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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풍금 / 본문 일부 및 해설 / 하근찬 원작/ 이영재 각색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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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풍금 / 하근찬 원작/ 이영재 각색

 

 

 

S# 111 동 부근 바위 위 - 잠시 후

 

1. 젖은 옷을 짜서 너는 수하.

그 옆으로 닭을 안은 채 쭈그리고 앉은 홍연에게 뜨거운 물을 따라주는 은희

 

은 희

 

큰일 날 뻔했어! 많이 놀랬지?

 

홍연, 의식적으로 은희의 시선을 피하며 받아든 물잔을 수하에게 내민다.

 

2. 홍연과 은희 옆으로 다가와 앉는 수하.

 

수 하

(은희를 의식하고)

 

물살이 어지간히 거세야지... 수영이라도 못했으면 아주 큰일 날뻔 했어요.

 

은 희

(목에 걸고 온 수건으로 홍연 닦아주며)

 

춥지 않니?

 

홍 연

(슬며시 몸을 빼며)

 

괜찮아요.

 

수 하

 

하하하. 아무튼 고맙습니다. 양선생님

 

그런 수하와 자리를 떠날 생각도 않고 앉은 은희 모두에 못마땅한 홍연

 

S# 112 산 정상 - 해질녘

 

1. 기념촬영하는 교사들

 

사진사

 

자, 찍겠습니다. 하나, 둘, 셋

 

S# 113 홍연네 방 - 저녁

 

1. 동생들고 함께 송편을 빚고 앉은 홍연모, 혀를 차며 돌아보면.

 

2. 일기장을 펼치고 앉아 창밖 나뭇가지에 걸린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넋놓고 바라보는 홍연.

 

3. 둥근 달이 환히 웃음 짓는 수하의 얼굴로 보인다.

 

S# 114 수하 하숙방 - 저녁

 

1. 눈웃음치는 양선생의 얼굴로 보이는 보름달

 

2. 책상 창문 너머 보름달을 넋놓고 바라보던 수하,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고개를 내리고 하연 편지지 위에 펜을 든 손을 까불대보는 수하, 문장을 떠올리느라 고심중이다.

 

수 하

(독백)

 

... 전 그대를 제 목숨보다 사랑합니다. 진정입니다... 아냐,... 양은희씨, 그래를 처음 본 순간 제 가슴 속엔 어찌할 수 없는 사모의 정이 불길처럼 타오르기 시작했... (머리를 도리질하며) 아냐! 너무 노골적이야!

 

편지지를 구겨버리고 다시 새 편지지를 메꿔가는 수하.

 

3. 책상 위로 파지가 쌓여가며 동창이 밝아온다.

 

S# 115 수하 하숙집 마당 - 아침

 

1. 방문이 열리고 제일 아끼는 양복을 빳빳하게 다려 입은 수하가 콧구멍 한쪽을 솜으로 틀어막은 채 마당으로 내려선다. 마루에 걸터앉아 구두코를 반들반들하게 닦던 수하, 문득 품에서 연애편지를 넣은 두툼한 봉투를 꺼내 만족스러운 듯 매만지면서 내려다본다.

 

2. 부엌문을 나서던 상주댁이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간다.

얼른 편지 봉투를 안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고 일어서는 수하.

 

S# 116 교무실 -  아침

 

1. 설레이는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수하

 

급 사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 멋있게 나왔네.

 

뭔가 술렁이는 듯한 교무실 분위기를 살피며 슬그머니 자기 자리로 찾아드는데, 앞자리의 은희가 보이지 않자 두리번거리는 수하.

 

조명구

 

하이고! 쪽 뺴입은 게

 

2. 수하를 훑어 보며

 

조명구

 

오늘 뭐 선이라도 보는감?

 

3. 반쯤 열린 교장실 문틈으로 보이는 소파에 은희와 황교장이 뭔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4. 수하, 신경을 곤두세우며 황교장과 계속 얘기를 나누는 은희를 계속 힐끗거리며 살핀다.

 

5. 자리에서 일어나 황교장에게 인사하고 교장실을 걸어나온 은희, 자리에 앉아 수하를 보고 목례를 한다.

 

6. 목례를 하는 수하.

 

7. 종소리가 울리자 교재를 챙겨 들고 나가는 은희와 선생들.

 

8. 황교장 교장실을 나오며-

 

교 장

(허탈한 듯 혼잣말로)

 

허! 양선생이 개인 사정으로 학굘 그만드시겠다는 거예요.

 

9. 하늘이 노래져 멍하니 서 있는 수하.

 

교 장

(소리)

 

정혼한 사람하고 싼쁘란싯꼬로 유학을 떠나게 돼서 어쩔 수 없다고 그러는데...

 

양주사

 

아니 일년밖에 안됐는데

 

교 장

 

글세. 학생들 한테

 

수하 갑자기 벌떡 일어나 급히 나간다.

 

 

S# 117 복도 - 같은 시각

 

1. 수하, 4학년 2반 교실로 성큼성큼 다가가면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은희, 교단에 서서 반 아이들에게 뭔가 얘기를 하고 섰다.

양선생을 쳐다보며 주머니에 든 러브레터를 쥐었다 놨다 하며 끙끙거리는 수하.

 

2. 시선에 이끌려 복도를 쳐다보는 양선생. 아이들도 일제히 수하를 쳐다본다.

 

3. 은희와 아이들의 시선에 멋쩍에 한번 웃어 보이곤 수하, 걸음을 옮기는데.

교실문을 열고 뭔가 할말이 있는 표정으로 수하를 내다보는 은희.

은희 곁을 스쳐 태연한 듯 걸어가는 두 눈에 눈물이 핑돌려 하자 이를 악물고 참는 수하.

 

4. 그의 주먹 쥔 손에서 구겨지는 러브레터

 

 

 

 

 

 요점 정리

 

 지은이 : 하근찬 원작/ 이영재 각색

 갈래 : 각색 시나리오

 배경 : 1960년대 강원도 어느 시골 학교

 성격 : 서정적, 낭만적, 향토적, 회상적

 제재 : 총각 선생님에 대한 늦깎이 초등 학생의 애틋한 첫사랑

 주제 : 젊은 총각 선생에 대한 여제자의 순수한 사랑, 애틋한 첫사랑의 설레임과 순수함.

 특징 : 하근찬의 단편 소설 '여제자'를 원작으로 하여 1999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시골 초등학교 교사인 수하와 늦깎이 제자인 홍연의 순수한 만남을 그리고 있으며, 함축적인 대사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고 있고, 지시문을 상세히 묘사하여 인물의 행동과 심리를 상세히 드러내고 있으며, 시골의 풍물을 동원하여 토속적이고 고풍스러운 풍경을 보여 주고 있다.

 줄거리 : 강원도 산 속 마을 산리의 늦깎이 초등학생 홍연. 열 일곱,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에 이르는 문 앞에 선 그녀의 삶에 어느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사범학교를 갓 졸업하고 처음으로 산리의 초등학교에 부임한 스물 한 살 총각 선생님 수하. 그가 길 위에서 홍연을 "아가씨"라 불러 세우며 학교로 가는 길을 묻던 그 순간, 홍연은 피할 수 없는 첫사랑의 운명에 빠져든다. 모두가 어린아이로 생각한 자신을 처음 여자로 봐 준 사람. 어느새 홍연의 일상은 온통 수하의 얼굴로 가득 차는데...

 

 홍연의 담임을 맡게 된 수하는 아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서투르지만 열정어린 가르침을 펼친다. 자잘한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교실에서 언제나 애정 어린 배려를 잃지 않는 수하의 모습에 홍연의 사랑은 점점 깊어간다. 그러나 수하의 마음은 같은 학교 교사인 양은희 선생님에게 쏠리고. 지적이며 세련된 모습, 청순한 아름다움과 단호한 의지력을 겸비한 연상의 그녀를 볼 때마다 홍연의 슬픔은 깊어진다.

 

 양은희 선생을 향한 수하의 마음은 어느새 아이들 사이에 소문이 나고 학교 화장실에는 두 사람에 대한 낙서가 가득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두 사람의 곁을 맴도는 홍연의 시선. 매일 제출되는 그녀의 일기장에서 수하는 얼핏 그녀의 마음을 느끼지만 그에겐 양은희 선생의 얼굴뿐... 그러던 어느날 수하가 양은희 선생에게 빌려준 LP 레코드가 아이들의 손에서 산산조각이 난다. 애써 태연한 척 마음을 잡는 수하. 하지만 불길한 예감처럼 양은희 선생은 약혼자와 함께 유학 길에 오른다. 부서진 사랑으로 가슴 아파하는 수하를 보며 홍연은 희미한 기대를 품는다. 35년의 세월이 흐른 후 부부가 된 중년의 수하와 홍연은 낡은 LP판을 들으며 과거를 회상한다.

 내용 연구

 

 L.P. : long-playing record의 약자로 원래 상표명이었으나 장시간 음반을 뜻하는 보통 명사로 됨.

 수밀도 : 원래는 껍질이 얇고 살과 물이 많으며 맛이 단 복숭아로 여기서는 보통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나 도톰하고 봉긋한 가슴을 비유할 때 씀.

 엔드 크레딧(엔드 크레디트) : 영화가 끝날 때 영화 관계자를 표시하는 자막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작가 하근찬의 원작 소설 '여제자'를 각색하여 영상화한 작품으로, 1960년대 시골 학교를 배경으로 이곳에 부임한 총각 선생님과 그를 짝사랑하는 여제자와의 애틋한 사랑과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정적인 시대극이다. 이 고전적 러브 스토리에는 사춘기의 미성숙한 열정이 사뭇 아련하고 빛 바랜 흑백 사진처럼 고즈녁하면서도 곰살맞게 펼쳐진다. 산골 마을의 정갈하면서도 훈훈한 풍광은 말 그대로 등장 인물들의 심리적 지리학이 되고, 일기장, LP레코드판, 책가방과 같은 소품들은 1960년대에 어린 시절을 지낸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이 작품에서 누구나 공감 가능한 이야기의 창출은 산업화가 막 시작되어 전통과 근대성이 기묘하게 겹쳐져 있던 1960년대의 시대적 풍경과 시골 사람들의 삶을 둘러싸고 있던 일상에 대한 세세하고 정겨운 묘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삐걱대는 소리가 정겨운 낡은 풍금, 겨울 난로 위에 쌓아놓은 양은 도시락, 이제는 찾아볼 수도 없는 LP레코드, 시골벅적한 가을 운동화 등을 매개로 해서 전하는 첫사랑의 기억이 탐스럽고, 때론 저릿하다. 상투적인 에피소드들의 이음새가 유치하지 않고 깔끔하다. 1960년대 문화와 정서를 살리되 궁상스러움을 탈피하고 감상주의적 접근을 극복한 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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