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여성에 대한 4가지 시각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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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4가지 시각

 

 

여성 문제의 해결을 위한 여성 자신들의 노력은 18세기 말부터 시작되었다. 몇몇 선구자들의 개인적인 노력은 19세기 말경에 이르러 비로소 이론적인 체계를 바탕으로 한 조직적인 운동으로 표출되기 시작하였고, 20세기 후반 196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운동의 시기를 맞게 된다. 이러한 여성 운동의 전개와 발전은 여성 문제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촉진시켜 다양한 이론 체계를 형성하였다.

 

여성이 자신의 삶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등한 사회적 지위와 권한을 갖게 되는 요인은 무엇이고, 억압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떠하며,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시각이 있다.

 

자유주의적 관점

 

역사상 가장 먼저 나타난 여성 운동론은 서구의 근대 시민 사회 형성에 이론적 기반이 되었던 자유주의 사상을 배경으로 형성되었다. 자유주의의 핵심적 원리 두 가지는 개인의 자유라는 개념과 인간의 이성이 인본주의에 입각한 사회 변화의 기초로 강조된 점이다. 따라서 자유주의는 자유 경쟁과 기회 균등을 기본 이념으로 하는 사상이다. 즉 모든 인간에게 성, 종교, 계층 등의 우연적 차이에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 경쟁할 기회를 주어야 하며, 이를 통해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관점은 이와 같은 자유주의의 이념을 여성 문제에 적용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들이 남성 시민과 동등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가지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므로 여성들에게도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여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자유주의적 관점에 따른 여권론은 성차의 근원을 성역할 사회화 과정에 있다고 가정하며, 따라서 사회화의 변화라는 실천적 움직임을 통해서, 그리고 일반대중을 재교육시킴으로써 좀더 자유롭고 성평등이 보장된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고 전제한다. 따라서 봉건적인 가족 제도를 극복하고, 참정권, 교육권, 재산권, 취업(노동)권 등의 시민으로서의 제 권리를 획득하는 것을 운동의 목표로 한다.

 

자유주의적 관점은 봉건적인 예속 상태에 놓여 있던 여성들에게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 및 개인의 자아 성취라는 자유주의 사상에 고무되어 자신들의 예속 상태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처음으로 여성 문제를 이론화하고 운동으로 표출시켰다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또 여성들의 단결된 힘을 통해 실제로 여성의 권리를 남성과 동등하게 법적으로 보장받게 함으로써 여성의 지위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은 노동의 권리를 제한 받으며, 취업을 하더라도 남성 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는다. 게다가 가사 노동은 거의 전적으로 개별 가정의 책임으로 맡겨져 있어 여성은 이중의 부담만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유주의적 관점의 여성 운동은 여성 문제 를 개별 권리나 제도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이러한 문제들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경향이 있다.

 

마르크스적 관점

 

마르크스주의 여성 운동론은 19세기 중반기의 극단적인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감수해야만 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 그리고 마르크스, 엥겔스의 사상을 그 배경으로 하여 형성되었다.

 

마르크스주의 여성 운동론은 여성 문제를 사유 재산 제도가 유지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문제로 바라본다. 생산력이 낮아서 사람들이 사유 재산을 갖고 있지 않았던 원시 사회에서는 성에 따른 차별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잉여 생산이 이루어지고 사유 재산이 발생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으로 나뉘게 되었다. 여성들이 담당하던 원시적 농업보다는 주로 남성들이 담당하던 목축업에서 잉여 생산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배 계급은 당연히 남성들 가운데서 나왔다. 사유 재산을 갖게 된 남성들은 자신의 재산을 상속시킬 목적으로 가부장적인 일부 일처제를 확립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여성들은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을 적출자를 낳는 일을 중요한 역할로 떠맡게 되고, 남성에게 종속적인 지위로 전락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은 사유 재산과 계급 발생에서 여성 억압이 비롯되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성을 억압하는 근원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여성을 사회적 노동에 참여시킴으로써 여성에게 씌워진 전통적 억압의 굴레를 벗어날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자본가 계급은 여성이 가정에서는 아무런 대가 없이 가사 노동에 종사하게 하고, 사회적 노동에서는 저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여성을 이중 착취한다. 따라서 여성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체제 변혁을 통해 계급과 사유 재산 제도를 폐지하고, 가사 노동을 사회화하고, 여성이 사회적 노동에 전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의 여성 운동은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에 노동 조건의 개선을 위한 여성 노동 운동과 보통 선거권 쟁취 운동으로 나타났으며, 사회주의 혁명 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사유 재산과 계급이 철폐되고 법적, 제도적 평등이 보장되었다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가사 노동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여성에게 지워지는 등 여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급진적 관점

 

급진적 관점의 여성 운동론은 196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된 반전 운동, 인종 차별 반대 운동 등의 사회 운동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체계화되었다. 여성들은 이러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외되는 것은 물론 운동의 결과로 이루어진 각종 개혁에서 여성들의 주장과 요구가 무시당하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여성 문제가 흑인이나 소수 민족 문제보다 더 심각하고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독자적인 여성 운동을 전개하게 된 것이다.

 

급진적인 관점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관계를 규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사회 관계로서, 지배와 피지배라는 적대적인 대립 구조 속에 놓여 있는 관계이다. 모든 사회는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 체제인 가부장제에 의해 구조화된 사회로서 여성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억압을 받아 왔다. 그들에 의하면 가부장제란 "남성이 여성에 비해서 우위적 세력과 경제적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성별에 기반한 권력 체계"이다. 따라서 여성 억압을 가져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남녀간의 생물학적 성차이다. 여성은 출산, 생리, 육아 등을 담당해야 하는 생물학적 특성 때문에 남성에게 의존해야 했으며, 그로 인해 남성들에게 지배받게 되었고, 이러한 여성 억압은 이성애적인 가족 제도를 통해 유지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성애 대신에 동성애를 제안한다든지, 과학 기술을 이용한 시험관 아기 등을 통해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성 차별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로 여성 중심적인 문화의 창조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여성들만의 독자적인 조직, 생활 공동체, 여성끼리의 사업체 운영 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 입장은 여성 문제의 발생 원인을 생물학적 조건으로 설정하여 근본적으로 여성 문제가 사회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비판받는다. , 남성들을 무조건 적대시함으로써 인간 해방 운동으로서의 여성 운동의 본질적 의미를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성 억압이 얼마나 뿌리 깊고 심각한 문제인가를 일깨워 주고, 평등의 문제를 성욕을 비롯한 육체적 영역에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회주의적 관점

 

사회주의적 입장의 여성 운동론은 마르크스주의 여성 운동론의 자본주의적 분석과 급진주의적 관점을 결합하려는 입장이다. 여성 문제는 급진주의적 여성 운동론의 주장처럼 생물학적 차이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고, 마르크스주의 여성 운동론자들의 주장처럼 경제 구조의 변혁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으로, 마르크스주의가 경제 계급 관계가 사회 내의 여성의 지위를 규명하는 가장 중추적 관계라는 주장을 너무 안이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여성 운동론자들은 여성 문제의 근원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사람마다 각각 강조하는 바가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부장제와 성별 분업을 매우 중요시한다. 즉 계급 관계와 성별에 의한 관계가 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교차하고 있기 때문에 계급 관계 한 요인만이 사회 생활에서 규명되어야 할 남성과 여성의 상대적 위치를 설명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 관점에 의하면 사회 계급에 의한 불평등을 제거함으로써 반드시 성차별주의가 없어지지 않는다.

 

가부장제는 남성 지배, 여성 종속의 위계 체제로서 그 속에서 여성에 대한 지배를 획득하고 재생산할 수 있도록 남성에게 권력과 통제력이 부여되는 체제이다. 사회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가부장제야말로 계급이 없던 원시 사회에서부터 존재하는 남성 지배, 여성 억압의 구조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가부장제는 계급을 초월하여 여성을 가사의 전담자, 저임금의 노동자로 묶어 놓는다.

 

사회주의적 관점의 여성 운동론은 가부장제와 연결된 성별 분업이 모든 남성들이 특권을 갖게 된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성별 분업은 남성을 사회적 생산 활동에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연관을 갖도록 하는 데 반해 여성은 배제시킴으로써 여성을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한다. 그리하여 여성은 종속적 지위로 전락한다. 성별 분업은 또 생산적 노동력을 성에 따라 분리시키고 여성을 낮은 임금과 낮은 지위를 갖도록 제한한다. 그리하여 성별 분업은 여성의 노동력을 값싸게 만들어 냄으로써 지배 계급에 이익을 준다. 한편 가정 내에서 남성은 가사 노동에서 제외되고, 여성에 의한 서비스의 수혜자가 된다. 따라서 가부장제와 그것에 기초한 성별 분업을 철폐하는 것이야말로 여성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사회주의적 관점의 여성 운동론은 사회주의 체제가 수립되더라도 성 차별의 근원인 성별 분업이 완전히 폐지되리라고는 확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적 관점과는 다르다. 성별 분업이 폐지되기 위해서는 생산 관계가 사회주의적으로 전환됨과 동시에, 혹은 바로 뒤이어서 여성 해방 혁명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관점은 지금까지 여성 문제를 설명해 온 다양한 이론들을 종합하면서 여성 문제를 여러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가부장제와 성별 분업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면서 아직까지도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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