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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 가을 -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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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 가을 -

 

윤선도(尹善道)

 

 

추사(秋詞)

물외(物外)예 조흔 일이 어부 생애(漁夫生涯) 아니러냐

배떠라 배떠라

어옹(漁翁)을 욷디 마라 그림마다 그렷더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사시흥(四時興)이 한가지나 츄강(秋江)이 읃듬이라

슈국(水國)의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읻다

닫드러라 닫드러라

만경딩파(萬頃 波)의 슬카지 용여(容與)하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인간(人間)을 도랴보니 머도록 더옥 됴타

백운(白雲)이 니러나고 나모 긋티 흐느긴다

돋다라라 돋다라라

밀믈의 셔호(西湖)ㅣ 오 혈믈의 동호(洞湖)가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백빈홍료(白 紅蓼)는 곳마다 경(景)이로다

그러기 떳는 박싀 못 보던 뫼 뵈느고야

이어라 이어라

낙시질도 하려니와 취(趣)한 거시 이 흥(興)이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셕양(夕陽)이 바애니 쳔산(天山)이 금슈(金繡)ㅣ 로다

은슌옥쳑(銀脣玉尺)이 몃치나 걸럿나니

이어라 이어라

로화(蘆花)의 블부러 갈해야 구어 노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딜병을 거후리혀 박구기예 브어 다고

녑바람이 고이 부니 다론 돋긔 도라와다

돋디여라 돋디여라

명색(瞑色)은 나아오대 쳥흥(淸興)은 머러 읻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홍슈(紅樹) 쳥강(淸江)이 슬믜디도 아니한다

흰 이슬 빋견는데 발근 달 도다온다

배셰여라 배셰여라

봉황루(鳳凰樓) 묘연(杳然)하니 쳥광(淸光)을 눌을 줄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옥토(玉 )의 띤는 약(藥)을 호객(豪客)을 먹이고쟈

건곤(乾坤)이 제곰인가 이거시 어드메오

배매여라 배매여라

셔풍딘(西風 ) 몯미츠니 부체하야 머엇하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드론 말이 업서시니 귀시서 머엇하리

옷 우희 서리오대 치운 줄을 모를로다

닫디여라 닫디여라

됴션( 船)이 좁다 하나 부셰(浮說)와 얻더하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내일도 이리 하고 모뢰도 이리 하쟈

숑간셕실(松間石室)의 가 효월(曉月)을 보쟈 하니

배브텨라 배브텨라

공산락엽(空山落葉)의 길흘 엇디 아라볼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백운(白雲)이 좃차오니 녀라의(女蘿依) 므겁고야

속세를 떠나 자연과 동화된 생활

秋詞(추사)

물외(物外)[속세에서 벗어난]의 맑은 일이 어부 생애 아니던가[자연과 더불어 사는 안빈낙도의 삶의 태도]

배 뛰워라 배 뚸워라

어옹(漁翁)을 웃지 마라[고기 잡는 늙은이를 비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그림마다 늙은 어부가 그려져 있지 않더냐 / 동양화에서 즐겨 그린 소재라는 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사철 흥취 한가지나[마찬가지이나] 가을 강이 으뜸이라[가을강의 흥취를 높게 평가함]

 

강촌[강촌, 보길도]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살이 올라 있다./ 가을의 풍성함과 여유로움]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넓고 맑은 물[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 물결]에 실컷 즐겨 보자[한가롭고 평안하며 흥에 겹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인간세상 돌아보니 멀도록 더욱 좋다[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 더욱 몰입해 가는 화자의정서를 잘 드러내고 있고, 여기서 인간 세상은 윤선도가 관직에 있을 때 고난을 겪은 속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연과 인간 세상을 대립적인 관계로 보고 있음] - 가을의 풍성함과 속세를 떠나 사는 즐거움

 

흰 구름 일어나고 나무 끝이 흔들린다[역동적인 이미지]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에 서쪽호수(西湖) 가고 썰물에 동쪽호수(東湖)로 가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흰 마름 붉은 여뀌꽃[색채 대비] 곳마다(어디에서나) 아름답다 - 배를 타고 가며 즐기는 풍경

 

기러기 날아가는 밖에 못 보던 산이 보이는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낚시질도 하겠지만 내가 취하려는[가지려는] 것이 바로 (새로운 자연을 즐기는) 흥취로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석양이 비치니 온 산이 수놓은 비단이로구나 - 자연을 대하는 즐거움

 

크다란 물고기가 몇이나 걸렸느냐

배 저어라 배 저어라

갈대꽃에 볼을 붙여 골라서 구워 놓고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질흙병을 기울여 바가지에 부어다고

 

옆 바람이 곱게 부니 다른 돗자리에 돌아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어두움은 가까이에 오되 맑은 흥은 멀었도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단풍잎 맑은 강이 싫지도 밉지도 아니하다

 

흰 이슬 내렸는데 밝은 달 돋아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임금이 계신 궁전(宮殿)이 아득하니 맑은 빛을 누굴 줄꼬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옥토끼가 찧는 약을 호걸[쾌남아(快男兒), 호객 - 자연을 즐기는 사람]에 먹이고 싶구나 -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

 

하늘 땅이 제각긴가 여기가 어디메뇨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바람 먼지 못 미치니 부채질하여 무엇하리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들은 말이 없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옷 위에 서리 오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싯배가 좁다 하나 속세와 어떠한가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내일도 이리 하고 모레도 이리 하자

 

솔숲 사이 내 집 가서 새벽달을 보자 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공산낙엽(空山落葉)에 길을 어찌 찾아갈꼬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흰 구름 따라오니 입은 옷도 무겁구나

이해와 감상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생활은, 속세를 멀리 떠난 곳에서 낚시질하는 어부의 생활이다. 그것을 모르고 명리에 허덕이는 세속 사람들은 어부의 생활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웃고들 있지만, 예로부터 많은 그림에 어옹의 그림이 있음은 무엇을 뜻하는가? 고고한 은사들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관조의 세계에 잠기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생활로 동경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연 친화의 길이요, 진세에서 초연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뿐만 아니라 시문에서도 어부의 생활을 찬양한 것을 수 없이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조에서는 이와 같은 어부의 생활을 찬양하고, 특히 가을 낚시의 흥겨움을 노래했다.

가을밤이 깊어 서리가 내리고 있지만 작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낚싯배가 비좁지만 싸움과 시비가 끊이지 않는 속세의 집보다는 훨씬 낫게 생각된다. 바로 지척에 집이 있건만 거기도 속세이어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오늘 뿐만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이렇게 속세와 떨어진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작자는 물아일체나 유유자적을 노래했다기보다는 불우한 정객으로서의 비감을 노래한 것으로 보아진다. 작자는 강직한 성격으로 많은 정적을 가지고 있어 유배지를 전전하기 20여 년에, 은거 생활도 19년이나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부세에 대한 절망도 컸을 것이다. 그래서 비좁은 낚싯배에서 살지언정 부세에는 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지사비추'의 심경을 노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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