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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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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는 제목에서부터 이국 정취를 풍기고 있어서 백석의 시로서는 다소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기행 체험의 시에 해당하지는 않더라도 그간 지나칠 정도로 강한 집착을 보여 왔던 우리의 토속적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도피적인 유랑 의식과 모더니즘 시풍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후기시에 속한다. 


우선 화자인 ‘나’의 처지가 가난하고 쓸쓸한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런 화자는 ‘나타샤’를 사랑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화자는 현실을 떠나 깊은 산골로 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한 현실 도피를 일러 화자는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행위가 현실에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운 현실을 능동적으로 버리는 행위임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화자의 인식에서부터 시대적 아픔과 고민을 애써 외면하려 하는 시인의 의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비록 치열한 현실 인식이 나타나 있지 않아 아쉬움을 주지만, 인간 모두의 마음 속에 근원적으로 내재해 있는 사랑에의 환상적인 꿈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 서정시의 한 진경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에서 환기되고 있는 사랑에의 환상적인 꿈은 ‘눈’․‘나타샤’․‘흰 당나귀’ 등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미지의 조화를 통해 환기되고 있는데, 그러한 이미지들은 다분히 이국적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색채를 띠고 있다. 그러나 현실과의 거리감과 단절감을 느끼는 화자가 끝내 그 현실에 합일되지 못한 탓으로 이 시는 환상적인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고독하고 우수 어린 정조가 짙게 배어 있는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시는 백석이 남긴 빛나는 사랑의 시이다. 이국의 매력을 풍기는 여인의 이름, 나타샤는 사실은 백석이 사랑했던 우리나라 여인의 애칭이라는 소문이 있다. 아니라면 또 어떠랴.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눈[目]에는 내리는 눈[雪]도 자신의 사랑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행복한 사랑의 착시이다. 그러나 화자는 나타샤를 사랑하지만 지금은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 이 쓸쓸함을 깨기 위해 화자는 유혹을 계획한다. 눈이 내리는 이 밤 함께 흰 당나귀를 타고 깊은 산골로 가 움막을 짓고 살자는 유혹이다. 이제 소주에 취한 화자는 그녀가 자신의 유혹에 흔쾌히 끌려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녀가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혼자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도피행각에 훌륭한 명분을 찾아낸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와 `세상 같은 건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의 두 구절이 그것이다. 과연 그럴듯한 명분이다. 이제 눈오는 멋진 밤, 사랑의 여행은 즐겁게 시작된다. `눈은 푹푹 나리고 /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이것은 현실의 일인가, 취중의 꿈인가.


좋은 시인은 좋은 연애시를 남긴다. 그 경우로 백석은 이 한 편의 시를 남겼다. [해설: 이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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