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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女僧) - 백 석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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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女僧) - 백  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후략>



작가 : 백 석(白石)(1912- ? ) : 본명 - 백기행(白夔行) 
토속적인 소재를 즐겨 농촌 공동체의 정서 표현. 
1912년 평안북도 정주 출생 
1929년 오산 고보 졸업, 동경 아오야마(靑山) 학원에서 영문학 공부 
1934년 귀국 후 조선일보사 입사 
1935년 시 <정주성(定州城)>을 󰡔조선일보󰡕에 발표하여 등단, 함흥 영생 여고보 교사 
1942년 만주의 안동에서 세관 업무에 종사 
1945년 해방 후 북한에서 문학 활동 
시집:  󰡔사슴󰡕(1936)


작가 : 백석(1912- ) 본명 기행. 평북 정주(定州) 출생. 일본 아오야마학원 영문과 졸업. 영생여고, 조선일보 출판부 근무. 1936년 시집 『사슴』을 출간하여 등단. 
그는 평안도 사투리를 잘 활용하여 소박한 시골 풍경과 구수한 흙 냄새가 나는 원초적 삶의 현장을 독특한 서정으로 표현했다. 그의 시를 읽으면 당시의 평안도 농촌 풍경이 선연히 떠오르며, 그와 같은 풍경을 특유의 언어로 형상화한, 서사적 시의 각별한 성취를 확인할 수 있다. 
시집으로는 생전에 펴낸 『사슴』(저자발행본, 1936) 한 권이 있다.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시간적 순서로 구성하지 않고 소설의 플롯과 같이 역순행적으로 배열하고 있다. 감각적인 어휘의 사용으로 시상을 압축하여 표현한 시구를 찾아 보자. 
시의 내용을 둘로 나누면 제1연은 여승의 현재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제2,3,4연은 여승이 되기까지의 그녀의 삶의 궤적을 더듬어 보고 있다. 
이 시의 여승의 일대기를 재구성하여 상상해 보거나 산무으로써 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성격 : 애상적, 감각적 
▶ 특징 : ① 감각적 어휘의 구사, ② 시상의 압축, 절제 
▶ 구성 : 역순행적 구성 
① 여승의 현재(제1연) 
② 여승의 삶의 궤적(제2~4연) 
▶ 제재 : 한 여자의 일생 
▶ 주제 : 여승의 비극적 삶. (가족 공동체의 상실)

 


<연구 문제> 
1. 이 시를 소설의 서사 구조에 견주어 볼 수도 있다고 한다면, 그 시점(視點)과 구성 방법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모범답>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구성 : 역순행적 구성


2. 지은이는 해금 시인(解禁詩人)이다. 이 시를 통해 시인이 20년대 프로 시의 한계였던 이념 편향성을 극복, 30년대에 보여 준 시의 새로운 면모를 100자 정도로 기술해 보라. 
<모범답> 일제 강점기 속에서 농촌이 몰락하고, 가족 구성원이 상실되는 우리 민족의 삶의 현실을 토속적인 시어로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목적 문학에서 벗어나 리얼리즘 시로서의 발전을 보여 주고 있다.


3. 백석(白石)의 시 작품들이 다른 시인들의 작품에 비해 독특한 스타일로 쓰여져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다면, 어떤 점을 들 수 있는지 4가지로 써 보라. 
<모범답> ① 토착어의 적절한 활용과 토속 풍경을 배경으로 한 원초적 삶의 조명 
② 체험을 바탕으로 한 감각적, 구상적 표현 
③ 전통적 율격과 접목하여 산문시의 가능성을 보여 준 점 
④ 삶의 리얼리티를 통한 민족 공동체적 연대감 형성


4. ㉠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시에 나오는 어떤 시어나 시구를 통해 그러한 의미를 유추해 내고 있는지 120자 정도로 써 보라. 
<모범답> 이미 여승이 된 위치에서, 지난날의 고생과 번민을 회상해 보며, 지친 삶 속에 찌들린 처절한 모습을 ‘파리한 여인’,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돌무덤’ 등으로 표현하여 현재의 늙음을 유추해 내고 있다.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는 한 여자의 일생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한 여인의 일생, 가족 구성원들이 상실되면서 일어나는 삶의 비애를 종교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 가족은 지아비와 지어미 그리고 딸아이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 농삿일을 했을 법한 지아비는 광부가 되어 집을 나가고, 아내는 남편을 찾아 금점판을 돌며 옥수수 행상을 하고, 그 고생에 못 이기어 딸은 죽어 돌무덤에 묻히고, 자신은 산 속 절간에서 삭발을 하여 여승이 되었다.


절제된 시어와 직유의 표현 기법으로 일제 강점기의 민족 현실을 전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섶벌’처럼 일터를 찾아 나간 지아비, ‘가을밤같이 차게’ 울면서 자식을 때리는 어미, ‘도라지 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간 어린 딸, 온 가족을 잃고 여승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 산꿩의 울음이 곧 여인의 울음이요, 여인의 머리오리가 곧 눈물인 것이다. 이 여인의 삶의 역정을 생각하면서 화자는 불경처럼 서러워한다. 이 시는 사회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리얼리즘 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감상의 길잡이 2 > 
백석이 가지고 있던 공동체적인 공간에 대한 시적 관심은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가족적인 유대나 유년기의 체험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민중들의 생활 세계를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함으로써 민중들의 삶을 위협하는 현실의 모순을 파헤치는 커다란 힘으로 고양되기도 한다. 이 <여승>과 <팔원>은 바로 그러한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백석의 대표적인 리얼리즘 시로 거론되고 있다. 


이 시는 한 여승의 비극적 삶을 통해 일제의 식민지 수탈로 인해 파괴된 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를 찾아 ‘금점판’을 떠돌다가 급기야는 어린 딸마저 잃고 여승이 되어 버린 한 여인의 기구한 인생을 4연 12행의 짧은 구성으로 밀도 있게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가족 공동체마저 철저히 파괴해 버린 식민지 현실과 민중들의 고난은 백석의 시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유년의 체험과 공동체적 향수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 가족 사이의 유대와 사람과 사물 사이의 친화 관계가 완전히 해체된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해체는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의 경과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힘, 즉 일제의 식민지 지배라는 파행적 역사 과정의 소산이다. 그러므로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나 그를 찾아 떠돌다 끝내 자식마저 잃어버리고 여승이 된 여인이나 모두 그러한 역사 과정에서 희생당한 민중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역행적 구성 방법으로 시상을 전개시키고 있는데, 1연은 여승의 현재 모습이며, 2~4연은 그녀가 여승이 되기까지의 삶의 궤적을 더듬고 있는 부분이다. 거의 모든 시행을 하나의 문장으로 배치함으로써 빠른 속도감을 느끼게 하고 있으며, 짧은 작품 구조로써 그녀의 생애를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표현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비록 불교에 귀의한 여인이지만, 화자인 ‘나’의 눈에 비추어진 여승의 모습은 여전히 현실적 고뇌를 극복하지 못한 서글픈 모습으로, 마지막 두 시행에서 보여 주고 있는 ‘섧게 우는 산꿩’이나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여인의 머리오리’가 바로 그녀의 내면 세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감상의 길잡이 3 > 
이 시는 한 여인의 기구한 삶과, 그에 대한 시인의 정회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여승은 일제 강점기의 어려운 삶을 살았던 여인의 한 사람이다. 지아비와 딸아이와 함께 농사나 지으면서 살았을 여인이, 집을 떠나 옥수수 행상으로 깊은 금점판을 떠돌며 남편을 찾아 헤매다, 딸이 죽어 돌무덤에 묻히자 삭발을 하고 가지취와 불경을 만지면서 여생을 보내는 여승이 된 것이다. 곧, 이 여승은 농촌의 몰락으로 가난하고 한스런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일제 강점기의 우리 민족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여승의 모습에서 불경처럼 서러워지는 시적 자아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시의 시상은 시간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고, 소설의 플롯처럼 재구성되어 전개된다. 곧, 1연에서는 산사에서 여승을 만나는 장면을, 2연에서는 옛날 평안도 어느 금점판에서 옥수수 행상을 만난 것을, 3연에서는 그 여인의 기구한 삶과 여승이 된 과정을 압축적으로 표현해 놓고 있다. 


<맥락 읽기> 
1. 시 속에서 말하는 이는 누구일까?  
☞ 나 

2. 누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 여승(여인) 

3. 여승과 여인의 관계는?  
☞ 동일 인물이다. 

4. 나와 여승(여인)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연은?  
☞ 1, 2연 

5. 1연과 2연은 만남의 시점이 어떻게 다를까? 
☞ 1연: 현재(여인이 여승이 되고 난 후의 만남) 
☞ 2연:과거(여승이 되기전 여인과의 만남. 

6. 여승이 되기 전 여인과 만나게 된 곳은 어디이고,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 평안도 어느 산 금광입구,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사게 되면서 

7. 여승이 되기 전 여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 남편이 집을 나간 지 10년이 흘렀고, 딸아이는 죽어서 돌무덤에 묻혔다. 
  7-1. 남편이 왜 집을 나갔는지 생각해 보자.    
☞ 집이 너무 가난하여 돈벌러 나갔을 것이다. 
☞ 독립운동하러 나갔을 것이다. 
  7-2. 어린 딸은 왜 죽게 되었을까? 
☞ 잘 먹지 못해 병들어 죽었을 것이다. 

8. 그래서 여인은 어떤 길을 택하게 되었나? 
☞ 여승이 되었다, 불교에 귀의했다. 
  8-1. 왜 그랬을까?  
☞ 고통스러운 속세를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 집 나가서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남편, 죽은 딸아이의 명복을 빌고 싶었을 것이다. 

9. 여인이 여승이 되던 날을 어떤 날이라고 했나? 
☞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 

10. 여승이 된 여인을 보며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나?  
☞ 서러움


<평가 문항> 
1) 시간 순서대로 바꿔라.             
2) 나와 '여승'의 관계는? 
3) '지아비'는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4) 왜 여자는 '여승'이 되었는가?


<생각해 볼 거리> 
1. 이 시는 1930년대 지어졌다. 일제 식민 시대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던 민중들의 삶과 이 시 속의 옥수수 파는 여인의 슬픈 생애를 관련지어 생각해 보자.


리얼리즘의 시정신

여승이 된 한 여인의 생애가 드러나 있고, 그에 따라 <여승>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소설에서라면 여인의 이름을 제시하고 그 인물의 성격 창조가 선행되어야 할 것인데 <여승>에서의 주된 관심사는 한 여인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의 압축적 제시에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평면적이 아니라는 데 시를 읽는 맛을 느끼게 한다. (중략) 대충 이와 같은 이야기가 이 작품을 읽을 때 필자의 뇌리에 떠오르는데 그것이 이 시의 화자 회상의 방식으로 제시하는 이야기의 구성과 대비되어 시적 긴장을 유발한다. 아무튼 이 시에는 농촌의 몰락을 중심으로 하는 당대의 민족 현실이 전형적으로 드러나 있는 바 리얼리즘의 성취면에서 괄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여승>을 인용한 까닭은 시와 리얼리즘을 결부시키는 논의가 공론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이 시가 진한 감명을 주는 주된 이유는 삶의 근거를 빼앗긴 식민지 농민의 실상이 불과 열두 행의 짧은 시에 집약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필자의 판단이 오류가 아니라면 시에서의 현실성 추구를 비시적인 것이라고 매도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필자의 이런 논지에 대해 이기영의 소설 <고향>을 거론하며 리얼리즘의 성취면에서 비교가 되느냐고 반문하고 싶은 논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장편 한 편과 시 한편을 대비하는 것은 <고향>의 본문 중 열두 행을 떼어내서 바로 <여승>과 비교하는 것만큼 잘못된 것이다. 장르론적 편견을 가진 논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여승>에서 성취한 리얼리즘은 그 나름대로 존중하는 것이 균형감각을 갖춘 시각일 듯하다.


1) 이 작픔에 대한 학생들의 감상이다. 작품 자체의 내재적 의미에만 주목한 것은? ❹

① 이 시는 시인 자신의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닐까 싶어. 내가 조사한 바로는 이 시를 쓴 시인의 생애가 매우 불우했거든.

② 나는 작가의 시적 리얼리즘에 감탄했어. 농촌이 몰락하고 그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공중 분해되는 시대 현실의 아픔을 잘 포착하고 있잖아.

③ 이 시를 읽으며 민족적 한의 정서를 느낄 수 있어. 한 때는 단란하게 살았을 가족이 흩어 지고, 죽고 ······. 이런 슬픈 사연들이 바로 우리 민족의 삶이라고 볼 수 있거든.

❹ 나는 이 시의 인과적 구성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어. 여인의 기구한 삶의 과정을 통해 현재 의 ‘옛날같이 늙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잖아.

⑤ 이 시에는 지난 날 어려웠던 우리 민족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고 봐, ‘섶벌’같이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그런 남편을 찾아 헤매야만 했던 아내의 모습이 이 시가 쓰여진 시대에는 비 일비재했을 테니까.

- ① : 작가와의 관련성, ②, ③, ⑤ : 시대현실과의 관련성

 

2) 이 시에 담긴 화자의 태도로 가장 알맞은 것은 ? ❹

① 냉소적 ② 부정적 ③ 절망적 ❹ 동정적 ⑤ 주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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