박)데 엇더캐 나를 기려 달라 겟고 무 心事[심사]

남 가 거슬 猜忌(시기)겟소. 너 잘 가 거시 내게도 榮光[영광]이오,

 못 가더라도 너만 無事[무사] 到着[도착]되어도 죠타. 허나 너머 다

름질 말고 잇다금 뒤 좀 돌아보아주오. 올나가지 못 곳에 손목도 좀 

어주어야겟소. 다리가 압하 주저안질 에 가야만 理由[이유] 說明[

] 주어야겟소. 밋 건 먼져 밟으시 언니들이어!  듸듸어서 

시 발자최를 내어주시오. 좀체름  눈이 오더라도 그 발자국의 輪廓

(윤곽)이나 남아 잇도록. 려 잇 白雪[백설] 우흐로도 彎曲凹凸(만곡요

)이 보이건마는 그 속에 뭇쳐잇 大路(탄탄대로) 보이지안는구려.

多幸[다행]히 누가 먼저 밟아 노흔 발자국을 라 길을 찻게되엇소마는 그

도 몃 군대 햇듸듼 자국이 잇 거슬 보니 이 두터운 눈을 한번 밟기도

발이 시리거든 그 사은 길을 찻노라고 彷徨(방황)기에 어름도 밟게되고

구렁이에도 지게 되엇스니 아마도 그 사의 발은  얼엇슬 것 .

 굴느며 울지나 아니지 몹시 同情[동정]이 납데다. 그러나 그 발

자국을  [] 올라가니 그 사의 간 길과 나 가고 십흔길이 다르

오그. 나도 그 사히 두텁게 닌 눈을 푹 듸듸어야만 게 되엇

. 차듸차듸 눈이 종아리에 가 달  선득々々고 몸소름이 

칩데다. 큰 돌멩에 발리도 채이고 굴근 가시가 발당도 느오. 이러

케 발서 거름을 옴기기가 []가지고야 언졔 져긔를 올라간단 말이오.

져긔 지에 넓은 湖水[호수]의 스케틩 터를 지나야겟소. 반질반질

져 어름우흐로 이 장신을 신고 밟아가야만구려. 져네들은 져러게 날카

라온 스케트를 신고도 自由[자유] 니건마  암만도 이 넓적

 신을 신고라도 한거름도 것지 못고 나잡바질 것 . 아모리나 밋그

러져서 머리가 터질 覺悟(각오)로 밟아나 볼 慾心(욕심)이오.

 

(學之光[학지광], 191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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