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어우야담(於于野談)

by 송화은율
반응형

어우야담(於于野談)

박계쇠는 시정 상인의 아들이라. 감사 홍춘경에게 첩에게서 난 딸이 있었는데, 마땅히 결혼시켜야 할 나이가 되었다. 어떤 사람이 계쇠를 거론하니, 춘경의 족하 승지 홍천민 가로대,

"사대부가 어찌 시전 사람과 더불어 혼인하리오."

춘경이 가로대,

"천녀(賤女)인데 뭐 나쁠 게 있나?"

하고 마침내 첩에게서 난 딸을 계쇠의 처로 삼아 주었다.

계쇠는 가업이 매우 풍요하였는데도, 왜와 무역해서 이익을 취하고자 하여 동평관에 묵고 있는 왜인을 찾아갔다. 그러자 왜인이 야광주(夜光珠) 한 개를 자랑하는데 그 크기가 달걀만 하였다. 밤중에 시험해 보니 밝은 것이 마치 등잔불 같아 방이 온통 환하였다. 그 값을 흥정하여 보니 수백만 금이나 하였다. 속으로 생각하되, ' 이 야광주의 값을 백 배로 늘리는 방법은 연경에 가서 채단과 바꾸는 것이 제일 낫다.'고 하여 뇌물을 써서 부경사 일원이 되었다.

요동 회원관에 이르러 상자를 열고 보니 정채롭던 광채가 조금 이그러져 있었다. 옥하관에 이르러 밤을 타서 살펴보니 컴컴하여 아무 광채가 없는, 보잘 것 없는 하나의 둥근 돌일 뿐이었다. 그것을 연경의 저자 사람들에게 보이며, "이것은 야광주요." 라고 말하니, 저자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고 그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말하였다.

"이것은 구워서 만든 가짜 진주요."

날이 오래 되니 광채가 없어져 연석 같은 옥보다도 못하여. 필경에는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다. 이로부터 저자에 빚을 지게 된 것이 천금을 넘어 집을 팔아도 다 갚을 수 없었고, 전원을 팔아도 갚을 수 없었으며, 서울과 지방에 있는 장획(藏獲)을 팔아도 다 갚을 수가 없었다. 계책이 궁해지고 형세가 급박하게 되자 몰래 이부의 아전과 도모하여 이미 죽은 종실의 고신과 녹패 문서를 발급 받았고, 태창의 아전과 모의하여 문서에 준해 3품의 종실의 녹을 태창에서 받기를 해마다 네 차례씩 하여 마치 조정의 벼슬아치인 듯 행세하였다.

이 같은 짓을 거의 십 년 동안하여 빚을 갚았는데, 후에 일이 발각되어 그에 연루되었던 옥에서 죽었다. 해당 관부에서 죽은 지 삼 일 후에 그의 시체를 옥에서 꺼내 보니, 쥐가 양쪽 눈을 모두 파먹어 구멍이 뚫려 있었다.

슬프다, 사람의 보화 중히 여기는 마음 때문에 처음에 실패하였고, 급히 구하고자 하는 꾀가 뒤를 이어 생겨났다. 하지만 죽음을 자초하는 계책이 생길 때에 억제치 못하여, 흉화(凶禍)에 걸려 쥐가 두 눈을 파먹었기에 이르렀다. 이 일에 대해 박계쇠를 책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대부가 시정의 자식을 가려 그 딸을 처러 삼게 해 집안에 누를 끼친 것이니, 당연한 결과 아니냐? 홍승지의 말이 진실로 귀감이로다.

요점 정리

연대 : 조선 선조 . 광해군 때

갈래 : 야담

작자 : 유몽인(柳夢寅)

성격 : 교훈적. 비판적, 서사적

문체 : 역어체, 만연체

구성 : 인물의 설정 → 사건의 제시 → 평결의 순으로 구성

주제 : 부정(不正)한 이익을 취하거나 허위를 일삼는 자에 대한 비판

내용 연구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주인공의 결혼, 파멸, 그리고 편자의 평결로 되어 있는데, 주인공의 결혼이 드러난 부분에서는 조선 시대의 사회적 관습(상인 천대)이 나타나기도 하며, 그의 파멸에서는 이 작품의 주제 의식과 관련 있는 내용, 즉 부정한 이익을 취하거나 허위를 일삼는 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룬다는 교훈적인 내용이 암시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동을 통한 평결이 드러나 있는데, 편자인 유몽인은 상인의 자식이란 본래 그 바탕이 바르지 못해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를 통해 볼 때, 이 작품은 한 인간의 생활상을 드러내 주면서 부정이나 허위에 대한 비판 의식을 나타내고 있다고 하겠다. 한편, 평결 부분에서 다른 관점의 해석을 내리고 있는데, 그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불운이라는 해석이 그것이다.

야담은 조선 후기의 단편 서사 양식의 하나로 구전되어 이야기의 사실성보다는 흥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교훈이나 사회 윤리적인 가치가 중시되기도 한다.

박계쇠 이야기도 박계쇠라는 인물을 빌어 부당한 자를 비판하면서, 독자들에게 바르게 살아야 함을 암묵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야담은 교훈성과 흥미성을 동시에 보여 준다. 야담에 자주 등장하는 문제는 재산의 축적, 본능적 욕구, 세속적 이해 관계, 낡은 신분의 질서 붕괴, 주인과 노비 사이의 갈등, 시정인의 생활상, 특이한 삶을 살아간 기인들의 세태에 대한 풍자와 해학 등이다.

심화 자료

야담의 성격

 

1. 서사적인 요소가 강하다.

2. 한 두 가지의 삽화로 구성되어 있어 길이가 짧다.

3. 구전적인 것이 많다.

4.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다.

5. 교훈적인 요소와 흥미성이 함께 결부되어 있다.

야담의 특징

 

야담은 주로 한문으로 기록된, 비교적 짤막한 길이의 잡다한 이야기들의 총칭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내용, 성격의 이야기들이 뒤섞이어 매우 방만한 군집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야담의 특징이다.

1. 야담의 영역 가운데 서사적 전형성이 높은 것을 '한문 단편'이라 하기도 한다.

2. 야담 중 상당수가 구전 설화의 기록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헌설화'라고 하기도 하나, 모든 문헌 설화가 다 야담이거나 모든 야담이 다 민간설화의 문헌 정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