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제비 - 박세영
by 송화은율산제비 - 박세영
<감상의 길잡이>
박세영은 초기에는 주로 서술시를 발표하여, 사회적인 이념이나 사상을 표출하고 민중의 아픔을 드러내는 데 주안점을 두었는데, 이러한 특징의 시들이 한 데 모인 성과물이 바로 시집 산제비이다. 이 시집에서 박세영은 당대의 궁핍화한 농촌 현실에 대한 탄식과 식민지 시대의 박탈감을 짙게 드러내고 있는데, 이렇듯 그의 시는 당대의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도 날카로운 응전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대표작 <산제비>는 식민지 상황 속에서의 지성인이 추구하는 자유 의지를 ‘산제비’를 통하여 표출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 의지가 단순히 억눌린 상황하에서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리하여 가난한 농민을 위하여 / 구름을 모아는 못 올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대의 농촌 현실에 대한 애정과 식민 통치에 대한 은근한 비판까지도 드러내고 있어서, 지식인의 민중 연대 의식 또는 공동체 의식까지를 넉넉히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 ‘산제비’는 ‘자유의 화신’이자 ‘천리조’이지만, 그저 ‘녹두만한 눈알로 천하를 내려다보는’ 장한 새일 뿐 아니라, 시인이 감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서 시인 자신의 안일하고 나태한 허위 의식을 꿰뚫어 보는 역사 의식의 소유자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4연에서 보듯 ‘하루 아침 하루 낮을 허덕이고 올라와 / 천하를 내려다보고 느끼는 나를 웃어 다오 / 나는 차라리 너희들같이 나래라도 펴 보고 싶구나’라는 탄식에서 잘 드러나 있다. 이렇듯 이 시는 식민지 현실하에서 현실을 극복하여 보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를 ‘산제비’에 의탁하여 표현하는 데에 성공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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